I. 서 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우리나라에서 공공주택 정책으로 대표되는 부담가능주택 정책(affordable housing policy)의 역사는 불과 30년 남짓으로 일천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은 길게는 19세기말 또는 20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00여 년간 여러 정책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현재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이 형성되었고, 이 과정에서 ‘재구조화(restructuring)’라고 불릴 정도의 구조적 변화도 거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89년 이래 공공주택의 대량공급 체제가 지속 유지되고 있어 이렇다 할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 경험이 아직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주택 정책을 둘러싼 내·외적 여건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정책적 여건의 급격한 변화나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 수준의 질적 변화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도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할 것이다. 이미 중앙정부와 중앙공기업이 주도하는 소위 ‘1989년 체제’의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Pong & Nam, 2021), 최근 10여년 사이에 서울을 시발로 민간의 사회경제조직이 공급하는 ‘사회주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누적되고 응축되면 어느 시점에서는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예상도 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재구조화의 국면에서 우리나라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여러 가지 접근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선발자’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긴 역사 속에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경험한 해외의 사례를 검토하고, 그로부터 시사점을 얻는 것이다. 물론 여느 정책과 마찬가지로 부담가능주택 정책은 해당 국가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배태돼 있기 때문에 해외의 경험이 우리나라에 곧바로 이식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다양한 해외사례에 대한 검토결과가 축적된다면, 우리나라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전개과정을 검토하고자 한다. 잉글랜드는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변화가 역동적으로 전개되면서, 재구조화의 여러 측면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특히, 공급조직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의 사회주택 논의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잉글랜드는 북유럽국가들처럼 보편적이고 관대한(generous)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나 독일 등 보수주의적(conservative) 복지국가보다는 미국 등 잔여적(residual) 복지국가에 더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Kemeny, 1995),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할 때 타 유럽국가들에 비해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는 잉글랜드를 사례국가로 선정했으며,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 국면을 중심으로 해당 정책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우리나라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에 있어서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정책적 함의를 도출할 것이다.
2. 연구의 범위와 방법
1) 선행연구 검토
잉글랜드를 포함한 영국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대한 주요 선행연구로는 Lee(1998), Oh et al.(2015), Heo(2016), Oh(2017) 등이 있다. Lee(1998)는 1979년 집권한 보수당 정부의 사회주택 정책을 평가했으며, Heo(2016)는 1979년 집권한 보수당정부와 2010년 집권한 연립정부의 사회주택 정책을 비교했다. Oh et al.(2015)는 2010년 이후 영국 주거정책의 신자유주의적 변화를 분석했으며, Oh(2017)는 금융화(financialization)의 관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성격을 진단했다. 전반적으로 선행연구들은 특정 시기로 제한하여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대한 분석을 시행했으며, 주로 보수당정부 또는 보수당이 참여한 연립정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금융화 등의 개념이 강조됐다.
본 연구는 잉글랜드에서 사회주택 정책이 태동되는 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전반적인 정책변화를 통시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이가 있다. 특정 시기에 대한 분석보다는 통시적인 관점에서 여러 재구조화 국면을 포착하고 그에 따른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따라서 선행연구와 달리 보수당의 집권시기뿐만 아니라 노동당 집권 시기도 분석대상에 포함된다. 더불어 본 연구는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선행연구와 다른 점이다. 선행연구에서 다루었던 신자유주의적 변화, 금융화 등은 사실 재구조화로 포괄될 수 있는 특정 시점의 하위요소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2020년 전후까지의 최신 정책변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2016년까지의 정책변화를 설명하고 있는 선행연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의 범위와 방법
본 연구는 잉글랜드에서 시행된 부담가능주택 정책을 재구조화의 관점에서 통시적으로 검토한다. 영국(the United Kingdom)은 잉글랜드(England), 스코틀랜드(Scotland), 웨일스(Wales),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로 구성돼 있는데, 1990년대 후반 주택정책에 대한 분권화가 이루어져 지역별로 상이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잉글랜드로 공간적 범위를 한정한다.
잉글랜드에서 ‘부담가능주택’은 법적으로 정의된 용어가 아니다. 대신 중앙정부가 작성하는 전국계획정책프레임워크(National Planning Policy Framework, NPPF)에서 “주택시장에서 자신의 주거소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임대 또는 분양주택”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사회주택(social housing)’은 2008년 「주택 및 재생법(the Housing and Regeneration Act)」에서 정의하고 있는데,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임대주택 또는 분양주택”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두 용어는 중복적이고, 논의되는 맥락에 따라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Government Statistical Service, 2019). 그럼에도 현재 중앙정부는 통계자료를 공표하거나 정책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부담가능주택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부담가능주택을 가장 포괄적인 의미로서 사용하되, 2000년대 이전에는 사회주택 용어의 사용이 지배적이었음을 감안하여 역사적 전개과정을 서술할 때는 시기에 따라 선택적으로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또한, ‘재구조화’는 본래 세계경제의 변화에 따라 생산, 노동, 금융시장에서 경쟁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비즈니스, 산업, 경제의 재조직화를 일컫는다. 그동안 이러한 개념이 복지나 주택부문으로 확장 적용돼 왔는데, 일반적으로 서비스 또는 주택의 공급, 보조, 규제에 대한 국가개입양식의 변화를 위해 복지이전(welfare transfer)을 재조직화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Smith & Mallinson, 1997). 이런 점에서 재구조화는 부분적인 또는 미세한 정책변화보다 구조적인 정책변화에 더 가까운 의미를 담고 있다.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역사적 전개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도 재구조화가 명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시기를 구분했다.
한편, 본 연구는 단일 국가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을 분석하는 사례연구의 성격을 가지며, 계량적 분석보다는 일정한 틀에 따라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변화를 탐색한다. 이를 위해 시기별 정책변화에 대해 ‘맥락-정책-결과’가 종합적으로 서술되도록 했다(Milligan, 2003). 이 틀에 따라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변화가 발생한 배경과 정책변화의 주요 내용, 그에 따른 주택공급량 등의 결과를 시기별로 기술했는데, 단순히 시간적 흐름에 따른 역사기술이 아니라 ‘재구조화’에 초점을 맞춘 시기구분에 근거하여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역사를 구조화하고자 했다. 이와 같은 틀을 통해 정책 변화의 역사적 궤적을 검토하는 것은 해당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는 데 출발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잉글랜드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대한 역사적 서술은 2차 자료를 활용했다. 특정 시점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대해 잉글랜드 내에서 발간된 각종 학술논문, 연구보고서, 단행본, 통계자료, 정부문서 등을 고르게 수집한 후, 사전에 연구자가 구분한 시기에 따라 재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특히 역사기술과 해석에 있어서 특정 관점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정부자료와 민간싱크탱크 등의 자료를 균형있게 활용했으며, 해당 정책변화에 대해 영국 현지 언론기사를 함께 참고함으로써 역사 이해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고자 했다. 더불어 해외 전문가들과 한 차례 회의를 통해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방향과 관련한 논의도 진행했다.1)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우선, 제II장에서는 도입부로서 주택정책 재구조화의 거시적 맥락과 정책수단을 개괄적으로 논의한다. 제III장은 중앙정부가 제 공하는 통계자료를 재가공하여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의 최신 현황을 공급조직, 주택유형, 임대료 수준을 중심으로 횡단면적으로 정리한다. 제Ⅳ장은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를 몇 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재구조화의 주요 방향과 특성을 소결로서 제시한다. 제Ⅴ장에서는 결론으로서 지금까지의 논의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한다.
II. 주택정책 재구조화의 맥락과 정책수단
거시적으로 보면 주택정책의 재구조화는 복지국가의 재구조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1960~1970년대 복지국가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주요 선진국들은 1980년대 들어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복지욕구가 점차 확대·다양화되는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누적되었고, 탈산업화, 비정규직 및 실업자 증가 등 산업 및 고용구조가 변화하여 전통적인 노동자계급의 지지기반이 위축되면서 복지국가의 재설계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Song, 2001; Cho, 2004). 이에 각국은 새롭게 복지제도를 재설계 혹은 재구조화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앙집중화된 복지시스템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보다 분권화된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것에 공감대를 이루었다(Kim & Seong, 1993).
한편, 주택정책의 영역에서는 외적으로는 복지국가 재구조화의 압력이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Priemus, 2002; Whitehead, 2003; Nam, 2014). 첫째, 양적인 주택부족의 문제가 해소되었다. 제1·2차 세계대전 후 발생한 주택의 양적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공공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당시에는 민간부문의 발전이 더딘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주택공급에 필요한 역량과 자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소요는 충족되었고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역량도 크게 신장됐다. 둘째, 주택의 질적 수준이 향상됐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주택의 양적 부족 문제가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는 가구의 규모도 줄어들면서, 주거문제가 더 이상 우선적인 정책과제로 부상하지 못했다. 셋째, 소득수준의 향상에 발맞춰 자가소유에 대한 선호도 늘어났다. 부담가능주택이 자가소유에 비해 매력적인 주거형태로 인식되지 않는 한 국민의 자가소유 선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넷째, 복지국가의 위기와 맞물려 주택부문에서도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여야 했다. 이에 정부는 주택금융, 주택공급 등 각종 정책영역에 민간부문을 참여시킴으로써 공공의 역할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결국 주택정책을 둘러싸고 있는 내·외적 요인들에 의해 추동되는 주택정책의 재구조화는 공급지향적 정책(supply-directed policy)에서 시장지향적(market-oriented)이고, 수요가 주도하는(demand-directed) 정책으로의 전환에 초점이 맞춰졌다(Priemus, 2002). 그런데, 사실상 주택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주택정책의 재구조화는 공급자보조에서 수요자보조로의 전환, 자가소유 및 개인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세제혜택, 부담가능주택부문의 규모 축소 등의 형태로 나타나면서, 주택정책의 축소와 등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Paris, 1995). 무엇보다 쟁점이 된 것은 부담가능주택 부문과 관련된 사항이었다. 부담가능주택 부문의 재구조화에 있어서 주요 선진국에서 활용한 정책수단은 <Table 1>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Ho, 2004).
Table 1.
Policies for Restructuring of Affordable Housing Sector
Source. Ho(2004)
첫째, 가장 직접적이고 대중적인 방법은 부담가능주택을 임차인에게 매각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소유권의 이전은 기존 부담가능주택을 민간소유의 주택으로 전환시키는 것으로, 이로 인해 더 이상 공급 및 운영에 대한 보조가 이뤄지지 않는다. 둘째, 부담가능주택에 거주하는 임차가구 중 부유한 가구에 대해 시장임대료를 부과했다. 이는 소유권 이전보다 부담가능주택의 ‘기능’에 초점을 맞춘 재구조화라 할 수 있는데, 주택의 양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부담가능주택이라는 자원을 소요에 따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형평성을 달성하기 위한 방편이 된다. 셋째,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수요를 주택시장에서 해소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부담가능주택의 소유권이나 기능적인 측면보다는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수요를 민영화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수요자보조를 확대하여 저소득가구가 자신의 주거소요를 주택시장에서 충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넷째, 부담가능주택의 개발, 공급, 관리 등의 업무에 다양한 주택시장 참여자들이 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실행에 비영리조직이나 민간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이 대표적인데, 이는 주택문제를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해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방법이다.
이상의 네 가지 정책수단 중 처음 세 가지는 수요를 조절함으로써 기존 부담가능주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거나 추가 공급의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라면, 네 번째 정책수단은 부담가능주택 공급조직을 다양화함으로써 주택공급에 대한 공공부문의 부담을 덜고자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개별 국가의 상황에 따라 특정 정책수단을 취사선택하거나 몇 가지의 정책수단을 혼합하여 추진해 왔다. 특히 이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잉글랜드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은 위에서 열거한 네 가지 정책수단이 종합적으로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III. 부담가능주택의 현황
1. 공급조직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의 공급자는 사회주택감독청(Regulator of Social Housing, RSH)에 등록된 조직(Registered Providers, RPs)이다. 그리고 RP는 다시 민간등록공급조직(Private Registered Providers, PRPs)과 지방정부등록공급조직(Local Authority Registered Providers, LARPs)으로 구분된다. PRPs는 전통적인 비영리 기반의 주택협회(Housing Associations)가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2008년부터 제도적으로 영리 기반의 공급조직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RSH에 따르면, <Table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21년 3월말 현재 잉글랜드 전국에서 활동하는 PRPs는 1,344개이며, 지방정부는 213개가 관여하고 있다. 런던(Greater London Authority)의 경우, 341개의 PRPs와 32개의 지방정부가 부담가능주택 공급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PRPs 중에는 1,000호 미만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공급조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비율은 런던이 78%, 잉글랜드가 81.6%에 이른다.
Table 2.
Number of Registered Providers of Affordable Housing
| Category | PRPs | LARPs | Total | ||
|---|---|---|---|---|---|
| <1,000 units owned | 1,000+ units owned | Total | |||
| England | 1,097 (81.6) - | 247 (18.4) - | 1,344 (100) (86.3) | 213 - (13.7) | 1,557 - (100) |
| London | 266 (78.0) - | 75 (22.0) - | 341 (100) (91.4) | 32 - (8.6) | 373 - (100) |
Source. Regulator of Social Housing (www.gov.uk/government/organisations/regulator-of-social-housing); Author’s Calculation.
한편, 1,000호 미만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소규모 PRPs와 1,000호 이상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대규모 PRPs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Table 3>과 같이 대규모 PRPs 소유의 주택 비중이 잉글랜드와 런던에서 각각 95.9%, 92.9%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앞의 <Table 2>와 연계하여 계산하면, 잉글랜드의 PRPs는 공급조직당 평균 2,087호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소규모 PRPs는 104호, 대규모 PRPs는 10,890호를 평균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반면, 런던의 경우, 전국적인 상황에 비해 소규모 PRPs의 소유주택수가 더 많고 대규모 PRPs의 소유주택수가 더 적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Table 3.
Affordable Housing Stocks by PRPs' Size
(Thousands, %)
Source. Regulator of Social Housing (www.gov.uk/government/organisations/regulator-of-social-housing); Author’s Calculation.
2. 주택유형
부담가능주택은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저소득가구(general interest) 대상의 임대주택, 노인 등 생활지원서비스가 필요한 가구 대상의 지원주택(supported housing), 분할소유주택(shared ownership) 등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되는 자가(Low Cost Home Ownership, LCHO)가 그것이다. <Table 4>와 같이 잉글랜드 내 부담가능주택은 총 4,380.7천 호로, 전체 주택 대비 17.8%를 차지하고 있다.2) 부담가능주택 중에는 일반저소득가구 대상의 임대주택이 83.6%(3,663.7천 호)로 가장 많다. 또한 공급조직별로는 PRPs가 전체 부담가능주택의 64%(2,804.4천 호)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LCHO의 경우, 대부분의 주택은 PRPs에 의해 공급되었다.
Table 4.
Affordable Housing Stocks by Registered Providers
(Thousands, %)
Source. Regulator of Social Housing (www.gov.uk/government/organisations/regulator-of-social-housing); Author’s Calculation.
런던에서는 부담가능주택이 총 859.9천 호가 있다. 런던 내 전체 주택의 23.7%로,3) 전국 비율을 상회하고 있다. 런던 내 부담가능주택의 85.9% (738.5천 호)가 일반 저소득가구를 대상으로 공급되었으며, PRPs 소유의 부담가능주택이 전체의 54.6% (469.7천 호)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경향과 마찬가지로 LCHO는 PRPs가 주도적으로 공급했다.
그런데, 부담가능주택 중 임대주택은 임대료 수준에 따라서 사회임대(Social Rent)와 부담가능임대(Affordable Rent)로 구분할 수 있다. 사회임대는 전통적인 사회주택정책을 토대로 설정되는 임대료가 적용되지만, 부담가능임대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서 시장임대료의 80% 이하로 임대료가 설정된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부담가능주택 중 임대주택의 유형별 분포를 정리하면 <Table 5>와 같다. 잉글랜드에서는 사회임대가 92.1%를 차지하고 있어 부담가능주택 중 임대주택의 대부분이 사회임대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런던은 그 비율이 약간 더 높다. 공급조직을 세분화하여 살펴보면, 잉글랜드에서 LARPs는 98%가 사회임대인 반면 PRPs는 88.2%가 사회임대이다. 민간공급조직인 PRPs에서 부담가능임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Table 5.
Ratio of Affordable Housing Stocks by Rent Type
( %)
| Category | PRPs | LARPs | Total | ||||||
|---|---|---|---|---|---|---|---|---|---|
| Social Rent | Affordable Rent | Total | Social Rent | Affordable Rent | Total | Social Rent | Affordable Rent | Total | |
| England | 88.2 | 11.8 | 100 | 98.0 | 2.0 | 100 | 92.1 | 7.9 | 100 |
| London | 89.7 | 10.3 | 100 | 98.7 | 1.3 | 100 | 94.3 | 5.7 | 100 |
Source. Regulator of Social Housing (www.gov.uk/government/organisations/regulator-of-social-housing); Author’s Calculation.
3. 임대료
<Table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잉글랜드의 부담가능주택 임대료 수준은 사회임대에 비해 부담가능임대가 더 높다. 일반저소득가구 대상의 부담가능주택을 기준으로 사회임대와 부담가능임대의 평균 임대료 수준을 비교하면, 부담가능임대의 임대료가 사회임대에 비해 1.4‘1.5배 더 높게 형성돼 있다. 또한, PRPs와 LARPs 소유주택의 임대료를 비교하면, PRPs의 임대료가 LARPs에 비해 1.1~1.4배 더 높다. 이러한 추세는 런던도 마찬가지이다. 런던에서 부담가능임대의 임대료는 사회임대에 비해 1.6~1.7배 높으며, PRPs의 임대료는 LARPs보다 1.1~1.3배 더 높다.4)
Table 6.
Rent of Affordable Housing Stocks
(£ Per Week)
Source. Regulator of Social Housing (www.gov.uk/government/organisations/regulator-of-social-housing)
IV. 부담가능주택 정책 재구조화의 방향과 특성
앞 장에서 살펴봤듯이 잉글랜드의 부담가능주택은 양적 규모, 공급조직 유형, 주택유형, 임대료 수준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상이한 측면이 많다. 그런데 이러한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의 특성은 언제나 동일하게 유지돼 온 것이 아니라 주택정책 재구조화의 맥락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잉글랜드의 부담가능주택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흐름에 따른 해당 정책의 전개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시기 구분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전개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해당 정책의 역사를 몇 개의 시기로 구분하고자 한다. 시기 구분에는 공급조직별 주택준공량을 1946년부터 20201년까지 연도별로 정리한 정부통계자료를 주로 활용했다. <Figure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잉글랜드의 주택공급조직은 민간기업(private enterprises), 지방정부(local authorities), 주택협회로 구분할 수 있는데,5) 준공량에 따른 공급조직간 순위가 특정 시기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Figure 1.
Permanent Dwellings Completed by Providers
Source. National House-Building Council (www.gov.uk/government/statistical-data-sets/live-tables-on-house-building)
본 연구는 공급조직간 공급량 순위 변화를 바탕으로 네 시기로 구분했다. 잉글랜드에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는 공급량에 있어서 특정 공급조직의 우위적 성격에 반영되어 나타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 시기는 1957년까지의 시기로, 지방정부가 주택공급을 주도했다. 두 번째 시기는 1958년부터 1990년까지의 시기로, 민간기업의 주택공급 역량이 성장하면서 지방정부의 주택공급량을 넘어섰다. 반대로 지방정부의 주택공급은 1970년대 후반 이후 지속적인 감소가 나타난다. 다음 시기는 1991년부터 2010년까지의 시기이다. 민간기업의 주택공급 우위는 지속 유지되는 가운데 주택협회의 주택공급량이 지방정부의 주택공급량을 넘어섰다. 마지막 시기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의 시기로, 주택공급의 양적인 측면에서의 성격은 이전 시기와 큰 차이가 없지만, 부담가능임대(Affordable Rent)가 도입되고 민간영리조직도 부담가능주택 공급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지방정부에 의한 주택공급을 다시 촉진하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하에서는 위와 같이 구분한 시기에 따라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주요 특성을 세부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957년까지의 첫 번째 시기는 재구조화의 전사(前史)로서 검토할 것이며, 그 이후의 시기는 재구조화가 진행된 시기로서 각각 제1기, 제2기, 제3기로 명명하여 재구조화의 양상을 논의할 것이다.
2. 전사(前史): 1957년 이전
사회주택6)의 기원은 19세기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조건에 대한 자선기관들의 박애주의적 지원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정책적으로는 1890년 「노동자계급주택법(the Housing of the Working Classes Act)」이 제정되면서 지방정부가 사회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Garrett et al., 2020). 하지만 이 당시 중앙정부의 보조금은 지원되지 않았다.7)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노동자를 위한 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결과, 1919년 「주택 및 도시계획법(the Housing and Town Planning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서는 중앙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지방정부는 슬럼 거주자들과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사회주택(council housing)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Lund, 2019; Geoffrey & Whitehead, 2020). 경제여건의 악화로 건설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중앙정부의 책임으로서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출발점이 되었다(Garrett et al., 2020).
하지만, 보수당은 지방정부의 주택건설을 계기로 영국에도 러시아혁명의 영향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이에 1933년 일반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보수당정부에 의해 폐지되었고, 지방정부는 슬럼 및 과밀거주 해소와 같은 공중보건 차원에서의 주택공급만 담당했다(Garrett et al., 2020). 그러나 그 마저도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사회주택 건설이 사실상 중지되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Garrett et al., 2020).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영국에서 주택 200만 호가 파괴되었다. 이에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신속하게 공급될 필요가 있었다. 또한,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슬럼해소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슬럼해소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다가 다시 부상하게 된 것이다(Stonewater, 2019). 이에 1946년과 1957년 사이에 지방정부는 신규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했다.8) 총 238.8만 호가준공되었는데, 이 중 지방정부는 166.6만 호(69.8%)를 공급한 반면, 민간기업은 68.3만 호(28.6%) 공급에 그쳤다. 1945년에 집권한 노동당정부(Labor Government)는 1946년 「주택법(the Housing Act)」을 통해 지방정부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했고, 지방정부는 공공사업대출위원회(Public Works Loan Board)로부터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Garrett et al., 2020).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주택협회의 주택공급은 매우 미흡했다. 1946년부터 1957년까지 3.9만 호를 공급하여 전체 준공주택 대비 1.6%에 그쳤다(Stonewater, 2019).
한편, 1949년 「주택법」은 한계계층만을 위해 사회주택을 공급하도록 한 이전 법률의 제약을 제거했다(Garrett et al., 2020). 그러나 1954년 보수당정부는 자가소유 촉진을 강조하면서, 일반가구 대상 사회주택에 대한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다시 중단시킴으로써 1933년 이후의 상황이 다시 반복되는 결과를 낳았다(Lund, 2019).
3. 재구조화의 진행
1) 제1기: 1958~1990년
전후 주택공급 확대 기조가 1960년대에도 지속 유지되면서9) 1971년 잉글랜드에서 주택의 양적 부족문제는 해소되었다. 또한 지방정부의 사회주택 대량공급의 영향으로 전체 가구의 30%가 사회주택에 거주하게 되었으며(Geoffrey & Whitehead, 2020), 사회주택 정책의 일환으로, 1964년 중앙정부는 잉글랜드에 주택공사(Housing Corporation)를 출범시켰다. 주택공사는 사회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비를 지원하거나 공급조직들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했다(Stonewater, 2019).
1974년 집권한 노동당정부는 새로운 주택법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주택협회의 등록제를 도입했고, 신규주택 건설, 민간주택 취득, 기존주택 개보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금(Housing Association Grant, HAG)이 주택협회에 제공되기 시작했다(Garrett et al., 2020). 그 전까지만 해도 주택협회는 기부금과 박애주의적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아 자발적으로 활동했다. 이 법으로 주택협회에 의한 주택개발이 확대되기 시작했다(Stonewater, 2019; Lund, 2019; Geoffrey & Whitehead, 2020).
주택협회에 대한 지원 확대와 반대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사회주택 건설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1970년대 중반 이후 지방정부의 사회주택 공급은 급격히 감소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1980년 「주택법」에 근거한 보수당정부의 사회주택구매권(Right to Buy, RTB) 시행10)으로 더욱 가속화되었다(Stonewater, 2019). RTB는 지방정부 소유 사회주택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임차인이 현 주택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으로, 거주기간에 비례하여 할인폭이 최소 33%에서 최대 50%까지 다양하게 적용되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RTB는 자가소유를 촉진하고자 하는 보수당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합했으며, 당시 마거릿 대처 총리는 지방정부의 사회주택을 “국가의 도덕적 구조를 침식시키는 사회주의적 좀벌레”로 간주할 정도로 부정적이었다(Lund, 2019). 한편, RTB는 지방정부 소유의 사회주택 임차인들로부터 매우 인기 있는 정책이었다. <Figure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82/83년 RTB에 의한 사회주택 불하규모는 16.7만 호에 달했다. 1985년 노동당은 RTB에 대한 반대 기조를 철회하기에 이르렀고, 1988/89년과 1989/90년의 불하규모는 각각 13.6만 호, 13.4만 호로 다시 증가했다. 1980/81년부터 2020/21년까지 총 187.2만 호의 지방정부소유 사회주택이 임차인에게 불하되었다(Stonewater, 2019).11)

Figure 2.
Annual Right to Buy Sales for England
Source. Department for Levelling Up, Housing and Communities (www.gov.uk/government/statistical-data-sets/live-tables-on-social-housing-sales#social-housing-sales)
그런데 RTB에 따른 주택불하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은 중앙정부에게 이전되어 일반지출에 사용되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대체주택을 공급하기 어려웠다(Stonewater, 2019). 또한 보수당정부는 1979년부터 지방정부의 세수로 사회주택 임대료를 보조하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했다. 임대료 인상을 유도하여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줄이고자 했으며, 지방정부가 주택세입계정(Housing Revenue Account, HRA)12)으로 융자를 받을 수 있는 권한도 폐지했다(Lund, 2019; Geoffrey & Whitehead, 2020).
한편, 1986년 「주택 및 계획법(the Housing and Planning Act)」은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사회주택의 전체 또는 일부를 주택협회 등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이전할 수 있도록 했다(Stonewater, 2019). 그리고 이를 구체화하는 차원에서 1988년 「주택법」에서는 지방정부 소유 사회주택의 임차인에게 주민투표를 통해 임대사업자를 변경할 권리를 부여했다. 당시 중앙정부는 공공부문이 임차인의 바람에 충분한 부응을 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임차인에게 다양한 형태의 소유와 관리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또한 이 법은 주택협회 개혁의 일환으로서 주택협회가 민간자본을 사업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13) 이른 바 혼합재원모델(mixed funding model)이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주택협회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보조금만 지원되는 것에 비해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었다(Stonewater, 2019; Geoffrey & Whitehead, 2020).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주택협회는 사회주택의 임대료를 시장임대료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을 전제로 임대료 설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1958년부터 1990년까지 준공된 주택은 총 802.4만 호이다. 이 중 민간기업이 공급한 주택이 494.9만 호로 전체 준공주택의 61.7%를 차지했으며, 지방정부가 공급한 주택은 276.2만 호로 전체의 34.4%를 차지했다. 이전 시기와는 상반된 상황이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지방정부의 경우 이전 시기에 연평균 13.9만 호를 공급했지만 제1기에는 연평균 8.4만 호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1967년 15.5만 호까지 공급됐던 지방정부의 사회주택은, RTB를 포함하여 지방정부에 대한 잇따른 보수당정부의 공급제한조치로 1990년 1.4만 호까지 급감했다. 주택협회는 제 1기 동안 31.2만 호(연평균 9.4천 호)를 공급하여 전체 준공주택의 3.9%를 차지했다. 많은 양의 주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1970년대 및 1980년대의 정부지원 확대조치의 영향으로 연평균 공급량이 이전 시기(3.2천 호)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2) 제2기: 1991~2010년
RTB로 인해 지방정부의 사회주택 공급이 급감하면서 지방정부가 지불해야 할 부채도 감소했다. 이러한 경향은 1990년대 이후 저금리로 더욱 강화되었다. 그 결과, 지방정부의 HRA가 흑자상태로 변화되는 경우가 늘어났고, 이들은 더 이상 중앙정부의 보조금 대상이 되지 않았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로 하여금 저소득 임차인에 대한 임대료 할인에 잉여수익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지방정부의 잉여수익을 다시 거둬서 보조금을 필요로 하는 지역에 재분배하기 시작했다(Geoffrey & Whitehead, 2020).
1997년에 들어선 신노동당정부는 1986년 보수당정부가 추진한 지방정부 소유 사회주택의 소유권 이전(stock transfer) 정책을 지속 추진했다. 이는 대규모 자발적 이전(Large Scale Voluntary Transfer, LSVT)이라고 불렸는데, 지방정부 소유 사회주택을 주택협회 등 민간 사회주택 공급자에게 이전하는 정책이었다. 이 과정에서 신생 주택협회들이 다수 생겨나기도 했다.14) 또한 정부는 공공기관으로서 6개의 주택액션트러스트(Housing Action Trusts, HATs)를 한시적으로 설립하여, 노후한 사회주택단지는 정비사업 시행 후 주택협회에 이전시키도록 했다(Garrett et al., 2020). <Figure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LSVT가 실제 시작된 1988년부터 2010년 사이에 126.6만 호가 지방정부에서 주택협회로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는 1980년부터 2010년까지 RTB로 불하된 주택(177.3만 호)의 71.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Figure 3.
LSVT of Council Housings in England
Source. Homes and Communities Agency (www.ukhousingreview.org.uk)
한편, 1990년대 후반 이후 신규주택 공급이 부진해짐에 따라 1999년 중앙정부는 RTB의 할인폭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또한 2004년 「주택법」에서는 RTB의 남용과 RTB가 단지재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제어하기 위해 최초자격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규정을 담았다. 이러한 조치들은 RTB에 의한 주택불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다(Stonewater, 2019).
또한, 2007년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신규주택 건설이 감소하고 중소건설기업의 도산과 건설노동자들의 실직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사회주택 개발에 참여한 많은 주택협회들은 재정적 어려움에 빠졌다. 이에 중앙정부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24만 호의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했고, 1964년 설립한 주택공사의 후신으로서 주택커뮤니티청(Housing and Communities Agency, HCA)을 설치했다. HCA는 도시재생 지원 업무와 함께 사회주택에 대한 관리·감독 및 재정 지원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담당했다(Stonewater, 2019).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신용경색과 주택공급 감소는 중앙정부가 주택협회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도록 만들었다(Lund, 2019).
그 연장선상에서 2008년부터 전국부담가능주택프로그램(National Affordable Housing Programme, NAHP)이 2011년까지 시행되었다. 중앙정부는 이를 통해 15.5만 호의 부담가능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추진했는데, 주로 주택협회가 경쟁입찰방식으로 참여하였다(Stonewater, 2019). 주택협회는 분할소유주택으로 대표되는 저렴자가소유정책(LCHO)에도 참여했다. NAHP에 의해 2000년대 중반 이후 연평균 5.5만 호의 부담가능주택이 공급됐는데, 이 중 40%는 중간임대료주택(Intermediate Rent)15)과 분할소유주택이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이상과 같은 신규주택 공급정책과 별개로 신노동당정부는 사회주택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자원을 투여하고자 했다. 모든 사회주택이 현대적 시설을 갖춰서 추위, 습기 등 건강 및 안전의 위해요소를 줄이고자 했다. 이미 양호한 입지에 있는 양질의 주택은 RTB 등으로 소유권 이전이 상당 규모로 이루어졌지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주택은 질적 수준이 심각히 낮아 소유권 이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기존 사회주택에 대한 투자가 적었다는 평가도 사업추진의 배경이 되었다(Garrett et al., 2020). 이에 2001년 적정주택기준(Decent Home Standard, DHS)을 도입하여 10년 내에 모든 사회주택이 이 기준을 만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1997년 당시 기준미달 주택은 절반이 넘었지만, 2017년에는 지방정부 소유 사회주택의 15%(23.9만 호), 주택협회 소유 사회주택의 11%(27.7만 호)가 기준미달인 것으로 보고되었다(Stonewater, 2019; Garrett et al., 2020).
또한, 2002년 신노동당정부는 지방정부와 주택협회 공히 임대료를 일관되게 설정해야 하며, 임차인 간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사회주택부문 전체를 대상으로 임대료 재구조화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지역소득수준, 부동산 가격, 침실 수, 사회주택의 평균임대료 등이 반영된 통일적인 계산식을 개발했다(Adam et al., 2015). 임대사업자는 계산식으로 도출된 금액 이하로 임대료를 설정하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5%까지 상향할 수 있게 했다.16) 그리고 연간 임대료 상승률은 ‘소매물가지수(Retail Price Index)+0.5%p’로 제한했다(Geoffrey & Whitehead, 2020).
제2기에 이루어진 지방정부 소유 사회주택의 주택협회 이전, 주택협회 중심의 신규주택공급 프로그램 운영, 기존 사회주택의 질적 수준 향상, 임대료 산정체계의 정비 등의 정책은 전반적으로 주택협회가 사회주택의 핵심적인 공급조직으로 자리잡는 기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덧붙인다면, 제2기는 1988년에 도입된 주택협회의 혼합재원모델이 정착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주택협회는 NAHP에 경쟁입찰로 참여하여 중앙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한편, 민간자본을 차입했다. 초기에 민간자본은 소매금융을 통해 조달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채권시장에서 대규모로 차입할 수 있었다. 중앙정부의 보조금,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 공공기관에 의한 관리·감독 등은 리스크를 낮춰 민간자본 조달을 가능하게 했다.17) 이를 통해 중앙정부의 보조금 비율은 90%에서 50%로 줄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이로써 주택협회는 민간부문의 일원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민간부문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주택협회의 채무는 민간부채로 분류되었다. 높아진 임대료에 대한 저소득층의 주거비부담은 중앙정부의 정책수단인 주거급여(Housing Benefit)로 완화되었다(Lund, 2019; Williams et al., 2020).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준공된 주택은 총 291.6만 호로 연평균 14.6만 호가 공급됐다. 제1기의 연평균 주택공급량이 24.3만 호였던 것에 비하면 총량적으로 40% 감소한 규모이다. 이 기간 동안 민간기업이 공급한 주택은 총 247.4만 호로 전체 준공주택의 84.8%를 차지했다. 주택협회는 42.4만 호를 공급하여 14.5%를 차지했는데, 연평균 공급량을 기준으로 하면 제1기(0.9만 호)에 비해 제2기(연 2.1만 호)는 약 2.2배 증가했다. 반면, 지방정부는 1.9만 호(연평균 953호)를 공급하여 전체 주택공급의 0.7%에 그쳤다. 제2기가 시작된 1991년은 주택협회의 연간 주택공급량이 지방정부의 주택공급량을 역전시킨 최초년도였다.
3) 제3기: 2011~2021년
2010년 들어선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는 보조금을 배분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부담가능주택프로그램(Affordable Homes Programme, AHP)을 도입했다.18) 당시 연립정부는 긴축기조에 입각하여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대한 보조금 축소를 모색했다. 이에 AHP를 통한 부담가능 주택 공급에 투여되는 중앙정부의 예산은 2014/15년 기준으로 종래의 절반 수준인 45억 파운드로 줄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그러나 보조금 예산이 줄어드는 대신에, 임대료를 시장임대료의 80%까지 부과할 수 있는 부담가능임대를 새롭게 도입했다.
AHP에 참여하는 주택협회 등 사회주택 공급자들은 종래의 ‘사회임대’와 ‘부담가능임대’ 중 공급유형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신규 부담가능주택 공급량에서 사회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11년 2/3에서 2019/20년 11% 수준으로 감소했다. 중앙정부의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협회는 LCHO19)를 포함하여 주택공급 유형을 다변화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다(Stonewater, 2019).
당시 연립정부는 중앙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이 없어도 부담가능주택 공급이 유지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확립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20) 주민의 장기거주, 낮은 공실률, 높은 임대료 징수율 등 현금흐름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민간자본을 조달하고 이를 부담가능주택 개발과 기존 주택의 개보수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Colley & Fear, 2021). 다시 말하면, 신규건설에 대한 주요 재원을 보조금에서 융자로 전환하고 소비자보조인 주거급여에 대한 의존을 높이는 것을 의도했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전 NAHP에서는 호당 6만 파운드가 보조금으로 지원되었지만, AHP에서는 호당 2만 파운드로 감소했으며, 사업비 중 중앙정부의 보조금 비율은 39%에서 14%로 줄었다(Adams et al., 2015).21)
2011년에 시작된 AHP는 보수당 정부가 연립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으면서 2021년까지 세 차례 추진되었다. 첫 번째 AHP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되었으며, 두 번째 AHP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됐다. 세 번째 AHP는 두 번째 AHP가 종료되기 전에 이를 대체하는 성격으로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되었고, 명칭도 ‘분할소유주택 및 부담가능주택 프로그램(Shared Ownership and Affordable Homes Programme)’으로 변경되었다.22)
<Figure 4>는 부담가능주택의 연도별 신규공급량과 유형별 비중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총공급량은 2014/15년을 제외하면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초반에 5만 호를 상회했던 신규공급량이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3만 호대로 줄어들었다. 전반적으로 중앙정부의 보조금 축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유형별로는 사회임대의 비중이 급감한 반면, 부담가능임대와 LCHO에 의한 부담가능자가(Affordable Home Ownership)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급조직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부과하거나 자가를 판매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23) 그리고 사회임대는 교차보조가 매우 중요한 자금조달원이 되었다(Williams et al., 2020).

Figure 4.
Affordable Housing Completions in England
Note. Others include Intermediate Rent, London Affordable Rent, and Unknown. Affordable Home Ownership includes Shared Ownership etc.
Source. Homes England(www.gov.uk/government/statistical-data-sets/live- tables-on-affordable-housing-supply)
LSVT 등 주택협회를 지원하는 각종 정책에 힘입어 양적으로 늘어난 주택협회들은 2010년대 이후 조직간 합병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5년간 171건이 진행되었으며, 합병 이외에도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이 시행되었다. 이를 통해 주택협회의 개발역량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여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Williams et al., 2020). 또한, 기존 주택협회는 비영리조직의 성격을 띠었으나 2010년부터 영리에 기반한 공급조직(For-profit Registered Provider, FPRP)이 등장했다. 2008년 「주택 및 재생법(Housing and Regeneration Act)」에서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으며, 2010년에 최초로 FPRP가 등장한 것이다. 2019년까지 46개 공급조직이 등록하여 6천여 호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45%는 분할소유주택이다. 비영리조직인 주택협회의 자원부족이 지속되면서 FPRP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Williams et al., 2020).
한편, 연립정부는 RTB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을 모색했다. 할인폭을 넓히고 RTB 신청자격을 5년 거주에서 3년 거주로 줄였다. 그에 따라 RTB 불하가 2012년 이후 증가하는 양상을 띠었다. 단, 불하된 주택에 대해서는 대체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조건으로 부여했다는 점이 이전 정책과 다른 특징이었다. 그럼에도 실질적으로 1:1 대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RTB 수입을 30%만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지방정부는 외부재원을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Adams et al., 2015). 더불어 2015년 선거에서 승리한 보수당은 RTB를 주택협회 소유 사회주택의 임차인에게도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추진했다. 그러나 주택협회의 연합체인 전국주택연합(National Housing Federation)과의 협의 결과, 주택협회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내리고 5개 주택협회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했다(Stonewater, 2019).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경제침체기에 신노동당정부는 지방정부에 의한 신규건설을 촉진하고자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연립정부와 보수당정부는 지방정부의 주택재정 개혁을 추진했다. 우선 연립정부는 지방정부의 주택공급 역량을 향상시키고 중앙정부의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해 지방정부간 채무를 재할당하는 조치를 취했다(Adams et al., 2015).24) 이를 통해 일부 지방정부는 사회주택에 대한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또한, 지방정부의 약 1/3이 HRA의 융자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지방주택회사를 설립하여 주택건설을 추진했다. 다만, 2017년을 기준으로 지방정부가 건설한 주택의 14%만이 사회주택이었으며 주택시장에서 판매 또는 임대되는 주택이 다수를 차지했다. 지방정부들은 사회주택 공급을 위해 수익발생을 통한 교차보조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지방정부가 RTB 수입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융자제한이 폐지되었다. 단, 지방정부는 RTB 수입의 30%를 활용하여 3년내에 대체 주택을 건설해야 하며, 이를 실행하지 못하면 중앙정부에게 4%의 금리로 반환하도록 했다(Lund, 2019; Geoffrey & Whitehead, 2020).
이처럼 공급확대를 위한 여러 조치와 함께 사회주택 운영과 관련한 변화도 있었다. 첫째, 2011년 「지역주의법(the Localism Act)」이 제정되면서 사회주택의 새로운 계약방식을 도입됐다. 이른바 ‘유연한 점유형태(flexible tenure)’로서 과거 영구적인 개념의 계약기간과 다르게 최소 2년 이상의 일정 기간으로 한정하는 임대차계약이었다. 동법 시행 후, 대체로 5년 계약이 많이 적용되었으며 부담가능임대와 연계되어 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Adams et al., 2015; Geoffrey & Whitehead, 2020). 또한, 2017/18년부터는 가구소득이 3만 파운드 이상인 가구(런던은 4만 파운드 이상)에게는 시장임대료를 부과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이주를 유도하고자 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주택 공급자에게 기존 주택의 관리에 대한 더 큰 자율성을 주고자 한 조치였다. 사회주택은 희소한 자원이므로 주거소요가 큰 가구에게 더 많이 배분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점유형태, 고소득가구의 이주 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Adams et al., 2015).
둘째, 2015년 중앙정부는 사회주택 임대료를 매년 1%씩 4년간 인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20/21년까지 연간 임대료 수입을 12% 감소시키는 조치였는데, 이 조치로 중앙정부는 주거급여 지출 예산을 14억 파운드 절감할 수 있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2017년 선거에서 보수당은 더 이상의 급진적인 복지개혁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사회주택의 연간 1% 임대료 인하 조치는 2020년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2020년부터 5년 동안 사회주택 임대료는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ustomer Price Index)+1%p’까지 인상할 수 있도록 했다(Stonewater, 2019).
셋째, 2010년 연립정부는 사회주택 관리·감독 역할을 담당했던 HCA의 개혁안을 발표했다. 세부사항은 2017년 2월에 확정됐는데, 2018년 1월부터 HCA는 홈스잉글랜드(Homes England)로 변경되었고, 사회주택 관리·감독은 별도 신설조직인 사회주택감독청(RSH)이 전담하도록 했다(Stonewater, 2019).25)
넷째, 2017년 6월 24층 높이의 사회주택인 그렌펠타워(Grenfell Tower)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71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영국 전역에 심각한 충격을 가져다주었으며, 이를 계기로 주택정책에서 보건과 안전을 고려한 건축기준이 더욱 강화되었다. 그 후 중앙정부는 ‘사회주택을 위한 뉴딜(A New Deal for Social Housing)’이라는 제목의 녹서(green paper)26)를 발표하여 향후 제도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이 녹서에는 그렌펠타워 화재사건 이후 사회주택의 안전과 적절성을 확보하는 방안과 함께,27) 주민들의 참여 및 권한 강화, 지역사회 내 낙인 방지, 자가소유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MHCLG, 2018; Stonewater, 2019).28)
정리하자면, 제3기 초입인 2012년은 민간임대주택 거주가구수가 사회주택 거주가구수를 처음으로 넘어선 시점이었다(Stonewater, 2019). 지속적인 사회주택 공급 감소로 인해 임대주택에서 사회주택의 지배적인 지위가 상실되는 시기가 전개되기 시작했다. 또한 사회주택 공급자로서 주택협회는 지방정부를 대체했다. 이는 보수당정부의 바람이었고 제2기부터 신노동당이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한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주택협회는 시장지향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고 민간부문의 자원과 역량을 끌어 모았다. 유지수선비용을 줄이고 주택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주택공급을 늘렸다. 주택 임대료도 인상하고, 기존 주택 중 일부는 매각하기도 했다. 그 결과 주택협회는 2017년 35억 파운드라는 사상최고의 운영이익을 거두었다(Lund, 2019). 또한 2010년 이후 영리에 기반한 공급조직이 등장함으로써 부담가능주택 공급조직의 구성이 다양해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부담가능주택 공급에 있어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음에도 중앙정부가 설정한 공급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신규주택 공급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부담가능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정부의 융자상한폐지 등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제3기에 지방정부는 1.9만 호(연평균 1.7천 호)를 공급하여 전체 주택공급의 1.2%에 그쳤지만, 제2기에 비해서는 지방정부의 주택공급이 1.8배 늘었다.29)
4. 소결: 재구조화의 방향과 특성
이상에서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전개과정을 네 가지의 시기 구분을 통해 살펴보았다. <Table 7>에서 보듯이, 주택공급의 주요 주체가 지방정부에서 민간기업으로 변화했으며, 주택협회의 주택공급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0년대 이후 주택의 순증량은 연 10만~20만 호 내외의 범위에서 다소 변동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전체 가구수의 1.05배 내외의 주택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사회주택(부담가능주택) 거주가구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이제는 민간임대주택 거주비중이 사회주택 거주비중을 넘어선 상황이다. 또한 주택의 질적 측면에서 사회주택 거주가구 중 과밀상태인 가구 비중이 전국 평균의 두 배 이상 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물리적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주택(non-decent homes)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사회주택의 11.3%는 아직 기준 미달 상태에 있다. 전반적으로 총량적 수준에서는 주택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회주택(부담가능주택)의 비중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주택의 질적 수준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Table 7.
Changes in Housing Indicators in England
이와 같은 주요 주택지표는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해왔다고 할 수 있다. 제I장에서 언급했듯이 재구조화를 ‘국가개입 양식의 변화를 위한 복지이전의 재조직화’로 이해한다면, <Table 8>과 같이 세 차례의 재구조화 국면이 제1기, 제2기, 제3기에 각각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Table 8.
Restructuring of Affordable Housing Sector in England
우선, 제1기의 재구조화는 보조금 축소를 통해 지방정부의 사회주택 공급역량을 약화시키고,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민간의 자가소유로 전환시킴으로써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축소를 추진했다. 제2기의 재구조화는 사회주택 정책이 위축된 가운데 주택협회가 사회주택 공급의 유력한 주체로 부상하도록 했다. 이미 제1기에서 감독 및 지원기관으로서 주택공사가 설립되었고 주택협회에 대해 등록 및 보조금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주택협회가 민간자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정부의 사회주택을 인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제2기에서는 주택협회가 사회주택의 공급주체로서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제2기에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소유 사회주택의 주택협회 이전, 주택협회 중심의 신규주택공급 프로그램 운영, 기존 사회주택의 질적 수준 향상, 임대료 산정체계의 정비 등을 통해 주택협회의 사회주택 공급을 지원했다. 마지막으로 제3기의 재구조화는 사회주택 공급에 있어서 주택협회의 지배적인 지위가 유지되는 가운데, 중앙정부의 보조금이 대폭 축소되고 민간자본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금융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Oh, 2017).30) 더불어 금융화와 연계하여 부담가능임대 도입, 민간영리조직 참여, 지방정부에 의한 주택공급 촉진 등이 이루어지면서 사회주택 공급의 성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있어서 이상과 같은 세 차례의 재구조화는 정부의 책임성을 줄이고 주택시장 및 민간부문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렴된다. 곧 시장지향적 정책으로의 전환이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에서 핵심기조였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위에서 세 가지 국면으로 정리한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 과정에서 드러난 특성을 논의하고자 한다. 우선, 잉글랜드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은 재구조화를 위한 정부의 전략적 행위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보수당정부는 집권할 때마다 부담가능주택 정책을 약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 입주대상층의 제한, RTB 시행 등이 그 예로, 부담가능주택 정책을 축소시키는 대신에 자가소유를 촉진하는 정책을 더욱 선호했다. 노동당정부 역시 국민들의 자가소유에 대한 열망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수당 정부의 정책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둘째, RTB 시행 이후 40여년이 지났지만 부담가능주택의 양은 RTB 시행 직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현행 부담가능주택 재고의 66.8% (187.2만 호)에 필적하는 대량의 임대주택이 자가소유로 전환되었지만, 그 이후 중앙정부의 보조금 축소 등으로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지 못하면서 부담가능주택 재고의 급감 상황이 개선되지 못했다. 게다가 RTB는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금융화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저소득층의 접근성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RTB는 저소득층이 이용가능한 전통적인 사회주택 수를 줄인 반면, 금융화의 영향으로 공급조직들은 중간소득층을 위한 부담가능임대의 공급을 더 선호하게 되면서 사회임대의 공급은 공급조직의 교차보조에 의존하는 형국이 돼 버렸다. 또한, RTB로 불하된 사회주택의 40%가 민간임대주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Foster, 2016). RTB가 적용되지 않았다면 저소득가구가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가 가능했겠지만 RTB로 인해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중앙정부는 RTB로 감소된 주택 수만큼 지방정부가 대체주택을 건설하도록 했지만, 신규건설이 주택감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또한 거주기간이 정해진 유연한 임대차계약을 도입하고 부유한 임차가구에 대한 시장임대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기존 주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그 효과도 미미했다. 그에 따라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각종 공급제약요인을 해소하여 신규 사회임대 공급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Shelter, 2019).
셋째,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를 거치면서 공급조직이 다양해졌다. 당초에는 지방정부 중심의 공급이 이뤄졌지만, 1990년대를 지나면서 주택협회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2010년 이후에는 민간의 영리조직도 부담가능주택 공급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공급조직이 다양해진 것은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편의 하나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주거위기(housing crisis)가 공론화되고31) 신규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융자상한을 폐지하고 다양한 공급조직에 의한 부담가능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곧 공급조직의 다양성은 주거문제 해결에 있어서 활용가능한 자원과 역량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32)
넷째, 공급조직의 다양성과 관련하여 중앙정부는 공급조직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구를 지속 운영해 왔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공급조직들이 공공성에 기반하여 일관성 있는 주택공급 및 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기구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1964년 설립된 주택공사부터 오늘날의 사회주택감독청(RSH)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의 조직적 변화가 있었지만, 중앙정부는 공급조직에 대한 관리·감독기능을 계속 유지해왔다. 현재 RSH는 공급조직의 등록 및 관리·감독 업무뿐만 아니라 부담가능주택 공급조직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거버넌스와 재정적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이 평가결과는 외부투자자들에게 제공되어 투자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다섯째, 임대료 체계 개편은 임차인간 형평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2002년 추진된 임대료 체계 개편은 지방정부와 주택협회 각각이 운영하는 부담가능주택의 임대료 체계를 통일함으로써 임차인들간의 형평성을 높이고자 한 의도가 있었다. 이를 위해 지역소득 및 부동산가격 등 지역특성, 부담가능주택의 물리적 특성, 평균임대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더불어 임대료 인상의 상한선을 제시함으로써 임차인과 공급조직들이 장래 임대료 부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신규주택 공급과 함께 주택의 질적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도 재구조화 시기마다 병행했다. 1990년대 들어서 지방정부 소유의 주택을 주택협회로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노후도가 심각한 주택은 주택액션트러스트(HAT)를 통해 정비사업 시행 후 이전시켰다. 또한 2000년대 들어서는 적정주택기준(DHS)를 도입하여 임차인의 건강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거시설을 개선했다. 최근에는 2017년 그렌펠타워 화재사건을 경험하면서 건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V. 결 론
중앙정부가 사회주택 공급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최초의 근거 법률이었던 「주택 및 도시계획법」이 1919년에 제정되었음을 감안하면, 잉글랜드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역사는 100년이 경과되었다.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긴 역사 속에서 잉글랜드의 부담가능주택 정책은 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이 같은 역사적 경험이 향후 우리나라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변화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본 연구는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검토하면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봤다. 주택 준공량에 따른 공급조직간 순위 등을 고려하여 세 시기로 구분하였고, 시기별로 재구조화의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는 사회주택 정책의 축소(제1기), 사회주택 공급자로서 주택협회의 부상(제2기), 금융화를 통한 사회주택 공급의 성격 변화(제3기)를 주요 내용으로 하면서 정부의 책임성을 줄이고 주택시장 및 민간부문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로부터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특징을 도출했다. 부담가능주택 정책은 정치이데올로기에 따른 정부의 정책 축소 전략에 취약했으며, 특히 RTB는 기 공급된 사회주택을 크게 감소시켰고, 현재는 감소한 주택의 양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더욱이 금융화와 연계되어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저소득층의 접근성을 약화시켰다. 한편, 재구조화 과정을 거치면서 부담가능주택의 공급조직은 다양해졌는데,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최근에는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서 인식되는 양면적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그 밖에 공급조직들의 관리·감독기구 운영, 주택의 질적 수준 개선 노력의 병행도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역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은 우리나라에 어떤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까? 우선, 부담가능주택의 급격한 감소를 유발할 수 있는 RTB와 같은 불하 정책은 지양하고, 부담가능주택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할 것이다. 불하는 부담가능주택의 급격한 감소를 유발하는데, 이를 회복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경과돼야 하고, 불하된 주택이 민간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면 그 피해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고자 하는 저소득가구에게 돌아가게 된다. 게다가 잉글랜드 사례처럼 RTB 시행 이후 중앙정부의 지원 감소, 금융화의 진전 등과 맞물릴 경우, 부담가능주택의 양적 회복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발단이 될 수 있는 부담가능주택 감소 정책은 가급적 지양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부담가능주택이 부족해지면 주거소요에 부응하기 위해 입주자격을 하향화하고 임대차기간을 축소하는 등의 조치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에 따라 종국에는 부담가능주택이 잔여적인 점유형태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둘째, 부담가능주택 공급조직의 다양성을 긍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공급조직이 다양하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자원의 저변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양한 민간자원을 흡수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2010년대 중반 이후 소위 ‘사회주택’ 공급자로서 등장한 민간공급조직들을 정책에서 배제하기보다는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적 구상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구도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잉글랜드와 같이 정부의재정지출 축소 수단으로서 민간공급조직을 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사업비 지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공급조직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소득 계층별로 균형있는 접근성을 보장하는 공급체계를 구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공공주택 정책은 부담가능주택 정책으로 새롭게 확장될 것이다.
셋째, 이처럼 공급조직의 다양성을 수용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정책적 혼란을 규율할 수 있는 관리·감독기구의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 예상컨대 현행과 같은 중앙공기업 중심의 공급체계에 비해 복잡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며, 공급조직에 따라서는 과도한 영리추구행위가 나타나거나 임차인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고 공공성에 입각한 일관성 있는 주택공급 및 관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감독기능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임대료 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신규유형이 개발되면서 임대료 산정방식이 유형에 따라 상이하며, 이는 임차인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해왔다. 최근 통합공공임대주택이 고안되면서 임대료 체계가 개편되었지만, 전체 주택유형을 아우르는 개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불어 최근 등장한 민간공급조직들이 운영하는 주택의 임대료는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와 전혀 다른 체계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급조직의 다양성과 주택유형간의 통합성을 함께 고려한다면, 2000년대 초반 잉글랜드의 임대료 체계 개편 경험을 참고하여 임차인간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임대료 체계 구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섯째, 부담가능주택의 신규공급이 중요한 정책과제임은 분명하지만, 기존 주택의 성능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주택의 노후도가 심각해지고 그 영향으로 주변 지역사회로부터 고립이 심화될수록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부정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부담가능주택 공급정책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단계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 따라서 신규공급과 기존 주택의 성능개선은 분리하여 고려해서는 안 되며, 특히 기존 주택의 성능개선 노력이 미흡한 우리나라에서는 후자의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단순히 노후화에 대응한 정비에 그치기보다는 영국의 DHS와 최근의 재해안전에 대한 논의를 참고하여 임차인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법을 개발함으로써 신규건설과 기존 주택 정비 모두에 적용하는 접근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잉글랜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부담가능주택 정책 역시 자칫 자가소유를 촉진하고자 하는 보수적 정치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어쩌면 주택정책이 가진 중요한 취약점일 수도 있다.33) 따라서 부담가능주택 정책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고, 제도적 장치로서 근거 법률을 정비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와 학계, 임차인 당사자 등 각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상에서 잉글랜드 부담가능주택 정책의 재구조화 경험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했다. 이러한 시사점들이 종합적으로 구현된다면, 우리나라 부담가능주택 정책은 비로소 재구조화 국면으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잉글랜드가 경험한 지난 100년의 경험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