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최근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도시의 오래된 주거지들에 거주해 온 많은 고령자들은 자신 살던 곳에서 계속 늙어가기를 희망한다.1) 이에 발맞추어 살던 장소에서 계속 늙어가기, Aging in Place (AIP), 더 나아가 살던 공동체에서 계속 늙어가기, Aging in Community (AIC)2)를 지원하기 위해 근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책과 사업이 다방면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 근린환경개선의 패러다임은 기존의 전면철거 후 재개발에서 도시재생을 포함하는 유지·보수 및 관리 방향으로 전환한다고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근린환경 개선 사업은 여전히 다양한 집합 시설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고령친화를 고려하여 근린환경을 개선한다고 하면, 취약 계층의 노인들을 주요대상으로 하는 노인 주택이나 양로원 등 노인 복지·요양 시설 등의 공급 및 정비를 위주로 추진되어 왔다(An & Lee, 2010). 한편 가장 최근의 근린환경 개선을 위한 시도 중 하나인 커뮤니티케어3)형 도시재생에서 엿볼 수 있듯 단순한 시설 위주의 접근을 넘어 AIC 개념을 적극 반영하여 종합재가지원센터, 주민텃밭, 주민건강센터, 커뮤니티식당 등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시설·공간·프로그램’이 도입되는 예도 있다. 이는 분명 진일보한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이와 같은 공간의 구현이 도시 노인 전반의 건강 향상, 지역사회의 고령자를 위한 사회 서비스의 포괄적 제공을 얼마나 담보하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기존의 사업 형태의 도시재생은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 향상의 구체적 동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고, 2년 전부터 새로이 다시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 역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Lee et al., 2017; Lee, 2018). 그 원인으로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관료사회의 특징, 민간 참여자의 재개발 관성(Jeon, 2017)이 지적된 바 있다. 도시재생을 고령화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책으로 생각하기보다, AIC 실천을 위한 장기적 관점의 계획을 통한 현실적인 접근방법의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령자 대부분이 원하는 AIC의 구현 과정에는 대규모의 새로운 시설 건립 위주의 사업에서 벗어나는 것 뿐 아니라, 기존 시설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것이 포함될 것이 강조된다(Byun, 2019). 이를 위해 개별 복지시설의 설계기준보다 생활권 단위의 복지 관련 공간 인프라와 다양한 시설의 네트워크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Reigh, 2012). 그렇다면 한편으로, 이제는 AIC 구현을 위한 소위 그 공간 인프라와 시설의 네트워크가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과 수단을 통해 만들어 질 수 있는지, 우리의 고령친화 관련 계획이 이를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는 향후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에서 AIC 구현을 위한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보다 앞서 AIC를 실천하고자 했던 일본의 ‘스마트 웰니스시티’ 사례와 ‘건강·의료·복지 마을만들기’ 사례의 실체 분석을 통해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에 있어 주요 쟁점과 시사점을 도출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이미 우리사회에서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 유사 유형으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친화도시’와 ‘건강도시’에서 AIC의 구현을 위한 계획이 도출되는 체계를 고찰하고 개선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연구의 방법과 범위
본 연구는 먼저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4) 사례를 AIC 관점에서 고찰한다. 아래의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문헌 분석을 실행한다. ① 일본의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이 AIC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적 특징은 무엇이고 이것이 우리의 계획에 갖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② AIC 구현을 위해 우리의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은 어떠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그 특징과 한계는 무엇인가. 문헌분석의 대상이 되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 중 대표적인 사례는 관련 선행연구와 홍보매체에서 AIC 구현을 표방하여 긍정적 언급이 있었던 최근의 사례들로 선정하였다.
1) 일본의 최근 사례 대상
일본의 다양한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 가운데 AIC 구현을 위한 통합적 접근을 긍정적으로 이뤄냈다고 선행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최근의 사례가 있었다. 2009년, 지자체장으로 구성된 정책·계획 연구 네트워크인 스마트 웰니스 시티(Smart Wellness City, SWC) 수장연구회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도시의 활기 저하와 의료비용 증가라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여기서 전면에 제시한 도시의 미래상이자 어젠다(Agenda)인 SWC는 걷기가 도시의 활력을 증가시키고, 이로부터 보행이 다시 창출되어 건강하고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도시를 의미하며, 이를 위한 근거와 계획을 연구하고 공유하였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주요 참여 도시들이 종합 특구5)로서 지정되었으며, 그 후 이에 참여한 지자체와 대학 연구진의 성과를 기반으로 하여 「건강·의료·복지의 마을만들기 가이드라인」(健康· 療·福祉のまちづくり ガイドライン) (MLIT, 2014)이 국토교통성(國土交通省)에 의해 공표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구에서도 주목해온 바가 있다(Lee, 2013; Song, 2017). 가이드라인은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각 시·정·촌에서 고령사회를 대비하여 근린환경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는데 본격적인 지침의 역할을 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1차 문헌으로서 분석하고, 아울러 2018년에 발표된 세부지침인 「健康· 療·福祉のまちづくりの手引き-地區レベルの診と方箋-」(건강·의료·복지의 마을만들기 길잡이 -지구차원의 진단과 처방-)(MLIT, 2018)을 함께 본 연구의 대상으로 분석하여, AIC를 반영하는데 있어 계획 차원에서 갖는 특성과 쟁점을 도출한다.
2) 우리나라의 최근 사례 대상
세계 건강기구(WHO)의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Global Network of Age-Friendly Cities and Communities; GNAFCC)는 물리적 시설과 보건·복지를 비롯한 사회적 서비스의 적절한 결합을 통하여 ‘지역사회에서 늙어가기’를 지원하는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본적인 인식(Baek et al., 2019) 하에, 진단-계획-평가를 통한 회원도시들 간의 AIC 구현 실험이 공유될 수 있는 네트워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현재 서울시, 정읍시, 수원시, 부산시, 제주도, 광주 동구, 서울 강북구, 서울 양천구 등 11개 도시가 GNAFCC에 가입해 있다. GNAFCC 가입 과정에서 각 지자체별 고령친화도시 실행계획을 제출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개별 계획은 본 연구의 목적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국내 사례이다. 이 가운데 기반 연구, 평가와 수정이 가장 잘 구비되어 있어 본 연구에서 1차 문헌으로 선정한 대상은 서울시의 사례이다.
서울시의 해당 사례는 「서울 어르신 종합계획」(Seoul Metropolitan City, 2012)이다. 또한 해당 계획의 기반이 된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 개발연구」(Seoul Welfare Foundation, 2011), 그리고 해당 계획의 평가 및 개선안에 해당하는 「서울시 고령친화도시 제1기(2013~2015) 실행계획 평가」(Seoul Welfare Foundation, 2015a), 「서울시 고령친화도시 제2기 실행계획 수립」(Seoul Welfare Foundation, 2015b)을 함께 분석한다.
한편 고령친화도시와 유사한 사례로, 건강도시(Healthy City) 관련 사업 역시 지자체 차원에서 고령친화 근린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이다. 실제로 건강도시가 활발하게 논의되게 된 주된 배경으로 비만을 비롯한 성인병의 증가와 함께 고령화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가 제시된다(Kim et al., 2010). 2019년 현재 대한민국 건강도시 네트워크에는 100개 지자체가 가입되어 있으나 지자체 단위의 인증 사업으로 도입되고 확산된 결과, 지역 보건소 중심의 건강증진사업의 일부로만 편협하게 인식되고 있는 경향이 있었다.(Moon & Seo, 2015) 이에 반해 제5대, 제6대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강동구는 포괄적 접근을 시도하였고, 그 결과가 「건강도시 실현을 위한 도시설계 가이드라인 수립」(The Seoul Institute, 2018)이다. 본 연구는 일본 사례연구를 통해 도출된 쟁점을 바탕으로, 유사한 문제의식과 정책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규모와 추진체계·수립과정에서 차이점을 보이는 두 가지 국내 사례를 함께 분석한다.
3. 연구의 흐름
본 연구의 문헌 분석은 크게 이론적 검토 및 선행연구고찰, 일본 사례 분석, 국내 사례 분석의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 이론적 검토 및 선행연구 고찰에서는 AIC의 정의와 의의에 대해 고찰하고, 기존 고령친화 근린환경 모델에 대한 연구들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연구가 갖는 차별성과 일본 사례의 분석을 위한 분석의 틀을 제시한다. 두 번째, 일본 사례 연구에서는 SWC에서 제시되는 ‘접근방법’을 기반으로 약 10년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의 AIC 실천을 위한 쟁점을 도출한다. 이 쟁점을 바탕으로 국내 사례를 분석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안하고, 체크리스트를 통해 국내 사례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국내 기존 계획의 개선 방법을 제시하였다.
II. 이론적 검토 및 선행 연구 고찰
1. Aging in Community 관련연구
Aging in Community (AIC)는 2009년 처음으로 제안된 용어이며, 사회통합·지속가능·건강친화·접근성·상호의존·결속과 같은 가치를 중요시한다(Thomas & Blanchard, 2009). AIC 개념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고령친화 근린환경 조성에 있어 지역사회와의 연계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언급되어 왔다. 고령친화도시의 추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계속 거주하기 위한 물리적·사회적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과 그 방법을 다루며 AIC를 처음 소개하는 연구는 2010년에 나타난다(Kim, 2010). 그러나 도시 노인들의 독립적인 도시생활을 지원하는 지역 복지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간적 네트워크 못지않게 인적 네트워크의 구축이 이뤄져야 함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 연구(Lee & Jin, 2001) 등을 감안할 때, 기존 연구를 검토할 때 AIC를 보다 포괄적으로 다루어 복합적인 논의를 시도하고자 한다.
AIC를 반영한 근린환경 조성에 대해 다룬 기존의 연구들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AIC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 필요성과 그 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특히 ‘지역사회통합돌봄’과 같은 한국형 커뮤니티케어 사업이 제시된 이후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사례연구나 노인·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연구를 통해 중심의 정책의 포괄적 추진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연대나 협력을 강조하는 연구가 많았다 (Kim, 2018; Kim, 2018;). 더불어 건강 관련 공공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사회 친화적인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을 제안한 연구도 있었다(Seo & Kim, 2019).
한편 도시건축 분야에서는 AIC를 구현하는데 있어 필요한 근린 환경의 공간적 요소에 대해 주로 연구해 왔다. AIC를 지원하는 시설의 설계 사례나 운영에 대한 연구(Choi et al., 2010; Kim & Lee, 2018)나 고령친화적 물리적 환경을 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밝히거나 그 실제 조성 방안을 제시한 연구들(Woo, 2012; Lee & Kim, 2017)은 개별 시설사업에 있어 AIC의 반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밝히고자 노력하였다. 더 나아가, 보건복지 분야에서 주로 다뤄져 오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사례를 바탕으로 그 전달 체계와 근린환경의 연계에 대해 다룬 연구(Yoon, 2014; Lim, 2018; Kim, 2019)가 있었으며, 보다 더 구체적으로는 AIP를 반영하는 고령자 서비스 주거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Seo, 2018)가 있었다. 지자체 차원에서, 기존 주거지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 커뮤니티 공간과 재가 서비스의 공급 방안에 대한 통합적 논의가 필요함을 밝혔다. 많은 연구에서 이미 AIC가 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으며, 그 과정은 지역 사회 중심의 근린주거환경과 복지시스템의 연계를 통해 가능하다는 인식 역시 많은 연구에서 드러나고 있다.
2.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 모델
근린환경 계획에 있어 구체적 고령친화 실현 모델을 수립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고령친화 마을만들기’에 대한 연구, 예를 들어 종로구 이화동을 사례로 하여 고령친화형 지역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거버넌스가 형성되는 과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한 연구가 있었는데(Min et al., 2012), 이는 고령친화 근린환경 모델에서 지역사회 차원의 거버넌스를 형성하고자 할 때 참고해야 할 주요 사례 중 하나이다.6)
한편, 지자체 차원의 대표적 근린환경 계획 모델 사례는 앞서 언급한 각 지자체의 ‘고령친화도시 실행계획’이며, 고령친화도시 실행계획의 직접적인 개선 방안에 대해 분석한 연구들도 있었다. 정읍시 고령친화도시계획의 제고 방안을 정읍시 공무원들의 평가와 반응을 토대로 제시한 연구가 있었으며(Lim, 2016), 서울시 고령친화도시계획과 평가를 직접 언급하며 지역사회 단위에서의 고령친화도시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한 연구도 있었다. (Jeong, 2017; Baek et al., 2019).
3. 연구의 차별성과 분석의 틀
본 연구는 기존 선행연구의 아래와 같은 한계점을 극복함으로서 차별성을 갖는다. 첫 번째, 몇몇 기존 연구에서는 AIC 구현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소개하고, 이를 우리의 근린환경에 적용하고자 그 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후속 연구로서 통합적인 체계를 요구하는 연구는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어렵게 하는 계획의 요인을 분석하고, 협업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계획의 개선안을 직접 다루는 연구는 드물었다. 두 번째, 최근에는 활발하게 논의되는 고령친화도시 주제를 중심으로 비교적 제도계획을 직접적으로 조사한 연구들이 있었다. 지역사회에서 늙어가기를 위해 필요한 이해 관계자들 간 네트워크와 물리적 요소를 각각 살펴보고, AIC 접근과 더불어 파편화된 개별 사업들의 연계를 주로 주문하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상화된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어서, 실천을 위해 계획 차원에서 구비되어야 할 제도 기반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AIC를 반영하는 포괄적 근린환경 계획’을 가능하게 한 일본 정책의 이론적 바탕이 무엇이었는지를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의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각 정책 사례 별 구성이 서로 상이하여 연구에 앞서 하나의 통일된 분석의 틀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일본 사례의 각 과정(어젠다-가이드라인-세부지침) 별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개념을 분석의 틀로 활용하고자 한다. 특히 다음 장에서 보다 더 상세히 분석하였으나 SWC에서 ‘접근법’ 으로 설명되는 분석 요소가 가이드라인과 세부지침에 있어서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기준으로 정책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쟁점을 도출하고, 각 사례별로 쟁점을 설명할 수 있는 계획 요소들을 정리하여 AIC 실천을 위한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의 체크리스트를 제시하였다.
Ⅲ. 일본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 사례분석
1. 스마트 웰니스 시티 (SWC)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 문제 중에서 의료비의 증가를 주요 이슈로 삼아, 일본의 각 도시에서는 이 문제에 대응하는 근린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를 위해 결국 기존의 계획방식에서 건강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점에서 SWC의 사례는 큰 의미가 있다.
2009년 9개현의 자치단체장과 대학 연구진이 발족한 <SWC 수장연구회>에는 2019년 현재 37개의 도·도·부·현과 78개의 시·정·촌이 참여하고 있다. SWC의 핵심적인 제안은 ‘보편적 접근법’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 이노베이션’을 통해 고령자와 주민 전체의 보편적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SWC 참여 대학 중 하나인 츠쿠바대학의 츠쿠바 웰니스 리서치(TWR)에서 진행한 과학적 근거 기반 개별 운동·영양 프로그램 제공·관리 시스템인 ‘e-wellness7)’ 프로그램의 운영 경험이 그 배경이 되었다. TWR은 지자체와 연계한 ‘e-wellness’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참가자들의 생활 습관병 예방·의료비용의 억제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민 간 관심도와 정보력에 따라 혜택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 한계로 제시되었다(Kuno, 2012). 이에 주민 모두가 보편적으로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 방법으로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지자체의 의지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조례화’와 더불어, 주민 전체의 근린 보행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마을을 재구성’하고 이를 SWC 참여 도시들 간의 ‘건강 클라우드’를 활용하여 평가하도록 하였다
SWC가 다른 접근방식과 가장 큰 차별을 보이는 부분은 실증적 행태기반으로 시설,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체적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 건강 클라우드이다. 건강 클라우드는 주민의 건강 진단 데이터, 의료 및 개호 보험의 의료비 청구서 데이터 등의 건강, 근린환경, 커뮤니티, 사회적 자원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지자체에서 접근 가능한 기존의 데이터가 주민의 약 30% 미만에 해당하는 국민 건강보험 가입자의 건강 진단 데이터 및 의료비 청구서 데이터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건강 클라우드를 통해 개호보험 데이터, 사회보험 데이터를 통합, 주민 70% 이상의 건강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건강 클라우드를 통해 수립된 데이터는 평가기준에 따른 점수 측정 체계인 ‘건행(健幸)8) 인덱스’를 통해 지자체의 고령친화 정도를 파악하는데 쓰이게 된다. ‘건강 상태와 라이프 스타일’, ‘사회적 활동’, ‘SWC 인프라’의 3대 항목과 10개 소항목으로 구성된 ‘건행 인덱스’를 이용, 다른 SWC 참여 도시들과 그 결과를 비교 및 공유하였다<Figure 2>.
건강 클라우드와 건행 인덱스를 통해 AIC 실천에 있어 SWC로부터 도출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의 신체·심리 건강에 대한 설문조사가 아닌,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 체계를 구성하여 지역 노인들의 건강에 대한 빅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었다<Table 1>.
Table 1.
Health Cloud: Correlation between Annual Medical Expense and Daily Steps (SWC Shuchokenkyukai, 2019)
| Age | Annual Medical Expenses per Day by Daily Steps | ||
|---|---|---|---|
| Low | Mid | High | |
| 5,000< | 5,000~9,000 | 9,000> | |
| 75 | 399.927 | 375.038 | 341.324 |
뿐만 아니라,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지역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를 토대로 ‘보행 친화를 통해 고령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민 전체의 건강과 행복, 지자체의 복지비용 절감’을 할 수 있는 포괄적 정책의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건행 인덱스’를 이용한 시각화를 통해 평가와 논의의 장을 형성할 수 있었다.
2. 건강·의료·복지의 마을만들기 가이드라인
언급하였듯 SWC는 또 다른 ‘보편적 접근법’으로 ‘조례’의 적용을 통해 보행을 증진하고,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주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지속적 기반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기반으로 ‘마을의 재구성’ 하기위한 계획 차원의 모델은 니가타현(新潟縣)의 미쓰케시(見附市)를 비롯한 다른 SWC 참여 도시들의 계획에서 제시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건강 데이터를 반영한 AIC 구현이 현장화, 현실화되었다.9)
보다 더 구체화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2014년 일본 국토교통성은 「건강·의료·복지 마을 만들기 가이드라인」(健康· 療·福祉のまちづくりの推進ガイドライン)를 발표하였다. 「건강·의료·복지 마을만들기 가이드라인」의 개발에는 국토교통성을 포함하여 스마트웰니스시티에 참여한 6개의 지자체와 연구진, 후생노동성(厚生勞動省)이 함께 참여하였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구축과 기존 마을만들기의 연계를 통해, AIC를 지원하는 도시공간의 재구성이 목표로 전면에 제시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보권역 내에 생활에 필수적인 기능을 집적하여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컴팩트한 도시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건강·의료·복지 마을만들기 가이드라인」은 이를 지자체 단위에서 추진할 수 있도록 그 추진체계의 예시와 구체적 실행방안 구성을 위한 시점(視點)을 제시하였다.
‘건의복 마을만들기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추진체계의 구성 방안이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기존 연구 검토에서도 제기되었듯, AIC를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요구를 반영하고 지역사회의 공간과 밀접하게 연계된 통합적 서비스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건강·의료·복지 분야와 도시 분야간의 연계는 그 필요성에 비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10) 이에 따라 종합진흥계획, 도시계획 마스터플랜, 입지 적정화계획, 주거생활 기본계획, 건강증진계획, 의료계획, 지역 복지 계획 등 기존에 세워진 도시분야, 주택분야, 건강분야, 의료분야, 복지분야의 각종 관련 계획들을 검토하여, 건강 마을 만들기 관련 시책이나 사업의 내용을 정리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후, 새로운 건강·의료·복지 마을만들기 계획이 각 개별 계획내용을 평가하거나 각 분야를 횡단하는 최상위 시책으로 자리 잡도록 하여,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부서 간 데이터의 공유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고령자 집단 뿐 아니라 시민단체·NPO, 주민대표, 초등학교 육성회, 민간 기업, 공공 기관 등과의 협의 체계를 계획에 앞서 구축하여, 건강·의료·복지의 마을만들기가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에서 함께 검토될 수 있도록 제도를 구비하였다.
또한 계획 내에 포함되어야 할 각종 시책에 있어 다섯 가지의 시점을 우선 제시하였다.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시점의 근거를 제시하면서, 동시에 지자체 단위에서 계획을 세울 때에는 그 실증적 데이터의 수집을 통해 지역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그 시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주민의 건강 의식을 향상시키고, 운동 습관을 체화시켜야 한다. ② 지역 사회 활동 참여를 증진시키고, 지역 커뮤니티 활동의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 ③ 일상 활 도보 권역 내에 도시 기능을 계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④ 보행 어메니티와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거리 걷기를 촉구하는 보행 공간을 형성해야 한다. ⑤ 대중 교통 이용 환경의 향상할 것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보행 공간과 대중 교통 시설의 접근성 개선, 공원과 녹지 환경의 정비나, 근린의 핵인 초등학교의 빈 교실이나 기존 복지시설, 중심 시가지의 빈 점포 등을 활용해 커뮤니티 활동의 거점을 만들 것, 보행 어메니티와 네트워크 형성 등이 각 시점에 따른 추진 방법의 예시 및 사례로 제시되었다.
3. 지구 차원의 진단과 처방
「건강·의료·복지 마을만들기 가이드라인」이 시점을 포함한 대략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으나, 예시만으로 각 지자체가 지역사회 맞춤형 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사회 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 수립 과정을 설명할 수 있도록, 「지구 차원의 진단과 처방」이 2018년 만들어졌다.
‘진단과 처방’을 위한 진단의 과정은 마을 지구(地區)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도보권에 대한 고려를 기본으로 하여, 기존의 지역사회 모임의 범위, 혹은 기존 근린의 중심이었던 초등학교의 위치가 그 기준이 된다. 그 후, 지역 현황을 진단하기 위한 다양한 지표가 준비되어야 한다. 지구의 고령화율을 포함한 인구 동태 뿐 아니라 생활·교류·교통 시설 등의 도보권 내 커버율11)과 같은 ‘도시 기반 지표’, 의료비와 하루 보행량과 건강상태를 가늠할 ‘건강·의료 지표’, 외출빈도, 교류 기회, 건강 의식 등에 대해 다루는 ‘의식·행동 지표’와 같이 주민들의 실제 생활을 반영할 수 있는 실증적 데이터를 기존의 정부 차원 통계 시스템 및 GIS 시스템을 활용하여 도출한다.
도출된 데이터는 <Figure 3>와 같이 지구 별로 집계되어, 지자체 내의 다른 지구들과 비교할 수 있도록 표준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해 지자체는 각 지구가 AIC의 구현에 있어서 갖는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다. 파악된 지역의 과제에 대응하는 시책간 연계를 강화하고 다세대간 교류를 촉진할 수 있도록, 지역 및 관계자와의 협의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다각적 검토를 심화해 나간다. 물리적 접근과 비 물리적 접근, 단발성 이벤트와 장기적 시설 운영의 방안에 대한 고려가 하나의 ‘패지키’로 제시된다<Table 2>.
Table 2.
Example of Package Measure (Hino City) (MLIT, 2018 p47)
여기서의 주요 시사점은 진단을 도울 수 있는 각종 지표들과 데이터는 계획을 수립하는 지자체의 부서와 지역사회의 역량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강 클라우드를 포함하여, 노인들의 실제 생활 범위와 건강 상태, 커뮤니티 활성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 및 데이터의 수집이 이뤄져 온 배경이 있었다. 또한 목표는 현실성 있는 것으로 최소화하되, 최대한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제시하도록 하였다. 실증적 데이터를 통해 지금 꼭 해야만 하는 최소화된 목표를 정하고, 거버넌스의 협의체계를 통해 그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했다. 가이드라인이 AIC를 위해 권장되는 사업과 계획을 부서나 분야 별로 나열하기보다,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서 필요한 ‘시책의 시점’을 제시하는 것이 더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4. 소결
‘스마트 웰니스 시티’를 시작으로 하여, ‘건강·의료·복지 마을만들기’를 위한 ‘지구 차원의 진단과 처방’에 이르는 일본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 사례를 보았다. 이를 통해 얻은 AIC 실천에 관한 쟁점은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고령자 뿐 아니라,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보행·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고령친화 환경계획의 기반으로 활용하였다. 특히, 이를 통해 AIC의 핵심 가치로 언급된 ‘사회통합·지속가능·건강친화·접근성·상호의존·결속’과 보행의 연관성을 밝히고 강조하며 근린환경계획의 전략으로 대상화하였다. 이때 데이터는 1회성의 조사 결과가 아니라 누적되어 지속적으로 진단지표이자 계획지표로 활용된다는 점도 계획방법에 있어 새로운 시도이다. 지자체간의 네트워크에서는 건강 데이터 공유를 시도했고, 정부의 계획 수립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미 수집되고 있는 도시·공간·보행·건강 데이터 등을 실제 계획 수립 시 활용할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둘째, 다 분야 간 연계된 추진체계의 구성을 위해 행정·계획상의 위상을 확고히 하였다. 계획을 수립하는 연구진, 계획을 시행하는 지자체의 각 부처와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거버넌스 형성은 지역사회의 욕구와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통합적 계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조례와 같은 행정적 수단이나, 계획 수립 시 타 계획을 망라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계획의 상위계획으로서의 위치를 강조하는 등, 횡단적·포괄적 추진체계를 목표로 하였다.
셋째, 지역사회 밀착형 계획 수립 프로세스가 제시되었다. 중앙정부와 학계·지자체 네트워크에서는 AIC 실천을 위한 ‘시점’을 연구하고, 지자체는 ‘실증적 근거’를 재료로 하며 ‘연계된 추진체계’를 기반으로 제공하였다. 지역사회 거버넌스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이면서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계획을 논의할 수 있었다. 기존 하향식 계획 관성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통합적 계획 수립이 가능했다.
이를 토대로, 쟁점의 도출 과정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서울시와 강동구의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의 AIC실천 현황 분석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제시하였다<Figure 4>.
IV. 한국 고령친화 계획의 쟁점 중심 분석
1. 서울시 고령친화 근린환경 계획
고령친화도시는 고령자 뿐 아니라 모든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존의 시설 보호 중심에서 지역 사회 중심의 상호 수혜 체제로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한다(Jeong, 2018). 서울시는 2010년부터 이에 동참하여, 2011년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 개발연구」, 2012년 「고령친화도시 기반조성 연구」의 과정을 거쳐 2013년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하였다.
이를 위한 추진 체계 수립은 조례의 제정으로 시작되었다. 「서울특별시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 기본 조례」(2011.7.28)를 살펴보면, 5년마다 고령친화도시 실행계획을 반복적으로 수립하도록 하였으며 이는 시장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수립한다. 또한 노인복지정책위원회를 두어 서울시 복지본부장, 서울특별시의회 위원, 노인복지 관련시설 종사자, 법률·의료전문가 등 노인복지에 경험과 식견을 갖춘 사람을 위원으로 두어 고령친화도시의 추진과 계획에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지속적인 계획의 수립과 평가가 가능하도록 그 체계를 마련하였는데, 진행상황 점검 방식의 자체평가(Seoul Welfare Foundation, 2015a)와 노인실태조사12), 어르신정책모니터링단의 활동 을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
추진 체계 수립 이후에는 전문가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목표 설정이 이뤄졌다. 기반연구 단계에서는 각 분야별 전문가와 124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GI), 노인 대상 설문조사, 노인요양시설 입소자와 부양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 인터뷰가 이뤄졌다. 이를 바탕으로 WHO 가이드의 각 8개 영역 별 세부 목표들이 도출되었으나, 2012년 최종적으로 발표된 「서울 어르신 종합계획」에서는 6개 영역의 35개 사업으로 정리되었다. 물리적 환경과 관련된 ‘외부 환경 및 시설’, ‘교통수단 편의성’, ‘주거 환경 안전성’은 ‘살기 편한 환경’으로 통합되어 제시되었고, ‘인적 자원의 활용’은 ‘맞춤형일자리’, ‘제2인생설계 지원’으로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각각 서울시가 이미 환경, 교통, 주거 등의 영역에서 다른 사업과 행정업무를 통해 국제적 동향을 반영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잘 수행해 나가고 있다는 설명, 연령·건강·소득수준 등을 반영한 맞춤형 특화정책, 특히 신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유로 제시되었다. 35개의 사업들은 어르신복지과와 인생이모작지원과를 중심으로 추진되었다.
조례를 통해 추진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였고, 다양한 분야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설문조사 방식의 데이터가 있었다. 그러나 체크리스트를 통해 살펴보면, 몇 가지의 아쉬운 점이 드러난다. 우선 ‘추진체계’ 측면에서 볼 때, 다양한 문헌(Seoul Welfare Foundation, 2018; Jeong, 2017)에서 기존에 소외된 물리적 환경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계획의 추진과 사업 간 연계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 추진 사업 중 고령친화적 성격을 띈 사업들을 통합하려는 시도13)도 있었다. 그러나 검토 수준에 머물러 연계방법에 대한 논의는 구체적이지 않다. 오히려 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일종의 점검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추진체계를 구성하고, 고령친화도시의 실무를 담당하고 책임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복지재단, 노인복지정책위원회,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인생이모작지원과의 전문성·업무경험이 보건·복지 분야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그 원인일 수 있다.
‘실증적 데이터’의 측면에서는 사실상 실증적인 데이터의 수집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계획의 근거로 활용된 각 영역에 대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 데이터가 실제 노인들의 행태나 지역사회의 공간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제공했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미 결정되어 있는 영역을 기준으로 마련된 설문지에는 연구자, 조사대상자, 최종적으로는 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기존 계획을 바탕으로 하는 주관적인 해석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제2인생설계 지원’을 위해 제안된 인생 이모작 지원센터가 설치된다면 서울시에 특히 많은 신노년층이 어려워하는 일자리 탐색·취업 알선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Seoul Welfare Foundation, 2011), 인생 이모작 지원센터가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여전히 제시되지 못한다.
실제 공간을 반영한 지역사회와 행태 데이터의 부재로 인해, 세부 목표로부터 도출된 많은 사업 유형이 일방적인 공급 확대 사업,14) 정보가 없을시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업15)으로 구성되는 등, 지역 사회와 주민들의 요구에 밀접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이미 받은바 있다(Jeong, 2017). 2012년과 2014년의 고령친화 체감도 조사에서도 체감도가 크게 변하지 않은 현황(Baek et al., 2019) 역시 위의 평가와 유사한 맥락이다. 이를 대신해 이뤄진 2018년의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지역사회 시설 이용 측면에 있어 ‘가장 많이 이용한 지역사회시설’ ‘시설 별 이동에 걸리는 시간’, ‘시설 이용 만족도’등의 자료를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 전체 노인의 시설 이용 현황일 뿐, 개별 지역사회의 공간과 거기에 속한 노인들이 시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에 관하여 명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한다. 고령친화 체감도 조사와 노인실태조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2기 계획의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Seoul Welfare Foundation, 2015b), 지역 사회 밀착형 계획울 도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제시하기보다는 여전히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소 일방적인 의견 수렴의 과정으로 귀결되었다.
2. 강동구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 분석
서울시와 같은 거대한 도시에서는 근린환경 편차가 크게 나타나므로, 보다 작은 자치구 단위에서 만들어진 계획들에서 AIC를 반영하는 근린환경계획의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고령친화도시 실행계획 수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건강도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강동구의 2018년 사례를 쟁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강동구의 「건강도시 실현을 위한 도시설계 가이드라인 수립」은 특히 데이터 활용 관점에서 기존의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에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통계청,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와 서울시의 기존 통계 자료들을 통해 ‘도시건강 프로파일’을 제안했다. 주민들의 건강상태(사망, 질병, 건강인지, 정신건강, 건강행동 등), 생활 환경(교통 및 주거환경, 대기환경, 안전환경, 보건의료 환경 등), 건강 형평성(소득수준에 따른 건강수준·건강행동·의료이용 차이, 노인건강)을 수치화하여 서울시의 평균과 비교하고, 이를 통해 지자체의 근린환경을 개선하는데 있어 그 구체적 접근방식을 제안할 수 있었다. 더불어 건강과 물리적 환경과의 상관관계를 실증 분석하였다. 행정동생활반경 내의 도시환경과 건강수준건강인지 간 상관관계를 도출<Table 3>하고, 도로 환경과 아동 환경성질환의 상관관계 또한 도출할 수 있었다. 상관관계로서 그 인과관계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기초 자치단체의 한계 내에서 가능하였던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가공을 통해 강동구의 특성을 반영한 주제를 설정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안할 수 있었다.
Table 3.
Correlation Between Health and Neighborhood Environment by Analysis of Gangdong-gu Guideline (Gangdong-gu, 2018 p110)
한편 추진 체계는 지자체 중심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에 있어 가능성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강동구의 경우 구청장의 정책의지가 높아 구청장 산하 태스크포스(TF)가 바로 구성될 수 있었다. 그 아래에는 기존 보건소 중심 건강도시 사업체계가 아니라, 위계가 높은 기획경제국 내 기획예산과의 팀으로 건강도시 팀을 편성하여 다부처 협력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또한 기획경제국의 국장을 부국장으로 하는 건강도시 위원회의 구성을 조례로 규정하여, 부처 간 연계 의도를 강조했다. 또한 생활권 계획16)과의 연계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고려하여, 생활권 계획에서 제시된 사업들 중 건강도시와 관련이 있는 사업을 포괄적으로 다루려 시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도시계획을 수립할 수 없는 기초자치단체인 이상, 가이드라인은 구체적인 계획의 실행을 담보하기 어렵다. 즉 지속가능한 추진체계를 가지기에는 그 한계가 뚜렷하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 시스템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근린환경계획이 지자체 차원의 가이드라인 한 층 위에서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추진체계와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는 제안되지 못했다. 건강도시 사업으로서 AIC에 대한 고려가 적었고, 근린환경 가이드라인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V. 결 론
본 연구는 AIC 실천을 위한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의 필요성과 시의성이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실제 계획 차원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고령친화적 근린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고령친화 관련 실증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였다. 이를 통해 AIC 관점의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에 있어 구비되어야 할 쟁점을 분석하였다. 그 후 기존 고령친화도시와 건강도시 등, 최근 우리 지자체 차원의 계획과 사업의 현황을 쟁점을 바탕으로 진단하고<Table 4>, 제고 방안을 모색하였다.
Table 4.
Analysis of Seoul Plan and Gangdong-gu Plan by Implication
첫째, 지역사회의 노인·주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증거데이터가 최우선적으로 마련된 후, 보다 구체적이고 주민의 체감을 담보할 수 있는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이미 행하고 있는 계획 영역별 체감도 조사에 추가해, 일상생활의 공간과 밀접한 구체적 지표, 예를 들어 보행 및 건강 기반 데이터가 근린환경 장소 계획의 내용에 긴밀히 연동되어야 한다. 다만 그 수집과 가공, 통계적 분석은 지자체에서 단독으로 수행하기에 다소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강동구의 ‘건강 프로파일’을 참고하여 고령 친화 지표를 더 발전시켜야 한다. 또한 이미 존재하는 고령친화도시·건강도시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비교할 수 있는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둘째, 효율적인 계획주체의 확보을 위해 지자체장의 관심과 지지 속에 그에 맞는 위상이 확보된, 주관 부서 및 관련부서의 지속적 통합적 추진체계의 마련이 중요하다. 보건·복지 분야의 주관부서에서 담당하고 필요에 따라 협력을 요청하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지자체장 직속의 TF팀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속성을 위해 만들었던 기존조례들이 지자체 내의 연계를 확보할 방안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계획 역시, 수립 과정에서 고령자·복지·주거·도시·환경 등의 기존 관련 계획을 포괄하는 최상위 시책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셋째, 고령친화 실증 데이터와 연계된 통합 추진체계가 마련된 후, 이를 이용해 구체적이면서도 다양한 지역사회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포괄적인 목표 설정 프로세스에 대해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는 전체적인 계획 목표를 미리 정해 놓고, 그 후에 세부 사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인 주민생활 기반의 지역맞춤형 AIC 계획이 되기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생활 실증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계획목표 도출 방식을 모색하여 주민 전체, 더 나아가 시민 실생활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근거 기반 근린환경계획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구현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AIC 구현을 위한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의 최근 사례 연구를 통해 도출된 쟁점을 기반으로 서울시와 강동구의 최근 사례를 분석, 제고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분석 대상의 범위가 계획 문헌에 집중되어 이후 계획이 어떻게 실행되었는가에 대한 별도의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다. 아울러 커뮤니티케어형 도시재생 등, 현재 고령친화 정책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내용들은 추가로 지속적인 연계분석이 필요한 사항이다. 이를 반영하여 추후 연구에서 ‘AIC 실천을 위한 고령친화 근린환경계획’의 지평을 더욱 넓혀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