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Housing Association. 25 August 2026. 013-021
https://doi.org/10.6107/JKHA.2026.37.4.013

ABSTRACT


MAIN

  • I. 서 론

  •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 II. 이론적 고찰

  •   1. 주거의 보편적 가치로서 공간 조직의 개념

  •   2. 주거 공간 구성의 기본 원리

  •   3. 장소에 따른 주거 공간 조직의 특성

  • III. 공간 조직 분석

  •   1. 분석 대상 및 방법

  •   2. 공간 구성 원리에 따른 비교 분석

  • IV. 결 론

I.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와 도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주거의 형태와 공간 구성 방식 또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거 공간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접근 방식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도 주거의 테마에는 오랜 시간 지속되어 온 공간 구성 방식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간 구성 방식은 건축 유형(Typology)이라는 개념을 통해 분석되어 왔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의 도무스(Domus)를 기본 주거 유형으로 보면서 이것을 근대 주택들과 비교하여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온 주거 유형의 특성을 밝히는 연구가 이루어진 바 있다(Lee, 2013).

이와 같은 연구는 주거 유형이 시대를 초월하여 지속되는 보편적 공간 구성 원리를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또한 팔라디오에 관한 연구 역시 주로 빌라와 팔라쪼의 비례 체계, 평면 구성 그리고 고전 건축의 질서 등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주거 유형의 역사적 지속성이나 개별 건축물의 형태적 특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동일한 주거의 보편적 공간 원리가 도시와 전원이라는 장소 조건에 따라 어떻게 변형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다루지 못하였다. 이에 본 연구는 팔라디오의 팔라쪼와 빌라를 대상으로 도시와 전원이라는 장소 조건에 따라 동일한 주거 유형의 공간 조직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기존 팔라디오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뷔트코버(Wittkower)와 같이 비례 체계와 고전적 질서를 중심으로 팔라디오 건축을 해석한 연구, 팔라디오 건축의 평면 구성과 중심 공간의 형성 원리를 분석한 연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들은 빌라 또는 팔라쪼를 개별적으로 다루거나 형태와 비례 그리고 르네상스라는 양식적 특성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이에 비해 본 연구는 빌라와 팔라쪼의 동일한 주거의 보편적 공간 원리가 도시와 전원이라는 장소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 결과로 이해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형태의 차이가 아니라 장소에 따른 공간 조직 원리의 변형 과정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가진다.

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는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는 주거 유형이 장소의 조건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공간 조직의 차이를 보이는지 밝히기 위하여 유형학적 분석과 비교 분석의 방법을 사용한다. 유형학적 분석은 주거를 각각의 개별 건축물 또는 겉으로 드러난 형태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간 관계와 구성 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주거 유형이 역사적 변천 속에서 지속되어 온 공간 구조적 보편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비교 분석은 동일한 보편적 가치가 서로 다른 장소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변형 및 차이를 보이며 실현되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주거 공간구성의 보편적 분석 기준으로서 자연과의 관계, 중심적 공간, 공적・사적 공간의 구분, 집단적 공간의 형성이라는 네 가지 공간구성 원리를 분석 틀로 설정한다. 이 원리는 주거의 테마에서 장소를 불문하고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동일한 주거의 보편적 가치가 장소라는 특수한 상황과 마주할 때 나타나는 공간 조직의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주거 유형의 단절이 아닌 변형적 지속의 방식을 밝히고자 한다.

연구의 범위는 건축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관계를 가장 선명하게 대조할 수 있는 르네상스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1)의 주거 건축으로 한정한다. 그 중 도시적 맥락에 위치한 팔라쪼(Palazzo)와 교외 및 전원 맥락에 계획된 빌라(Villa)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설정한다. 팔라디오의 대표적 도시 주거와 전원 주거 사례를 선정하여 평면 구성, 중심 공간의 조직 방식, 외부 환경과의 관계, 공적・사적 영역의 구분 등을 비교 분석한다. 또한 필요에 따라 근대 주거 사례를 보조적으로 검토하여 팔라디오의 주거 프로젝트가 그의 시대 이후에도 주거 공간구성 방식에 미친 영향을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고찰

1. 주거의 보편적 가치로서 공간 조직의 개념

주거의 테마는 인류가 건축이라는 범주 안에서 가장 오랜 기간 고민해 온 테마이다. Son(2004)은 유형이라는 건축의 보편적 가치를 언급하며, 이것은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구성적 법칙이자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주거 유형은 특정 문화권이나 어느 한 시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연속성을 지니며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것이다. Caja, Landsberger, and Malcovati(2012)는 드 퀸시(Quatremere de Quincy)2)의 유형에 대한 정의를 인용하며, 어떤 것도 무(無)에서 창출되지 않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사물은 변화하더라도 기본적인 법칙은 유지된다고 설명한다. 건축에서 이러한 지속되는 원리를 유형이라고 일컫는다. 다시 말해 유형은 특정한 형태 자체를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라 형태 이전에 존재하는 관계와 구성 원리를 의미한다. 주거의 테마에서 보면 이는 주거 공간을 조직하는 공간적 구성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주거는 단순히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물리적 쉘터가 아니라 생활방식과 가족 관계, 사회적 질서를 담아내는 공간 체계이다. 따라서 주거의 보편성은 외형적 형태나 양식에서 찾기보다 인간의 삶을 조직하는 공간 구조에서 발견된다.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를 조정하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며 자연환경과 연결되는 방식은 시대와 문화가 달라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거의 근본적인 특성이다.

이러한 건축의 보편적 성격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된다. Park(2025a)은 건축 유형을 건축이 지닌 보편적 성격의 개념으로서 건축물의 형태와 공간 관계에서 비롯된 원형적 모델이 다양한 맥락과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적용되거나 변형될 수 있는 기본적인 건축 구조라고 설명한다. 즉, 유형은 단순한 분류 체계의 개념이 아니라 도시에 존재하는 여러 건축물 안에서 공통된 근원을 찾기 위한 시도이며 서로 간의 구조적 유사성과 연결성을 발견하기 위한 개념이다(Aris, 2015). 이러한 건축 유형의 개념을 바탕으로 보면, 주거 역시 오랜 세월 지속적으로 전해져 온 공간 구성 방식의 체계를 지니고 있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Benevolo(2003)는 그의 저서를 통해 고대 문명에서 시작하여 그리스・로마 시대를 거쳐 근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역사를 통해 주거 역시 다루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주거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지속되어 온 주거의 보편적 가치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대적 경향과 양식, 기술적 요소는 항상 다르지만, 주거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는 연속성을 지닌 체계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Figure 1>은 고대 주택과 인슐라를 보여준다. 이것은 사회적 계층과 거주 방식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지만, 중심 보편적 공간 구조 방식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이는 주거 유형이 특정한 형태의 반복이 아니라 인간의 거주를 위한 공간 조직 원리가 다양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지속적으로 변형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의 도무스(Domus)와 같은 중정형 주택과 동아시아의 한옥은 서로 다른 문화권과 시대에 속하지만, 중심 공간을 매개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조직하고 자연과 관계를 맺는다는 공통된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주거의 보편성이 특정한 형태의 반복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담기 위한 공간 조직 원리의 지속성에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거의 보편적 가치는 개별 시대의 양식이나 외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수용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형성되어 온 공간 구성 질서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보편적 원리는 장소와 사회 구조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며 도시와 전원이라는 조건 속에서도 각기 다른 주거 유형으로 발전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 주거 유형은 특정한 형태적 분류가 아니라 주거 공간을 구성하는 관계와 질서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즉 형태의 논리가 되는 개념이다(Park, 202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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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Dwellings of Ancient Civilizations & Insula

2. 주거 공간 구성의 기본 원리

본 연구는 주거 유형에 관한 선행 연구와 역사적 주거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간 조직 요소를 바탕으로 네 가지 분석 원리를 설정하였다. 첫째, 자연과의 관계는 채광, 환기, 조망, 외부 공간과의 연결을 통해 거주 환경을 형성하는 기본 조건이다. 둘째, 중심 공간은 주변 실들을 통합하고 조직하며 주거 내부의 공간 질서를 형성하는 핵심 장치이다. 셋째, 공적・사적 영역은 가족 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조정하는 주거의 기본 구조이다. 넷째, 집단적 공간은 가족 구성원과 방문객의 만남, 공동 활동, 사회적 관계를 수용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이 네 가지 원리는 주거의 형태적 차이를 넘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간 조직의 보편적 기준으로 설정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주거의 테마에서 시대와 사회적 조건 그리고 생활양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공간 구성 방식이 존재한다. 건축의 보편적 가치는 특정한 양식이나 한 시대의 사례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에서 나타난 동일한 건축적 테마를 비교함으로써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원리와 변화의 양상을 통해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거의 역사는 공간 구성의 기본 원리를 읽어낼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또한 주거 공간의 구성 원리는 단순한 형태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구조와 생활 습관, 세대 간 관계 그리고 사생활에 대한 요구 등 거주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형성된다.

첫째, 주거는 항상 자연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와 마주해 왔다. 자연과의 관계는 모든 건축에서 중요한 문제이지만, 일상적 삶이 이루어지는 주거에서는 더욱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주거는 빛과 바람, 조망 그리고 외부 공간과의 연결을 통해 거주 환경을 형성하며 동시에 기후와 지형 등 장소의 조건에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관계는 외부를 향해 열린 외향적 공간 구조로 나타나기도 하고 내부의 마당이나 중정을 중심으로 한 내향적 공간 구조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자연과의 관계 설정 방식은 중정형, 중앙집중형 등 다양한 건축적 유형의 형성 원리가 된다.

둘째, 주거에는 중심적 공간이 존재해왔다. 중심적 공간은 단순히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여러 공간을 하나의 질서로 통합하고 조직하는 핵심 공간을 뜻한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중앙의 위치 개념이 아니라 공간 체계 전체를 조율하는 중심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중심 공간은 중정, 홀 그리고 거실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 예로 베네치아의 고딕식 주택에서는 건물을 관통하는 큰 거실이 중심 공간으로 계획되었으며, Monestiroli(2013)는 이러한 구성 방식이 팔라디오의 빌라 평면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중심 공간은 자연과의 관계를 매개하고 주거 내부의 공간 배치를 조직하는 구성적 논리로 작용한다.

셋째, 주거에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존재한다. 주거는 도시라는 집단적 공간 속에서 개인과 가족의 삶을 위한 사적 장소로 형성되지만, 주거 내부에서도 다양한 성격의 공공성과 사적 성격이 공존한다. 즉, 공간은 단순히 공적・사적으로 이분화되는 것이 아니라 접근성, 개방성 그리고 사용 주체에 따라 여러 단계의 위계를 가진다. 예를 들어 로마의 대표적 도무스 주택인 파우노의 주택<Figure 2>에서는 아트리움(Atrium)과 페리스타일(Peristyle)이 모두 중심 공간의 역할을 하지만 주변 실과의 관계 및 접근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공적・사적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사례는 주거 공간이 다양한 위계의 영역 체계를 통해 조직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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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House of the Faun

넷째, 주거에는 집단적 공간이 존재한다. 알베르티3)는 집을 하나의 작은 도시와 같다고 보았다. 도시 안에 광장과 같은 집단적 장소가 존재하듯, 주거 안에도 거주자 간의 관계와 공동의 생활을 위한 집단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공간은 가족 구성원의 만남과 소통, 공동 활동을 수용하며 주거 내부의 사회적 중심 역할을 한다. 또한 주변 공간을 조직하는 중심 공간으로 작용하거나 중정, 마당 그리고 테라스처럼 자연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가지는 공간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주거 공간 구성의 기본 원리는 과거의 주택이나 역사적 주거 유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 공동주택과 집합주거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주거의 보편적 공간 원리가 시대 변화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주거 공간은 자연과의 관계, 중심적 공간의 형성, 공적・사적 영역의 위계 그리고 집단적 공간의 확보라는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조직되어 왔다. 이러한 원리들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지만, 인간의 거주를 위한 주거 공간이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보편적 공간 질서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보편적 원리는 도시의 밀도와 공공성 그리고 전원의 자연과 개방성 등 장소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공간 조직 방식으로 구체화되며, 이후 도시형 주거와 전원형 주거의 유형적 차이를 형성하게 된다.

3. 장소에 따른 주거 공간 조직의 특성

본 연구에서 장소는 단순한 물리적 위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장소는 건축이 마주하는 특수한 현실 조건으로 이해할 수 있다(Park, 2025b). 즉, 장소는 도시의 밀도와 공공성, 인접 건물과 가로 체계, 전원의 자연환경과 조망 그리고 대지의 개방성 등 주거 공간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장소적 조건의 총체로 이해한다.

건축에서 장소의 문제는 설계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현실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장소는 단순히 건물이 놓이는 물리적 대지가 아니라, 지형과 기후, 주변 경관, 가로 체계, 도시 조직 그리고 사회적 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된 집단적 산물이다. Monestiroli(2010)는 장소의 특수성과 계획의 보편성의 관계 속에서 프로젝트가 완성된다고 하였다. 즉, 건축은 보편적 공간 질서를 바탕으로 하되 동시에 자신이 위치한 장소의 조건에 대응하는 구체적 형태로 드러나야 한다. 다시 말해서 건축의 최종 형태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결합된 결과이며 장소에 대한 해석을 통해 구체화된다. 장소의 조건은 매우 다양하지만, 본 연구는 주거의 테마를 다루고 있으므로 주거가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두 환경인 도시와 전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는 높은 밀도와 공공성이 중요한 집합적 환경이며 전원은 자연환경과 개방성이 우세한 장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주거 공간 방식에도 서로 다른 공간구성을 형성하게 된다.

먼저 도시의 주거는 도시를 구성하는 수많은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존재하며 개별 건물의 내부 질서뿐 아니라 가로와 광장, 인접 건물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도시 주거는 하나의 독립된 객체라기보다 도시 조직의 일부로 작동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높은 밀도와 인접성 그리고 공공 공간과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외부를 향해 개방되기보다 내부 공간을 중심으로 생활 환경을 형성하는 내향적 공간 조직이 발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의 폼페이에서 볼 수 있는 도무스 주택은 외부 도로와 직접적인 관계를 최소화하고 내부의 아트리움과 페리스타일을 중심으로 채광, 환기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진다. 당시 도시의 도로는 상업 활동과 교통이 집중된 공공적 공간이었으며, 위생 환경 또한 열악한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주거는 내부 중정을 통해 자연과 관계를 맺고 동시에 중심 공간을 형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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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City of Pompeii

반면 전원의 주거는 도시와 달리 주변 자연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인다. 넓은 대지와 조망 조건은 주거가 외부 환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외향적 공간 조직으로 발전하게 한다. Monestiroli(2013)는 팔라디오의 빌라를 설명하며 주변 자연 요소가 없었다면 그의 빌라들이 존재할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전원형 주거는 자연과의 관계를 중요한 공간 구성 원리로 삼으며 중심 공간 역시 외부 환경과 연속되는 방식으로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같이 주거의 보편적 공간 원리는 장소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된다. 도시는 밀도와 공공성에 대응하여 내향적 공간 조직을 형성하는 반면, 전원은 자연과 개방성에 대응하여 외향적 공간 조직을 발전시킨다. 즉 동일한 주거 원리는 유지되지만 장소에 따라 공간 조직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팔라디오의 팔라쪼와 빌라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III. 공간 조직 분석

1. 분석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주거 작품을 대상으로 장소에 따른 공간 조직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팔라디오는 도시형 주거인 팔라쪼와 전원형 주거인 빌라를 계획하였으며 동일한 건축가가 서로 다른 장소 조건 속에서 주거의 보편적 공간 구성 원리를 어떻게 해석하고 변형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된다. 즉, 그의 작품은 도시와 전원이라는 상이한 환경 속에서 주거 유형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비교・분석하기에 적합하다. Wittkower(1999)는 그의 건축이 개인적 조형 실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고대 로마 건축과 그의 시대의 도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따라서 팔라디오는 역사적으로 축적된 건축의 보편적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주어진 장소 조건에 대응하는 합리적 형태와 공간 구성을 제안할 수 있었다. Park(2025b)은 팔라디오가 도시의 맥락을 유지할 수 있는 적합한 형태를 제안하였으며 이러한 유형적 특성은 그의 평면 계획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분석 대상으로 팔라디오의 주거 작품은 매우 다양하나, 본 연구에서는 현존성, 대표성, 도면 및 문헌 자료의 확보4) 가능성 그리고 도시형 주거와 전원형 주거의 유형적 특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를 기준으로 선정하였다. 도시형 주거로 팔라쪼 발마라나(Palazzo Valmarana), 팔라쪼 이세포 포르토(Palazzo Iseppo da Porto), 팔라쪼 티에네(Palazzo Thiene)를 선정하였다. 세 사례는 모두 팔라디오가 계획한 대표적 도시 주거로서 도시 조직과의 관계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은 비첸차(Vicenza)5)의 도시 조직 속에 위치하며 가로와 광장, 인접 건물과의 관계 속에서 도시형 주거의 공간 질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전원형 주거의 분석 대상은 빌라 포스카리(Villa Foscari), 빌라 에모(Villa Emo), 빌라 로톤다(Villa Rotonda)로 선정하였다. 이들은 전원의 경관 속에서 자연과의 관계, 대지와의 관계, 조망 그리고 외부 공간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팔라디오 빌라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사례의 수적 확장보다 유형적 비교의 명료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분석 방법은 도면, 배치 구성 및 관련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앞서 도출한 주거 공간 구성의 네 가지 기본 원리를 기준으로 한다. 첫째 자연과의 관계 방식, 둘째 중심 공간의 방식, 셋째 공적・사적 영역의 위계 그리고 넷째 집단적 공간의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도시형 주거인 팔라쪼와 전원형 주거인 빌라가 동일한 주거의 보편 원리를 공유하면서도 장소의 특수성에 따라 어떠한 공간 조직의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분석하고자 한다. 다음의 표는 본 연구에서 설정한 분석 틀을 정리한 것으로 주거 공간 구성의 네 가지 원리가 도시형 주거와 전원형 주거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비교하기 위한 기준이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도면은 사례 간 직접적인 치수 비교보다 공간 조직 방식의 비교를 위한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따라서 각 사례의 절대적 규모보다는 공간 구성의 조직이 평면상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계획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해석하였다.

본 연구의 분석은 이탈리아 비첸차에 위치한 팔라디오 재단(Fondazione Palladio)에서 제공받은 도면 자료와 팔라디오의 건축사서(I Quattro libri dell’architettura), Wittkower(1999), Monestiroli(2013)의 저서를 참고하였다. 특히 각 사례의 평면과 공간 조직은 개별 건축물의 형태적 특성보다 주거의 공간 조직 원리에 초점을 두어 해석하였다.

Table 1.

Analytical Framework of This Study

Principle Palazzo Villa Meaning
Nature Courtyard Loggia / garden Environmental relation
Center Salone Central hall Spatial order
Public / private Layered zones Overlapping hierarchy Spatial hierarchy
Collective Hall / courtyard Hall / loggia Collective use

또한 본 연구는 도시형 주거와 전원형 주거의 공간 조직 특성을 비교하면서 예전부터 지속되어 온 주거의 보편적 공간 구성 방식의 연속성을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개별 사례의 차이보다는 동일 유형 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유 가능한 특성을 우선적으로 분석하였다. 다만 팔라쪼와 빌라 내부에서도 각각 중정의 규모, 중심 공간의 형식, 자연과의 관계 방식 등에서 차이가 나타나며, 이러한 차이는 동일한 공간 원리가 장소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되는 양상으로 이해하였다.

2. 공간 구성 원리에 따른 비교 분석

1) 자연과의 관계

주거에서 자연과의 관계는 채광, 환기, 조망 그리고 외부 공간과의 연결 방식 등을 통해 나타나게 된다. 이는 주거가 외부 환경과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다.

팔라디오의 팔라쪼는 도시 도로의 형태와 관련된 밀도에 대한 고민과 인접 건물 사이에서 계획되었기 때문에 외부 자연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그의 팔라쪼들은 중정(Cortile) 및 후정(Giardino) 등을 통해 채광과 환기를 확보하며 내향적 공간 방식으로 자연과 관계를 형성한다. 즉, 도시형 주거에서 자연은 내부 공간 속으로 끌어들여지는 방식으로 수용된다. 반면 빌라는 넓은 대지와 개방된 경관 속에 위치하기 때문에 외부 자연과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Figure 4>는 팔라쪼 발마라나, 팔라쪼 이세포 포르토, 팔라쪼 티에네의 평면에서 중정과 후정이 내부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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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Palazzo (Valmarana & Porto & Thiene)

빌라 포스카리는 수변 경관을 포함한 주변 농경지의 관계를 강조하며, 빌라 에모는 주변 농경지를 포함한 평지의 관계를 강조한다. 그리고 빌라 로톤다는 사방의 조망을 동일하게 수용하도록 계획되었다. 로지아(Loggia)6)와 회랑 등은 실내와 외부 환경을 연결하는 매개 공간으로 작용한다. 즉, 동일한 자연과의 관계라는 원리는 팔라쪼에서는 내향적 방식으로, 빌라에서는 외향적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Figure 5>는 빌라 포스카리, 빌라 에모, 빌라 로톤다에서 로지아와 중심 공간이 외부 경관을 향해 열리는 방식을 보여준다. 따라서 팔라쪼에서는 자연이 중정을 매개로 내부 공간을 조직하는 중심 장치로 작용하는 반면, 빌라에서는 외부 경관이 중심 공간과 직접 연결되며 공간 체게 전체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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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Villa (Foscari & Emo & Rotonda)

2) 중심 공간

중심 공간은 주변 공간 조직 구성을 통합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핵심 공간을 의미한다. 이 공간은 단순히 중앙에 위치한 공간이 아니라 전체 평면 구성을 조직하는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팔라쪼에서는 큰 홀(Salone)과 중정 등이 중심 공간으로 작용한다. 도시형 주거는 제한된 대지 안에서 수직적・수평적 공간 질서를 동시에 구성해야 했다. 예를 들어<Figure 6>의 팔라쪼 티에네에서는 중앙 공간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의 공간 질서가 형성되며 중정과 관계를 가지는 내부 공간들의 체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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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6.

Palazzo Thiene

반면 빌라에서는 중심 공간이 더욱 명확하고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Figure 7>에서 빌라 포스카리와 빌라 에모는 중앙 홀을 기준으로 좌우 공간이 질서 있게 배치되며 형태적으로도 다른 곳 보다 더 높게 계획함으로써 중심 공간임을 드러낸다. 하지만 빌라 로톤다에서는 중앙 원형 홀이 주변 실과 관계를 가지는 중심이기보다는 형태적 중심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빌라 로톤다는 중심 공간 조직의 중심인 동시에 건축 전체의 상징적 중심으로 발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중심 공간이 단순히 기능적 공간 조직의 중심을 넘어 건축 전체의 형식적 질서와 상징성을 통합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팔라쪼의 중심 공간이 도시적 조건 속에서 수직・수평의 공간을 조직한다면 빌라의 중심 공간은 더 명료한 상징성과 형태적 중심으로 조직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중심 공간은 단순한 형태적 중심이 아니라 주변 공간 간 관계를 조직하는 구조적 매개체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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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7.

Villa Foscari Loggia

3) 공적・사적 공간

주거는 개인과 가족의 사적 생활 공간이면서 동시에 외부 손님을 맞이하는 공적 기능을 함께 가진다. 따라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위계와 구분 방식은 주거 공간 조직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팔라쪼는 도시 귀족 주거로서 사회적 교류와 응접 기능이 강하게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1층은 출입과 서비스 공간과 상층부는 응접실과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구성되며, 방문객이 접근 가능한 공간과 가족의 사적 공간이 단계적으로 분리된다. 특히 정면 입면과 응접실(홀)은 도시를 향한 공적 성격을 입면계획으로 강하게 드러낸다. <Figure 8>의 단면을 보면 중정과 응접실의 공간이 매우 공적인 공간으로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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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8.

Section of Palazzo Porto

반면 빌라는 거주 기능과 함께 휴식, 농경지 관리 그리고 사교 기능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주거 유형이다. 따라서 중앙 홀과 로지아는 손님을 위한 공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지주의 가족 생활과 연결되는 중간 매개 영역으로 작용한다. 또한 부속 건물(바르케싸)7)은 생산과 관리를 담당하는 공간으로서 하인들이 실제 사용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중앙의 본체와 위계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알 수 있다<Figure 9>. 즉, 팔라쪼가 도시의 주거로서 공적・사적 영역을 보다 명확하게 분리한다면, 빌라는 생활과 접객 그리고 농경지 관리의 영역이 중첩되는 다양한 위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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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9.

Front of Villa Emo

4) 집단적 공간

집단적 공간은 가족 구성원과 방문객 등 다양한 사용자 간의 관계를 수용하고 공동의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주거 내부에서 가장 공적인 성격을 가지는 장소로서 도시에서 광장이 수행하는 집단적 장소의 역할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

팔라쪼에서는 큰 홀(Salone)과 중정 등을 중심으로 집단적 공간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공간은 가족생활을 위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도시 귀족 사회의 응접, 사교 그리고 의례적 관계를 수용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특히 큰 홀은 외부 방문객을 맞이하고 다양한 행위를 수용하는 대표적인 공적 공간이며, 중정은 채광과 환기의 기능과 더불어 내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집단적 장소로 작용한다<Figur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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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0.

Salone of Palazzo Thiene

반면 빌라의 집단적 공간은 주변 자연과 관계를 맺으며 보다 개방적인 성격으로 형성된다. 중앙 홀(Sala), 로지아 그리고 외부 정원 등은 가족 구성원과 방문객이 함께 머무르고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특히 로지아는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매개 공간일 뿐 아니라, 외부 풍경을 공유하며 교류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집단적 공간으로 작용한다. 또한 빌라 포스카리와 빌라 로톤다에서 중앙 홀이 평면의 중심에 배치되어 건물 전체의 공간 질서를 조직함과 동시에 주거 내부의 대표적인 공적 공간으로 계획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Figure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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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1.

Axonometric of Villa Foscari

네 가지 분석 원리를 종합하면 팔라디오의 팔라쪼와 빌라는 동일한 주거의 보편적 공간 원리를 공유하지만 장소 조건에 따라 그 실현 방식이 달라짐을 확인할 수 있다. 도시형 주거인 팔라쪼에서는 높은 밀도와 인접 건물의 영향으로 인해 자연과 중심 공간이 중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공적・사적 영역 또한 단계적으로 분화된다. 반면 전원형 주거인 빌라에서는 개방된 자연환경과 조망 조건에 대응하여 중심 공간이 외부로 확장되고 로지아와 정원을 통해 자연과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팔라쪼와 빌라의 차이는 단순한 형태적 차이가 아니라 동일한 주거 원리가 장소 조건에 대응하며 내향성과 외향성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 조직 방식으로 변형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장소는 주거 유형의 보편적 원리를 변화시키는 요인이 아니라, 보편적 원리가 서로 다른 공간 조직 방식으로 실현되도록 만드는 매개 조건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IV. 결 론

본 연구는 팔라디오의 팔라쪼와 빌라를 대상으로 장소 조건에 따른 주거 공간 조직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두 주거의 방식은 자연과의 관계, 중심 공간, 공적・사적 영역, 집단적 공간이라는 공통된 주거 원리를 공유하지만, 도시와 전원이라는 서로 다른 장소 조건에 따라 상이한 공간 조직 방식으로 전개됨을 확인하였다. 특히 도시형 주거인 팔라쪼에서는 자연과 중심 공간이 중정을 중심으로 내부화되고 공적・사적 영역이 단계적으로 분화되는 반면, 전원형 주거인 빌라에서는 중심 공간이 외부로 확장되며 자연과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특징이 나타났다.

연구 결과 주거 유형은 특정한 형태를 반복하는 개념이 아니라 보편적 공간 조직 원리를 바탕으로 지속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원리들은 시대와 문화가 달라져도 다양한 주거 사례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인간의 삶을 수용하기 위해 형성된 주거의 근본적 공간 질서라 할 수 있다. 또한 장소는 이러한 보편적 원리가 구체적인 공간 조직으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도시는 높은 밀도와 공공성, 인접 건물과의 관계 속에서 내향적 공간 질서와 단계적 위계를 요구하였으며, 전원은 개방된 자연환경과 조망 조건 속에서 외향적 공간 조직과 자연과의 직접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였다. 즉, 주거 유형은 동일한 공간 원리를 공유하면서도 장소의 특수성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간 조직 방식으로 변형된다.

Table 2.

Comparison of Spatial Organization Principles According to Place

Categories Urban housing (Palazzo) Rural housing (Villa) Universal spatial principle
Relationship with nature Courtyard, internal openings Loggia, garden, views Connection with nature
Central space Salone, courtyard Central hall Centrality
Public / Private Layered access, separation Overlapping zones Spatial hierarchy
Collective space Salone, courtyard Hall, loggia, garden Collective use
Place condition Density, adjacency Openness, landscape Response to place

<Table 2>에서 정리한 바와 같이 팔라쪼와 빌라는 동일한 주거의 보편적 원리를 유지하면서도 장소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이는 주거 유형이 특정한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현실 속에서 지속적으로 해석되고 변형될 수 있는 공간 조직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팔라쪼와 빌라의 차이는 서로 다른 유형의 차이라기보다 동일한 주거 원리가 장소에 대응하며 나타난 공간 조직의 변형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의 의의는 팔라쪼와 빌라를 서로 다른 주거 유형으로 구분하는 기존 해석과 달리, 두 건축을 동일한 주거 유형이 장소 조건에 따라 변형된 결과로 해석하였다는 점에 있다. 기존 연구가 팔라디오 건축의 비례 체계, 형태 구성 또는 개별 건축물의 특성에 주목하였다면, 본 연구는 주거 유형을 공간 조직의 논리로 이해하고 도시와 전원이라는 장소 조건에 따라 그 구조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분석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주거 유형의 역사적 지속성 자체보다 보편적 공간 원리가 장소와 만나 구체적인 공간 조직으로 전개되는 변형의 과정을 밝히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결국 주거 유형은 특정 시대의 형태를 반복하는 고정된 모델이 아니라 인간의 거주를 위한 보편적 공간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장소의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될 수 있는 공간 조직의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주거 계획은 보편적 공간 원리와 장소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본 연구는 주거 유형을 형태가 아닌 공간 조직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해석 틀을 제시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본 연구의 결과는 현대 한국 주거가 직면한 고밀도 도시 환경과 자연환경에 대한 요구를 함께 이해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한다. 오늘날 공동주택 중심의 도시 주거에서는 공용 공간의 조직과 자연과의 관계를 위해 조경 공간을 통해 자연을 내부로 수용하는 공간 구성이 중요하게 나타나며, 전원 주거에서는 정원, 테라스, 조망 공간 등을 통한 자연과의 직접적 관계가 중요한 공간 조직 원리로 작용한다. 따라서 현대 주거는 특정한 형태를 모방하기보다 주거의 보편적 공간 원리를 바탕으로 장소의 특성에 적합한 공간 조직 방식을 모색해야 하며,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한국 주거 계획에 대한 보편성과 특수성의 관점에서 기초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본 연구는 도시형 주거와 전원형 주거의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장소에 따른 공간 조직의 변형 양상을 분석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동일 도시형 주거와 전원형 주거 내부의 다양한 사례를 대상으로 보다 세분화된 장소 조건과 공간 조직의 관계를 검토함으로써 본 연구의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Notes

[1] 1) 안드레아 팔라디오(Andrea Palladio, 1508~1580)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건축가이다. 고대 로마 건축의 보편적 가치를 재해석하였으며, 그의 저서(건축 4서)를 통해 정립한 공간 구성 원리는 이후 서양 주거 건축의 전형을 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 2) 카트르메르 드 퀸시(Quatremere de Quincy, 1755~1849)는 프랑스의 미술 비평가이자 건축 이론가이다. 건축 유형학(Typology)의 기초를 확립한 인물로서 저서(건축 역사 사전(Dictionnaire historique d’architecture)을 통해 유형(Type)과 모델(Model)의 개념을 엄밀히 구분하는 이론을 제시하여 건축적 사고의 보편적 질서를 체계화하였다.

[3] 3)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1404~1472)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건축을 단순한 기술적 영역에서 이성적인 학문의 영역으로 격상시켰으며, 저서인 건축론(De re aedificatoria)을 통해 건축의 보편적 법칙과 미학적 원리를 체계화하였다.

[4] 4) 도면 및 문헌 자료는 팔라디오의 건축사서와 비첸차의 팔라디오 재단(Fondazione Palladio)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참조했다.

[5] 5) 이탈리아 베네토(Veneto)주에 위치한 도시로 르네상스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의 주요 활동 지역이다. 그가 설계한 다수의 주거 건축물이 도심과 교외에 보존되어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도시이다.

[6] 6) 한쪽 또는 여러 면이 열주나 아치로 개방된 공간을 말한다. 주로 주거 건축의 외벽면에 배치되어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전기 공간 역할을 하며 거주자에게 자연환경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반 실외 공간을 제공한다.

[7] 7) 베네토(Veneto)지역의 빌라 건축에서 농업용 부속 건물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주로 빌라 본채 양옆에 길게 뻗은 아케이드 형태로 배치되며 농산물 저장, 작업장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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