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Housing Association. 25 June 2026. 151-160
https://doi.org/10.6107/JKHA.2026.37.3.151

ABSTRACT


MAIN

  • I. 서 론

  •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   2. 선행연구 검토

  •   3. 연구의 범위와 방법

  • II. 이론적 배경

  •   1.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과 차이공간

  •   2. 1990년대 한국 아파트 발코니의 제도적・물리적 맥락

  •   3. AIP와 발코니의 공간적 가능성

  • III. 연구 방법

  •   1. 분석 틀과 통계 분석 방법

  •   2. 조사 대상과 표본

  •   3. 설문 구성 및 인터뷰 설계

  • IV. 공간적 재현과 실천의 간극

  •   1. 제도적 정의와 실제 사용의 불일치

  •   2. 간극의 기능적 동인 - 수납의 필요성

  •   3. 물리적 형태를 넘어선 공간 경험

  • V. 재현의 공간과 차이공간의 형성

  •   1. 재현의 공간이 갖는 다차원성

  •   2. 차이공간 형성의 심리적 조건

  •   3. 전유 경험과 정주성

  • VI. 인터뷰를 통한 사례 해석

  •   1. 변형 유형별 사례

  •   2. 공간 전유의 구체적 양상

  •   3. 물리적 제약과 사용의 긴장

  • VII. 결 론

I.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한국의 도시 주거는 1990년대 판상형 아파트의 대량 공급을 계기로 표준화된 평면 구조가 정착되었다. 이 시기의 아파트는 기능적 효율성과 경제성을 기반으로 계획되었으며, 발코니는 환기・채광・대피 기능의 부가 공간으로 부여되었다(Lee, 2011). 그러나 거주자는 실제 거주 과정에서 발코니를 세탁・수납・원예・휴식 등 다양한 생활 행위의 장소로 활용하였다. 이로써 발코니는 계획된 기능을 넘어 거주자의 필요에 따라 재구성되는 경계적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Cho et al., 2020). 2005년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된 이후에는 실내 편입, 부분 유지, 전면 유지 등 다양한 변형을 거치면서 그 공간적 성격이 더욱 복합적으로 변화하였다(Shim & Park, 2021).

한편, 한국 사회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Aging in Place(AIP)를 중심으로 한 주거 정책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Lee et al., 2017; Wiles et al., 2012). 그러나 1990년대 대량 공급된 표준형 아파트가 노년기의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의 여지가 있다. 외출 빈도가 감소하는 고령자에게 실내에서 외부 환경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Shi, Tong, & Marcus, 2019), 이러한 맥락에서 발코니는 단순한 부속 공간이 아닌 잠재적 공간 자원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1990년대 판상형 아파트 발코니에 주목하여, 르페브르(Henri Lefebvre)의 공간생산 이론을 적용함으로써 주거 미시공간에서의 공간 생산 메커니즘을 이론적・경험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구체적 목적은 세 가지이다. 첫째, 발코니를 계획과 사용 사이의 ‘간극 공간(interstitial space)’으로 개념화하고 이 간극의 발생 동인을 분석한다. 둘째, 거주자의 일상적 실천이 차이공간으로 전환되는 과정과 그 조건을 검토한다. 셋째, 고령자 주거 맥락에서 발코니의 공간 자원 가능성과 AIP 정책의 함의를 도출한다.

본 연구가 1990년대 판상형 아파트의 발코니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시기에 정착된 판상형 평면이 한국 도시 주거의 표준이자 가장 대량으로 공급된 유형으로, 현재 고령자의 주된 거주 환경이기 때문이다. 둘째, 2005년 확장 합법화 이후 일부 세대는 발코니를 실내로 편입하는 길을 선택한 반면, 다른 세대는 발코니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이러한 분기는 동일한 평면 위에서 서로 다른 선택과 사용 양상이 공존하는 자연 실험적 조건을 형성한다. 셋째, 본 연구의 주된 대상이 되는 미확장・부분 확장 세대의 사용 실태와 그 의미에 대한 실증적 검토는 아직 학술적으로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2. 선행연구 검토

발코니에 관한 선행연구는 크게 세 흐름으로 나뉜다. 첫째, 발코니의 면적 변화와 평면 구성을 다룬 연구로 Cho et al.(2020)Lee(2011)가 발코니의 물리적・정책적 변화를 분석하였다. 둘째, 발코니 사용 행태를 실증적으로 조사한 연구로 Shim and Park(2021)이 확장 여부에 따른 사용 양상의 차이를 밝혔다. 셋째,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을 한국 사회에 적용한 연구로 Choi(2018)는 일상생활과 도시 공간의 관계를, Park(2024)은 웹소설 플랫폼의 공간생산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국내 학계에서는 노인주거 환경 개선과 장기 거주 지속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Lee et al.(2019)은 하지 기능 저하 고령자 가구를 위한 맞춤형 주거 개조 가이드라인을 도출하였고, Kwon et al.(2025)은 노후 영구임대주택 고령 거주자의 향후 주거 계획과 요구를 분석하여 정주성 형성의 다층적 요인을 제시하였다. Choi and Choi(2022)는 이변량 프로빗 모형을 활용하여 고령 가구의 주거 이동 의향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주거 환경 전반 또는 주거 이동 자체에 초점을 두었으며, 거주자가 주거 내부의 미시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의미화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였다. 특히 발코니라는 구체적 공간 단위에서 고령자의 장기 거주 의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토는 아직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발코니의 물리적 변화와 사용 행태, 또는 공간생산 이론의 거시적 적용에 기여하였으나, 거주자의 사용 경험을 이론적으로 해석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국제 학계에서도 르페브르 이론을 도시 규모를 넘어 일상의 미시공간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어 왔으나(Elden, 2007; Schmid, 2008), 표준화된 주거 평면 내부의 미시공간을 실증적으로 검토한 사례는 아직 드물다. 본 연구는 표준화된 아파트 평면 안에서 거주자의 일상적 실천이 어떠한 조건에서 차이공간으로 전환되는지, 특히 고령자 주거의 맥락에서 어떠한 함의를 갖는지에 대한 실증적 검토를 통해 이러한 학문적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

3. 연구의 범위와 방법

본 연구는 다음의 세 가지 연구 질문을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한다. 첫째, 공간적 재현(제도적 정의)과 공간적 실천(실제 사용) 사이의 간극은 어떠한 동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둘째, 재현의 공간을 구성하는 거주자의 주관적 경험은 어떠한 구조를 지니며, 차이공간 형성에는 어떠한 조건이 작용하는가. 셋째, 발코니에서의 공간 전유 경험은 고령자의 정주성과 어떠한 관계를 갖는가.

이상의 세 질문은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을 구성하는 세 차원(공간적 재현・공간적 실천・재현의 공간)에 각각 대응하며, 이들을 순차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표준화된 주거 평면 내부에서 차이공간이 형성되는 미시적 메커니즘과 그 정책적 함의를 종합적으로 도출하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1.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과 차이공간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공간을 사회적 관계와 실천의 산물로 정의하고, 세 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였다(Lefebvre, 1991). ‘공간적 재현(representations of space)’은 계획가・설계자・제도에 의해 규정되는 개념적 공간으로 건축 설계와 법적 규정이 이에 해당한다. ‘공간적 실천(spatial practice)’은 일상적 행위와 반복을 통해 경험되는 공간이며, ‘재현의 공간(spaces of representation)’은 사용자의 경험과 상징, 감정이 투영되는 주관적 공간이다(Choi, 2018). 이 세 차원은 상호작용하며 하나의 사회적 공간을 구성한다.

특히 계획된 기능과 실제 사용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간극이 발생하며, 이 틈은 제도적 논리와 일상적 필요가 교차하는 지점으로서 새로운 공간 의미가 형성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르페브르는 획일화된 공간 질서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차이공간(differential space)’을 제시하였으며, 이는 사용 주체의 능동적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공간으로 계획 논리와 사용 논리 사이의 긴장에서 드러난다(Schmid, 2008).

차이공간 개념은 그동안 주로 도시 규모의 사회적・정치적 실천과 연결되어 논의되어 왔다(Elden, 2007). 그러나 동일한 구조의 아파트 내부에서도 거주자의 사용 방식에 따라 공간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미시적 차이공간의 형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Park, 2024).

르페브르 원전에서 차이공간은 자본주의적 추상 공간에 대한 거시적・정치적 저항의 가능성으로 제시되었다(Lefebvre, 1991). 도시 광장의 점거, 비공식 주거지의 형성, 도시 운동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본 연구가 주목하는 차이공간의 미시적 작동은 이와 구별된다. 본 연구의 미시 차이공간은 정치적 의도에 의해서가 아니라, 거주자가 자신의 일상적 필요(수납・휴식・자연 접촉 등)에 따라 계획된 공간 의도와 다른 의미를 지속적으로 생산함으로써 형성된다. 거시적 차이공간이 의도적・집단적・가시적이라면, 미시적 차이공간은 비의도적・개별적・암묵적이다.

차이공간 개념을 두 수준으로 구분하여 적용한다. 기존의 거시적・정치적 저항 수준이 아니라, 표준화된 주거 평면 안에서 거주자의 반복적 일상 실천이 계획 의도와 다른 공간적 의미를 생산하는 미시적 수준에 한정한다. 이 과정을 본 연구는 ‘일상적 차이화(everyday differentiation)’로 개념화한다.

2. 1990년대 한국 아파트 발코니의 제도적・물리적 맥락

1990년대 한국의 판상형 아파트는 1980년대 후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을 거치며 표준 주거 모델로 정착되었다(Lee, 2011). 이 시기에는 거실 전면과 주방 후면에 각각 발코니가 부가되는 평면 구성이 일반화되었다. 건축법 시행령은 발코니를 환기・채광・대피의 완충 공간으로 정의하고 실내 면적 산정에서 제외되는 부가 공간으로 규정하였으나(Cho et al., 2020), 거주자는 이를 빨래 건조・수납・원예 등 다양한 일상 행위의 장소로 활용해 왔다.

2005년 확장 합법화를 계기로 거실과 발코니의 구분이 제거되면서 확장형 평면이 일반화되었으나(Shim & Park, 2021), 일부 세대는 미확장 또는 부분 확장 상태를 유지하며 발코니의 독립적 공간성을 보존하고 있다. 본 연구가 분석 대상으로 삼는 1990년대 판상형 아파트는 이러한 제도적・물리적 변화의 한가운데에 위치하며, 거주자의 다양한 선택과 사용 양상이 공존하는 주거 유형이라는 점에서 공간생산 이론을 적용하기에 적합한 사례이다.

3. AIP와 발코니의 공간적 가능성

Aging in Place(AIP)는 고령자가 익숙한 주거와 지역사회 안에서 가능한 한 오래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정책 개념이다(Kwon et al., 2025; WHO, 2007; Wiles et al., 2012). 그러나 1990년대 표준화된 평면 구조는 노년기의 변화와 생활 양식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Lee, 2011). 외출 빈도가 감소하는 고령자에게 자연광・환기・외부 관찰이 가능한 반외부 공간은 감각적 자극과 정서적 안정에 기여한다(Beute & de Kort, 2018; Shi, Tong, & Marcus, 2019). 이러한 맥락에서 발코니는 고령자 주거의 잠재적 공간 자원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AIP 논의는 주로 주거 시설의 물리적 안전성(문턱 제거, 미끄럼 방지, 휠체어 접근성 등)에 초점을 두어 왔으며, 거주자의 능동적 공간 사용과 정주성의 관계에 대한 검토는 충분하지 않았다. 본 연구는 발코니에서의 공간 전유 경험이 고령자의 정주성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르페브르의 이론적 틀을 통해 검토함으로써, AIP 논의를 거주자의 주체적 공간 경험 차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III. 연구 방법

본 장은 연구 수행을 위한 분석 틀과 조사 방법론을 기술한다. 먼저 분석 틀과 통계 분석 방법을 제시하고, 이어서 조사 대상과 표본 특성, 설문과 인터뷰 설계를 차례로 설명한다.

1. 분석 틀과 통계 분석 방법

본 연구는 르페브르의 세 차원 개념을 1990년대 판상형 아파트 발코니 분석에 적용하기 위해 분석 틀을 설정하였다<Table 1>. ‘공간적 재현’ 차원은 건축법상 발코니의 정의・평면 계획・확장 정책 등 제도적 규정으로 문헌 고찰을 통해 분석한다. ‘공간적 실천’ 차원은 발코니의 사용 행태와 빈도이며 설문 Q11~Q18과 인터뷰로 파악한다. ‘재현의 공간’ 차원은 거주자의 주관적 의미로 설문 Q22(전유), Q25(설계 이탈), Q26(자연광)으로 측정한다. 본 연구는 세 차원의 교차 지점에서 발코니가 차이공간으로 기능할 가능성과 차이공간 형성에 작용하는 심리적 조건(Q10 우울감)을 분석한다.

Table 1.

Lefebvre’s Dimensions and Research Variables

Dimension Analysis method Variables
Spatial
representation
Building code,
Plan, Policy
Literature review: Building Code Enforcement Decree, 1990s floor plan, 2005 expansion legalization
Spatial
practice
Q11 Frequency of front balcony use
Q12-Q16 Uses (multiple response): laundry / gardening / storage / resting / traditional jars
Q17 Balcony noise satisfaction
Q18 Discomfort level during balcony use
Spaces of
representation
Q22
(Appropriation)
“Using the space in my own way” → Active appropriation
Q25
(Design deviation)
“Using differently from design intent” → Perception of norm deviation
Q26
(Environmental value)
“Access to natural light and ventilation is important” → Environmental value
Mediating
factor
Q10
(Depression)
Single-item depressive symptom measure
Residential
intention
Q28 Future preferred housing (binary)
Conflict
perception
Q24 Feeling that balcony use conflicts with regulations

각 설문 문항이 르페브르의 차원을 대표하는 이론적 근거는 다음과 같다. Q22(“나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는 르페브르가 재현의 공간의 핵심으로 지목한 ‘주관적 의미 투영’과 ‘능동적 전유(appropriation)’ 개념에 직접 대응한다. Q25(“설계 의도와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거주자가 제도적 공간 규범(공간적 재현)과 자신의 실천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측정하며, 차이공간 형성의 자각적 측면을 포착한다. Q26(“자연광과 환기 접촉이 중요하다”)은 공간의 환경적・감각적 가치에 대한 주관적 부여를 측정하며, 재현의 공간의 ‘상징적・정서적 의미’ 차원에 해당한다. 세 문항은 모두 객관적 사실이 아닌 거주자의 주관적 평가를 묻는 진술문 형식을 취하며, 이는 재현의 공간이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의미 부여를 통해 구성된다는 르페브르의 이론적 입장과 부합한다.

정주성은 설문 항목 “향후 살고 싶은 주거”의 응답을 활용하여 이분형 변수로 조작화하였다. ‘현재 아파트’를 선택한 응답자(n = 28, 56%)는 유지 집단으로, ‘실버타운’, ‘자녀 동거’, ‘요양시설’ 등 다른 주거 형태를 선택한 응답자(n = 22, 44%)는 이주 희망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이러한 이분화는 점이연 상관(point-biserial)을 통한 전유 경험과 정주 의향 간 관계 분석을 위한 조작적 정의이다.

설문 자료의 통계 분석은 비모수 기법을 적용하였다. 표본 규모(N = 50)와 리커트 척도 자료의 분포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집단 간 비교는 Mann-Whitney U 검정으로 수행하였으며, 전면 확장 1명을 부분 확장과 통합하여 확장 범주(n = 16)로 재코딩하였다. 변수 간 관계는 Spearman 순위상관과 점이연 상관(point-biserial)으로 분석하였고, 범주형 변수 간 관계는 Fisher 정확검정을 적용하였다. 유의 수준은 α = .05로 설정하였으며, 본 연구의 탐색적 성격을 고려하여 다중 비교 보정(Bonferroni 등)은 적용하지 않았다. 보고된 유의확률은 모집단 효과의 확정적 증거가 아닌 후속 연구에서 검증되어야 할 가설의 우선순위를 시사하는 탐색적 지표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러한 한계는 효과 크기(OR, ρ, rpb)의 병행 보고를 통해 보완하고자 하였다.

2. 조사 대상과 표본

본 연구는 광주광역시 소재 1990년대 판상형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동일한 평면 체계를 공유하는 주거 유형으로 한정함으로써 발코니 사용 방식의 차이를 비교 가능한 조건에서 분석하였다. 광주광역시는 노인 아파트 거주 비율과 자가 점유율이 높아 장기 거주 기반의 공간 활용 양상을 관찰하기에 적합하다(Baek & Lee, 2022).

본 연구의 설문조사는 총 5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응답자는 만 65세 이상 고령 거주자로 한정하였다. 표본은 남성 23명(46%), 여성 27명(54%)이며,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가 31명(62%)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거주 기간은 20년 이상이 31명(62%)으로 대부분 장기 거주자이다. 발코니 변형은 미확장 34명(68%), 부분 확장 15명(30%), 전면 확장 1명(2%)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표본 크기(N = 50)는 통계적 일반화를 목적으로 하는 모집단 추론 연구에 비해 제한적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모집단 효과 크기 추정이 아니라,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을 주거 미시공간에 적용하는 새로운 이론적 틀의 작동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목적을 둔다. 동질적 모집단(1990년대 판상형 아파트 거주 65세 이상 고령자)에 한정한 단지 단위 심층 조사이며, 단일 문항 측정의 한계는 5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한 삼각검증으로 보완하였다(Kennedy, Buys, & Miller, 2015). 따라서 본 연구의 통계 분석은 모집단 추정이 아니라 변수 간 관계의 탐색과 후속 가설 도출을 목적으로 한다.

3. 설문 구성 및 인터뷰 설계

설문 문항은 총 30개로 5점 리커트 척도를 사용하였다(1 = 전혀 그렇지 않다, 5 = 매우 그렇다). 각 문항은 앞서 제시한 분석 틀<Table 1>에 따라 르페브르의 세 차원에 대응시켜 설계하였다. 재현의 공간 차원의 핵심 문항은 Q22(“나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Q25(“원래의 아파트 설계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고 느낀다”), Q26(“발코니를 통한 자연광과 환기 접촉이 삶의 질에 중요하다”)이다. 본 조사의 단일 문항 측정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심층 인터뷰에 기반한 주제 분석을 병행하는 삼각검증(triangulation) 전략을 채택하였다(Kennedy, Buys, & Miller, 2015).

설문 문항의 개발은 다음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 첫째, Lefebvre(1991)의 공간생산 이론에서 제시된 세 차원의 개념적 정의를 검토하고, 각 차원을 발코니라는 미시공간에 적용 가능한 진술문으로 조작화하였다. 둘째, 기존 주거 만족도 및 공간 인식 연구에서 사용된 척도(Cho et al., 2020; Shim & Park, 2021)를 참고하여 5점 리커트 척도를 채택하였다. 셋째, 인구 변수(Q1~Q9), 공간 실천(Q11~Q18), 심리 변수(Q10), 재현의 공간 변수(Q22, Q25, Q26), 정주 의향(Q28) 등 총 30개 문항으로 설문지를 구성하였다. 넷째, 예비 응답자 3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검토를 통해 문항의 명료성을 확인한 후 일부 표현을 수정하였다. 다만 본 연구의 핵심 변수(Q22, Q25, Q10) 대부분이 단일 문항 측정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VII장에서 한계로 명시하였다.

인터뷰 대상자는 발코니 변형 유형을 고려하여 설문 응답자 중 5명을 선정하였다. 구성은 미확장 3명(응답자 13, 18, 21번), 부분 확장 1명(2번), 전면 확장 1명(12번)이다. 반구조화 면담을 수행하였으며, 1인당 평균 40분 동안 진행되었다. 인터뷰 녹취록은 Braun and Clarke(2006)의 6단계 주제 분석 절차(자료 친숙화, 초기 코드 생성, 주제 탐색, 주제 검토, 주제 정의・명명, 보고서 작성)를 따라 분석하였다. 두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초기 코딩을 수행한 후, 도출된 코드를 비교하여 일치 여부를 검토하였다. 코드 간 불일치가 발생한 부분은 원자료로 돌아가 재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합의에 도달하였다. 최종적으로 변형 유형, 공간 사용 양상, 물리적 제약 인식, 자연 접촉 시도라는 4개 주요 주제와 하위 주제들이 도출되었다.

IV. 공간적 재현과 실천의 간극

본 장은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에서 첫 번째 핵심 쟁점, 즉 계획된 공간(공간적 재현)과 실제 사용되는 공간(공간적 실천) 사이의 간극을 검토한다. 먼저 제도적 정의와 실제 사용의 불일치를 확인하고, 이어서 그 간극의 동인을 규명하며, 마지막으로 공간적 실천이 물리적 형태를 넘어 공간 경험을 형성한다는 이론적 명제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1. 제도적 정의와 실제 사용의 불일치

건축법 시행령은 발코니를 건축물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완충 공간으로 정의하며 환기・채광・대피라는 제도적 기능을 부여한다. 그러나 설문 결과는 발코니의 실제 사용이 이러한 제도적 정의를 상당히 초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면 발코니의 주요 활용 용도를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Table 2>, 빨래 건조 44명(88%), 원예 28명(56%), 수납 27명(54%), 휴식 10명(20%), 장독대 8명(16%)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건축법이 규정한 환기・채광・대피 기능은 명시적으로 선택된 사례가 드물었다.

이러한 양상은 계획된 기능과 실제 사용 사이의 간극이 제도적 논리와 일상적 필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공간 의미가 형성될 가능성을 내포함을 시사한다(Lefebvre, 1991). 즉 발코니는 공간적 재현과 공간적 실천 사이에 실질적 간극이 발생하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Table 2.

Balcony Uses (N = 50) and Comparison by Extension Status

Use Type Total (%) Not Ext. (n = 34) Ext. (n = 16) p
Laundry drying 44 (88%) 30 (88%) 14 (88%) 1.000
Home gardening 28 (56%) 18 (53%) 10 (63%) .559
Storage 27 (54%) 23 (68%) 4 (25%) .007**
Resting area 10 (20%) 6 (18%) 4 (25%) .707
Traditional (jars) 8 (16%) 5 (15%) 3 (19%) .699

Note: Multiple responses allowed. Fisher’s exact test.

**p < .01

2. 간극의 기능적 동인 - 수납의 필요성

앞 절에서 확인한 간극은 어떠한 동인에 의해 발생하는가. 기존 연구는 발코니를 유지하는 동기를 주로 자연 접촉, 환경적 가치, 정서적 애착 등의 질적 요인에 귀속시켜 왔다(Shim & Park, 2021). 그러나 본 연구의 설문 결과는 이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발코니 확장 여부에 따른 사용 용도의 차이를 Fisher 정확검정으로 분석한 결과, 수납 용도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 미확장 세대의 68%(23/34명)가 발코니를 수납 용도로 활용한 반면, 확장 세대에서는 25%(4/16명)에 그쳤다(OR = 6.27, p = .007). 반면 빨래 건조, 원예, 휴식, 장독대 사용에서는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p > .15).

이러한 결과는 발코니를 미확장 상태로 유지하는 선택이 ‘반외부 공간의 환경적 가치를 보존하고자 하는 정서적 동기’보다 ‘수납 공간 확보’라는 기능적 필요와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즉 공간적 재현과 공간적 실천 사이의 간극은 거주자의 정서적 선택보다는 기능적 필요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르페브르의 간극 공간(interstitial space) 개념을 구체화하는 실증적 단초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기존 발코니 사용 연구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Shim and Park(2021)이 발코니 유지의 동기로 자연 접촉과 정서적 가치를 강조한 반면, 본 연구는 미확장 선택의 핵심 동인이 수납 필요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Cho et al.(2020)이 정책적 관점에서 발코니의 기능적 가치를 논의한 것과 달리, 본 연구는 표준화된 평면 내부의 수납 부족이라는 구조적 조건이 발코니의 사용 양상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요인일 수 있음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다만 본 연구의 표본 한계를 고려할 때, 이러한 발견의 일반화 가능성은 후속 연구를 통해 검증될 필요가 있다.

3. 물리적 형태를 넘어선 공간 경험

르페브르의 이론은 “공간은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 생산된다”는 명제를 담고 있다(Lefebvre, 1991). 앞 절에서 발코니의 간극이 기능적 필요에 의해 발생함을 확인하였다면, 본 절에서는 그 위에서 형성되는 공간 경험이 물리적 형태와 어떠한 관계를 갖는지를 검토한다.

만약 발코니의 물리적 형태(확장/미확장)가 공간 경험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면, 두 집단 간에 주거 만족도, 심리적 웰빙, 공간 인식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Mann-Whitney U 검정 결과<Table 3>, 15개 리커트 문항 중 소음 만족도(Q17) 하나를 제외한 14개 문항에서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심리적 웰빙(Q9~Q12), 건강 만족도(Q13), 주거 만족도(Q14~Q19), 공간 전유 인식(Q22), 설계 이탈 인식(Q25), 자연광 중요도(Q26) 모두 확장 여부와 무관하였다.

Table 3.

Key Comparisons by Extension Status (Mann-Whitney U)

Variable Not Ext. M (SD) Ext. M (SD) U p
Q17 Noise 3.32 (1.01) 2.75 (1.24) 368 .037*
Q22 Appropriation 3.26 (1.05) 2.75 (0.93) 328 .191
Q19 Overall sat. 3.82 (0.94) 3.56 (1.09) 309 .421
Q12 Life satisfaction 4.26 (0.86) 4.31 (0.79) 268 .937
Q26 Natural light 4.06 (0.89) 4.06 (0.93) 272 1.000

Note: *p < .05. Full 15 variables in appendix.

유일한 예외인 소음 만족도(Q17)에서는 미확장 세대(M = 3.32)가 확장 세대(M = 2.75)보다 높게 나타났으며(U = 368, p = .037), 이는 발코니가 음향적 완충층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이는 14개 변수가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는 전반적 결과 안에서 부분적 예외에 해당한다.

이러한 결과는 확장 여부라는 물리적 조건과 고령 거주자의 주거 경험 사이에 뚜렷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본 장에서 확인된 두 가지 사실, 즉 간극의 발생이 기능적 필요에 의한 것이며, 그 위에서 형성되는 공간 경험이 물리적 형태와 무관하다는 점은 르페브르의 이론적 명제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단초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확장 합법화 이후 면적 확대 중심의 정책적 흐름에 대한 재고를 요구한다. 면적 확대보다 거주자의 일상적 실천을 지지하는 공간 설계가 주거 경험에 더 의미 있는 변수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V. 재현의 공간과 차이공간의 형성

본 장은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에서 두 번째 핵심 쟁점, 즉 재현의 공간과 차이공간의 형성 조건을 검토한다. 4장에서 공간적 재현과 공간적 실천 사이의 간극이 기능적 필요에 의해 발생하며, 그 위에서 형성되는 공간 경험이 물리적 형태와 무관함을 확인하였다. 본 장에서는 그 간극 위에서 거주자의 주관적 경험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분석한다.

1. 재현의 공간이 갖는 다차원성

Lefebvre의 ‘재현의 공간’은 사용자의 경험과 상징, 감정이 투영되는 주관적 차원이다. 기존 연구는 이 차원을 ‘장소 애착’, ‘공간 만족’ 등 단일한 긍정적 경험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본 절에서는 이 차원이 내적으로 분화된 구조를 지니는지를 세 문항(Q22 전유, Q25 설계 이탈, Q26 자연광)의 관계를 통해 검토한다.

각 문항의 분포는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Table 4>. Q26(자연광)은 M = 4.06(SD = 0.91)으로 가장 높았으며, 전체 응답자의 62%가 5점을 선택하여 천장 효과(ceiling effect)에 가까운 분포를 나타냈다. 반면 Q22(전유)는 M = 3.10(SD = 1.04)으로 중간 수준이었고, Q25(설계 이탈)는 M = 2.32(SD = 1.13)로 낮은 평균을 보였다.

Table 4.

Spatial Perception Variables (N = 50)

Variable M SD Median
Q22 Appropriation 3.10 1.04 3
Q25 Design deviation 2.32 1.13 2
Q26 Environmental value 4.06 0.91 4

Note: 5-point Likert. Q22 × Q26: ρ = +.027 (p = .852); Q22 × Q25: ρ = -.184 (p = .202).

세 문항 간 Spearman 상관 분석 결과, Q22 × Q26은 ρ= +.027(p = .852), Q22 × Q25는 ρ = -.184(p = .202)로 사실상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즉 세 변수는 통계적으로 독립적인 차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재현의 공간 차원이 단일한 긍정적 경험이 아니라 내적으로 분화된 다차원 구조를 지님을 시사한다. 환경적 가치 인식(Q26)은 천장 효과를 보이는 보편적 차원으로 개인차를 변별하지 못하며 문화적 공통 인식에 가깝다. 전유 인식(Q22)은 개인차가 큰 차별적 차원으로 르페브르가 재현의 공간의 핵심으로 지목한 ‘주관적 의미 투영’에 가장 근접한 변수로 평가된다. 설계 이탈 인식(Q25)은 규범 지각 차원으로 다른 주관적 경험 변수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2. 차이공간 형성의 심리적 조건

그렇다면 어떠한 조건에서 거주자의 실천이 차이공간의 형성으로 이어지는가. 본 절은 설계 이탈 인식(Q25)에 주목한다. Q25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거주자가 제도적 공간 규범을 넘어서는 실천을 자각하는 긍정적 신호일 수도, 자신의 실천을 정당한 사용이 아닌 ‘이탈’로 경험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인가는 Q25가 어떤 변수와 상관되는가에 달려 있다.

만약 Q25가 능동적 전유의 신호라면 Q22(전유 인식)와 양의 상관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분석 결과, Q22와 Q25의 상관은 ρ = -.184(p = .202)로 유의하지 않았다. 즉 설계 이탈 인식은 전유 인식과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오히려 Q25는 우울감(Q10)과 강한 상관을 보였다(ρ = +.521, p < .001)<Table 5>. 우울감이 높은 고령자일수록 자신의 발코니 사용을 “설계 의도와 다르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설계 이탈 인식이 낮은 집단(Q25 ≤ 2, n = 28)의 평균 우울감은 M = 1.75였던 반면 높은 집단(Q25 ≥ 4, n = 10)은 M = 2.60이었다. Q25는 Q24(규정 충돌 인식)와도 유의한 양의 상관을 보였다(ρ = +.367, p = .009).

Table 5.

Key Correlations

Variable pair ρ/rpb p
Q10(Depression) × Q25(Design deviation) +.521 < .001***
Q22(Appropriation) × Residential intention +.322 .022*
Q24(Conflict) × Q25(Deviation) +.367 .009**
Q17(Noise) × Q22(Appropriation) +.316 .025*
Q22 × Q26(Natural light) +.027 .852

Note: Q22 × Residential intention is point-biserial.

*p < .05

**p < .01

***p < .001

이러한 상관 구조는 설계 이탈 인식이 능동적 전유의 결과가 아니라 제도적 규범에 대한 과잉 내면화의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거주자는 제도적 공간 규범을 더 강하게 의식하며, 동일한 일상적 실천을 수행하면서도 이를 ‘규범으로부터의 이탈’로 경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발견은 차이공간의 형성이 반복적 실천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가 자신의 실천을 정당한 공간 사용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이 매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는 기존 르페브르 연구에서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미시적 수준의 이론적 시사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3. 전유 경험과 정주성

앞 절에서 차이공간의 형성에 심리적 안정이 매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 위에서 형성된 전유 경험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가. 본 절은 특히 고령자의 정주성(Aging in place) 유지와의 관계에 주목한다.

III.1절에서 제시한 이분화 기준에 따라, ‘향후 살고 싶은 주거’로 ‘현재 아파트’를 선택한 응답자 28명(56%)을 유지 집단으로, 다른 형태의 주거를 선택한 22명(44%)을 이주 희망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두 집단의 전유 인식 평균을 비교한 결과, 유지 집단 M = 3.39(SD = 1.03), 이주 희망 집단 M = 2.73(SD = 0.98)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었다(U = 404, p = .036). 점이연 상관 분석에서도 Q22와 정주 의향 사이에 유의한 양의 관계가 확인되었다(rpb = +.322, p = .022).

주목할 점은 이 관계가 Q22에만 특유하다는 사실이다. Q26 자연광(rpb = +.148, p = .305), Q19 주거 만족(rpb = +.135, p = .348), Q13 건강 만족(rpb = +.043, p = .768), Q10 우울감(rpb = -.055, p = .703) 모두 정주 의향과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주거 만족도・건강 상태・환경적 가치 인식과 정주성 사이의 관련성이 두드러지지 않음을 시사한다.정주 의향을 예측하는 변수는 발코니를 ‘나의 방식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전유 경험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재현의 공간 차원의 핵심 변수에 해당한다. 거주자가 주거 공간의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전유하는 경험은 단순한 공간 만족을 넘어 그 공간에 머무르려는 의지와도 연결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정리하자면 본 장에서는 세 가지 사실을 확인하였다. 재현의 공간 차원이 다차원 구조를 지니고, 차이공간의 형성에 심리적 안정이 매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그 위에서 형성된 전유 경험이 정주성과 양의 관계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는 르페브르의 차이공간 개념을 주거 미시공간 수준에서 구체화하는 동시에, 그 형성 메커니즘에 심리적 매개라는 새로운 차원을 시사하는 이론적 시사점을 갖는다.

VI. 인터뷰를 통한 사례 해석

본 장은 5명의 인터뷰 자료를 통해 IV~V장의 통계적 관계가 실제 거주 경험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해석적으로 확인한다. 이는 단일 문항 측정의 한계를 보완하는 삼각검증의 의미를 가지며, 인터뷰 분석 결과는 <Table 6>에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Table 6.

Thematic Analysis of Interview Keywords by Modification Type

Theme Sub-theme Not Ext.
(R13/18/21)
Partial Ext.
(R2)
Full Ext.
(R12)
Spatial use Storage/
garden
Essential auxiliary space (items, plants, laundry) Separated functions (storage, traditional jars) Reorganized functions after living room integration
Daily support Core of housework Kitchen auxiliary Activity space expansion
Thermal env. Cold concern Driver of avoiding extension Partial blocking effect Additional insulation needed
Natural contact Sunlight, garden Continued on balcony Continued on maintained part Moved to living room window
Physical constraint Insulation Common concern Common concern Common concern
Space identity Boundary Independent auxiliary space Two separated spaces Part of living room

Note: R = Respondent number. Coding based on Braun and Clarke (2006).

1. 변형 유형별 사례

미확장 집단의 세 응답자(13, 18, 21번)는 발코니를 확장하지 않은 이유로 공간의 적정성과 열환경 우려를 공통적으로 제시하였다. 응답자 13번은 “가족의 구성상 공간이 적정함. 발코니 확장으로 인한 추위 증가”를 유지 이유로 들었다. 응답자 18번은 발코니를 “물품보관, 화분, 빨래 건조대가 있는 일상 생활의 보조공간”으로 규정하였으며, 응답자 21번은 발코니 부재 시 “가사노동의 불편과 물품보관에 관한 고민 증가”를 예상하였다. 이러한 인식은 4장에서 확인한 ‘미확장 선택의 핵심 동인이 수납 공간의 확보’라는 통계적 발견(OR = 6.27, p = .007)과 부합한다.

부분 확장 사례인 응답자 2번은 “거실이 협소하여 일부만 확장. 창고로 활용하는 발코니 공간 필요”라고 응답하였다. 확장된 부분은 일상 활동의 연속적 공간으로, 유지된 부분은 창고・장독대・원예의 분리된 보조 공간으로 각각 기능하고 있다. 전면 확장 사례인 응답자 12번은 “거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확장함”을 이유로 모든 발코니를 확장하였으나, 확장 이후에도 “화분을 두고 컴퓨터 책상을 설치”하여 활동 공간을 재조직하였다.

2. 공간 전유의 구체적 양상

세 변형 유형을 가로질러 확인되는 공통점은, 모든 응답자가 발코니 또는 발코니가 있던 공간을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추어 조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확장 집단에서 전유는 물품 배치, 화분 관리, 빨래 건조의 반복적 행위로 나타난다. 부분 확장 사례에서는 기능의 명시적 분화로, 전면 확장 사례에서는 통합된 공간 내의 기능적 지대 설정으로 각각 실현된다.

예를 들어 부분 확장 사례인 응답자 2번은 “확장한 거실 쪽은 가족이 모일 때 쓰고, 안 한 쪽은 내 텃밭처럼 꾸며놓고 매일 들여다본다”고 진술하여, 동일한 발코니에서 가족 관계와 개인 활동이라는 두 차원의 공간 의미가 분리되어 공존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전면 확장 사례인 응답자 12번도 “창문 앞에 화분을 쭉 세워두고 아침마다 물을 주는 게 일과인데, 그게 없으면 좀 허전할 것 같다”고 진술하여, 물리적으로는 발코니가 사라졌음에도 자연 접촉이라는 활동의 질적 내용은 거실 창가로 이전되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4장의 “확장 여부가 15개 공간 경험 변수 중 14개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통계적 결과의 구체적 단면이다. 또한 세 유형 모두에서 외부 환경과의 감각적 연결에 대한 지속적 시도가 관찰되었다. 미확장 집단은 발코니의 화분 관리와 자연광 접촉을, 부분 확장 사례는 유지된 발코니에서 일광욕과 화분 배치를, 전면 확장 사례는 확장된 거실 창가의 화분 배치를 지속하고 있었다. 공간의 물리적 형태가 변화하더라도 거주자가 추구하는 활동의 질적 내용은 연속되며, 전유 행위는 물리적 공간의 존재 여부보다 거주자가 가진 생활 방식의 일관성에 의해 규정된다.

3. 물리적 제약과 사용의 긴장

전유의 지속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응답자는 발코니 사용에서 물리적 제약을 경험하고 있었다. 단열 문제는 가장 광범위하게 인식되는 제약이며, 확장 여부와 무관하게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미확장 응답자 13번은 “발코니 확장으로 인한 추위 증가”를 우려하였다. 전면 확장 사례인 응답자 12번도 확장에 대한 전반적 만족에도 불구하고 “단열에 신경쓸 것임”이라고 응답하여, 확장이 열환경의 근본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는 1990년대 아파트 발코니가 가진 구조적 한계로, 건축 단계에서의 표준 개선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본 장의 인터뷰 사례들은 통계 분석 결과를 거주자의 일상 언어로 구체화하는 동시에, 변형 유형과 무관한 공통적 물리적 제약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양적 분석을 보완하는 의의를 갖는다.

VII. 결 론

본 연구는 1990년대 판상형 아파트 발코니를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을 통해 고령자 주거 맥락에서 분석함으로써, 표준화된 주거 미시공간에서 차이공간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을 탐색하였다. 광주광역시 65세 이상 고령자 50세대 대상 설문조사와 5명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비모수 통계분석과 질적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간적 재현과 공간적 실천 사이의 간극은 정서적 동기보다 기능적 필요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발코니의 실제 사용은 빨래 88%, 원예 56%, 수납 54%로 건축법상 완충 공간이라는 제도적 정의를 상당히 초과하고 있으며, 미확장 선택의 핵심 동인은 수납 공간의 확보로 나타났다(68% vs 25%, p = .007). 또한 확장 여부에 따른 공간 경험의 차이는 15개 변수 중 14개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공간이 물리적 형태가 아닌 일상적 실천을 통해 생산된다는 르페브르의 이론적 명제를 뒷받침하는 경험적 단초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차이공간의 형성 과정에는 거주자의 심리적 상태와의 관련성이 관찰되며, 이는 차이공간 형성의 가능한 매개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우울감이 높은 고령자일수록 자신의 발코니 사용을 설계 의도로부터의 이탈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인되었으며(ρ = +.521, p < .001), 이는 능동적 전유를 억제할 수 있는 구조적 양상을 시사한다. 재현의 공간 차원은 환경적 가치 인식(Q26), 전유 인식(Q22), 설계 이탈 인식(Q25)이 서로 독립적으로 분포하는 다차원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차이공간이 반복적 실천만으로 형성되지 않으며, 거주자가 자신의 실천을 정당한 공간 사용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기반이 매개하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셋째, 발코니에서의 공간 전유 경험은 고령자의 정주성과 유의한 양의 관련성이 관찰된다(rpb = +.322, p = .022). 이 관계는 전유 인식(Q22)에만 특유하게 나타났다. 주거 만족도・건강 상태・환경적 가치 인식 등 다른 변수는 정주 의향과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고령자의 AIP가 물리적 시설 조건보다 거주자의 공간 전유 가능성에 의해 지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상의 발견을 종합하면, 발코니에서 차이공간이 형성되는 과정은 네 단계로 설명될 수 있다. 1단계는 공간적 재현의 부여, 2단계는 공간적 실천에 의한 간극의 발생, 3단계는 재현의 공간의 형성, 4단계는 차이공간의 생성(일상적 차이화)이다. 이 과정 전반에 거주자의 심리적 안정이 매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것이 확보될 때 능동적 전유가 가능해질 가능성이 시사된다. 이상의 형성 메커니즘을 <Figure 1>에 종합하였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khousing/2026-037-03/N0450370313/images/Figure_khousing_37_03_13_F1.jpg
Figure 1.

Micro-Scale Formation Mechanism of Differential Space in Apartment Balconies

본 연구는 면적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아파트 발코니를 르페브르의 공간생산 이론을 통해 고령자 주거 맥락에서 재해석하였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특히 차이공간 개념을 주거 미시공간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그 형성 메커니즘에 거주자의 심리적 안정이라는 새로운 매개 요인을 탐색적으로 시사하였다는 점에서 이론적 시사점을 갖는다. 또한 ‘공간적 재현–공간적 실천–재현의 공간’의 삼중 분석 틀은 향후 주거 미시공간 연구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법론적 의의를 갖는다.

실천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발코니를 면적 확장의 대상이 아니라 고령자의 전유 경험과 정주성을 지지하는 공간 자원으로 재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발코니 계획의 구체적 방향은 다음의 네 축으로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신체적 접근성 측면에서 문턱 제거・미끄럼 방지 마감・낮은 단차의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열환경 측면에서 단열 보강과 환기 시스템의 개선은 모든 변형 유형의 거주자가 공통적으로 제기한 제약으로, 건축 단계에서의 표준 개선이 요구된다. 셋째, 전유 가능성 확대 측면에서 화분 선반・유연한 수납 시스템・다목적 작업대 등 거주자가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추어 공간을 재조직할 수 있는 설계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넷째, 심리적 안정 지원 측면에서 발코니 공간 활용에 대한 정보 제공과 사회 활동 프로그램이 공간 정책과 연계될 때 비로소 발코니의 공간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이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네 축의 통합적 접근은 AIP를 단순한 시설 안전성 확보를 넘어, 거주자의 능동적 공간 사용을 지지하는 차원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다음의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광주광역시 단일 도시의 50세대(N = 50)를 대상으로 한 탐색적 파일럿 조사로서 통계적 일반화에는 명확한 제약이 있으며, 지역별 거주 문화의 차이를 고려할 때 결과를 다른 지역에 직접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을 요한다. 핵심 변수(Q22, Q25, Q10)는 모두 단일 문항 측정에 의존하였고, 특히 Q10은 표준화된 임상 우울 척도가 아니므로 임상적 의미의 ‘우울’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을 요한다. 횡단적 조사 설계로 인해 변수 간 인과관계의 방향성을 확정할 수 없다. 발코니의 물리적 특성에 대한 실측 자료와 평면도 분석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가설 생성형 탐색 연구로서의 가치를 가지며, 발견된 세 관계는 후속 연구에서 검증되어야 할 가설을 제시한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지역 확대 표본(N ≥ 200)과 표준 척도(GDS-SF 등)를 활용하여 통계적 일반화 수준에서 검증하고, 종단 설계 또는 구조방정식 모형을 통해 우울감 → 설계 이탈 → 전유 억제 → 정주 의향 저하의 매개 경로를 인과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후속 연구의 축적이 한국적 AIP의 구체적 방향을 형성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Acknowledgements

본 연구는 2025학년도 조선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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