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1. 연구의 배경과 목적
주거정책은 여느 정책과 마찬가지로 계획을 기반으로 시행된다. 우리나라에서 주거정책과 관련한 계획은 「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된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률에 따라 중앙정부는 ‘국민주택건설계획(이후 주택건설종합계획으로 명칭 변경)’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건설’을 위한 자금 및 택지 조달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 중앙정부에 의해 수립되어 지방정부에 ‘시달’되는 것이었다.
2003년 5월, 「주택건설촉진법」의 전부개정을 통해 등장한 「주택법」에서는 ‘주택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였다. 기존 주택건설종합계획과 달리, 주택공급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저소득자·무주택자 등 주거복지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지원,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주거환경 조성 및 정비, 주택 리모델링 등을 추가적으로 다루도록 하였다. 또한, 이 계획은 10년 단위로 수립하게 되는데, 시·도에서도 관할지역에 대해 주택종합계획을 별도로 수립하도록 함으로써, ‘시달’되는 계획이 아닌 ‘지방자치’에 기반한 계획 수립 및 시행이 가능하게 되었다.
한편, 2015년 6월, 「주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계획수립에 관한 사항이 「주택법」에서 「주거기본법」으로 이관되었다. 이 법률은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주택정책’은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서 ‘주거정책’으로 확장되었다. 동법 제3조에 근거할 때, 주거정책은 양질의 주택 공급, 주거비 지원, 주거지원 필요계층 우선지원, 주거약자 지원, 주택관리, 주거환경 정비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규정되었고, 그에 따라 관련 계획의 명칭도 ‘주택종합계획’에서 ‘주거종합계획’으로 변경되었다. 물론, 주택종합계획과 마찬가지로 시·도는 자체적인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 길지 않은 역사이지만, 주거정책에 대한 계획체계는 몇 차례 수정되면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근거법률과 계획명칭이 바뀌는 과정에서 계획에서 다루는 범위가 넓어졌고, 자체적인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지방정부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현행 주거종합계획은 더 보완되거나 발전할 필요가 없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계획수립 과정에 들인 공에 비해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계획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계획의 목적이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장래의 여러 리스크에 대응하는데 있다면, 계획의 필요성을 결코 가볍게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주거종합계획으로 대별되는 주거정책 관련 계획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자 하며, 이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사례를 검토하려 한다.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국가마다 나름의 역사성을 갖고 발전해왔지만, 우리나라의 계획체계가 갖는 성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새로운 상상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해외 경험을 준거로 삼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상의 맥락에서 본 연구는 해외사례로서 잉글랜드의 계획체계를 선정했다. 2000년대 이후 잉글랜드는 주택공급 부족에 직면하여 계획체계의 운용 및 개편에서 주택공급 확대가 중요한 과제로서 다뤄져 왔다. 우리나라의 주거종합계획은 주택공급뿐만 아니라 주거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의 주거정책을 포괄하고 있지만, 사실상 주택·택지의 수요 및 공급, 공공주택의 공급에 관한 사항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잉글랜드 계획체계 변화가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잉글랜드의 계획체계는 지방정부의 완전한 자율성보다는 중앙정부의 영향력과 지방정부의 주도성이 공존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1) 따라서 주거정책에서 중앙정부 주도성이 강한 우리나라 계획체계의 변화를 모색할 때 잉글랜드의 사례는 정책판단의 준거가 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두 가지 측면에서 잉글랜드의 계획체계 변화를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검토할 타당성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이에 본 연구는 잉글랜드 계획체계 변화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우리나라 주거정책 관련 계획체계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 함의를 도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
2. 연구의 범위와 방법
본 연구에서 사례로 다루는 잉글랜드(England)는 영국(United Kingdom)에서 스코틀랜드(Scotland), 웨일즈(Wales),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를 제외한 지역이다. 1997년 스코틀랜드와 웨일즈에서 시행된 국민투표와 1998년 북아일랜드와의 협정을 통해 영국의 분권화가 본격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주택정책도 분권화 대상에 포함되었다(Jang, 2021). 따라서 원활한 논의를 위해서는 영국 전체가 아니라 잉글랜드로 지리적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주거위기(housing crisis)’는 2004년 자가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영국 내에서 담론화된 용어로, 현재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자가소유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능력 저하, 주거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실태 등 전반적인 주거문제를 가리키는 범용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계획체계(planning system)’는 목표 설정, 계획의 수립, 실행 등 일련의 절차와 형식이 일정한 원칙에 따라 조직되어 있는 상태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정의에 맞춰서 잉글랜드의 사례를 검토하고 시사점을 도출할 것이다.2) 하지만 본 연구는 주거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도시계획 전반을 다루기보다 주거정책에 대한 계획체계, 특히 잉글랜드와 우리나라의 계획체계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도록 주택공급과 관련한 계획체계로 한정할 것이다. 시간적으로는 2000년대 중반 잉글랜드에서 주거위기 담론이 촉발된 이후 전개된 계획체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하는데, 이 시기 잉글랜드 계획체계의 주요 특성인 주택공급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성 강화, 주거소요 산정방식의 변화 등이 주로 다뤄질 것이다.
한편, 본 연구는 이론에 기반한 실증분석 연구라기보다는 단일 국가의 정책발전이나 제도적 성격을 다루는 질적 사례연구의 성격을 갖는다. 하지만, 단순히 단일사례에 대한 기술(description)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비교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 사례 연구라 할 수 있다.3) 이에 제Ⅳ장에서는 계획체계의 주요 속성을 중심으로 잉글랜드와 우리나라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계획체계의 특성을 도출하고자 했다.
잉글랜드의 계획체계에 대한 사례연구는 전문가자문과 문헌연구를 통해 진행했다. 주거정책과 관련한 우리나라 계획체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잉글랜드 사례에 대한 개괄적 이해를 바탕으로 2022년 3월부터 런던에 체류하면서 전문가 자문 및 자료조사를 시행했다. 현지의 관련 전공자 3인으로부터 참고할만한 웹사이트와 저명한 해외 연구자의 논문을 추천받거나 잉글랜드 계획체계의 특성 등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4) 더불어 최근 잉글랜드 계획체계 변화와 주택공급 정책에 대해 연구를 진행 중인 국내 연구자와도 교류하면서 관련 정보와 의견을 공유했다.
문헌연구는 현지에서 추천받거나 연구자가 발굴한 각종 보고서와 논문, 단행본 등 2차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잉글랜드 사례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 각종 자료들을 교차 검토했으며, 정부 정책에 대한 균형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가급적 다양한 견해를 확인하려 했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민간싱크탱크의 보고서, 정부문서, 의회 발간자료, 학술논문과 학술서적 등을 고르게 참고했으며, 영국 정부의 통계자료를 직접 가공·정리하면서 문헌에 기재된 내용을 재확인하는 과정도 진행했다. 그밖에 계획체계 변화에 대한 각계 여론을 검토하기 위해 시기별 현지 언론기사도 검토했다.
특히, 본 연구가 자칫 해외사례에 대한 피상적인 논의로 흐르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여, 계획체계에 대한 논의를 주택공급으로 한정하고, 제도 및 정책의 변화양상 중심으로 살펴보는 등 가급적 연구의 범위를 제한하고자 했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풍부한 자료를 수집했고, 각계의 다양한 평가 확인 및 런던 현지 전문가자문 시행 등을 통해 사실에 기반한 이해와 해석을 적용하고자 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우선 제II장에서는 잉글랜드에서 주거위기 담론이 부상하게 된 배경과 이에 대한 정부의 진단 등을 살펴본다. 제III장은 영국의 계획체계가 형성된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고, 2000년대 중반 이후 주거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전개된 잉글랜드 계획체계 변화의 세부 내용과 그에 대한 잉글랜드 내 평가를 검토한다. 제IV장은 잉글랜드 계획체계의 특성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계획체계의 특성을 비교의 관점에서 도출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계획체계의 발전에 있어서 본 연구의 분석결과가 갖는 정책적 함의를 논의한다. 결론부인 제V장에서는 전체 연구내용을 요약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한다.
II. ‘주거위기’의 등장과 진단
영국의 주택수 및 가구수에 대한 가장 최근의 통계를 살펴보면, <Table 1>과 같이 2018년 현재 영국의 주택수는 가구수의 약 1.05배이다. 잉글랜드(England)와 런던(London)으로 범위를 좁히면, 2020년 현재 각각 1.06배, 1.08배로 나타난다. 총량적인 측면에서 주택의 절대적 부족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Table 1.
Dwelling Stocks and Households in UK
(thousands)
| Category | UK (2018) | England (2020) | London (2020) |
|---|---|---|---|
| Dwelling stocks (A) | 28,993 | 24,658 | 3,634 |
| Households (B) | 27,576 | 23,332 | 3,375 |
| A/B | 1.05 | 1.06 | 1.08 |
하지만, 영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와서 ‘주거위기’에 대한 논의가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주거위기 상황이 해소되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주거위기 논의가 등장한 직접적인 계기는 자가점유율의 감소였다(Mulheim, 2019). <Figure 1>에서 보듯이 잉글랜드의 자가점유율은 지속 증가하여 2003년 70.9%에 이르렀지만, 그 이후 자가점유율은 62.6% (2017년)까지 감소했고, 최근 64.6% (2020년)까지 소폭 상승했지만 2003년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자가점유율이 감소하고 아직까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은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과 관련이 깊다. <Figure 2>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7~2008년을 제외하면 잉글랜드의 주택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5년 동안 주택가격지수(House Price Index)는 30.3에서 144.6으로 4.8배가 되었다. 이 같은 주택가격의 상승은 가구의 소득상승 수준을 앞지르면서 잠재적인 주택구입자의 자가구입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실제로 <Figure 2>와 같이 잉글랜드의 근로자가구 중위소득 대비 중위 주택가격의 비로 나타내는 부담가능성(affordability ratio)은 1997년 3.5배, 2004년 6.6배, 2021년 9.1배로 상승했으며, 런던은 그 수치가 4배, 7.6배, 13배로 더 크게 증가했다.

Figure 2.
House Price Index and Affordability Rate in England
Source. HM Land Registry, UK House Price Index; ONS, Annual Survey of Hours and Earnings; Author's modification.
2004년 이후 자가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영국이 주거위기에 직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합의가 형성되었다(Dianati et al., 2017). 그리고 정부를 포함한 주류의 견해는 주거위기의 주요 원인을 신규 주택공급 부족에서 찾았다. 실제로 <Figure 3>을 보면, 신규주택의 연간 준공량이 연간 가구 증가규모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2020년 동안 잉글랜드의 가구는 총 2,846천 가구 증가했지만, 신규주택 준공량은 2,496천 호에 그쳤다. 가구증가에 비해 부족한 신규주택 공급은 초과수요 상황을 낳았고, 이로 인해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초래되었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주거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중앙정부가 선택한 정책은 신규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신규주택 공급이 가구증가를 상회할 정도로 늘어난다면,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자가 소유로의 주거사다리가 복구될 수 있다는 것이 중앙정부의 입장이었다.

Figure 3.
Comparing between Increase in Households and New Dwellings Completion in England
Source. DLUHC, Live tables on housing supply; DLUHC, English Housing Survey; Author's modification.
그러나, 주거위기의 본질 및 처방과 관련한 중앙정부의 입장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주거위기의 성격에 대한 반론이 있다. 단순히 자가점유율의 하락만이 문제가 아니라 자가, 임차 등 여러 주택점유형태에서 나타나는 부담가능성 문제가 주거위기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모든 주택유형과 점유형태에서 주거비가 상승하고 있으므로 현행 주거위기는 ‘부담가능성의 위기(affordability crisis)’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RTPI, 2017). 이러한 맥락에서 주택의 불평등한 배분에서 비롯되는 위기(Dorling, 2014)로서 주거위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과연 주거위기가 누구에게 집중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Lund, 2019).
다음으로 주거위기가 초래된 원인이 신규주택의 공급부족인지에 대해서도 반론이 존재한다. 수요는 신규주택뿐만 아니라 기존 주택재고의 증개축, 비주거시설의 주택전환 등으로도 충족될 수 있으며, 이를 모두 합하면 이용 가능한 주택의 순증은 가구증가를 넘어서므로 단순히 신규주택 공급 부족을 주거위기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Mulheom, 2019). 나아가 주택가격 상승은 저금리 및 관대한 모기지 대출 등 신용확장에 따른 결과였으며, 국내외 투자수요의 유례없는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자산기반 복지(asset-based welfare)에 입각한 정책기조는 수요를 자극시켜 주택시장에 돈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오게 하는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Valentine, 2015; Dianati et al., 2017; Lund, 2019). 이상과 같은 논리에서는 수요 규모가 클 수밖에 없으므로 신규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적합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주거위기는 주택정책의 영역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논자들은 주택정책에서는 공급측면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벗어나 부담가능한 주택을 어떻게 확충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더 많이 고민할 것을 주문한다(Valentine, 2015; Dianati et al., 2017; Niemietz, 2021).
이상과 같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신규주택 공급의 확대라는 과제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부담가능주택의 공급은 지방정부가 담당하더라도, 신규주택의 공급 총량을 늘리는 정책은 중앙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자리잡고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인구 및 가구규모에 비해 신규주택 건설이 부진했으며, 특히 런던 등 지리적으로 수요가 많은 곳에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는 점이 강조된다(Niemietz, 2021). 부담가능성의 문제도 주택의 양적인 충분성이 전제되어야 해결의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계획(planning)의 한계이다. 기존 계획이 오히려 신규주택 공급에 필요한 토지의 공급을 제약하고, 결과적으로 주택가격의 상승을 낳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고 있는 노인층의 자가소유자들은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새로운 주택개발이 시행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이는 지방정치인들에 대한 압력으로 발전한다(RTPI, 2017). 그 결과 지방정부는 신규주택의 공급에 소극적인 입장을 갖게 된다. 각종 개발계획에 대한 허가를 담당하는 지방정부가 신규주택 공급에 소극적이면 당초 중앙정부가 설정한 주택공급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신규주택 공급에 대한 지방정부의 참여를 유도 또는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계획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기 시작했다.
III. 계획체계의 주요 내용과 특성
1. 계획체계의 유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에는 계획에 기반한 규제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 화재예방, 채광, 위생을 위해 특정 건물에 대해서만 규제가 적용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영국의 계획체계는 분절적이었다. 여기에 전쟁 피해 복구를 위해 중앙정부가 주택건설에 보조금을 대규모로 제공하면서 도시의 외연이 확장되고 기반시설 부족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띠상개발(ribbon development)에 따른 선형도시의 형성, 교외의 소멸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Airey & Doughty, 2020). 이에 정부는 1935년 띠상개발금지법(Restriction of Ribbon Development Act), 1938년 그린벨트법(Green Belt Act)을 제정하기도 했다.
더불어 1938년에는 바로우위원회(Barlow Commission)를 설치하여 대안적 계획체계에 대한 구상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1947년 「도시 및 농촌 계획법(Town and Country Planning Act)」제정으로 나타났다. 이 법에 따라 모든 개발제안은 지방정부가 재량으로 행사하는 계획허가(planning permission)에 종속돼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었다. 이로써 영국 정부는 개발권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5) 그 연장선상에서 정부는 모든 가구들에게 적절한 주택과 기반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토지를 확보해야 하며,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 즉, 주택에 대한 계획허가를 제공하고 토지를 확보하여 공공주택을 직접 공급하는 유일한 주체로서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이 설정되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그런데 현실에서 이러한 계획과정은 매우 복잡했고 느렸으며, 지방정치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때로는 지방정부가 반개발(anti-development)의 압력에 직면하여 민간개발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국가-지역(region)-지방(local) 사이의 계획적 일관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지방정부의 의지와 역량에 따라 주택개발의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가 누적되면서 1970~1980년대가 되자 현행 계획체계는 주택개발을 촉진하기보다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Geoffrey & Whitehead, 2020). 그에 따라 지방정부의 계획적 책임성 유지를 전제로 집권정당이 바뀔 때마다 계획체계의 변경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하던 바대로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지는 못했다(Lund, 2019; Liu & Takagi, 2022).
또한, 1947년 법 제정 이후 수많은 정책목표들이 계획체계에 부과되기 시작하면서 계획체계는 매우 복잡해졌다. 그린벨트는 당초 제안했던 규모에 비해 더욱 확장되었고, 새로운 지역계획이 도입되었으며, 개발이익환수를 위한 여러 조치들이 적용되기도 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이 환경영향평가, 야생서식지보호 등과 관련된 지침을 부과했고, 계획과정에 대한 시민참여도 강조됐다(Airey & Doughty, 2020). 이에 따라 계획 관련 법령이 자주 개정되었다. 과거에 비해 한층 복잡해진 계획체계는 2012년 전국계획정책프레임워크(National Planning Policy Framework, NPPF)로 개편되면서 다소 간소화되었다.
이상에서 논의한 영국 계획체계의 전개과정을 정리하면 <Table 2>와 같다. 다음 절에서는 주거위기 이후 잉글랜드에서 나타난 계획체계의 변화를 검토하고자 한다.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추어 지방정부의 책임성과 주거소요의 산정을 중심으로 계획체계 변화를 논의할 것이다.
Table 2.
Development of Planning System in England
Source. Airey and Doughty (2020); Author’s modification.
2. 주거위기 이후 계획체계의 변화
1) 주택공급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성 강화
주거위기가 발발한 2004년 이후에는 두 차례의 계획체계 변화가 있었다. 2006년 계획정책준칙3(Planning Policy Statement 3: Housing, PPS3)와 2012년 NPPF가 그것으로, NPPF는 PPS3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1) 계획정책준칙
2004년 이후 자가점유율이 감소하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2006년 정부부처인 DCLG (Department for Communities and Local Government)는 PPS3를 발표했다. PPS3는 중앙정부의 주택공급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적 계획 정책의 프레임워크(framework)라고 할 수 있다(Liu and Takagi, 2022).
PPS3는 2011년까지 총 3회 개정되었는데, 지방정부는 이에 따라 지방개발문서(Local Development Documents)와 지역공간전략(Regional Spatial Strategies)을 수립하여, 계획허가 등 계획관리에 활용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수립하는 전략에는 양질의 주택 공급, 다양한 유형의 주택 혼합, 부담가능주택 공급, 기존 주택재고의 활용, 적절한 주택입지 확보, 토지의 유연한 활용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DCLG, 2011). 부담가능성이 강조되고 지방정부가 토지확보의 목표량을 설정하도록 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신규주택 공급을 실질적으로 확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Lund, 2019). 그러나 PPS3에 의한 신규주택 공급량은 2008년 22.4만 호를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어 2012년 13.5만 호까지 감소하면서 당초 기대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National Audit Office, 2019).
(2) 전국계획정책프레임워크
가장 최근의 계획체계 변화는 2012년 NPPF의 발표로 이루어졌다. PPS3는 주택공급의 필요량을 산출하여 주택시장에 신호를 주는 것이 강조되었지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신규주택 공급량은 오히려 매년 감소했다. 게다가 2011년 「지역주의법(Localism Act)」이 제정되면서 앞으로의 공급전망도 밝지 않았다. 이 법에 따라 기존 지역공간전략이 폐지되고 근린계획(Neighbourhood Plan)이 새롭게 도입되었는데, 근린계획은 각 근린의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에서 원하는 개발과 토지이용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부유한 지역에서 근린계획이 많이 수립되었고, 반개발주의가 강하게 드러났다. 중앙정부는 당초 목표했던 주택공급량의 감소를 우려하여 새로운 계획체계를 모색하기 시작했으며, 주택과 계획에 대한 지방정부의 의사결정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NPPF를 제시함으로써 PPS3를 대체했다(Lund, 2019).6)
NPPF는 주택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개발과 관련하여 지방정부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당시 중앙정부가 내세웠던 배경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으면서도 계획정책을 간소화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것이었다(House of Commons, 2011).7) 당시 PPS는 20여개가 넘는 분야로 구분되어 1천 쪽 이상의 분량에 달했는데 이를 50여 쪽 분량으로 간소화한 것이 NPPF였다.
NPPF의 핵심 특징 중 하나는 지방정부가 관할 지역에서 5년 단위의 지방계획(Local Plan)을 수립해야 하며, 모든 지방정부가 현행화된 지방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함을 규정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계획에는 해당 지역의 주거소요를 산정하고, 향후 5년 동안 주택 공급 부지를 확보하는 것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얼마나 많은 주택을 공급할지, 어떤 유형의 주택을 어디에 공급할지에 대한 사항과 함께, 개발사업이 지역경제와 커뮤니티에 어떤 이익을 줄 것인지를 평가하는 내용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하며,8) 이를 책임지는 주체는 지방정부임을 명확히 하였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지방계획에 근거하여 개별 개발 제안을 검토하고 계획허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National Audit Office, 2019; Geoffrey & Whitehead, 2020).
NPPF에 근거하여 운영되는 계획체계를 정리하면 <Figure 4>와 같다(National Audit Office, 2019). 우선 중앙정부는 신규주택 공급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방정부의 계획과 연계시킨다(A단계).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제시한 표준화된 주거소요 산정방식을 토대로 지방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나서 중앙정부에 속한 계획조사단(Planning Inspectorate)이 지방계획을 검토하는데,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합리적인 계획인지, 지역 내 주거 소요를 충족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지방계획이 해당 지방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된다(B단계). 개발사업자들은 이 지방계획에 근거하여 계획허가를 신청하게 되는데, 지방정부는 계획허가 여부를 결정한다(C단계). 필요 시, 개발사업자는 지방정부의 계획허가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의 계획조사단이 해당 사항을 검토한다. 계획허가가 결정되면 지방정부는 신규주택 공급과 관련하여 개발사업자에게 기반시설 또는 기금 등에 대한 기여(contributions)를 요청한다(D단계).9) 이에 따라 개발사업자가 지방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기여량을 확정짓게 되면, 본격적으로 개발사업이 시행된다(E단계). 만일 개발사업자와 지방정부가 기여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해당 개발사업은 시행될 수 없다. 또한 계획허가와 관련하여 개발사업자가 이의제기한 경우, 중앙정부 계획조사단이 검토한 결과에 따라서 개발사업의 추진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Figure 4.
Stages of Planning System in England
Source. National Audit Office (2019); Author's modification.
2) 주거소요10) 산정의 표준화
주택공급과 관련한 최근의 계획체계 변화에서 핵심은 주거소요의 산정이다. 주거소요의 산정결과는 해당 지역에서 공급해야 할 신규주택의 양을 결정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하에서 살펴보는 두 차례의 주거소요 산정방식은 주거위기 담론이 확산되면서 제도화된 것으로, 모두 중앙정부가 표준화된 산정방식을 제시함으로써 지방정부 구분 없이 통일적인 결과 산출을 유도한다는 점을 특징으로 갖는다.
(1) 전략적 주택시장 평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신규주택 공급에 대해 지방정부가 책임성을 갖는 계획체계는 중앙정부의 기대만큼 주택공급 증가에 기여하지 못했다. 이런 배경에서 2004년 전략적 주택시장 평가(Strategic Housing Market Assessment, SHMA) 제도가 신설됐다. SHMA의 주요 내용은 지방의 주거소요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으며, 지방정부의 주택정책이 객관적으로 평가된 주거소요(objectively assessed housing need)에 근거하여 집행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11) 2008년부터 수립되었으며,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현재까지 2~3회 수립하였다(Liu & Takagi, 2022).
2006년 DCLG가 발표한 PPS3에서 지방개발문서가 근거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SHMA가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PPS3는 SHMA를 통해 지역별 주거소요 규모를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점유형태의 범위, 가구특성별 주거소요, 주택공급 필요량 등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현실적인 주택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전략적 주거용지 이용가능성 평가(Strategic Housing Land Availability Assessment, SHLAA)를 함께 수행하도록 했다. SHLAA는 토지의 이용가능성, 적합성, 경제적 지속가능성 등을 토대로 주거소요를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한다. 이와 같은 계획체계는 2012년 NPPF가 새롭게 제시된 이후에도 유지되었다.
SHMA에서 평가하는 주거소요는 주택시장에서 충족할 수 없는 소요, 즉 부담가능주택(affordable housing)에 대한 소요로서, 현재 주거소요와 미래 주거소요의 합으로 산출된다(DCLG, 2011). 이 중, 현재 주거소요는 홈리스 및 임시거처 가구, 과밀가구 및 감춰진 가구(concealed households),12) 기타 가구 등의 합으로 산정하는데, 지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사회주택 대기자명부(housing register)와 같은 2차 자료를 활용하거나, 주민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다. 또한 미래 주거소요는 신규로 형성되는 가구 및 이사를 해야 하는 기존 가구 중 주택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할 수 없는 가구의 합을 연간 규모로 산정한다. 주택시장에서 주택의 구입 또는 임차가 어려운 가구는 주택구입비용이 연간 가구소득의 3.5배를 넘거나 임대료가 월소득의 25%를 초과하는 경우로 정의된다. 이를 위해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ONS)의 가구추계자료를 이용하며, 이주수요 파악 등을 위해서는 주민 대상 설문조사, 사회주택의 신규임차인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활용한다. 이상의 주거소요 산정방식을 종합하면 <Table 3>과 같다.
Table 3.
Calculating Housing Needs by SHMA in England
Source. DCLG (2011), Liu and Takagi (2022)
(2) 표준방법
2019년 보수당 정부는 2020년대 중반까지 매년 3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에서 신규주택의 연간 공급량이 30만 호에 도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신규주택을 늘리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다.
이미 2017년에 중앙정부는 주택백서 「적합한 곳에 적합한 주택을 계획하기(Planning for the Right Homes in the Right Places)」를 통해 지방정부가 주거소요의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을 개혁하겠다는 계획과 세부내용을 밝혔다. 기존의 산정방식인 SHMA는 너무 복잡하고 투명하지 않아서 해석의 여지가 많고 주택 필요량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주거소요 산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적지 않았다. 중앙정부는 지방계획 수립의 속도를 낼 필요가 있었고, 더욱 표준화된 산정방식이 투명하고 일관된 주택생산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각계 자문을 거쳐 2018년 주거소요를 평가하는 새로운 표준방법(Standard Method)을 제시하고 지방정부는 이를 활용해야 함을 확정지었다(DCLG, 2017; Barton & Grimwood, 2021).13) 이 표준방법으로 산출한 주거소요 규모는 지방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의 양을 결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린벨트 등 토지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산정된 주거소요를 기초로 토지여건 등을 고려하여 현실적으로 공급가능한 주택수를 산정해야 한다.14)
2018년 7월 최초로 확정된 표준방법은 3단계로 구성된다(DCLG, 2017). 우선 ONS의 장래가구추계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장래가구추계는 최소한의 주거소요 수치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는 2014년 자료를 기반으로 추계한 자료를 활용한다. 다음으로, 지역별 주택가격의 부담가능성을 고려하여 장래가구추계로 대별되는 최소 주거소요 수치를 조정한다. 가구수 변화만으로 소요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가구의 형성 수준은 이용가능한 주택이 어느 정도 공급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주택가격에 대한 부담가능성으로 주거소요를 조정한다는 것은 주택시장의 신호(signal)를 주거소요에 반영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ONS에서 제공하는 근로자가구의 PIR(Price to Income Ratio) 데이터15)를 활용하며, 4배를 기준으로 해당 지역의 PIR이 1% 상승할 때마다 주거소요가 0.25%씩 증가하는 산식이 개발됐다.16) 이렇게 하면, 주택가격이 높게 형성된 곳에서는 기존 장래가구추계 수치보다 높은 주거소요가 산출되어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주거소요의 증가에 대해 상한선을 설정한다. 지역에 따라 주거소요가 크게 증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증가폭이 과도하면 실제 집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지방정부의 기존 정책에서 설정한 연평균 주택필요량의 40%를 넘지 않도록 하여 실행가능성을 담보하고자 했다. 이상의 세 단계를 적용하여 주거소요를 산출하면, 잉글랜드 전국적으로 26.6만 호, 런던 7.2만 호가 계산되어, 당초 중앙정부가 설정했던 공급목표량인 연 30만 호에 가깝게 된다(DCLG, 2017).
한편, 2020년 12월에 중앙정부는 수정된 표준방법을 발표했다. 런던, 버밍햄, 리버풀, 브리스톨, 맨체스터 등 도시 인구가 많은 상위 20개 도시에 대해서는 3단계까지 계산된 주거소요 규모에 35%를 더 증가시키도록 했다.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도시일수록 기존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고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으며, 상업용지 등을 변화시켜 토지이용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으므로 신규주택 공급에 용이하다는 설명이다(Barton & Grimwood, 2021). SHMA의 한계를 고려하여 새롭게 개발된 주거소요 산정의 표준방법을 간략히 정리하면 <Table 4>와 같다.
Table 4.
Calculating Housing Needs by Standard Method in England
Source. DCLG (2017), Barton and Grimwood (2021)
현재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해 2023년 12월까지 지방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거나 기존 계획의 현행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방계획 수립에 대한 자문 서비스(planning advisory service)를 제공하고 있으며, 계획수립 관련 예산 지원을 위해 기금(planning delivery fund)을 설치했다(National Audit Office, 2019).
3. 현행 계획체계에 대한 평가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전제로 하는 NPPF의 핵심내용은 모든 지방정부들이 동일한 표준방법을 사용하여 최소한의 주거소요를 평가하고 이를 신규주택 공급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17)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상충할 수 있는 정책적 이해관계를 기술적으로 조정하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변화이기 때문에 아직 이러한 계획체계가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지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현 시점에서 영국 내에서 제기되는 긍·부정적 평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무엇보다 주거소요 산정방식의 단순화 및 지역 간 일관성 확보를 꼽고 있다. 신규주택 공급에 대한 책임성이 지방정부에게 있지만, 주거소요 산정방식을 단순한 방식으로 표준화함으로써 중앙정부가 지방차원의 공급목표 설정 및 실행 과정을 점검하기 용이해졌다. 또한 이전에는 지방정부가 광범위한 전문가들을 활용함으로써 많이 시간과 비용이 소비되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는 계획수립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Lund, 2019; Geoffrey & Whitehead, 2020). 그 밖에 지역별 주택시장의 성격을 반영하기 위해 부담가능성으로 주거소요 수치를 조정했다는 점, 객관적으로 평가한 주거소요를 토지공급목표와 연계시켰다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보고 있었다(Geoffrey & Whitehead, 2020).
하지만, 중앙정부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첫째, 표준방법으로 산정되는 주거소요는 장래가구추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역 내 이미 존재하는 주거소요(housing needs backlog)의 규모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부담가능성을 통한 조정 단계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기존 주거소요 규모를 드러낼 수 있는 산정방식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수요에 종속적인 산정방식이라는 주장도 있다(Lund, 2019).
둘째, 표준방법에서는 사회주택 및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필요량을 별도로 추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신규주택 공급이 실질적으로 주택의 부담가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모호한 상황에서, 사회주택 및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소요가 산정되지 않을 경우 장래에 이러한 유형의 주택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Lund, 2019). 그럼에도 현재의 계획체계에서는 사회주택, 부담가능주택 등 하위주택유형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18) 중앙정부는 총량적인 신규주택 공급량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셋째, 표준방법으로 주거소요를 산정할 때 활용되는 장래가구추계, PIR이 지방의 전체 주거소요 규모를 정확히 드러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주택재고의 양과 질은 부담가능성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계획수립과정을 단순화하고 속도감 있게 개편하다보니 주거소요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Savills, 2020).
넷째, 표준방법에 의한 주거소요 산정이 실제 신규주택 공급의 확대로 이어질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즉 계획의 실효성 문제라 할 수 있겠는데, 과거와 같은 중앙정부의 대규모 보조금이 없는 상황에서19) 신규주택의 공급은 민간부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신규주택 공급을 제약하는 지역 내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이 상존한다는 점, 지역 내 가용토지 확보가 어려울 경우 주거소요 전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점20) 등은 사실상 중앙정부가 제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라는 것이다(Lund, 2019; Firstplan, 2020; Geoffrey & Whitehead, 2020).
이상에서 신규주택 공급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현행 잉글랜드 계획체계에 대한 영국 내 평가를 살펴보았다. 행정적 효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주거소요의 다양한 성격을 고려하기 어렵고, 신규주택 공급의 확대로 이어지는 데 있어서 여러 제약요인이 잠재해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우리나라 계획체계의 발전에 있어서 잉글랜드의 계획체계가 갖는 긍·부정적 측면이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지 검토하고자 한다.
IV. 한국의 계획체계에 대한 시사점
1. 잉글랜드 계획체계의 특성
제III장에서 논의했듯이 주거위기 이후 잉글랜드의 계획체계는 주택공급에 대한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거소요 산정방식을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위에서 잉글랜드의 계획체계를 나타낸 <Figure 4> 중 전략적 계획목표 설정(A), 지방계획 수립(B), 계획의 적용(C)을 계획체계의 변화와 관련지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잉글랜드 계획체계의 특성은 <Figure 5>와 같이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전략적 계획목표 설정과 관련해서, 중앙정부는 주거위기 상황에 대응한 전국적인 공급목표량(연 30만 호)을 설정하고, 지방정부들이 이러한 목표 달성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계획체계 내에서 구현하고자 했다. 둘째, 계획수립과 관련해서 중앙정부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주거소요 산정식을 개발하고, 이를 개별 지방계획에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중앙정부가 설정한 전략적 목표와 지방정부가 계획을 통해 설정하는 주거소요 규모 간에 일관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셋째, 계획의 적용과 관련해서 잉글랜드에서는 각 지방정부가 수립한 지방계획이 관할지역의 개발사업에 대한 허가여부를 판단하는 데 직접적으로 활용된다. 이는 잉글랜드의 오랜 전통이기는 하지만 계획정책을 간소화하고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2012년 NPPF를 도입하고, 지방계획의 현행화를 추진한 것은 계획의 적용에 있어서 중요한 변화였다고 할 수 있다.
2. 한국 계획체계와의 차이점
우리나라에서 주거정책과 관련된 최상위계획이자 대표적인 계획은 「주거기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거종합계획이다. 2015년 12월에 시행된 동법에 따라 기존 주택종합계획은 주거종합계획으로 변경되었으며, 주거종합계획은 주택종합계획에 비해 다루는 내용이 더 세분화되고 주거지원에 관한 내용이 강화되었다. 그런데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주거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미래 주택수요와 주거지원 필요계층에 대한 규모 산정, 택지공급계획 등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내용이 주거종합계획에 반영되도록 동법 제5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주거종합계획의 수립주체는 중앙정부의 국토교통부장관이다. 그러나 동법 제6조에 의하면,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 해당하는 시·도지사도 별도의 시·도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어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주거정책에 관한 중장기 계획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앞서 설명한 잉글랜드의 지방계획에 담기는 주거소요 규모 산정, 택지공급계획 등은 우리나라의 주거종합계획과 내용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잉글랜드에서 운용하는 지방계획과 우리나라의 주거종합계획은 다루는 내용적 범위에서 엄연히 차이가 존재한다. 지방계획의 경우, 주거종합계획과 달리 주택공급뿐만 아니라 기반시설, 경제적 거점, 문화유산, 자연환경, 교통 등 다양한 영역의 정비 및 개발사업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그럼에도 주택공급으로 범위를 좁히면, 잉글랜드의 계획체계를 준거로 우리나라의 계획체계가 갖는 특성이 드러날 수 있다. 위의 <Figure 5>를 준거로 우리나라 주거종합계획의 특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앙정부가 직접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 시·도지사가 수립하는 주거종합계획 사이에 연계성이 그리 크지 않다. 중앙정부는 나름의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는 핵심주체는 중앙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수립하는 주거종합계획과의 연계 필요성이 크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주택공급을 위한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시·도 주거종합계획마다 주택수요 및 주거소요의 산정방식이 상이하다. 현행 「주거기본법」에 따라 주거종합계획에서는 장래 주택수요와 주거지원 필요계층의 규모를 함께 다루어야 한다. 장래 주택수요의 경우, 주로 맨큐-웨일모형(Mankiw-Weil Model)의 수정모형21)을 활용하고 있지만 적용하는 변수 등이 시·도에 따라 제각기이며 복잡한 수식을 활용하여 직관적인 이해가 어렵다. 또한 주거지원 필요계층 규모의 경우, 통일된 산정방식이 부재하여 지역 간 비교가 곤란하고 적절한 산정방식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주거종합계획에서 산출하는 주택수요 및 주거소요 규모의 불일치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 쉽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주거종합계획은 개발사업에 대한 허가여부를 판단하는 데 직접적으로 활용될 정도의 강제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주거기본법」에 의해 지역별로 구성되는 시·도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택지개발지구 지정·변경, 주거종합계획의 수립·변경 등 제한적인 역할만을 담당하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도시·군(기본·관리)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의 개발사업 심의 과정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주거종합계획의 세부내용이 반영되기는 어렵다. 게다가 현행 주거종합계획은 주로 중장기 수급 전망과 총량적 공급계획, 주요 주거정책 의제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개발계획을 다룰 정도의 도시계획적 사항은 상세히 다루고 있지 않다.22)
이상에서 주거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주택공급에 대한 계획체계의 변화가 나타난 잉글랜드 사례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거종합계획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Table 5>에서 보듯이, 주거종합계획으로 대별되는 우리나라의 계획체계는 중앙정부가 직접 계획을 수립하고, 지방정부 계획과의 연계성이 크지 않다는 점, 수요 또는 소요 산정방식은 통일성 없이 지방정부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는 점, 계획수립 이후 개발사업에 대한 인허가 등 계획실행에 대한 활용도가 낮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갖는다고 할 수 있다.
Table 5.
Comparing Planning System between Korea and England
3. 정책적 함의
주택공급 관련 계획체계에 있어서 잉글랜드와 우리나라의 특성 차이는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하나는 계획고권(planning sovereignty)은 잉글랜드와 우리나라 공히 지방정부에게 부여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주거정책은 그동안 중앙정부와 중앙공기업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왔다. 중앙정부가 주택공급 목표를 설정하면, LH가 목표달성을 위해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다른 하나의 요인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대량 주택공급에 익숙해진 관행이 있다. 주거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기성시가지 개발보다 신도시 개발을 우선시하다보니 지방정부가 관장하는 도시계획과의 연계성 혹은 지방정부의 주도성은 비중있게 고려되지 못했던 것이다.23)
이상과 같은 성격을 가진 우리나라의 주거정책은 주택이 양적으로 부족했던 시기, 공공임대주택의 대량 공급이 필요했던 시기에 짧은 기간 내에 주택재고를 효율적으로 확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확인한 우리나라 계획체계의 세 가지 특성은 향후 계획체계의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을 모색할 때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단순히 잉글랜드의 제도를 그대로 답습하자는 주장으로 이해하기보다는 현행 우리나라 계획체계의 특성이 여전히 적절한지를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검토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본 연구가 제기하는 중요한 정책적 함의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정책적으로 검토할 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중앙정부의 역할과 관련하여, 중앙정부가 대부분의 재원을 보유·활용하는 체계이면서도 시·도 주거종합계획 수립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형식적인 분권화 상태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만일 형식적인 분권화에서 실질적인 분권화로 이행하고자 한다면,24) 중앙정부는 직접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전략적인 목표와 대강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며, 각 지방정부가 주거종합계획 수립을 통해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계획체계로의 전환을 구상해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방정부가 LH, 지방공사, 민간(비영리·영리)공급조직과 함께 당해 지역의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주거정책의 실질적인 주체가 될 것이다. 잉글랜드의 경험에서 보듯이 중앙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지방정부의 행태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주택도시기금을 포함하여 주택공급과 관련한 공공재원이 비교적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주거종합계획에서 다뤄야 하는 주택수요 추정 및 주거지원 필요계층 규모 산정 방법을 현행과 같이 지방정부의 재량에 전적으로 맡길 것인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시·도가 저만의 방식으로 산정하고 복잡한 산정방식이 활용되다보니 신뢰성, 비교가능성 등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와 같은 형식적인 분권화 하에서는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있지만, 중앙정부가 계획수립 주체에서 벗어나 지방정부 주도의 주거정책을 지원하는 주체로 변화한다면 주택수요 및 소요의 산정방식의 표준화는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적용해볼 수 있는 산정방식의 개발은 계획수립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정책성과의 파악 및 비교가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잉글랜드 계획체계가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소요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총량적인 소요만을 산정하고 있다는 현지 비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산정방식을 개발한다면, 총량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소요와 같이 하위범주에 대한 소요산정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능하다면 중앙정부가 주택수요 추정 및 주거지원 필요계층 규모 산정을 포함하여 주거종합계획 수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지침을 작성하여 배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25)
마지막으로, 지역 단위에서 시행되는 주택공급과 관련하여 주거종합계획의 실행력을 어떤 방식으로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계획의 수립이 실행을 전제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해당 계획의 존립 의미는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만일 주거종합계획을 현행과 같이 장래 수요 및 소요와 공급량 추정, 주요 주거정책 의제 설정 수준에서 유지하고자 한다면, 도시·군기본계획에서 주택개발사업에 대한 내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와 달리 주거종합계획이 지방정부의 계획고권 행사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게 하고자 한다면, 주거종합계획에서 주택공급과 관련한 도시계획적 사항을 세부적으로 다루고, 도시·군기본계획 및 관리계획과 내용적 연계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지 지방정부가 각종 개발사업을 심의할 때 지방정부가 중장기적으로 구상하는 주택공급에 대한 기준과 정책방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V. 결 론
본 연구는 잉글랜드의 최근 계획체계 변화 사례로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우리나라 계획체계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다. 잉글랜드는 2004년부터 자가점유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주거위기’ 담론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었고, 이는 신규주택 공급의 확대를 위한 계획체계의 변화로까지 이어졌다.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전제로 계획체계는 더욱 간소화되었는데, 잉글랜드 계획체계의 변화에서 드러난 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중앙정부는 신규주택 공급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것이 지방정부의 지방계획과 연계되도록 함으로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계획적 정합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둘째, 전국적으로 통일된 주거소요 산정방식을 운용함으로써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신규주택 공급목표 설정 및 실행 과정을 점검하기 용이해졌다. 셋째, 주거소요 및 주택공급량이 반영된 지방정부의 지방계획은 관할지역의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허가여부를 판단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반면, 주거종합계획으로 대별되는 우리나라의 계획체계는 중앙정부가 직접 주거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을 중앙공기업인 LH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지방이 수립하는 주거종합계획과의 연계성이 크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 또한 장래주택수요와 주거지원 필요계층을 추정하는 방식이 통일돼 있지 않아 지역별 주거종합계획의 추정결과에 대한 신뢰성 및 비교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더불어 지방정부가 수립하는 주거종합계획이 개발사업 등 도시계획적 행위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지도 않다.
잉글랜드와 우리나라 계획체계에서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의 주거정책이 여전히 중앙정부 주도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거정책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계획체계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과연 ‘주거위기’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생각해보면 장기간 유지해온 현재의 계획체계에 대해 비판적 검토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이와 같은 계획체계 변화에 대한 논의가 있게 된다면, 중앙정부가 여전히 주거종합계획을 직접 수립할 필요가 있는지, 장래주택수요 및 주거소요 추정을 보다 투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산정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주거종합계획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잉글랜드의 사례는 비록 우리나라와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주거정책과 관련된 계획체계의 재구조화 방향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계기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