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2. 선행연구 검토 및 연구범위
II. ‘주거우선’ 개념과 정책수단
1. 제기배경
2. 핵심원칙과 적용대상
3. 정책수단
4. 주요 성과
III. 서울시 노숙인 지원체계와 주거지원 현황
1. 노숙인 지원체계
2. 노숙인 주거지원 정책
3. 소결: 서울시 노숙인정책의 성격
IV. ‘주거우선’ 적용을 위한 정책과제 도출
1. ‘주거우선’ 접근의 필요성
2. ‘주거우선’ 접근의 제약요인
3. ‘주거우선’ 적용을 위한 정책과제
V. 결 론
I. 서 론
우리사회에 노숙인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탈노숙을 지원하는 정책이 본격 시행된 것은 외환위기 직후부터였다. 그 전에는 부랑인 등의 용어로 지칭됐지만, 외환위기로 경기침체가 발생하고, 그로부터 실직한 빈곤층이 대거 거리생활자로 전락하면서 노숙인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노숙인 문제는 더 이상 개인적인 원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우며 사회구조적 결함이 노숙인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외환위기 직후 정점에 달했던 노숙인수는 줄어들었다.1)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회복된 측면도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노숙인정책이 지속 추진된 것도 노숙인 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숙인의 1/3 이상이 모여 있는 서울의 경우, 최근 노숙인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1; Huh, 2021). 일시적 현상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가족해체, 실직, 임대료 연체에 따른 퇴거, 정신질환 악화 등 다양한 이유로 신규노숙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반면, 만성노숙인은 지역사회 재정착으로의 이행이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라고 추정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보다 노숙인 문제에 더 일찍 천착한 해외의 주요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서 노숙인정책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주거우선 접근(Housing First Approach)으로 통칭될 수 있는데, 최대한 신속하게 부담가능한 주택을 제공하여 거리나 시설에서 벗어나게 하고, 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사회 재정착을 촉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Wilson & Loft, 2021). 주거우선 접근은 기존의 ‘거리→시설→지역사회’라는 단계적 이행 정책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서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주거우선 접근을 통한 탈노숙의 효과는 여러 국가들에서 실증되고 있다(Centre for Social Justice, 2017).
해외에서 주거우선 접근을 채택하는 추세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도 주거지원이 갖는 중요성이 인지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중앙정부와 서울시 등에서 주거지원 관련 정책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기존 노숙인정책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한 채 파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시설 중심의 정책이 유지되고 있으며 주거지원은 주변적인 정책수단으로 남아 있다. 본 연구는 사반세기 동안 추진해 온 노숙인정책이 노숙인 감소와 이들의 지역사회 재정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주거우선 접근을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노숙인 문제의 실질적 해결은 주거지원 관련 정책수단을 노숙인정책의 핵심에 위치시켜 시설 중심의 정책패러다임을 전환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주거우선 접근을 전면적으로 적용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에 본 연구는 주거우선 접근에 대한 경험적 연구보다는 주거우선 접근을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를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실적으로 장기간 시설 중심의 정책이 뿌리를 내리면서 주거우선 접근을 곧바로 도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서울의 노숙인정책을 사례로 삼아, 현행 노숙인정책에서 주거우선 접근의 도입을 제약하는 요인들을 발굴하고 정책과제를 제안하는 것을 본 연구의 목적으로 설정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향후 주거우선 접근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선행연구 검토 및 연구범위
1) 선행연구 검토
우선, 2010년 전후에 발표된 선행연구로서 Nam(2008), Nam(2011), Nam(2012)이 있다. Nam(2008)은 노숙인 대상 임시주거지원사업과 매입임대주택 공급의 효과를 시설보호와 비교하여 주거지원 강화의 필요성을 도출했으며, Nam(2011)은 노숙인 대상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개괄하면서 주거지원에 대한 관점을 노숙인정책에서 적극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Nam(2012)은 주거우선 접근에 해당하는 지원주택의 쟁점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과제를 논의했다. 이상의 연구들은 주로 노숙인에 대한 국내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진단하고 주거우선 접근에 필요한 정책과제를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그 이후의 연구들은 다루는 범위가 다소 넓어졌다. 주로 주거우선 접근보다는 지원주택에 집중하여 관련 해외사례를 다루거나(Lee et al., 2018; Lee & Park, 2018), 지원주택 거주자의 성향을 유형화했으며(Park & Lee, 2020), 탈노숙인들의 소규모 공동체주택 계획(Park, Lee, & Kim, 2018)에 대한 연구도 수행되었다. 이처럼 최근 들어 노숙인 주거지원과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가 다뤄지는 것은 바람직하나, 지원주택이 근거하고 있는 주거우선 접근에 대한 정책적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주거우선 접근을 통한 국내 노숙인정책의 종합적인 변화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2020년 전후의 연구들이 가진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본 연구는 최근까지의 정책 변화를 종합하여 주거우선 접근에 대한 국내 논의를 확장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2010년 전후 발표된 연구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2) 연구의 범위와 방법
본 연구에서 ‘노숙인’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정의를 따른다. 동법 제2조에 의하면, ‘노숙인 등’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중 세 번째 사항은 쪽방주민 등을 지칭하는 규정으로, 이를 포함할 경우 본 연구의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질 우려가 있어 본 연구에서는 제외했다. 또한, 주거우선 접근은 앞 절에서 언급했듯이, 시설 위주의 노숙인 지원체계에 대한 반성에서 도출된 것으로, 시설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부담가능한 주택과 지원서비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신속한 지역사회 재정착을 지원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제II장에서 논의했다.
본 연구는 서울시 노숙인정책을 사례로 다뤘다. 서울의 노숙인은 2020년 기준 전국 노숙인의 34.2%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시・도에 비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구가 9.4%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다른 시・도와의 격차가 매우 크다(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2021). 또한 서울시는 최근 전국 최초로 지원주택을 도입하는 등 우리나라 노숙인정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서울시가 주거우선 접근을 전향적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되며,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 노숙인정책을 사례로 주거우선 접근의 도입 필요성과 과제를 검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한편, 본 연구의 합리적인 결론 도출을 위한 연구방법으로서 문헌연구, 데이터 분석, 현장실무자 및 전문가 자문을 시행했다. 우선, 주거우선 접근에 대한 세부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단행본, 학술논문, 연구보고서 등을 중심으로 해외 문헌들을 검토했다. 또한 서울시 노숙인정책의 유형, 정책시행의 주요 내용, 집행실적 추이 등 세부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가 발간한 공식자료뿐만 아니라 서울시가 내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행정자료까지 확보하고자 했다.
데이터 분석의 경우, 서울의 맥락에서 주거우선 접근의 필요성과 정책과제 등을 도출하기 위한 정량적 근거를 확보하는 데 활용했다. 분석자료는 2017년과 2020년에 서울시가 수행한 노숙인실태조사의 원자료였으며, 신규노숙인의 노숙이유, 지원서비스에 대한 소요 등을 분석했다. 원자료 분석결과와 해당 실태조사의 결과보고서에서 정리된 자료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주거우선 접근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 지원주택 운영기관 실무자들, 노숙 현장의 활동가들, 학계 및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자문회의를 총 3회 개최했다. 1차 자문회의(2021년 2월)는 사회복지학과 교수, 민간연구소 연구자, 민간단체 실무자 등 3인이 참여했으며, 2차 자문회의(2021년 3월)는 서울에서 지원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 중 5개 기관의 실무자가 참여했다. 3차 자문회의(2021년 7월)는 국책연구소 연구자와 비영리민간단체 실무자 3인 등 총 4인이 참여했다. 총 12명의 실무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회의에서 현장의 구체적인 실태를 확인하고 현행 정책의 한계와 정책개선과제를 논의하는 데 집중했으며, 본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과제를 모색하는 데 자문회의 결과를 활용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개된다. 제II장에서는 주거우선 접근의 제기배경, 핵심원칙, 정책수단 등을 검토했다. 제III장은 현황파악을 위해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체계와 주거지원정책을 개괄했다. 제IV장은 노숙인실태조사 결과와 서울시 행정자료, 자문회의 결과 등을 토대로 주거우선 접근의 필요성과 제약요인을 도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주거우선 접근의 제약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결론부인 제Ⅴ장은 전체 연구내용을 요약하고, 주거우선 접근의 도입을 위해 향후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를 제안했다.
II. ‘주거우선’ 개념과 정책수단
1. 제기배경
주거우선 접근은 주거지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전통적 지원모델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등장했다. 전통적 지원모델은 주택에 대한 준비를 전제로 주택과 서비스를 결합하는 장기적 접근인 반면, 주거우선 접근은 치료나 회복의 필요조건을 전제로 하지 않은 채 주택을 제공한다(Davidson, 2006). 즉, 주거우선 접근은 노숙인이 거리에서 독립적인 주택으로 직접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전통적 지원모델은 ‘돌봄의 연속(Continuum of Care)’, ‘단계적 치료(Linear Residential Treatment)’, ‘치료 우선(Treatment First)’, ‘주택 준비(Housing Ready)’ 등으로 표현된다. 이들은 정신의학에서 사용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환자가 규칙을 지킴으로써 단계적인 권리를 획득하는 모델이다. 지원주체는 술 취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거나 치료를 유지하는 등 노숙인이 더 나은 독립성을 갖추는 점진적 적응과정을 요구한다(Davidson, 2006; Gaetz et al., 2013). 노숙인이 치료에 지속 참여하고 절제를 달성하면 주택이 제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수년 동안 노숙인이었고 정신질환이나 약물중독이 있는 만성노숙인은 주거지원을 받기 어렵게 되며 노숙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치료를 받더라도 지역사회 복귀 비율이 낮고 다시 노숙상태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만성노숙인의 지속적인 존재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전통적 지원모델의 실패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주거우선 접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Tsemberies, 2015).2)
또한 주거우선 접근은 노숙인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을 부담가능주택 부족에서 찾는다(Centre for Social Justice, 2017). 예를 들어, 민간임대부문은 저소득층의 거처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과도한 임대료 부담 등으로 저소득층이 민간임대주택에서 퇴거하거나 다른 민간임대주택으로 입주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이는 노숙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담가능주택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주거우선 접근의 타당성이 인정되고 있기도 하다. 이상에서 전통모델과 주거우선 접근의 차이를 개괄적으로 나타내면 <Figure 1>과 같다.
2. 핵심원칙과 적용대상
노숙상태는 개인이나 가족의 복지, 경제적 자립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주택이 전제되어야 개인 또는 가족의 복지와 자립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 주거우선 접근의 기본적인 논리이다(Evans et al., 2019). 이에 따라 주거우선 접근은 노숙인을 독립적이고 영구적인 주택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키고, 어떤 전제조건 없어 필요한 만큼 부가적인 서비스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Gaetz et al., 2013). 영국의 시범사업에 적용된 주거우선 접근의 7대 핵심원칙은 다음과 같다(Centre for Social Justice, 2017; Wilson & Loft, 2021).
첫째, 누구나 주택에 대한 권리가 있다. 영구적인 주택이 신속하게 제공돼야 하며, 주택 입주 시 노숙인이 임대차계약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 이외에 다른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입주 후 지원서비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더라도 주택을 상실하지 않는다. 둘째, 지원서비스는 필요한 기간만큼 유연하게 제공된다. 노숙인의 특성에 부합하여 유연성 있는 서비스가 준비되며, 당사자의 긍정적인 선택을 전제로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것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셋째, 주택공급과 지원서비스는 별개로 다뤄진다. 지원서비스는 임대차계약을 유지하고 다른 소요를 해결하는 데 활용된다. 그러나 지원서비스에 대한 참여를 조건으로 주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만약 임대차계약이 유지되지 않으면 새로운 주택에서의 임대차계약 유지를 지원받는다. 넷째, 개인은 선택권과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합리적 이유 내에서 주택의 유형과 입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으며, 지원서비스를 어디서, 언제, 어떻게 제공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 다섯째, 노숙인 당사자의 참여가 전제된다. 지원주체는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 노숙인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책임이 있다. 여섯째, 지원서비스는 노숙인 당사자의 강점, 목적, 희망에 근거한다. 노숙인의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이에 따라 노숙인은 자신의 강점과 목적을 확인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다. 일곱째, 피해감소접근(harm reduction approach)이 활용된다. 지원주체는 약물 등 중독과 관련하여 개인이 지속적으로 건강에 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편, 주거우선 접근은 일차적으로 알코올・약물의존, 정신질환 등을 가지고 있어서 복합적 지원이 필요한 만성노숙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장기간 노숙상태를 지속하거나, 노숙과 비노숙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Gaetz et al., 2013).3) 하지만 최근에는 호스텔과 같이 불안정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들도 지원대상이 되고 있다(Centre for Social Justice, 2017; Evans et al., 2019). 여기에는 부담가능주택이 선제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이들이 만성노숙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3. 정책수단
1) 부담가능주택
주거우선 접근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부담가능한 양질의 영구적 주택이어야 한다(Gaetz et al., 2013). 주택의 입지는 분산형과 집합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는 노숙인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고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낙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반면 후자는 지역사회의 낙인 우려가 있지만,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으므로 효율적인 서비스 전달이 가능하다.
또한, 주거우선 접근은 두 가지 주택모델을 상정한다. 하나는 만성질환, 장애, 정신질환, 약물남용 등이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장기 임대주택과 서비스 지원이 이루어지는 장기지원주택모델(Permanent Supportive Housing, PSH)이며, 다른 하나는 주거안정에 약간의 장벽이 있는 가구가 신속히 지역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속주거복귀모델(Rapid Re-Housing, RRH)이다(Cunningham et al., 2015). 후자는 전자에 비해 서비스 지원 기간이 짧고 호스텔 등에 거주하는 광범위한 개인 또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만성적인 노숙상태로 전락하기 전에 주택을 신속하게 확보하고, 자활수준을 높여 주거생활을 유지하도록 한다. 신속주거복귀모델은 노숙인 긴급시설에 대한 수요를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National Alliance to End Homelessness, 2016; Evans et al., 2019).
2) 지원서비스
주거지원을 받는 노숙인에게 제공되는 지원서비스는 주거유지서비스, 의료서비스, 기타 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다(Gaetz et al., 2013). 이 중에서 주거유지서비스는 임대사업자와 관계 형성, 임대료 보조 신청 및 관리, 가구 및 가전제품 구입, 독립생활을 위한 기술 습득 등과 관련한 서비스를 가리킨다. 또한 기타 서비스에는 갈등해결, 일자리 탐색, 자원봉사, 교육참여 등과 관련한 지원이 포함된다.
이러한 지원서비스는 지역사회에서 통합적 접근을 취하지만, 서비스를 전달하는 방식은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하여4) 강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Assertive Community Treatment Team, ACT)과 사회복지사 등이 일대일로 상대하여 필요시 특정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Intensive Case Management Team, ICM)으로 구분된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회복단계에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며, 사회복지사가 광범위한 서비스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Tsemberies, 2015; Centre for Social Justice, 2017). 그러나 두 방식 모두 주택방문을 통한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공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주거문제를 공통적으로 다룬다. 치료의 지속성과 개인화된 지원이 필수적이므로 해당 노숙인과 밀착하여 활동하는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두 가지 지원서비스 전달방식을 노숙인의 특성에 따라 구분하면 <Table 1>과 같다.
Table 1.
Application of ACT and ICM in Housing First
| Category | Drug abuse | ||
| Moderate | Serious | ||
|
Mental disease | Serious | ACT | ACT (most vulnerable) |
| Moderate | ICM | ICM | |
Source. Tsemberies (2015).
4. 주요 성과
주거우선 접근은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노숙인의 다양한 소요 중 일부만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므로(Davidson, 2006), 예방정책, 긴급서비스, 여타 지원수단 등과 혼합 적용돼야 한다(Gaetz et al., 2013; Centre for Social Justice, 2021). 그럼에도 주거우선 접근은 시설 중심의 지원체계에 비해 비용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Davidson, 2006). 복합적 소요를 가진 노숙인이 돌봄서비스를 받으며 노숙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실증되었으며, 이 때문에 미국, 캐나다 등에서 정부지출을 줄이기 위해 주거우선 접근을 채택하고 있다(Tsemberies, 2015; Centre for Social Justice, 2017; Centre for Social Justice, 2021).
또한, 주거우선 접근을 통해 독립적인 주거생활을 시작한 노숙인의 주거유지 정도는 전통모델에 비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뉴욕에서는 주거우선 접근의 지원을 받은 노숙인의 88%가 5년 이상 주거를 유지한 반면, 전통모델에서는 그 비율이 30~5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Centre for Social Justice, 2017). 잉글랜드의 시범사업에서는 그 비율이 지역에 따라 86~89%의 분포를 보였으며, 노숙인의 반사회적 행동과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났다(The Centre for Social Justice, 2021).
대표적인 해외사례인 핀란드에서는 만성적 노숙인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부터 주거우선 정책을 채택했다. 노숙인 및 호스텔 거주가구에 대해 영구적인 주택과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2015년까지 2,500호를 공급하고 지원서비스 제공을 위해 350명의 사회복지전문가들을 고용했다. 입주한 노숙인의 80%가 장기간 주거생활을 유지하면서, 핀란드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노숙인이 줄어드는 국가가 되었다. 더불어 주거우선 정책 시행 전에 비해 노숙인 1인당 15,000유로를 절감하는 효과도 거두었다(Centre for Social Justice, 2017).
III. 서울시 노숙인 지원체계와 주거지원 현황
1. 노숙인 지원체계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실직자들이 대거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간단체들이 서울 등 대도시로 몰려든 실직 노숙인을 지원하는 활동을 시작했고, 이어서 정부가 노숙인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서울시는 1998년 5월 노숙인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취업을 알선하는 서울시립근로자합숙소 운영을 시작으로 노숙인정책을 본격 시행하게 됐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0a). 그 이후 서울시 노숙인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노숙인 규모도 많이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1999년에 7,401명까지 치솟았던 노숙인 수는 2020년 3,463명으로 약 53.2% 감소했다.5)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7년 이후 소폭 증가한 시기가 있지만, 추세적으로 지난 20여 년 동안 서울 내 노숙인은 감소하고 있다.
25년 가까이 시행된 서울시의 노숙인 정책은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라 노숙인 지원체계도 변화를 거듭했다. 현행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체계는 <Figure 2>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0a). 노숙인 또는 노숙위기가구가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희망지원센터를 통해 상담이 이루어진다. 상담결과를 토대로 종합지원센터나 일시보호시설로 이동하여 일시적인 잠자리와 급식, 건강검진 등을 지원받게 된다. 이곳에서 시설 입소를 동의한 노숙인은 욕구와 상황을 고려하여 자활시설, 재활시설, 요양시설 중 한 곳으로 배정된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르면, 자활시설은 노숙인 등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하여 전문적인 직업상담・훈련 등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며, 재활시설은 신체 및 정신장애 등으로 자립이 어려운 노숙인 등에게 치료 및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또한, 요양시설은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단기간 내 가정 및 사회복귀가 어려운 노숙인 등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서 운영된다. 생활시설을 선택한 이들은 시설에서 의료, 주거, 일자리 등의 서비스를 지원받고, 지역사회 재정착을 위한 준비를 통해 탈노숙 단계까지 이른다. 한편, 시설입소를 원하지 않는 노숙인은 쪽방상담소, 동주민센터, 타 사회복지시설 연계 등 기존 복지인프라를 통해 지역사회 복귀를 지원받는다(Yoon et al., 2021).
2. 노숙인 주거지원 정책6)
1) 자활의 집
서울시가 노숙인 주거지원으로서 처음으로 시행한 사업은 ‘자활의 집’이다. 노숙인의 사회복귀 지원을 위해 전세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1999년에 시작하여 2018년까지 추진되었다. 노숙인지원시설인 희망의 집 입소자로서 자립기반이 갖춰졌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세보증금을 최대 8천만 원까지 융자 지원하여 조속한 사회복귀를 유도하고자 했다. 여기서 ‘자립기반’은 3개월 이상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저축액이 200만 원 이상인 자, 독립생활을 유지하기에 건강상 문제가 없는 자, 시설장이 판단하여 독립 주거공간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자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2006년 이후에는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 참여한 노숙인 가운데 저축액이 많거나 안정적인 취업상태에 있는 노숙인을 선별하여 자활의 집 입주자격을 부여했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0a).
자활의 집 입주기간은 2년을 기본으로 하되, 두 차례 연장하여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0a). 자활의 집 거주자에게는 희망의 집 실무자가 월 2회 이상 방문하여 생활실태를 파악했으며, 의무적으로 저축을 하도록 했다. 또한 지역사회에 조속히 정착할 수 있도록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했고, 미취업자에 대해서는 6개월간 공공근로를 실시했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01).
자활의 집은 2012년 최대 28가구까지 지원했으나, 2014년부터 자활의 집에 대한 신규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정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전세보증금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원 규모, 정부의 매입임대주택 정책 활용 가능성, 전세보증금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퇴소, 사례관리 미흡 등을 배경으로 자활의 집은 2018년 운영을 종료하게 되었다.
2) 임시주거지원사업
임시주거지원사업은 시설입소보다 거리생활을 선호하는 노숙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으로서 2010년부터 시행되었다. 연중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거리노숙인에게 최장 6개월의 월세와 1회 생활용품비를 제공함으로써 거리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을 지원한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0a). 본래 임시주거지원사업은 2006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업으로 시작되었다가 2010년부터 서울시의 거리노숙인 종합보호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임시주거지원사업의 지원액은 월 27만 원을 기준으로 2개월간 지원하되, 최장 6개월까지 지원할 수 있으며, 생활용품은 1인당 10만 원 이내로 지원한다. 사례관리자는 총 8명을 배치했으며, 사례관리자가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당사자가 운영기관에 내방하는 방식으로 사례관리가 이뤄진다. 사례관리 서비스의 제공기간은 1년인데, 이를 통해 주민등록 복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신청, 장애인 등록, 구직 등록, 일자리 면접 및 출근교통비 지원 등이 제공된다. 현재 운영기관은 5개 노숙인지원단체가 담당하고 있다.
임시주거지원사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우선 거리상담이나 내방을 통해 신청서를 접수하면, 운영기관은 상담결과에 따른 점수표를 작성하고 심층상담 후 지원대상자를 선정한다. 지원대상자가 선정되면, 지원대상자가 희망하는 지역에서 운영기관이 월세 계약을 체결하여 대상자를 입주시킨다. 입주 후에는 방문 사례관리를 통해 자립을 지원하며,7) 월임대료는 운영기관에서 납부한다. 한편, 자치구에서 대상자를 발굴하여 운영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치구에서 심층상담 및 점수표에 근거하여 대상자를 선정하여 운영기관에 의뢰하면,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입주가 이루어진다. 단, 사례관리 주체는 일차적으로 자치구이며, 필요 시 운영기관에서 지원을 한다.
임시주거지원사업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6,541명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 연평균 654명의 지원실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지원실적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2016년 이전보다 지원규모가 늘어났다.
3) 매입임대주택
노숙인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중앙정부의 정책으로서 시작되었으며, 신규 건설보다는 주로 다가구・다세대주택 등 저층주택을 매입하여 공급해 왔다. 그 시작은 2005년 시행된 단신자매입임대주택 시범사업이었다. 대통령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에서 매입임대주택 공급 확대 및 공급체계 관리 개선방안을 논의하면서 임대주택 정책 개편방안의 일환으로 도입하였다. 그 후 2007년 ‘쪽방・비닐하우스 거주가구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이 제정되면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이 본격화되었다. 2010년에는 ‘쪽방・비닐하우스 거주가구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으로 개정하고, 고시원 및 여인숙 거주자, 범죄피해자를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2011년에는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 전부개정안에 노숙인쉼터⋅부랑인복지시설 거주자를 새롭게 포함시키면서 현재의 공공임대주택 지원체계를 갖추게 되었다(Nam, 2013).8)
매입임대주택의 공급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주거복지재단이 매입임대주택 운영기관9)을 선정하고, 기관별로 매입임대주택 물량을 배정한다. 운영기관은 노숙인 시설, 쪽방상담소를 통해 입주대상자 신청을 받고, 소득기준 등 자격기준 충족 여부를 검토한 후 주거복지재단에 입주대상자 명단을 제출한다. 입주대상자가 최종 확정되면, 임대사업자인 공사, 운영기관, 입주자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데, 2019년 7월부터 운영기관이 입주자가 자활의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추천하는 경우 임대사업자와 입주자가 직접 계약할 수도 있다. 타 유형의 공공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2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루어진다. 2020년 12월 현재, 총 1,137호가 공급되었으나, 이 중 209호는 입주자 퇴거 후 반납 등이 이루어지면서 928호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905호에 1,251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물량은 LH가 공급했고 SH는 2017년 13호 공급에 그쳤다.
한편,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한 노숙인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사례관리자를 배치하고 있다. 사례관리사업은 2012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으로 시행했으나 2015년 10월 해당 사업이 종료되었다. 이에 서울시에서 2015년부터 전담 사례관리자를 배치하여 복지서비스 연계를 통한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사례관리사업은 10개 운영기관이 운영 중인 매입임대주택 641호의 입주자를 대상으로 상담, 위기지원, 구직지원, 의료지원, 주택보수, 체납관리, 지역복지 연계 등의 생활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치모임, 문화프로그램 등의 운영도 담당한다. 이를 통해 입주자의 초기 정착과 입주자간 갈등해소 및 상호협력을 지원한다. 2020년 말 현재 사례관리자는 팀장 1인을 포함하여 총 11명이 배치돼 있다.
4) 희망원룸
희망원룸은 자립의지가 있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사생활 보장이 가능한 원룸형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2011년 코레일이 서울역사 내 노숙인 강제퇴거조치를 발표하면서 서울시가 12월에 2개 동을 개원하여 55명을 입주시켰다. 근로의지는 있으나 공동생활보다는 거리생활을 선호하는 노숙인에게 개별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구세군유지재단법인에서 민간건물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주거공간을 확보하고, 브릿지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을 담당했다. 희망원룸은 서울시에서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으며, 기타 필요한 물품이나 비용 등은 후원을 받는다. 입주자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입주자선정위원회에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선정하는데, 주로 노숙인지원시설로부터 추천을 받는다.
거주기간은 1년이며, 6개월마다 연장심사를 통해 최장 2년 동안 생활할 수 있다. 입주자는 매월 월세 12만 원을 납부하며, 임대료 중 5만 원은 희망자금으로 적립하여 퇴소 시 지급하고, 입주자에게는 신용회복, 건강관리, 취업알선, 금전관리, 직업훈련 등의 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퇴거 시에는 매입임대주택 등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
희망원룸은 2012년부터 2개 동을 임차하여 5년간 운영한 후, 2017년 8월 1개 동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2018년부터 1개 동 27호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실내구조를 고시원 형태로 리모델링하면서 거주면적과 복도가 좁다는 지적이 있었고, 매입임대주택이나 지원주택 등 다양한 주거지원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희망원룸 사업의 유지 필요성이 크게 감소하였다. 이에 서울시 지원은 2020년 말에 종료되었고, 대한구세군유지재단법인은 서울시 지원 없이 자체 운영하고 있다.
5) 지원주택
노숙인 대상의 지원주택 정책은 2018년 「서울특별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지원주택은 주택이라는 공간뿐만 아니라 주거를 유지하고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된다는 특징이 있으며, 현행 조례에서는 노인, 장애인, 노숙인, 정신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지원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10)
이 조례에 근거하여, 2019년부터 노숙인 대상 지원주택의 시범사업이 시작되었다. 매입임대주택으로 주택을 확보하며, 입주자는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하여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알코올 의존이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만성노숙인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되며, 사례관리 등 주거유지서비스가 제공된다. 또한 각 주거동의 일부 주택을 커뮤니티공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Table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9년 시범사업으로 2개 동 38호가 공급되었으며, 2020년까지 총 180호가 공급되었다. 2021년 2월 현재 147호가 이용되고 있으며, 22호가 공실 상태이다. 지원주택의 주거유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원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은 총 6개이다.
지원주택 입주자는 지역사회에서 독립생활을 하기 위해 주거유지 지원서비스가 필요한 가구로 선정된다. 경증환자이나 지속적 관찰 및 사례관리가 필요한 노숙인이 대상이라 할 수 있겠는데,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만 19세 이상이면서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등재되어 있는 무주택세대 구성원으로서 1인 가구, 둘째,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또는 일시보호시설의 서비스 이용・관리 기록이 총 3개월 이상이거나 노숙인생활시설(재활, 자활, 요양)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노숙인 또는 3개월 이상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 셋째, 월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 50% 이하이고 자산은 총자산가액이 2.15억 원 이하로서, 차량의 현재가치가 3,496만 원을 초과하는 비영업용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SH, 2021).
한편, 입주자 선정을 위해 심의위원회를 운영한다. 노숙인지원시설 등을 통해 입주자를 공모하며, 심의위원회에서는 재활・자립의지, 정신질환・알코올 중독 등 보호 필요성, 자기관리 등을 기준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입주자로 선정되면, SH와 입주자가 직접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 임대료는 본인이 직접 부담하되, 커뮤니티공간에 대해서는 해당 운영기관이 부담한다. 거리에서 생활하다가 입주한 경우에는 최대 6개월 월세를 지원한다. 임대보증금은 300만 원 내외, 월임대료는 10~20만 원 내외이다. 현재 임대보증금은 민간재단 후원사업을 통해 지원되고 있다.
운영기관은 주거유지와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주자의 특성에 따라, 상담, 주택시설 관리, 공과금 및 임대료 연체 관리 등 주거유지, 사회복지서비스, 의료 및 건강관리, 취업상담 및 자립, 지역사회 커뮤니티 연계 등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매입임대주택의 경우와 유사하게 사례관리자를 배치하고 있다. 2019년 시범사업 기간에는 19호당 1명이었지만, 현재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7호당 1명, 알코올 의존자에 대해서는 5호당 1명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사례관리자는 2019년 13명에서 2021년 2월 현재 30명까지 늘어났다.
Table 2.
Current Status of Supportive Housings for the Homeless
| Year | Target | Location | Housing unit |
No. of case manager | |||
| Occupied | Vacancy |
Commun-al space | Total | ||||
|
2019 (pilot) | W | Seodaemun | 17 | 0 | 1 | 18 | 2 |
| M | Songpa | 17 | 2 | 1 | 20 | 4 | |
| 2019 | W | Eunpyeong | 12 | 1 | 1 | 14 | 3 |
| M | Gwanak | 15 | 0 | 1 | 16 | 4 | |
| Guro | 10 | 1 | 1 | 12 | |||
| Seodaemun | 17 | 0 | 1 | 18 | 6 | ||
| 3 | 0 | 0 | 3 | ||||
| Seongbuk | 12 | 2 | 1 | 15 | |||
| Guro | 11 | 5 | 1 | 17 | 4 | ||
| Geumcheon | 4 | 2 | 1 | 7 | |||
| 2020 | W | Guro | 17 | 4 | 1 | 22 | 4 |
| M | Guro | 12 | 5 | 1 | 18 | 3 | |
| Total | 147 | 22 | 11 | 180 | 30 | ||
3. 소결: 서울시 노숙인정책의 성격
외환위기 이후 노숙인 증가가 사회문제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1999년부터 자활의집을 운영했다는 점은 노숙인 주거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일찍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매입임대주택(2007년~현재), 임시주거지원사업(2010년~현재), 희망원룸(2012년~2020년), 지원주택(2019년~현재) 사업이 연속적으로 시행되는 등 주거지원은 노숙인정책의 일부로서 자리 잡아 왔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체계는 여전히 시설 중심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주거지원은 아직 주변적인 지원수단으로 남아 있다. 현재 임시주거지원사업, 매입임대주택 및 지원주택 공급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매년 신규 공급되는 주택수가 120호 내외로 매우 적어 노숙인의 지역사회 재정착을 지원하는 수단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체로 노숙인은 거리에서 시설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위의 <Figure 2>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행 노숙인 지원체계에 있어서 주거지원이 갖는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는 명료한 상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노숙인의 지역사회 재정착 수단으로서 주거지원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현행 노숙인정책은 주거지원의 역할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IV. ‘주거우선’ 적용을 위한 정책과제 도출
1. ‘주거우선’ 접근의 필요성
2013년부터 서울시가 매년 시행하고 있는 노숙인 대상 설문조사 중 2020년 조사결과11)를 활용하여 노숙인 기본현황을 살펴보면 <Table 3>과 같다. 전체적으로 남성 노숙인의 비중이 76.9%로 다수를 점하고 있으나 생활시설(자활・재활・요양시설)에서는 비교적 여성 노숙인의 비중이 높다. 평균연령은 54.7세로, 50대 이상이 72%를 차지하고 있으며, 30대 이하의 청년층도 9.3%를 점하고 있다. 생활시설은 60대 이상이 가장 많지만, 나머지 거주유형에서는 50대 비중이 가장 높다. 또한, 노숙인의 1/3 이상이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신체적・정신적 질병이 있는 노숙인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노숙 이전에 거주했던 지역은 서울이 68.4%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으며, 노숙기간은 평균 9년이지만, 1년 이상 6년 미만이 46.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노숙기간이 1년 이상인 만성노숙인은 전체의 89.1%에 이른다.12)
Table 3.
Profiles of the Homeless(n=450, No. of the Homeless, %)
Sourc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0b); Author’s Modification.
이상의 기본현황을 바탕으로 현행 노숙인정책에서 드러나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총량적인 노숙인 수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III장에서 언급했듯이 외환위기 이후 서울의 노숙인수는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감소세는 최근 둔화되고 있다. <Table 4>와 같이, 3년 간격으로 노숙인수의 연평균 변화율을 살펴보면, 노숙인수가 증가한 구간도 일부 있지만, 감소한 구간 중에는 2018~2020년에서 가장 낮은 감소율(연평균 -0.14%)을 보이고 있다. 감소구간에서는 대체로 연평균 3% 내외의 감소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거의 정체나 다름없는 수준의 감소세가 나타난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노숙인의 만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Table 4.
Annual Change in the Number of the Homeless (%)
| Year | 1998~1999 | 2000~2002 | 2003~2005 | 2006~2008 | 2009~2011 | 2012~2014 | 2015~2017 | 2018~2020 |
| CAGR | 6.45 | -2.91 | 0.02 | -0.55 | -3.37 | 2.75 | -3.87 | -0.14 |
다음으로, 노숙인의 거주유형을 거리와 시설(생활시설, 일시보호시설)로 구분하여 노숙인수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Table 5>는 최근 5년 동안의 거주유형별 노숙인수의 변화를 매년 10월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총 998명의 노숙인이 감소했으며, 이 중 869명(87.1%)은 시설 거주 노숙인의 감소분으로서 최근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확충되면서 상당수의 노숙인이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시설 거주 노숙인의 감소폭에 비해 거리 노숙인의 감소폭이 그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거리에서 시설로의 이주라는 탈노숙의 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2020년 서울시의 노숙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1회 이상 시설 입소경험이 있는 노숙인은 조사대상자의 71.8%를 차지하고 있으며, 거리 노숙인은 그 비율이 46.7%였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0b). 즉, 상당수의 노숙인이 시설 입・퇴소를 반복했으며, 거리 노숙인의 약 절반은 시설에서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Table 5.
Trends in the Number of the Homeless by Residential Type
또한, <Table 6>과 같이, 2021년 1월 현재 생활시설의 정원 대비 현원 비율은 68.1%로, 자활시설 73%, 재활시설 68%, 요양시설 64.4%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설에 대한 노숙인의 수요가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공동생활에 따른 사생활 보호의 어려움, 시설운영을 위해 적용되는 규칙과 개인의 자유로운 생활욕구의 충돌, 동료들 간의 갈등 등이 시설 기피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Table 6.
Fixed and Present Number of the Homeless by Facility Type
Source. Yoon et al. (2021); Author’s Modification
한편, 2017년과 2020년의 노숙인 실태조사를 비교하면, <Table 7>과 같이 평균연령이 늘어나고, 장애인 비중, 신체 및 정신적 질환 보유자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복합적인 서비스 소요가 있는 노숙인의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적절히 확보되지 않으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탈노숙이 어려워지고 노숙의 만성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같은 실태조사에서 노숙경험이 1년 미만인 신규노숙인이 노숙의 결정적 이유로서 언급한 것은, 2017년의 경우 ‘부채증가로 인한 신용불량・파산(27.8%)’, ‘본인 이혼 및 결혼관계 해체(21.6%)’, ‘직장에서 쫓겨남(13.9%)’ 순이었고, 2020년은 ‘본인 이혼 및 결혼관계 해체(18.4%)’, ‘정신병 증상의 급격한 악화(18.4%)’, ‘부채증가로 인한 신용불량・파산(8.2%)’, ‘사회복지시설에서의 퇴소(8.2%)’ 순이었다. 전반적으로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가족문제, 정신건강문제 등도 노숙의 원인으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그 정도가 최근에 올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에 대해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신규노숙인이 만성노숙단계로 이행하면서 노숙인의 감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Table 7.
Ratio of the Homeless with Disability or Diseases (%)
| Category | 2017 | 2020 | |
| Average age (year) | 52.0 | 54.7 | |
|
Share of the homeless with | Disability | 14.8 | 34.8 |
| Physical disease | 54.6 | 70.0 | |
| Mental disease | 32.5 | 45.1 | |
Source.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0b); Author’s Modification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수요측면에서 탈노숙을 위해 대응해야 하는 노숙인의 소요는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상황인 반면, 공급측면에서는 ‘거리→시설→지역사회’라는 단선적 경로가 점차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의 노숙인 감소 추세가 정체단계에 이르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수요와 공급 각각에 내재된 문제가 누적되고, 그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면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주거우선 접근은 노숙인의 지역사회 재정착을 위한 새로운 경로를 모색하는 데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함으로써 시설에 대한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노숙인은 자신에게 제공된 주택에서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고 자주적인 결정을 통해 지역주민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또한 노숙인의 상황에 적합한 지원서비스가 제공됨으로써 다양한 복지소요에 대응할 수 있다. 지역사회의 여러 인적・물적 자원과 연계되도록 한다면, 노숙인시설에서 제공되는 기존 서비스보다 질적・양적으로 풍부한 지원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자활, 재활, 요양으로 구분된 시설은 전문화된 지원에 용이하지만, 복합적인 서비스 소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여 전문적이면서도 범용적인 지원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한다면 노숙인의 지역사회 재정착과 자립에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주거우선 접근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노숙인의 감소세는 정체상태를 벗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II장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미 지역 또는 전국 수준에서 주거우선 접근을 구현한 해외사례들은 주거우선 접근이 탈노숙의 효과적 수단임을 실증하고 있다.
2. ‘주거우선’ 접근의 제약요인
주거우선 접근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노숙인정책에 있어서 주거우선 접근을 당장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근 20년 넘게 추진해 온 노숙인정책의 각종 제도적 요소들이 ‘주거우선’ 접근에 대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무자 및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통해 확인된 제약요인 중 대표적인 것들을 정리하면 지원시스템, 정책수단, 거버넌스 등 세 가지 층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원시스템’은 노숙상태에서 지역사회 재정착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정책의 집합과 연계를 의미하는데, 주거우선 접근과 지원시스템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정책수단’은 주거우선 접근 도입 시, 이와 관련한 정책수단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으로, 실질적인 정책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목상의 주거우선 접근에 그치게 될 것이다. ‘거버넌스’는 노숙인 지원체계를 운영하는 주체들 간의 협력구조를 가리키는데, 주거지원 등 지원수단이 다양해질수록 여러 주체들 간의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시설 중심의 노숙인 지원체계는 주거우선 접근을 어렵게 할 것이다. <Figure 2>에서 살펴봤지만,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체계에서 주거지원은 시설에서의 생활 이후 단계에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최근 들어 주거지원이 확충되면서 이러한 단계적 접근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현재 정책적으로 상정한 지원체계는 제II장에서 언급했던 전통모델, 즉 주거지원은 자활 또는 탈노숙이 준비된 노숙인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접근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게다가 오랜 기간 운영되면서 시설 중심의 지원체계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가 형성되었기에 주거우선 접근으로의 전환에 대한 저항도 나타날 수 있다.
둘째, 정책수단 측면에서 현재 노숙인 대상으로 공급되는 주택은 양적으로 노숙인의 주거소요를 충족하기 어렵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정책수단인 매입임대주택과 지원주택의 공급량은 결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노숙인에게 제공된 매입임대주택의 신규 공급량은 연평균 61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물량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해 공급되고 있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017년 13호 공급에 그치고 있다. 지원주택 정책은 전국 최초로 조례가 제정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지난 3년간 169호(커뮤니티공간을 위한 11호 제외)가 공급되고 2021년에는 60호 공급이 추진되는 등 해당 정책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20년 4회 시행된 노숙인 일시집계조사결과의 평균치를 기준으로 하면, 서울 내 노숙인은 2020년 기준으로 3,463명에 이른다(Huh, 2021). 따라서 매년 120호 남짓한 매입임대주택 및 지원주택의 공급량으로는 노숙인의 지역사회 복귀와 재정착을 촉진하기에 여러모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셋째, 정책수단에 있어서 주택공급만으로는 노숙인의 지역사회 재정착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지원서비스 제공이 수반돼야 하지만, 아직 노숙인에게 적합한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서비스 모델이 확립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주거우선 접근을 통해 향후 주택공급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이에 발맞춰 지원서비스 운영도 체계화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지원서비스와 지역복지체계의 관계가 명확히 정립돼 있지 않다. 노숙인이 매입임대주택이나 지원주택에 입주하면 사실상 해당 지역의 주민이라고 봐야 하지만, 지역에 산재해 있는 여러 복지기관들은 전문성 부족,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자신의 서비스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 외에도 지원서비스 운영주체의 범위, 주택관리의 책임성, 지원서비스 제공인력 규모의 적정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13)
넷째, 거버넌스에 있어서는 주택부서와 복지부서의 상시적인 협력 부족도 중요한 제약요인이다. 사실 주거지원은 복지부서의 업무라기보다는 주택부서의 업무로 분장되어 있다. 따라서 주택부서가 노숙인 지원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주거지원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동안 노숙인에 대한 주거지원이 프로그램의 종류에 비해 양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것도 이와 같은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주거우선 접근을 통해 노숙인 지원체계의 전환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관련 부서 간 협력체계가 전제돼야 한다. 서울의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통의 지향 하에서 주택부서는 노숙인 주거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원을 할당하고, 복지부서는 주거지원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복지서비스와 주거지원을 연계하여 노숙인 지원정책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3. ‘주거우선’ 적용을 위한 정책과제
현행 노숙인정책이 직면한 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 본 연구는 주거우선 접근의 적용을 제안했다. 그러나 시설 중심의 지원체계, 신규주택 공급의 부족, 지원서비스 운용체계 미비, 관련 부서 간 협력 부족 등은 주거우선 접근의 적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주거우선 접근을 현행 서울시 노숙인 지원체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약요인을 넘어설 수 있는 정책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첫째, 현행 시설 중심의 노숙인 지원체계를 주거우선 접근이 반영된 지원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는 시설에 의존하는 지원체계만으로는 노숙문제의 해결이 요원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물론, 최근 서울시에서는 지원주택을 도입하는 등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거우선 접근을 채택했다고 간주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거지원의 위상이나 역할이 미미한 실정이다. 이제는 장기간 유지해 온 시설 중심의 지원체계에서 탈피하고, 노숙인의 만성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서 주거우선 접근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활 또는 자립의 결과로서 주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활 또는 자립의 기반으로서 주택이 제공되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Figure 3>과 같이 생활시설 입소는 이전에 비해 최소화되고, 상담 및 사정(assessment) 과정을 통해 공공임대주택(매입임대주택, 지원주택)으로 바로 이주하는 방식이 확대되는 지원체계를 구상해볼 수 있다. 임대료 연체,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노숙위기에 처한 가구나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은 상담 및 사정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긴박한 안정이 필요한 경우 일시보호시설 또는 임시주거를 거쳐 이동한다. 더불어 새로운 지원체계에서는 이미 생활시설에서 거주하는 노숙인이더라도 본인의 의사를 바탕으로 적절한 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기존의 시설 위주의 지원체계가 예방과 주거지원 위주로 재편되는 것은 급격한 변화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면, 목표연도를 정하고 단계적인 전환 절차를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주거우선 접근을 노숙인 지원체계의 전환 방향으로 삼는다면, 그에 따라 노숙인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도 확대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현재 매입임대주택과 지원주택은 합쳐서 연평균 120호 남짓 공급되지만, 이를 연간 600호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5년간 서울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연평균 약 2만 호임을 감안할 때, 약 3%의 물량을 노숙인에게 할당하는 것으로 결코 과도한 양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규모로 공급하면 5년 후 약 3천 호의 주택을 확보하게 될 텐데, 이는 자활・재활・요양시설, 종합지원센터 및 일시보호시설에서 거주하거나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을 상당 정도 포괄할 수 있는 규모이다. 물론 이 정도의 공급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노숙인을 위한 주택공급에 소홀했던 SH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더불어, 단순히 공급물량 확대가 아니라, 매입임대주택과 지원주택의 균형 있는 공급도 고려해야 한다. 노숙인 주거지원의 핵심 정책수단인 매입임대주택과 지원주택의 역할을 차별화하고 그에 맞춰 공급량을 결정하는 체계적인 접근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제II장에서 주거우선 접근을 위한 주거모델로 언급한 PSH, RRH를 참고할 때, 주거유지와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지원서비스 소요나 강도가 큰 경우에는 지원주택으로, 지원서비스 소요가 상대적으로 적고 지역사회 정착의 어려움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매입임대주택에 입주하도록 하는 주택배분체계를 구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Table 8>은 Burt & Wilkins(2005)가 장기지원주택 소요가구를 추정하는 방식을 변용하여, 2020년 노숙인 실태조사 원자료를 토대로 노숙기간과 지원서비스 소요에 따라 서울의 노숙인을 유형화한 것이다.14) 장애, 정신질환, 도박중독 등으로 지원서비스 소요를 가지고 있는 만성노숙인이 전체 노숙인의 과반(52.2%)을 점하고 있고, 여기에 노숙생활 1년 미만의 신규노숙인까지 포함하면 60.6%에 이른다. 따라서 지원주택과 매입임대주택을 약 6:4의 비율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지원주택의 입주자격을 기존 정신질환자 및 알코올 중독자에서 장애인 등으로까지 확대하여 다양한 지원서비스 소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Table 8.
Types and Distribution of the Homeless (%)
| Category | Length of homelessness | ||
|
Less than 1 year (new homeless) |
1 year or more (chronic homeless) | ||
|
Needs of supporting services | Have | 8.4 | 52.2 |
| Have-not | 2.4 | 36.9 | |
Source. Author’s Calculation of Raw Data on the Homeless Survey in Seoul (2020)
셋째, 노숙인의 주거유지와 지역사회 재정착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서비스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원서비스의 개발 및 표준화가 필요하다. 주택공급만으로는 지역사회 재정착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서비스 제공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아직 노숙인에게 적합한 지원서비스 모델이 확립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향후 매입임대주택과 지원주택의 재고가 늘어난다면, 그에 맞춰 지원서비스의 수준도 함께 발전할 필요가 있으며, 지원주택 운영기관 간의 서비스 제공활동의 편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매입임대주택이나 지원주택에 입주한 노숙인을 위한 표준화된 지원서비스 개발은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와 함께 지역복지체계와의 관계 정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15) 노숙인마다 필요로 하는 서비스 소요가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노숙인 전체를 지역복지체계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따라서 높은 강도의 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숙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문적인 팀(ACT)을 구성하여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되, 회복단계에 접어들어 지역사회 정착이 기대되는 노숙인에 대해서는 ICM과 같은 방식으로 지역복지체계와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식의 구분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지역복지체계와 원활한 연계가 가능한 조직들이 공공임대주택의 운영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16)
또한 매입임대주택은 지원주택과 달리 사업시행자인 공사와 운영기관이 임대차계약을 통해 주택을 배정받고, 해당 주택에 대해 운영기관과 입주자가 추가 입주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운영기관이 주택관리와 임대료 납부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공사와 입주자 간의 직접적인 임대차계약을 통해 주택관리는 해당 공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맡도록 하고 운영기관은 사례관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분명한 업무구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매입임대주택 및 지원주택 재고 증가에 맞춰 서비스 제공 인력을 확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2020년 말 기준으로 41명의 사례관리자가 총 788호를 담당하고 있는데, 사례관리자 1인당 적지 않은 규모를 관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노숙인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증가에 따라 사례관리자를 어느 정도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내실 있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인력배치 기준은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할 과제이다. 일례로 Centre for Social Justice(2021)는 노숙인 7명당 사례관리자 1인을 배치하되 분산 거주하는 경우 사례관리자 1인당 노숙인 5명이 적정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넷째, 노숙인정책에서 주거우선 접근을 적용하는 등 주거정책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주택부서와 복지부서 간의 원활한 협력관계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복지부서는 주거지원이 갖는 효과성을 공감해야 하며, 주택부서는 노숙인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이른바 노숙인정책에서 거버넌스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주택부서와 복지부서의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양 부서의 자발적 협력에만 의존할 경우 부서 간 칸막이가 존재하므로 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현재보다 더욱 활발한 협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부서별 칸막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상시적 협력기구를 설치하고 강력한 권한을 가진 리더십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예를 들어 시장 또는 부시장 직속으로 민관협력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주택부서, 복지부서, 민간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고, 노숙문제의 해결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가운데 정책사업을 계획하고 사업성과를 점검하는 활동을 이 기구가 담당하게 된다면, 새로운 협력의 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V. 결 론
본 연구는 주거우선 접근을 통한 탈노숙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아직 심화된 논의가 부족한 상황임에 주목했다. 이에 서울시 노숙인정책을 사례로, 주거우선 접근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주거우선 접근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제약요인과 정책과제를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정했다.
서울의 맥락에서 볼 때, 노숙인 감소세는 최근 들어 둔화되었으며, 노숙인의 시설 기피 현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 3년 사이에 장애가 있거나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가지고 있는 노숙인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단순한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서비스 소요가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곧, 외환위기 이후 노숙인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지금까지의 정책수단이 앞으로도 유효한지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으며, 본 연구는 주거우선 접근을 채택할 필요가 있음을 제기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고착화된 시설 중심의 지원체계, 양적으로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지원서비스 운영체계 미흡, 주택부서와 복지부서의 협력 부족 등은 주거우선 접근으로의 진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파악했다. 따라서 주거우선 접근을 본격적으로 채택하고자 한다면, 기존 시설 중심의 지원체계를 주거우선 접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원체계로 전환하고, 노숙인 대상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지역복지체계와의 협력 하에 지원서비스를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제안했다. 더불어 이 과제들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주택부서와 복지부서의 협력이 가능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를 모색할 필요가 있음도 주장했다.
그런데, 이 외에도 주거우선 접근이 노숙정책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사전에 검토해야 할 몇 가지 이슈들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노숙인 수의 변화 요인, 시설 중심의 기존 지원체계의 성과와 한계, 주거우선 접근의 비용효과성, 우리나라에 적합한 주거우선 모델, 기존 시설들의 재편과 역할 재설정 등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그 결과를 실증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주거우선 접근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추상적인 정책목표가 아니라 노숙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천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거우선 접근이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노숙인 문제의 종식(ending homelessness)을 정책슬로건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사회는 과연 이러한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