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농촌 사회가 장기간 이촌탈농과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학적 변화에 직면하면서, 농촌 주민의 생활양식과 주거수요는 크게 변화하였다. 농촌의 가족구조는 과거 대가족 형태에서 노부부와 독거노인 등이 대부분인 1~2인 가구 형태로 변화하면서 단순히 주거면적보다 노년 세대의 안전 및 생활 편의 기능이 중시되고 있다. 최근 농촌 생활에 매력을 느끼고 정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현대적 생활양식에 맞는 주택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반면, 지금 농촌 주택과 주거환경은 사람들의 기대와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다. 농촌 주택은 대부분 노후화되어 주택 구조체와 단열성능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이며, 슬레이트 재질이 사용된 주택도 상당수 남아 있다. 게다가 농촌 주민들이 식수, 난방연료 등 기본재화를 공급받으려면 도시 주민에 비해 상당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최근 농촌 지역에 노후주택과 빈집이 증가하면서 지역사회의 치안과 경관,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농촌 주거환경이 사회 구성원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국가는 농촌 주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반면, 정부가 제정한 최저주거기준은 도시의 주거 문제 해결이 일차적인 관심사이다 보니, 농촌 지역의 여러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제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받는다(Yoon, Kim, & Shin, 2009; Yoon, 2011). 이러한 상황에서 농촌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주민의 수요를 반영하여 별도 주거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Kim et al., 2016).
농촌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수단은 대부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취약지역생활여건개조사업 등 지역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방식은 농촌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한 생활인프라 조성에 유리할 수 있으나, 일회성 사업으로서 농촌 주거환경을 지속적인 관리·개선에 적합한 정책수단이 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 또한 받는다.
따라서 농촌 주거정책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 방식에 더해, 지속적인 점검과 환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최저주거기준을 농촌 주거환경의 불리하거나 취약한 요인을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개선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Lim & Park, 2017).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주거생활과 주거의 질은 주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된다. 농촌 지역이 정착하여 생활할만한 장소로 인식되도록 하려면, 농촌 주거정책이 주거환경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거나 개선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자연마을 등 농촌 주거지 형태를 고려하여 농촌 주택의 범위를 읍·면 지역에 건축된 단독주택 중에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아닌 주택으로 한정하고자 한다.1) 행정구역상 농촌으로 분류된다 하더라도 읍소재지 혹은 신개발지역 등의 시가지에 건축된 아파트나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현행 최저주거기준에서 제시된 사항을 따라도 무방하리라 판단된다.
현행 최저주거기준은 도시와 농촌 지역의 모든 주택이 최소한도로 준수해야 할 보편적 성격을 가지므로, 농촌 주택도 이러한 최저주거기준의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나 현행 최저주거기준이 주택면적 등 일부 기준 외에 실효성 있는 항목을 도출하지 못하며, 특히 농촌 주택의 취약성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실효적 조치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별도의 농촌형 주거기준을 제정하여 이러한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연구의 목적은 농촌 주거정책의 일환으로 농촌형 주거기준의 제정 방안을 제시하고, 이 기준이 농촌 주거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제언하는 것이다.
II. 이론적 배경
1. 선행연구 및 관련 법제도 검토
1996년 UN Habitat II에서 한국 정부가 대표 낭독한 연 설문에서 주거권이 인간 기본권의 하나로 천명된 이후, 한국에서도 국가가 사회 약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적절한 주거를 누릴 권리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2015년 주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주거권 개념이 처음으로 명문화되었지만, 여전히 다른 기본권에 비해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Korea Center for City and Environment Research, 2018). 현행「주거기본법」에서 정의된 주거권은 다음과 같다.
‘국민은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주거기본법」제2조(주거권)
우리나라는 주거 약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최저주거기준을 제시하고 있다.「주거기본법」 제17조에 의하면 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국가가 제시하는 최소한의 주거수준에 관한 지표를 의미하며, 주거면적, 용도별 방의 개수, 주택의 구조·설비·성능 등의 기준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설정하여 공고하고 있다.
이에 ‘농촌 삶의 질 향상 정책’에서는 ‘농어촌서비스기준’ 항목의 하나로 최저주거기준을 준용하여 농어촌 주민의 주거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개선하는데 활용하도록 설정하였다.2) 이 중에서 주거 항목은 “주민 누구나 최저주거기준 이상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는 가구의 비율을 95% 이상”으로 설정하고, 시군 기초 지자체별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현황을 파악하도록 설정했다<Table 1>.
Table 1.
Changes in Implementation Status of Main Items in the Rural Service Standard in 2018 (Housing, water supply, and heating sectors)
Unit: %
반면, 현행 최저주거기준이 농촌 지역의 주거환경에서 발생하는 취약성과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이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었다. Kim et al.(2016)은 가구원 수에 따른 최소 주거면적 기준은 공동주택 위주의 도시 주거생활에서 중요한 기준이지만, 단독주택에 1~2인 노인가구가 대부분인 농촌주택에서는 주택 노후화 및 공폐가 실태가 주거 수준을 좌우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Park(2008)과 Seo, Yeo, & Kim(2016)도 도시에서는 주거생활 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주거면적이나 용도별 방의 개수 등 양적 기준이 중요하지만, 농촌에서는 주택 노후화 문제, 주택의 시설 성능, 공폐가 방치 등의 문제를 더욱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도시 주거양식은 일정 구역에 집적되어 거주하는 특성이 있지만, 농촌은 넓은 면적에 저밀도로 분산해 있으며, 무허가주택 등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택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에 Park(2008)은 농촌의 지역별 주거 수준 및 주택 현황 등에 대한 별도의 실태 파악이 전제되어야 농촌 주택 및 주거 정책 대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국민의 주거생활이 최저주거기준에서 제시된 요건을 준수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주거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3) 그러나 현행 주거실태조사 방식은 앞서 밝혔듯, 농촌 주택 혹은 주거환경과 관련된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선, 주거실태조사에서 최저주거기준과 관련한 항목은 설문 대상자에게 대면조사를 통해 주거면적 및 주택시설 여부, 주거상태 등을 직접 질문하여 파악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택 등기 여부 및 주택구조, 슬레이트 재질 활용 여부, 단열성능 등 건축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문항에 설문 대상자가 정확히 응답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농촌주택은 도시에 비해 법적으로 등기되지 않은 무허가 주택과 기본성능이 부실한 불량주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문제이다. 게다가 농업 종사 가구의 경우, 옥외창고나 마당 등 농작업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며(Yoon, Kim, & Shin, 2009) 슬레이트 지붕 등 석면재가 포함된 주택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나(Seoung & Kim, 2014), 현행조사방식은 농촌 주거생활의 취약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최저주거기준을 파악하는 기초통계자료로 활용되는 통계청의 주택총조사가 2015년 전수조사에서 표본조사방식으로 변경되면서 주거 실태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파악하기 불가능해졌다는 점도 최저주거기준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이다(Ministry of Agriculture, Food and Rural Affairs, 2019b).
이처럼 농촌 주거환경 특성을 반영하여 정책을 개선하려면 현행 최저주거기준을 농촌 실정에 맞게 보완하거나 별도의 부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는 ‘주거실태조사’와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조사’ 등 통계자료를 분석하여 농촌형 주거기준 제정의 필요성과 정책 이슈를 도출하고자 한다.
III. 실태 분석
농촌 주택 거주자 중 최소주거면적 미달 가구 수는 도시에 비해 적지만 농촌 지역의 주택 시설과 주거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농촌 주택은 도시 대비 난방비 부담이 크며, 슬레이트 지붕 등 유해재질 사용 비율이 높다.
농촌 지역에서 가장 일반적인 주택 유형인 단독주택의 노후화 수준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단독주택의 경우 전국 모든 지역에서 전반적으로 노후화되어 있다.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 모두 노후 단독주택의 비율이 30%를 초과했으며 면 지역은 40%를 넘어섰다. 또한, 단독주택 빈집의 약 80%(동: 81.4%, 읍: 81.3%, 면: 76.6%)가 1979년 이전에 지어진 단독주택이다.
<Table 2>에서 제시된 주택시설의 실태를 살펴보면, 농촌에서 열악한 시설을 보유한 주택 비율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주택총조사(2015년)4)를 통해 농촌과 도시의 주택 시설 차이를 비교하면, 농촌 주택이 크게 열악하다는 점이 파악된다. 농촌 주택 중에 재래식부엌 시설이 설치된 비율은 1.8%(읍 0.8%, 면 2.1%)로 도시(0.5%)보다 높다. 재래식 화장실이 설치된 비율도 5.5%(읍 2.1%, 면 6.9%)로 도시(0.8%)보다 높으며, 목욕시설이 없는 주택 비율은 4.2%(읍 2.3%, 면 5.8%)로 도시(1.4%)에 비해 매우 높은 형편이다.
Table 2.
Housing facilities by urban and rural area(kitchen, toilet, bathing facilities, water supply facilities)
Unit: No., %
Source:Statistics Korea (2015). The numbers in parentheses are the ratio of the number of samples by each category to the total number of samples by administrative district.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서 파악된 주택 난방 및 단열 실태를 살펴보면, 불량한 상태로 파악된 농촌 주택 비율은 21%이며, 도시 주택 비율은 15.2%이다. 또한 도시 주택은 대부분 지역난방(16.4%) 혹은 개별난방에 의한 도시가스(74.5%)으로 난방을 해결하고 있으나, 농촌 주택은 대부분 기름보일러에 의존하고 있으며(36.7%), 전기(10.9%), 연탄, 화목 등(1.7%)으로 난방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농촌진흥청의 농어업인 복지실태조사(2018)에서도 농촌에서 사용하는 난방시설의 종류로는 대부분 기름보일러에 의존하고 있으며(37.8%), 다음으로 도시가스보일러(33.9%), 전기보일러(9.9%), 프로판가스(LPG) 보일러(5.9%), 화목보일러(4.0%), 지역난방(1.7%), 연탄보일러(1.7%) 순이었다. 도시 주택은 지역난방, 도시가스 등 공공인프라로 난방문제를 해결하는 데 비해, 농촌 주택은 기름보일러 등 개별 난방수단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도시에 비해 난방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농촌 노후주택의 경우 대부분 단열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아서 주택의 난방 비용은 도시에 비해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2017년 농촌진흥청 농어업인 복지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촌 난방환경 개선 방안으로 주민들은 도시가스 등 저렴한 난방원 공급(43.9%)을 요구하였으며, 노후화된 난방시설 개/보수 비율(35.6%)이 뒤를 이었다. 특히 비아파트 거주층에서의 도시가스 등 저렴한 난방원 공급 비율이 높아 주거인프라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농촌 주거 실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촌의 개별 주택 시설 및 인프라 여건은 도시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_다. 농촌 지역은 상하수도, 도시가스 등 인프라 시설이 도시에 비해 미흡하기 때문에 이를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상승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또한, 부엌, 화장실 등 주택 시설을 현대식으로 개선하지 못했거나, 설치되지 않은 주택이 도시에 비해 많다. 고령의 농촌 주민들은 노후화된 재래식 시설을 제때 수리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종합적으로 농촌 주거 여건을 살펴보면, 농촌 주택 거주자 중 최소주거면적 미달 가구 수는 도시에 비해 적지만, 주택 시설과 주거 환경은 농촌이 더욱 열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농촌 주택이 지니는 문제점을 이슈별로 진단하여, 농촌 주거의 세부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농촌 주택 여건과 주거환경의 취약성을 감안하여 농촌형 주거기준 제정을 위해 핵심적으로 다루어야 할 항목은 다음 <Table 4>와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Table 3.
Identification of Key Issues for Establishing Rural Housing Standard.
Table 4.
Main Items of Rural Housing Standard
| Classification | Rural Housing Standard Categories | |||
|---|---|---|---|---|
| Minimum residential area | Mandatory standard | Complies with the minimum residential area standards according to the 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minimum residential standards.5) | ||
| Required Facilities Standard | Standing Kitchen | Mandatory standard | 1. A dedicated standing kitchen should be installed inside the main house.6) | |
| Waterworks and groundwater facilities | Mandatory standard | 2. Drinking water in a dedicated standing kitchen should be supplied as waterworks or groundwater.7) | ||
| Sewerage system | Mandatory standard | 3. Sewage treatment facilities (purification tanks) should be installed.8) | ||
| Toilet and bathing facilities | Mandatory standard | 4. A dedicated flush toilet and bath facility should be installed inside a house used as the main building (You may have a bath facility in a dedicated flush toilet). | ||
| Structural Performance Standard | Structural Standard | Structural strength | Recommended standard | 5. If the construction is more than 30 years old, a housing safety diagnosis should be conducted.9) |
| Mandatory standard | 6. The main structures of houses, such as column walls, shall not be damaged or modified. | |||
| Waterproof | Recommended standard | 7. Leakage shall not occur on roofs, ceilings, walls, etc.,enter the interior, deteriorate or damage the housing structure. | ||
| Performance standard | Ventilation | Mandatory standard | 8. At least one window for ventilation shall be installed for each room, living room, kitchen, or bathroom, and shall maintain its shape. | |
| Recommended standard | 9. All windows shall be normally open and closed and shall be ventilated smoothly without being blocked by obstacles such as walls. | |||
| Heating and insulation | Recommended standard | 10. Insulation materials that meet basic insulation performance should be used on walls to improve the heating efficiency of houses.10) | ||
| Environmental Safety Standard | Environmental standard | Indoor air pollution | Recommended standard | 11. Building materials that comply with indoor pollutant discharge standards shall be used.11) |
| Use of hazardous materials | Mandatory standard | 12. Building materials containing asbestos, such as slate roofs, shall not be used.12) | ||
| Disaster standard | Flood and tidal wave | Mandatory standard | 13. It shall not be located in flood hazard zones, disaster hazard zones, or flood wetlands.13) | |
| Landslide and cliff collapse | Mandatory standard | 14. It shall not be located on steep slopes and in areas at risk of collapse.14) | ||
| Safety standard | Evacuation rescue and facilities in case of fire | Mandatory standard | 15. Domestic fire extinguishers and alarm type fire detectors shall be legally installed.15) | |
| Disaster response housing accessibility | Recommended standard | 16. Emergency vehicles should be allowed to enter the main entrance of the house in the event of an emergency, such as medical care, fire, and disaster relief.16) | ||
IV. 농촌형 주거기준 도출
1. 농촌형 주거기준 제정을 위한 주요 정책 이슈
선행연구와 농촌의 주거 실태에 대한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지 않고 최저주거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 사이에 생활양식과 거주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도시 혹은 농촌의 일상생활을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농촌형 주거기준 제정을 위해 검토해야 할 주요 정책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 주민들은 인구밀도와 지가가 높은 제한된 면적에서 집합적으로 거주하는 특성이 있어, 주거수준을 보장하려면 주거면적과 방 개수 등의 양적 기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규제하는 방식이 유용하다. 그러나 농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낮고 지가도 저렴하기 때문에 주거면적이 주거환경을 제약하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농촌 주거의 질을 하락시키는 요인은 주택이 노후화되면서 구조적 취약성과 기능 훼손을 야기하고 있으며, 주택의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둘째, 도시에서는 시장에 공급되거나 유통되는 주택의 형태와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주택이 최소 수준의 주거기준을 준수하여 공급되도록 제도적 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농촌은 도시에 비해 신규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주택의 신규 공급을 규제하는 것보다 기존에 건축된 주택을 관리하고 개선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따라서 주거기준으로 제시된 여러 지표들은 농촌 주택을 비롯한 주거환경을 관리하고 개선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셋째, 농촌형 주거기준을 제정하려면, 농촌 주거환경을 제약하는 불리한 요건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여 도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농촌 주거환경에서 개선해야 할 부문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
요컨대, 농촌 주택도 기본적으로 최저주거기준의 적용 대상이 되지만, 현행 기준이 전국 주택에 대한 보편 기준인 주택면적 등 기준 외에 실효성 있는 항목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농촌의 주거여건을 충분히 감안하여 농촌형 주거기준에서 다루어야 할 세부적인 이슈가 명확히 설정되고 나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앞서 밝혔듯, 농촌 지역에 건축되었다 하더라도,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혹은 단독주택 중에서도 다중다가구 주택은 현행 최저주거기준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농촌형 주거기준에서는 농촌 주택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단독주택 유형에서 발생되는 취약성 항목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 농촌형 주거기준의 주요 항목
본 연구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농촌형 주거기준의 내용은 1) 최소주거면적, 2) 필수설비기준, 3) 구조성능기준, 4) 환경안전기준으로 구분된다.
첫째, 농촌형 주거기준에서 제시되는 최소 주거면적 기준은 현행 최저주거기준의 항목을 준용하여 제시할 수 있다. 단, 농촌 주택은 대부분 도시주택보다 가구원당 주거 면적이 넓기 때문에 주거면적보다 주택의 설비와 기능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농촌 주택은 대부분 현행 최저주거기준에서 제시된 최소 주거면적을 충족하고 있을 뿐더러, 오히려 과거에 사용되던 방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족 형태에 따른 주거면적은 현행 최저주거기준을 그대로 적용해도 무방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필수설비 기준은 농촌주택에 필요한 설비 중에 전용입식부엌 및 수세식화장실, 목욕시설의 설치, 식수 공급, 개인하수처리시설(정화조) 설치에 대한 항목을 포함한다. 특히, 농촌의 경우 상하수도 공급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개인 혹은 마을 차원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
셋째, 구조성능 기준은 구조강도 및 방수와 관련된 구조기준과 환기, 난방단열과 관련된 성능기준으로 구분된다. 과거에 지어진 농촌 주택 상당수가 구조체 불량 및 주요 기능 훼손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목구조 흙집 혹은 조적식으로 건축된 경우가 많아 벽체가 기울어지거나 무너지는 등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농촌 주민들은 주택 단열성능 저하로 인한 난방비 부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구조기준에서 노후주택에 대한 주택안전진단 권고(제5항) 및 주택 구조체의 파손 및 변질 방지(제6항, 제7항)에 대한 항목이며, 성능기준은 주택 내 환기(제8항, 제9항)와 난방단열(제10항)과 관련된 항목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농촌 주거환경 개선의 차원에서 환경안전기준 또한 강조될 필요가 있다. 세부적으로 환경 및 재해재난, 안전 등에 대한 위험 기준으로 설정된다. 환경기준은 농촌 주택 중에 여전히 슬레이트지붕 등 유해재질 사용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실내 공기오염(제11항) 및 석면 등 유해재질 사용(제12항)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 또한, 농촌 주거환경 측면에서 여전히 많은 농촌주택이 홍수 및 산사태로 인한 재난 위험 지구에 입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재해재난 기준은 해일홍수(제13항) 및 산사태절벽 붕괴(제14항)에 대한 위험 방지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안전 기준은 화재발생 시 피난 구조 및 설비(제15항)와 재난 대응 주택 접근성(제16항)에 대한 기준도 포함하고 있다.
V. 결 론
농촌형 주거기준은 농촌 주민이 주거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수준을 제시하고, 국가 정책도 이러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최근 재정분권을 통해 주택 및 주거 관련 정책의 책임이 지자체로 이관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의 역할은 농촌 주거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지자체가 구체적인 정책추진체계를 갖추고 실행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즉 각 지자체가 지자체 특성을 고려하여 농촌 주거 정책을 수립하여 실행하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정책 운영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시군 기초 지자체는 농촌 주거 개선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관련 주체들과 협력하여 농촌 지역의 주거 실태를 가이드라인에 의거하여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지역 여건을 반영하여 주거정책을 추진하는 등 자율적인 정책실행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농촌 주거 여건을 개선하려면, 지역 단위에서 농촌 주거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사회 주체의 협력적 노력이 연계되어야 한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의 정책 목표를 두고 협력하려면, 지자체가 농촌형 주거기준에 입각한 주거 정책을 수립하여 자체적인 역량으로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한다. 농촌형 주거기준은 농촌 지자체가 세부 주거 항목별 달성 목표에 따라, 농촌 주거의 취약성을 개선점검하고, 주거환경 개선에 필요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적절하게 설정하도록 도움을 줄것으로 판단된다.
농촌형 주거기준이 지자체별 농촌 주거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 효과적으로 활용되려면 다음과 같은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농촌의 주거 현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별도의 주거실태조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촌형 주거기준과 관련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기초 지자체의 주거환경 개선 수준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혹은 현재 국토부에서 전국 주택을 대상으로 수행하고 있는 주거실태조사에 농촌 지역 대상의 별도 항목을 추가적으로 질의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둘째, 향후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농촌형 주거기준에 근거한 주거실태조사 및 정책 활용 방안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초 지자체에서 자체적인 주거 정책 수립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취약지역생활여건개조사업 등 주거환경 개선 목적의 지역개발사업 중에서 농촌 주거 개선 혹은 기초생활인프라 관련 사업 예산과 관련된 공모사업을 수행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농촌형 주거기준에서 제시된 세부 항목을 사업 추진의 달성 목표로 설정하는 방안 또한 검토할 수 있다.
넷째, 농촌형 주거기준을 중심으로 한 지자체 차원의 주거정책 수립 과정은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공동생활홈 조성, 빈집정비정책 등 다양한 지원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 농촌 빈집 리모델링을 통한 임대주택 활용 사업 등 대책을 마련할 경우, 해당 빈집의 리모델링 시 농촌형 주거기준을 준수하게 하거나, 사회적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을 지원할 때, 농촌형 주거기준을 달성하는 것으로 기준으로 삼도록 요청할 수 있다.
농촌형 주거기준은 현재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농촌 주거정책의 정책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향후 중장기적 달성 목표를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농촌형 주거기준을 제정하여 공포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이를 점검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농촌형 주거실태조사 추진방안을 마련하고, 농촌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설정하는 노력과 연계되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가적으로 주거 개선 정책을 실행하는 중앙정부 부처를 비롯하여, 지자체와 사회적 경제 조직, 민간 부문의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 간의 협력과 조정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