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II. 이론적 배경
1. 공동체 논의 속 이웃 개념의 흐름
2. 현대 도시의 타자 관계와 이웃 범주의 확장
III.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2. 연구대상
3. 분석방법
IV. 연구결과
1. 인접한 거주민에 대한 인식과 태도
2. 이웃을 가늠하는 두 조건
3. 두 축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청년의 이웃 관계
V. 논 의
VI. 결 론
I.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기존의 이웃 관계 연구는 자녀 양육, 장기 거주, 주택의 소유와 지역 참여 등을 관계 형성의 주요 조건으로 다루어 왔다. 자녀 양육은 또래 관계와 양육 정보 교류를 통해 지역 관계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며(Mayo, 1979; Joung, 2014; Kim & Park, 2021), 장기 거주와 주택 소유는 지역에 대한 정보, 애착, 소속감의 축적을 통해 이웃 관계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논의되어 왔다(Kasarda & Janowitz, 1974; Yoon et al., 1989; Park & Chung, 2022; Finlay et al., 2023). 또한 골목, 복도, 공적 공간 등에서의 반복적 마주침과 지역 공동체 프로그램은 주민 간 면식과 관계망 형성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제시되어 왔다(Gans, 1961; Gehl, 2011; Kim & Jeong, 2016). 그러나 청년 1인 가구는 배우자나 자녀 없이 홀로 거주하고, 임차 형태의 소형주거에 거주하며, 학업・취업・직장 이동에 따라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러한 조건과 어긋난다. 이로 인해 청년 1인 가구는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이웃 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운 집단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이웃 형성 조건의 약화가 곧 이웃 인식이나 이웃 관계의 부재를 의미하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에 새롭게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은 최근의 사회적 변화와 연관된다. 우선 청년기에 결혼이나 출산을 거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청년 1인 가구는 더 이상 일시적인 생애 단계에 한정되지 않는 주요 가구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20~39세 청년 1인 가구 인구는 전국 184.0만 명에서 278.7만 명으로 51.4% 증가하였으며, 본 연구 대상지인 관악구 역시 6.4만 명에서 10.1만 명으로 57.2% 증가하였다(Statistics Korea, 2024). 이러한 변화는 청년 1인 가구의 거주 경험을 현대 도시의 주요한 거주 양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Covid-19 이후 재택근무와 온라인 기반 근로가 확산되고, 취업 준비나 구직 단념 상태에 놓인 이른바 ‘쉬었음1)’ 청년이 증가하면서 청년의 거주지는 휴식의 공간을 넘어 일, 학습, 준비, 여가가 중첩되는 생활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거주지에서 형성되는 청년 1인 가구의 관계망에 대해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 사회에서 ‘이웃’은 층간소음을 비롯해 문제가 되었을 때 비로소 논의의 대상이 되며(Kang, 2014), 그렇지 않을 때에는 과거의 친밀한 관계로 회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현은 여전히 이웃을 ‘가까이 사는 사람’이라는 상식적 범주 안에서 전제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도시화와 이동성의 증가, 가구 형태의 다양화에 따라 이웃의 경계와 관계의 성격 또한 점차 선택적이고 유동적인 것으로 변화되어 왔다(Mann, 1954; Finlay et al., 2023).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는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였다. 이웃 관계 연구는 오랫동안 거주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중・노년층이나 양육기 자녀를 둔 가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Kim & Lee, 2012; Seo, 2020), 청년 1인 가구는 사실상 주변적인 대상으로 남아 있었다.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를 다룬 일부 연구가 존재하지만(Jun, 2014; Kim, 2017; Noh, 2018), 이들 연구는 가족 및 친구나 특정 가치관 중심의 관계를 주로 논의할 뿐, 이웃을 독립적인 관계 범주로 분석하지는 않았다. 또한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를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매개를 통해 조명한 연구로 Hamm, Ko, and Park(2023)이 확인되지만, 청년이 거주지에서 어떤 사람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며 그러한 인식이 어떤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지는 여전히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이들이 거주지에서 어떤 사람을 이웃으로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이 어떤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다음의 질문에 답한다. 첫째, 청년 1인 가구는 이웃 관계의 측면에서 인접한 주민을 어떻게 인식하며, 그들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가. 둘째, 청년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대상은 누구이며, 그러한 인식은 어떠한 조건을 바탕으로 형성되는가. 셋째, 이러한 조건들은 어떻게 결합하며, 그 결합 속에서 청년의 이웃 관계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본 연구는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를 부재나 단절의 관점에서만 해석하지 않고, 그 대상이 누구인지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이를 위해 대면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마주침을 중심으로 청년의 이웃 인식을 분석하되, 지역 기반 플랫폼을 통해 매개된 관계도 함께 검토한다. 또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청년 밀집 주거지와 개별 건물의 주거계획 및 관리, 지역 관계망 형성, 사회적 고립 완화를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II. 이론적 배경
1. 공동체 논의 속 이웃 개념의 흐름
이웃 관계에 대한 해석은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인간 결합 방식의 변화와 이상적인 공동체의 성격을 설명하려는 사회학적 논의에서 출발하였다. 산업화 이전의 이웃은 소규모 촌락을 기반으로 상호 의존하는 일차적 관계로 이해되었으나(Tönnies, 2020),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계와 돌봄이 지역 공동체로부터 분리되면서 그 역할은 점차 변화 및 축소되었다.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관점 중에서도 ‘지리적 영역’을 공동체의 기본 요소로 보는 연구자들이 있었으며(Hillery, 1955; Hawley, 1986), Bergel(1955) 역시 이웃을 지리적으로 근접하여 거주하는 일차적이고 비공식적인 집단으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교통·통신 기술의 발달과 이동성의 증가는 공동체를 공간을 초월한 심리적·상징적 단위 또는 기능적 관계망으로 이해하는 관점으로 확대되었다(Kang, 2001).
이러한 변화에도 긴밀한 관계와 소속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은, Tönnies(2020)의 ‘본연 의지(natural will)’2)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도시사회의 고립과 인간소외가 부각되면서 공동체는 이상적인 사회적 관계를 모색하는 개념으로 다시 주목받았다(Kang, 2001).
공동체에 관한 논의는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관계뿐 아니라, 거주지에서 일상적으로 형성되는 이웃 관계의 성격과 양상을 이해하는 방향으로도 이어졌다. Mann(1954)은 이웃 관계를 겉으로 드러나는 상호작용(manifest neighborliness)과 잠재적 상태(latent neighborliness)로 구분하였다. 이는 이웃됨이 반드시 활발한 교류를 통해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필요한 상황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잠재적 관계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Finlay et al.(2023) 역시 거주자들이 이웃의 범위를 명확하게 구획된 공간적 경계가 아니라 '모호하고 유동적인' 것으로 인식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의는 이웃이 물리적으로 주어진 집단이라기보다 거주자의 경험과 해석을 통해 주관적으로 구성되는 관계 범주임을 시사한다.
또 다른 논의의 축은 이웃 관계의 밀도와 성격에 관한 것이다. Kang(2014)은 현대 도시의 이웃이 ‘두터운(thick) 이웃’에서 ‘얇은(thin) 이웃’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하였다.3) 두터운 이웃은 생계부터 돌봄, 관혼상제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러 영역이 긴밀하게 얽혀 있어 관계의 밀도가 높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관계는 생활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실질적인 상호 의존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반면 얇은 이웃은 심리적・사회적 관계가 희미해진 상태를 뜻한다. 주거 공간의 사적 영역성이 강화되고 노동과 생계를 지역 공동체에 의존하지 않게 되는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거주자는 일상 생활에서 이웃과의 상호 의존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즉, 이웃 관계가 관심과 돌봄이라는 주관적 행위가 개입할 때 성립한다고 보아,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관계로 확장 해석한 것이다.
이처럼 이웃 개념은 공간적으로 가까운 주민 집단이라는 관계에서 출발하였지만, 현대 도시에서는 거주자가 가까운 타자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관계로 받아들이는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 기반하여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인식을 거주 경험 속에서 해석을 통해 구성되는 관계로 살펴보고자 한다.
2. 현대 도시의 타자 관계와 이웃 범주의 확장
앞 절에서 살핀 이웃 개념의 변화는 도시 거주자가 타자와 관계 맺는 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Wirth(1938)는 도시성을 인구의 규모, 밀도, 이질성에서 비롯되는 생활양식으로 보며, 도시 거주자의 관계가 대체로 부분적이고 비인격적인 성격을 띤다고 보았다.
이러한 도시적 관계 양식을 미시적 상호작용의 차원에서 포착한 것이 Goffman(1963)의 시민적 무관심(civil inattention)이다. 시민적 무관심은 공공 공간에서 마주치는 낯선 타자를 짧은 시선이나 몸짓으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특별한 관심이나 개입 의사가 없음을 함께 드러내는 의례적 태도를 말한다. 이는 도시의 익명성과 개인의 사적 영역을 양립시키는 상호작용의 조율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상태는 관계가 유보된 상태이며, 상대에게 상호작용의 개시를 알리는 시선이나 말 걸기 같은 행위(opening move)가 더해질 때 비로소 마주침(encounter)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도시의 관계가 익명성과 무관심으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Fischer(1982)는 도시의 규모와 밀도가 유사한 관심사와 생활양식을 지닌 사람들이 충분히 모이고 서로를 찾을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동류적・하위 문화적 관계망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고 보았다. 또한 Wellman(1979)은 현대 도시의 공동체가 반드시 근린이라는 공간적 단위 안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 거리를 가로지르는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네트워크적 공동체의 성격은 전통적 공동체가 전제해 온 강한 결속이나 의무적 관계와 달리, 개인의 선택과 관심사에 따라 형성되고 유지되는 느슨한 연결로 이해될 수 있다. Gu and Jang(2020)은 이러한 관계를 ‘개인의 선택에 의해 공감을 바탕으로 맺어진, 강제성 없이 언제든 이탈이 가능한 연결’로 설명하며, 최근 개인이 취향과 관심을 매개로 한 느슨하고 선택적인 연결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는 도시 거주자가 관계를 스스로 조절하려는 태도와 맞물린다.
이러한 변화는 이웃 범주에 대한 이해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의 500~10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한 Park(2010)의 연구에서 약 60%의 참여자가 이웃을 ‘잘 알지 못하지만 같은 아파트나 동네에 사는 사람, 왕래는 없지만 안면이 있고 인사하는 아는 사람들’이라고 응답한 것은, 이웃이 친밀한 관계에 한정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즉 현대 도시에서 이웃은 면식 수준의 관계, 반복적 마주침을 통해 형성되는 느슨한 인지 관계, 나아가 같은 생활권에 속한다는 추상적 공간 인식까지 포함하는 범주로 이해될 수 있다. Joung(2014) 역시 친구와 이웃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친밀도보다는 만남의 빈도와 도구적・기능적 측면을 제시함으로써, 이웃 관계가 정서적 친밀감과는 별개의 축에서 작동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처럼 현대 도시의 관계는 한편으로는 타자에 대한 개입을 유보하는 시민적 무관심의 방식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관심과 필요에 따라 형성되는 선택적이고 느슨한 연결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태도가 이웃 관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논할 필요가 있다.
III. 연구방법
1. 연구대상지
본 연구는 청년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서울특별시 관악구를 대상지로 선정하였다. 관악구는 청년 가구가 전체 가구의 46.7%를 차지하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며, 관악구 청년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율도 80.1%에 이른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5).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와 지하철 2호선을 중심으로 한 주요 업무지구와의 접근성을 바탕으로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어 온 지역이다(Gwanak-gu Office, 2023). 특히 지방에서 서울로 전입한 19~34세 청년의 유입 규모가 가장 큰 지역으로 보고된다는 점에서(Cho & Lee, 2024), 관악구는 서울로 이동한 청년들이 학업, 취업 준비, 직장 생활 등 생애 이행 과정 속에서 거주지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청년 밀집 지역이라 할 수 있다.
관악구의 주거 특성은 청년 1인 가구의 거주 환경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관악구의 1인 가구 가운데 단독주택 거주 가구가 50.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주택 이외의 거처가 18.5%, 다세대주택 11.6% 순으로 나타난다(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6). ‘단독주택’에는 다가구주택이, ‘주택 이외의 거처’에는 오피스텔 등이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악구의 1인 가구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을 비롯한 소형 주거에 상당 부분 거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와 고시촌 인근의 대학동, 청룡동, 서림동, 신림동과 지하철역 인근 행운동 일대에는 소형 임차주거가 밀집해 있으며, 대학동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75.4%에 달한다(Park, 2022).
이와 같이 관악구는 서울로 이동한 청년들이 학업・취업・구직 등 생애이행 과정에서 소형 임차주거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기존의 지역 관계망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양한 거주기간과 생활리듬이 공존한다. 따라서 관악구는 청년 1인 가구가 주거지에서 인접한 주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떠한 경험을 통해 일부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거나 관계를 유보하는지를 살펴보기에 적합한 사례지역이다.
2. 연구대상
본 연구의 대상은 관악구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청년 1인 가구 27명이다.4)
1) 연구 참여자 모집
참여자 모집은 두 경로를 병행하였다. 첫째, 동네 기반 어플리케이션 ‘당근’의 동네생활 게시판에 모집 공고를 게재하여 관악구 거주 청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였다.5) 공고에는 연구의 목적, 인터뷰 소요 시간, 참여 자격(관악구 거주 19~39세 1인 가구)을 명시하였으며, 이를 통해 총 23명의 참여자를 모집하였다. 디지털 플랫폼은 청년층의 접근성이 높아 연구 참여자를 확보하는 주요 모집 경로로 기능하였다. 둘째, 이미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이 연구 참여 조건에 부합하는 다른 청년을 소개하는 스노우볼 표집(snowball sampling)을 병행하여 6명의 참여자를 추가 모집하였다. 이는 게시판 공고만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업군과 거주 형태의 청년을 포함함으로써 참여자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였다.
최종 면담 규모는 자료의 충분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결정하였다. 먼저 22명을 대상으로 1차 면담을 실시한 뒤 전사와 예비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이후 5명과 2명을 순차적으로 추가 면담하면서 기존에 도출된 범주를 벗어나는 새로운 경험이나 해석이 나타나는지를 검토하였다. 추가 면담에서는 이웃 관계의 구체적인 경험은 다양하게 나타났으나, 이를 설명하는 범주와 해석의 틀에는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추가 면담을 중단하고, 29명에서 마무리하였다.
다만 예비 분석 과정에서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 2명은 이웃 관계가 어머니를 매개로 형성 및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청년이 독립적으로 관계의 주체가 되는 1인 가구의 경험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이들을 분석대상에서 제외하고, 최종 분석대상은 부모와 동거하지 않고 독립하여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 27명으로 확정하였다. 한편 독립한 청년 가운데 본가가 관악구에 있거나 인근에 부모・친척이 거주하는 경우는 분석대상에 포함하였으며,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족 기반의 이웃 관계는 분석에서 하나의 유형으로 다루었다.
2) 심층 인터뷰를 통한 자료 수집
이웃 관계는 거주자의 일상적 마주침과 그에 대한 해석을 통해 형성되며, 개인의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또한 청년의 이웃이라는 새로운 연구 주제를 다루는 만큼, 기존의 양적 설문에서 제시되는 항목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반구조화 인터뷰 방식을 채택하여, 사전에 설정한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질문하되 참여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과 인식을 풀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 모든 인터뷰는 해석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자 2인 이상이 동반 참여하여 필드 노트를 작성하였다.
인터뷰는 1인당 평균 80-90분정도 진행되었으며, 참여자가 편안하게 응할 수 있는 거주지 인근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인터뷰는 사전에 참여자의 동의를 받아 녹음하였고, 이후 전사하여 분석 자료로 활용하였다.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 기초 정보 및 거주 맥락: 인구사회학적 특성, 거주기간, 본가 지역, 1인 가구 독립 사유, 직업 및 일상 패턴
∙ 이웃과의 사회적 교류 현황: 인사하는 이웃, 주기적으로 교류하는 이웃, 만남의 빈도와 경험, 만남의 지속성
∙ 이웃으로 인식하는 대상: 인식 대상과 만남의 과정, 활동
∙ 같은 건물 거주자에 대한 인식: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사람들과의 교류 양상, 그들에 대한 감정과 태도
∙ 이웃에게 기대하는 관계의 성격: 이웃에게 기대하는 바, 실제로 경험한 효용
3) 연구 참여자의 특성
참여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성별은 여성 14명(51.9%), 남성 13명(48.1%)으로 균형 잡힌 구성을 보였다. 연령은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분포하였으며, 30~34세가 13명(48.1%)으로 가장 많았고, 20~29세 8명(29.6%), 35세 이상 6명(22.2%)이 뒤를 이었다. 혼인 상태는 미혼 26명(96.3%)과 배우자 해외 거주로 단독 거주 중인 기혼 1명(3.7%)을 포함하여 27명 전원이 청년 1인 가구에 해당한다. 주택 소유 형태는 부모 소유의 주택에 거주하는 청년 1명(3.7%)을 제외한 26명(96.3%)이 모두 임차 가구였다.
Table 1.
Demographic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N = 27)
고향은 관악구 외 지역이 24명(88.9%)으로 대다수를 차지하였고, 관악구 출신은 3명(11.1%)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참여자가 기존 지역사회에 형성된 인적 관계망 없이 관악구로 이주하여, 학교나 직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구축해 가는 상황에 있음을 시사한다. 거주 유형은 다세대・다가구주택이 22명(81.5%)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였고, 오피스텔 4명(14.8%), 기숙사(기타) 1명(3.7%)이 포함되었다. 관악구 거주기간은 2개월의 단기 정착자부터 39년의 장기 거주자까지 분포하였으며, 3년 미만이 11명(40.7%), 3~9년이 10명(37.0%), 10년 이상이 6명(22.2%)이었다.
직업은 취업・시험 준비 중이거나 미취업 상태인 참여자가 9명(33.3%)으로 가장 많았고, 사무・전문・서비스직 8명(29.6%), 학생 6명(22.2%), 프리랜서 3명(11.1%), 파트타임 근로자 1명(3.7%) 순이었다. 정시 출퇴근의 사무직, 시간이 유동적인 프리랜서, 거주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취업준비생 등 서로 다른 일상리듬의 대상자를 포함함으로써, 일상리듬이 거주지 내 이웃과의 마주침 빈도와 교류 양상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살필 수 있도록 하였다. 이하 본문에서는 27명의 참여자를 익명화하여 P1부터 P27까지의 기호로 지칭하며, 인용 시 참여자의 연령대와 성별을 함께 표기한다.
3. 분석방법
본 연구는 청년이 이웃을 인식하는 조건을 자료로부터 구성하기 위해 ‘반영적 주제분석(reflexive thematic analysis)’을 채택하였다(Braun & Clarke, 2006; Byrne, 2022). 이때 사전에 설정된 이론적 틀에 자료를 맞추기보다 참여자가 전달하는 의미를 최대한 반영하는 귀납적・데이터 주도적 코딩을 지향하였으며, 주제를 연구자가 자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전제하였다.
분석은 네 단계로 이루어졌다. 첫째, 전사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이웃의 가치와 필요, 청년이 원하는 이웃의 특성, 이웃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 이웃으로 인식하는 대상, 이웃 개념에 대한 인식 변화, 공간적 범위’의 내용 영역에 따라 진술을 1차 정리하였다. 이 영역 구분은 진술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예비적 절차이다.
둘째, 각 진술을 의미단위로 나누어 총 197개의 개별 행으로 정리하고, 사전 코딩틀 없이 개방코딩(open coding)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12개의 초기 범주를 도출하였다. 코딩 과정에서는 3인의 연구자가 코드의 의미와 명명의 적절성을 함께 검토하였으며, 서로 다른 해석이 제시된 경우 자료로 돌아가 각 해석의 근거를 논의하였다.
셋째, 1차 코딩은 진술의 내용을 구조화하는 데 유용했으나, 청년이 어떤 기준으로 특정 대상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거나 배제하는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진술의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그 저변에서 작동하는 의미와 함의를 탐색하는 의미적(semantic) 수준의 분석으로 나아갔다. 청년이 실제로 이웃 관계의 대상과 인식에 관해 언급한 136개의 진술을 별도로 추려, 각 진술에서 드러나는 태도와 조건을 다시 비교하였다.
넷째, 조건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공통성, 친밀성, 지속성, 상호성, 부담, 사생활 노출, 만남의 빈도와 강도’ 등 반복적으로 등장한 요소들을 비교하고, 이들이 이웃의 성립 조건인지, 관계의 심화와 지속을 뒷받침하는 요소인지, 혹은 청년들이 이웃 관계에 기대하는 규범적 지향인지의 층위를 구분하였다. 그 결과 공통성이나 친밀성은 관계의 지속과 심화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상호성은 일방적 노출이나 의무의 누적을 피하기 위한 관계의 전제로 해석되었다. 이 과정에서 상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와 반복적 경험, 만남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청년이 이웃으로 인식하는 조건으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해석적 분석을 거쳐 본 연구는 청년이 이웃으로 인식하는 조건을 ‘관계의 단서’와 ‘만남의 조절 가능성’으로 명명하였다. 이후 각 대상별 진술에 대해 두 조건의 충족 여부를 분석표에 기록하고, 두 조건의 결합 양상에 따라 청년의 이웃 관계를 유형화하였다.
이상의 분석 과정은 이론적 논의를 배경으로 하되, 청년 1인 가구의 진술에서 드러난 판단 기준을 중심으로 <Figure 1>과 같이 분석 과정을 구성하였다.
IV. 연구결과
본 장에서는 청년이 인접한 거주민에 대해 취하는 태도를 살핀 뒤(IV.1), 두 조건을 각각 검토하고(IV.2), 두 조건의 결합에 따라 이웃 관계가 어떻게 층위화되는지를 종합한다(IV.3).
1. 인접한 거주민에 대한 인식과 태도
27명의 진술에서 먼저 확인되는 것은 청년에게 전통적으로 상정되어 온 거주지 기반의 이웃 관계가 매우 희박하다는 인식이었다. 연구참여자들은 대체로 같은 건물이나 인접 주택의 주민을 잘 알지 못했고, 이들을 곧바로 이웃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이때 “이웃이 없다”는 진술은 가까이 사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가까운 타자가 이웃으로 인식될 만한 관계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이 경우 오히려 이웃은 구체적인 면식 관계라기보다 ‘같은 동네 또는 자치구에 사는 사람’ 또는 ‘생활권을 공유하는 사람’처럼 추상적 범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같은 건물 거주민에 대해서는 마주침이나 교류 경험이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P20(30대 여성)은 “주변에 누가 사는지 전혀 모릅니다. 그리고 이사를 자주 가는 것 같아서 사실 볼 일이 잘 없기도 하고”라고 하였으며, P16(20대 여성)은 “이웃에 누가 사는지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성별 정도는 알지만 그 사람들을 전혀 이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게임에서 NPC6) 같은 거죠.”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상대가 관계적 실체감을 갖는 이웃으로 인식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거리두기는 단순한 무관심이나 개인주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참여자들의 진술에서는 낮은 접촉 빈도뿐 아니라,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담, 안전 우려, 관계 의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회피가 함께 나타났다. 우선 청년들은 자신의 회피를 서로의 사생활을 지켜주는 배려로 의미화하였다. P2(30대 여성)는 주변 거주민들에게 자신이 흡연하는 모습이 평가받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했는데, 이러한 자기 보호의 욕구는 동시에 타인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이어졌다. P15(30대 남성)는 동네 입구에서 자신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이웃 어른들의 인사는 편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아무래도 젊은 층에서는 상대방이 그렇게 다가오면 무서워하지 않을까요?”라며 동년배 주민에게 다가가는 일에 조심스러움을 드러냈다. P19(20대 남성) 역시 “원룸이 굉장히 학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사는 곳이라 좀 더 조심해야 되고”라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조심스러움은 특히 여성 1인 가구에게서 안전감과 사생활 보호의 문제로 나타났다. 일부 여성 참여자에게 같은 건물의 낯선 남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가까운 타자로 인식되었으며, 자신의 존재가 특정되는 상황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P7(30대 여성)은 반려견 관련 안내문을 문고리에 부착할 때, 자신의 성별이 드러나지 않도록 자필 대신 프린트물을 사용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는 상대가 자신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자기 보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남성 청년들 역시 자신의 존재가 여성 주민에게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의식하며, 먼저 다가가는 일을 조심스러워하였다. 이처럼 같은 건물 거주민에 대한 회피는 젠더화된 위험 인식과 사생활 보호의 규범 속에서 나타나는 거리두기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사생활 보호의 규범은 청년 1인 가구의 거주 환경적 조건과도 맞물린다.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은 방음이 충분하지 않아 사생활이 의도치 않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며, 상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존재나 생활 패턴 등이 일상적으로 감지된다. 결국 청년이 사생활 보호를 미덕으로 여기는 것은, 서로의 사생활이 원치 않게 노출되는 이러한 환경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또한 청년들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잘 알지 못하는 같은 건물 거주민에게 부탁하기보다 비용을 지불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였다. P2(30대 여성)는 “옆집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 없이 내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원하는 사람이 일을 도와주는 게 편해요”라고 응답하였고, P9(30대 여성)는 “도움을 부탁하면 해주시긴 할 텐데 무언가 귀찮아질 것 같아서, 돈을 주고 해결하는 게 깔끔한 것 같아요”라고 진술하였다. 비용을 지불하는 관계에서는 도움을 받는 이유와 대가가 명료하기 때문에 미안함이나 부채감을 느낄 필요가 없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거나 사생활을 노출할 필요도 없다. 반면 같은 건물 거주민과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는 이후 마주칠 때마다 고마움을 표하거나 눈인사를 해야 하는 의례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회피가 같은 건물 거주민과의 모든 관계 가능성을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다. 청년이 부담스러워한 것은 일방적으로 사생활이 노출되거나 관계 의무가 누적되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적절한 계기가 마련된다면, 같은 건물 거주민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P8(30대 여성)은 “건물 기반으로 청년이 교류할 수 있는 창이 주어져서 모임이 활성화되면 적극적으로 교류하지는 않더라도 얼마든지 참여할 의향이 있어요”라고 응답하였고, P20(30대 여성)은 “마음 같아서는 이웃 사람들한테 ‘저희 모임에 들어오세요’라고 하고 싶긴 한데”라고 응답하였다. P21(20대 여성)역시 “빌라 사람들과 인사하면서 지내보고 싶었는데 앞집 사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어요. 2년 정도 되었는데”라고 진술하였다. 이들의 진술은 청년의 회피가 적절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은 인접성으로 인한 유보임을 보여준다.
2. 이웃을 가늠하는 두 조건
1) 관계의 단서
청년이 이웃으로 받아들인 관계에는 상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정보가 존재한다. 여기서 관계의 단서란 상대의 개인정보를 많이 아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사, 거래, 공통 활동, 반복적 마주침처럼 사회적으로 승인된 상황 속에서 확인 가능한 정보이며, 상대를 예측 가능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사람으로 해석하게 해주는 근거이다. 따라서 같은 인접성의 조건이라도 이러한 단서가 있을 때는 이웃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선, 인근에 거주하는 학연・지연 관계는 기존에 일정 수준의 이해와 친밀성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장 강한 관계의 단서를 제공한다. 거주지 기반의 취미나 종교 모임 또한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단서를 제공한다. P22(20대 여성)는 운동을 통해 코치와 가까워진 경험을 설명하며 “공통 분모가 있어서 대화가 편했어요”라고 언급하였다. 종교 활동에 참여한 P22(20대 여성)와 P27(30대 남성)은 신앙이라는 공통 기반을 통해 가치관을 공유하고 다양한 활동으로 관계를 확장하면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도 밀도 높은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P7(30대 여성)은 친구인 이웃과 반려견 산책을 하던 과정에서 자주 마주치던 다른 애견인들과 친밀해졌고, 이후 단체 대화방과 정기 모임으로 관계가 확장되었다. 이처럼 공통의 활동이나 관심사는 상대를 낯선 사람에서 해석 가능한 관계 대상으로 보다 쉽게 전환시키며, 관계가 지속되고 심화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다음으로, 단골 거래는 학연・지연이나 취미 모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얕은 단서를 형성한다. 그럼에도 반복적인 거래 과정은 상호 면식을 가능하게 하며, 상대가 매일 비슷한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하고 익숙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P21(20대 여성)이 평소 친분이 있던 편의점 사장에게 지갑 분실 시 도움을 받은 사례는 거래의 반복이 위기 시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보다 얕은 관계의 단서는 ‘시각적 친숙성에 기반한 관계’였다. 이는 특별한 상호작용이나 교류가 없더라도, 같은 동네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익숙한 얼굴이 점차 이웃의 범주 안으로 들어오는 양상을 의미한다. 이에 관하여 P24(30대 남성)는 “동네에서 다섯 번 정도는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굴을 아는, 인지하는 정도. 눈에 자주 보여야 경계심이 없어지죠.”라고 응답하였고, P25(30대 여성) 역시 “살고 있는 집 반경에서 자주 보이는 사람들, 적어도 얼굴을 보고 지난번에 봤다 싶은 기억이 있는 정도”를 이웃의 조건으로 제시하였다. 반복적 마주침이 단서로 작동하는 까닭은 비슷한 시간대와 동선에서 반복적으로 만나는 상대의 생활 패턴을 청년이 예측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 리듬이 자신과 유사하다고 느낄 때 상대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다.
반면 같은 건물 거주민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타자임에도, 관계의 단서가 부재한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청년들은 같은 건물에 거주하더라도 공통점이나 반복적 마주침,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그 가까움을 이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단서의 부재에는 청년 1인 가구의 주거환경과 분산된 생활리듬, 잦은 주거 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먼저 청년이 주로 거주하는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오피스텔은 거주자 간 자연스러운 마주침을 유도하는 반공적 공간이 협소하거나 부재한 경우가 많아, 관계가 시작될 공간적 계기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또한 학생, 직장인, 프리랜서, 시험 준비생 등 거주자의 활동 시간대가 서로 달라 출입 시점과 일상 동선이 겹칠 가능성도 낮다. 설령 일시적인 마주침이 발생하더라도 잦은 주거 이동으로 건물의 거주자 구성이 바뀌면서, 이러한 접촉이 반복되고 안정적인 면식으로 축적되기 어렵다. 그 결과 같은 건물에 거주하더라도 서로 마주칠 가능성이 낮아지고, 인사나 짧은 대화와 같은 의례적 상호작용을 통해 관계의 단서가 형성될 기회 역시 제한된다. P3(30대 여성)의 사례는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그녀는 11년이라는 긴 거주기간에도 불구하고 “가까이 사는 사람, 즉 옆집과 앞집은 생활 패턴이 다르다 보니까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아요.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라고 진술하였다. 이는 거주기간의 길이 자체가 관계 형성의 단서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며, 반복적 마주침이나 생활리듬의 접점이 부재할 경우 가까운 거주민도 이웃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2) 일상의 틈새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만남의 조절 가능성’
앞서 살핀 관계의 단서가 상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이라면, 만남의 조절 가능성은 그 관계가 자신의 일상 안에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동하였다. 청년들은 만남의 시점과 빈도, 대화의 길이와 관계의 강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관계를 이웃으로 받아들였다.
청년이 이웃에게 기대한 것은 일상의 틈새를 함께 메울 수 있는 가벼운 소통이었다. 친한 친구들이 멀리 살아 편하게 만나기 어려운 상황에서(P8, 30대 여성), 거주지 인근의 관계는 식사, 산책, 대화처럼 일상적 활동을 즉흥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였다. P9(30대 여성)는 “밥을 혼자서도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먹는 게 더 좋더라고요. 심심함이 가장 큰 것 같아요”라고 하였고, P10(30대 남성) 역시 “혼자 하는 산책보다는 말동무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라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욕구는 청년기의 유동적인 생활 리듬과 맞물린다. 학업이나 시험 준비, 프리랜서 근로, 이직 준비 등 일과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청년들에게는 장기적인 관계보다 자신의 일정에 손쉽게 끼워 넣을 수 있는 만남이 더 적합하게 받아들여졌다. P14(20대 여성)는 동네에 친구가 있는 경우 “서로가 원할 때만 만날 수 있으니까” 좋다고 말하였고, P25(30대 여성)는 “심심할 때 불러내서 놀기 좋고, 약속을 따로 잡지 않아도 만날 수 있어서”라고 표현하였다. 이처럼 청년들이 선호한 이웃 관계는 서로의 필요와 의사가 맞을 때 만날 수 있는 관계였다. 이는 앞서 청년들이 부채감이 누적되지 않는 관계 방식을 선호한 것과도 연결된다.
이와 달리 관계의 주도성이 자신에게 있지 않거나, 만남의 종료와 강도를 조절하기 어려운 관계는 부담으로 경험되었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직장 동료나 면식 관계의 지인은 일정한 단서가 있음에도, 원하지 않는 시점에 마주치거나 대화의 길이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었다. P6(30대 남성)은 같은 건물에 사는 학원 아르바이트 동료에 대해 “인사만 하고 지내는 정도면 괜찮은데, (그 사람이) 가끔 가다가 한 번씩 너무 말하고 싶었나보다 싶을 때가 있어요. 담배를 피면서 40분 동안 얘기를 하시는 분도 있었어요. 아예 무시할 수는 없었는데. 약간 과했어요.”라고 언급하였다. 이 진술은 생활 공간인 거주지에서 청년이 원하는 관계의 수준이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청년이 중요하게 여기는 ‘조절 가능성’이 단순히 만남의 여부나 시점뿐 아니라, 관계의 지속 시간과 강도까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함을 보여준다.
단골 가게 사장과 직원과의 관계는 조절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구현된 사례였다. 청년들은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카페, 편의점, 식당, 헬스장의 운영자나 직원을 이웃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이 관계에서 만남은 청년의 동선 안에서 발생하며, 방문의 시점과 빈도를 청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P24(30대 남성)는 매일 아침 들르는 카페 사장에게 그가 직접 쓴 책을 공유할 만큼 가까워진 경험을 진술하며 단골 카페 사장을 “진짜 이웃”이라고 표현하였다.
한편 최근에는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형성되는 관계가 만남의 조절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통로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물건 거래나 나눔을 통해 지역 주민과 일시적으로 접점을 만들었고, 일부는 거래를 계기로 관계를 이어가거나 만남 자체를 목적으로 교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관계는 물리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접촉의 시점과 빈도, 지속 여부를 청년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남의 조절 가능성이 두드러졌다.
만남의 조절 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조건은 가까운 거리였다. 청년들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도보 15~20분 이내” 또는 “지하철 한두 정거장”이라는 기준은 절대적 거리라기보다, 약속과 이동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범위를 의미한다. 이 범위 안에서는 사전 조율 없이도 즉흥적인 만남이 가능하고, 만남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크지 않다. 따라서 가까운 거리는 친밀성 자체의 조건이라기보다, 관계를 가볍게 시작하고 필요할 때 활성화할 수 있게 하는 조건으로 의미를 갖는다.
3. 두 축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청년의 이웃 관계
본 절에서는 앞서 도출한 두 조건, 즉 관계의 단서와 만남의 조절 가능성이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청년의 이웃 관계가 어떻게 층위화되는지를 살펴본다. 청년이 특정 대상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두 조건이 함께 작용하였다. 상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있더라도 만남의 시점과 강도를 조절하기 어렵다면 부담스러운 관계로 인식되었고, 반대로 만남을 조절할 수 있더라도 상대를 해석할 단서가 전혀 없다면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청년들이 “표면적 이웃과 실질적 이웃”을 구분하거나(P19, 20대 남성), “친한 이웃, 가까운 이웃 등 친구처럼 단계가 있다”(P15, 30대 남성)고 응답한 것은 층위에 따라 이웃 관계가 구분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청년의 이웃 인식은 두 조건이 모두 높게 충족될 때 가장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관계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웃 범주는 한 조건이 제한적으로 충족되는 경우에도 얕은 이웃 또는 맥락적 이웃으로 편입될 수 있다. 반대로 두 조건이 모두 결여될 때는 이웃 범주에서 배제되었다.
<Table 2>는 관계의 단서와 만남의 조절 가능성의 충족 정도에 따라 청년의 이웃 관계를 배치한 것이다. 이때 조절 가능성은 ‘높음과 낮음’으로, 관계의 단서는 ‘다수의 단서, 제한적 단서, 단서 부재’로 구분하였다. 사례에 따라 관계 양상이 달라지는 경우는 ‘맥락적 다양성’으로 별도 분류하였다. 음영으로 표시한 영역은 청년들이 이웃으로 받아들인 관계 범주를 의미한다.
두 조건이 모두 비교적 높게 충족되는 관계인 ‘동네에 정착한 학연・지연 친구, 종교・취미 모임 동료, 반려견 모임 구성원’은 공통의 경험과 관심사를 통해 상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면서도, 만남의 시점과 강도를 청년이 조절할 수 있었다. 다만 졸업이나 취업, 이직 등 청년기 특유의 이동성으로 인해 이러한 관계는 지속성의 측면에서 불안정성을 지닌다.
조절 가능성은 높지만 단서가 제한적인 경우로 단골 가게형 이웃과 지역 SNS 기반 관계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친밀한 관계는 아니지만 반복적 거래나 플랫폼상의 상호작용을 통해 상대를 예측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거래나 접속이 중단되면 함께 약화되기 쉽고, 깊은 관계로 확장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조절 가능성은 낮지만 관계의 단서가 풍부한 경우로는 가족관계의 일환으로 맺어진 이웃이 있다. 관악구에 부모나 친척이 거주하는 P2(30대 여성)와 P5(20대 여성)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가족을 통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이웃이나 지역 주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지역 내 관계 기반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망은 청년 자신이 선택적으로 형성한 관계라기보다 부모나 친척을 중심으로 이어진 관계였기 때문에, 만남의 시점이나 사생활의 노출 범위를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가족 기반 이웃은 낯선 주민보다 풍부한 단서를 제공하지만, 청년에게는 의례적 관계에 머물거나 때로는 부담으로 경험되었다.
한편 집주인처럼 공식적인 관계가 존재하는 대상은 맥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임대차 계약이라는 제도적 관계는 최소한의 단서를 제공하지만, 집주인이 일상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조절 가능성이 낮아져 부담스러운 관계가 된다. P1(20대 여성)은 “집주인 아저씨가 스트레스예요. 툭하면 연락 없이 찾아오시고,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해서 뭐 볼 게 있다고 오세요”라며 집주인의 일상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고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반대로 공용부나 건물 입구에서 가벼운 인사와 의례적 호의가 오가는 경우에는 얕은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였다. P15(30대 남성)는 다가구주택의 입구에서 집주인 할머니의 매개로 동네 어른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한 사례를 보여준다.7) P14(20대 여성)의 사례에서는 “집주인이 건물 꼭대기 층에 사시는데 부처님오신날, 추석, 설에 세입자들에게 선물을 돌리세요”라며 호의적 관계로 묘사되었다. 따라서 집주인과의 관계는 단서와 조절 가능성이 고정되어 있다기보다, 개입 정도와 만남의 양상에 따라 달라지는 맥락적 관계로 볼 수 있다.
Table 2.
Two Dimensions and Patterns of Neighbor Recognition among Young Adults
두 축이 모두 결여된 영역에는 같은 건물 거주민이 위치한다. 앞서 살폈듯 같은 건물 거주민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타자이지만 단서가 없는 대표적 대상이며, 만남의 조절 가능성 또한 낮다.
그러나 같은 건물 거주민이 항상 이웃 범주에서 고정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관계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질 경우, 제한적인 이웃 범주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P5(20대 여성)는 반려동물을 매개로 같은 오피스텔 거주자들과 엘리베이터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고, P17(30대 남성)은 이사 직후 도배 공사 과정에서 위・아래층 주민과의 인사하는 관계가 되었다. 이들 관계는 아무런 계기나 마주침이 없는 건물 거주민과 구별되며, 이들 사례를 ‘낮은 조절 가능성 × 제한적 단서’ 영역에 배치한 것은 이러한 양상을 반영한 것이다.
V. 논 의
본 연구는 청년 1인 가구가 이웃을 인식하는 조건을 관계의 단서와 만남의 조절 가능성이라는 두 축으로 규명하였다. 본 장에서는 이 발견이 기존의 이웃 논의와 어떻게 이어지거나 차별성을 띠는지 네 가지 측면에서 논한다.
첫째, 본 연구의 결과는 공간 근접성에 기초한 고전적 이웃 정의를 재검토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Bergel(1955)은 이웃을 지역적으로 근접한 사람들이 형성하는 일차적이고 비공식적인 집단으로 규정하며, 공간적 인접성을 이웃 관계의 핵심 조건으로 두었다. 그러나 본 연구의 청년 1인 가구 면담에서는 공간적 근접성이 이웃 관계의 출발 조건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이웃 인식을 보장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청년 1인 가구의 이웃은 가까이 사는 사람이라는 객관적 위치만으로 정해지기보다, 거주자가 가까운 타자를 관계 가능한 대상으로 판단하는 과정 속에서 구성되는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본 연구의 결과는 현대 도시의 타자 관계가 시민적 무관심과 선택적 연결 사이에서 구성된다는 논의와 연결된다. Goffman(1963)의 시민적 무관심은 낯선 타자의 존재를 인지하되 개입을 유보하는 도시적 상호작용의 방식이다. 본 연구의 청년들이 같은 건물 거주민과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유보한 것은 이러한 시민적 무관심이 공공장소뿐 아니라 주거지 내부의 사적 경계에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들의 무관심은 관계 자체의 거부라기보다, 단서가 부족하고 만남을 조절하기 어려운 인접성에 대한 방어적 태도에 가까웠다. 반대로 상대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있고 만남의 시점과 강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 청년들은 느슨하지만 긍정적인 이웃 관계를 받아들였다. 이는 Wellman(1979)과 Fischer(1982)가 설명한 선택적 도시 관계가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영역에서 구체화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본 연구는 Kang(2014)이 말한 ‘두터운 이웃’과 ‘얇은 이웃’이라는 이분법 사이에 놓인 중간적 이웃 관계를 드러낸다. 본 연구의 청년들은 깊은 친밀성과 지속적 의무를 요구하는 관계는 부담스러워했지만, 동시에 완전한 익명성만을 원하지도 않았다. 청년들이 선호한 것은 상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일상 리듬에 맞게 접속과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관계였다. 이 점에서 ‘관계의 단서’와 ‘만남의 조절 가능성’은 현대 도시의 얇은 이웃 관계 내부에 존재하는 층위와 차이를 설명하는 분석틀로 의미를 갖는다.
넷째,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 이웃 관계 연구에서 제시되어 온 활성화 요인을 청년 1인 가구의 맥락에서 재해석하게 한다. Kasarda and Janowitz(1974)는 장기 거주가 지역에 대한 정보와 경험의 축적을 통해 이웃 범위의 확장과 지역 결속 강화에 기여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거주 기간에 관계없이 두 조건이 부재한 경우, 같은 건물 거주민과의 관계 형성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거주기간이 관계 형성의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으나, 관계의 단서 형성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자녀 양육 매개 역시 전통적으로 이웃 관계를 매개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논의되어 왔으나(Mayo, 1979; Joung, 2014), 청년 1인 가구에게는 반려동물, 종교, 취미 모임 등이 그 자리를 부분적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디지털 매개 지역 관계는 자녀 양육과 같은 공통사를 갖지 못한 청년에게 특히 중요한 접점이 될 수 있다. Hamm, Ko, and Park(2023)이 지역 기반 플랫폼 매개 관계의 특징을 밝혔듯, 디지털 플랫폼은 주거지에서 우연히 형성되기 어려운 관계의 단서를 사전에 제공한다. 동시에 접촉의 시점, 빈도, 지속 여부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만남의 조절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디지털 매개는 청년 1인 가구의 생활 방식에 맞게 공통사와 접점을 재구성하는 관계 매개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매개는 자녀 양육처럼 지속적이고 필연적인 관계 의무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관계의 안정성은 상대적으로 낮고 선택적・유동적 성격을 지닌다.
활성화 요인 중 반공적 공간(Gans, 1961; Gehl, 2011)에 대한 논의도 같은 맥락에서 재해석될 수 있다. 다수의 청년이 거주하는 다세대・다가구・원룸・오피스텔은 반공적 공간이 매우 협소하거나 부재한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단서 형성을 위한 환경적 계기를 제한하였다. 더 중요한 점은 공간이 존재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반공적 공간이 단서 형성의 기반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의 존재뿐 아니라, 그 공간에서 대화와 반복적 마주침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함께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청년 1인 가구에게 일정 수준의 단서와 조절 가능성을 갖춘 얕은 관계는 가까운 타자를 불안하고 예측 불가능한 존재로만 인식하게 만드는 막연한 불안을 완화할 수 있다. 특정 계기를 통해 심화된 관계는 청년에게 기존의 가족・친구 관계망을 대체하는 깊은 결속을 제공하기보다, 자신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할 때 지역 안에서 접속할 수 있는 낮은 부담의 관계 기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다수의 청년들이 기존 관계망을 떠나 새롭게 거주하게 된 지역에 자리 잡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적 발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를 논의할 때 중요한 것은 청년이 안전감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안에서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VI. 결 론
결국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는 깊은 친밀성과 지속적 의무를 전제로 하기보다, 상대를 해석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서와 관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보될 때 선택적으로 형성된다.
본 연구의 결과는 관악구라는 특정한 도시적 맥락에서 도출된 것이므로, 그 함의는 적용 범위에 따라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본 연구는 대학가, 고시촌, 역세권 접근성, 저렴한 소형 임차주거가 결합된 지역에서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제한되는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 지역의 청년 주거정책은 장기 정착 주민을 전제로 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청년 거주 비율이 높은 대학가 인접 원룸・다가구・오피스텔 밀집지를 대상으로 청년이 부담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시범적 주거관리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일상 동선상의 공용부가 최소한의 관계 단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 확인되었듯 청년은 최소한의 사생활조차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가장 인접한 주민을 오히려 경계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소형 임차주거의 계획에서는 방음, 시선 차단 등 사생활의 비의도적 노출을 줄이는 요소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깊은 친밀감을 전제로 하는 공동체 형성보다, 필요에 따라 가볍게 관계를 시작하고 지속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유주방이나 공용 라운지와 같은 공간은 함께 식사하거나 생활 정보를 나누는 짧은 운영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시도와 결합될 때 관계의 단서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반려동물, 취미, 운동, 지역 물품 공유, 도움 요청과 같은 생활 기반의 매개는 청년이 부담 없이 이웃과 접점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때 거주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중・장년 주민, 지역 상점, 관리 주체는 청년과 지역 사이의 완충적 매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들이 안전 확인, 생활 정보 전달, 일상적 도움 요청의 연결 지점이 된다면 청년은 지역을 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의의는 모든 청년 1인 가구에게 동일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기보다, 청년의 이웃 관계를 ‘부재’로 전제하지 않고 타자가 어떤 조건에서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거나 배제되는지 분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데 있다. 관계의 단서와 만남의 조절 가능성은 청년 1인 가구의 이웃 관계를 이해하는 설명틀이 될 수 있으나, 그 구체적 양상은 지역의 주거유형, 거주기간, 성별에 따른 안전감, 직업과 생활 리듬, 기존 관계망의 유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편 본 연구는 관악구라는 특정 지역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 일반화에 어려움이 있다. 관악구는 서울대학교와 고시촌의 영향으로 학업・시험 준비기 청년의 비중이 다른 자치구보다 높으며, 목적 달성을 위한 거주의 성격이 강해 청년이 거주지에서 이웃을 형성하려는 의지가 일반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여, 두 조건이 타 자치구나 주거 유형의 청년 1인 가구에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오프라인 이웃 관계와 디지털 매개 이웃 관계가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대한 후속 비교 연구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