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국내 성매매집결지는 2004년에 성매매가 불법적 행위임을 규정짓는 제도가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투입 자체가 어려워 현재까지도 일부지역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이들은 도시 내 고립되고 경계 지어진 공간으로, 대부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어 노후쇠퇴하였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이후 성매매집결지는 미개발지로 인식되기 시작하였고 일부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재개발되고 있다. 최근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대구 중구 도원동 일대의 성매매집결지인 자갈마당도 민간개발이 확정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공공개발을 통해 역사성을 보존하려는 시도가 일부 있었으나 무산되고 주상복합으로 개발될 예정이다.1)
이와는 달리 전주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은 2016년부터 문화재생사업이 진행 중이며 서노송동예술촌 프로젝트로도 불리고 있다. 전주 구도심 내 위치한 선미촌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2015년 이후 전주시가 점진적 변화를 유도코자 선미촌 내 폐공가를 적극적으로 매입하여, 예술촌으로 변경해 나가고 있다. 여전히 일부 업소에서 성매매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의 집결지 해결방법을 위한 모범적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성매매집결지의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은 부산의 완월동 지역의 도시재생(아미초장 도시재생지구)이나 대구자갈마당에서 시도되어 성매매의 여성의 인권문제와 아픈 역사로써의 기록은 전시관 또는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다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대구자갈마당은 재개발 될 예정이며, 부산의 완월동은 재생사업 진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2)
‘성매매집결지’는 오랜 시간 주변 지역을 낙후시키는데 일조하였으며, 불법적 공간으로 주변과는 경계 지어져 있었다. 따라서 재개발을 통해 합법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선미촌의 도시재생에서는 성매매집결지라는 역사성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예술촌’이라는 점진적 기능전환을 목표로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거버넌스-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가 주요하게 역할을 하고 있기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즉 현재진행 중인 선미촌도시재생의 사업적 성과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지만 본 연구는 도시 내 경계공간 선미촌의 도시재생을 거버넌스 주도의 공간재구성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의 거버넌스의 활동들을 통해 성매매집결지의 ‘경계허물기’로 과정적 특징을 밝히는데 그 목적이 있다.
2. 연구의 절차 및 방법
본 연구는 선미촌 도시재생 과정에서 드러난 특징을 밝히는데 목적이 있기에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루어졌다.
2장에서는 우선 국내 성매매집결지의 역사를 Hong(2007)의 저서를 바탕으로 이해하였다. 또한 집결지가 사회적 구조 속에서 경계 지어진 공간임을 밝힌다. 이는 이후 4장에서 분석될 선미촌 도시재생사업의 특징인 ‘경계허물기’의 주요 분석틀이 된다. 이와 함께 선미촌의 주요 도시재생사업의 현황을 이해한다.
3장에서는 전주시의 선미촌정비 정책 및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와 민관 거버넌스인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의 활동 정리를 통해 선미촌이 기능전환을 통한 점진적 도시재생의 방향으로 결정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4장에서는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주도의 ‘선미촌걷기프로젝트’에서 활동가와 참가자의 구술 및 그동안 선미촌내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예술활동 분석을 통하여 선미촌 도시재생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선미촌의 경계허물기’로 분석한다.
이와 같은 연구를 위해 관련 문헌을 통하여 배경을 고찰하였으며, 특히 관련내용의 신문기사 및 Jeonju(2014)를 바탕으로 전주시의 정책적 방향들을 정리하였다. 2017년부터는 선미촌 도시재생의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사업이 계속 진행 중이므로 2015~2017의 과정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도시재생의 주체적 활동을 이끈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와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의 활동을 이해하기 위하여 Private-Public Council for Seonmichon Maintenance(2015, 2016, 2017)과 Song et al.(2016)를 통해 두 조직의 다양한 활동을 확인하였다.
특히 4장의 주요내용인 ‘경계허물기’의 논거로 질적 연구방법론의 하나인 구술사를 활용하였다. 전북여성인권센터가 주도해 오고 있는 ‘걷기프로젝트’에서 전북여성인권센터의 활동가와 일반인 사이에 오고 간 대화의 구술기록에서 유의미한 내용들을 발췌하여 활용하였다.
II. 배경적 고찰
1. 국내 집창촌의 역사
Hong(2007)에 따르면 조선사회는 강한 유교사상의 사회였기에 성매매를 위한 전용업소나 장소는 없었으며, 성매매 집결지라는 특정의 장소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나타났다. 그는 성매매집결지의 역사를 개항지유곽시대(1876~1905), 철도유곽시대(1906~1930), 전쟁유곽시대(1931~1945), 사창전국시대(1946~1961), 특정지역시대(1962~1980), 신(新)사창시대(1981~2004)로 구분하였으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여러 명의 여성들이 집단 거주하는 ‘노는 집’인 유곽은 성매매집결지의 시초로 일본의 공창제가 식민지 국가에 이식된 것이다. 통감부설치 이후 주요 도시에 하나둘씩 생겨났고, 한 장소에 집중된 형태는 1902년 부산 중구 부평동에 최초로 등장했다. 이후 1906년에는 일본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대되었으며 특히 철도가 개설되고 역이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유곽도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는데 1920년대 이후에는 조선인 대상의 유곽도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1931~1961년까지는 일본이 발발시킨 전쟁에서 조선과 아시아 피식민국가의 여성들을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강제동원 하였는데, 이 역시 일본의 공창문화의 나쁜 결과였다. 해방 이후 미군정시기를 거쳐 ‘기지촌’이라는 새로운 공간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후 증가한 사창들은 역을 중심으로 집촌되는 경향을 보였다. 1960~80년대에는 경제호황과 함께 대형화 및 영역확대가 이루어졌다. 물론 1962년~1999년에는 성매매가 윤락행위로 간주되면서 국가가 성매매행위 및 알선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집결지를 단속하거나 폐쇄하지 않고 특정지역으로 지정, 관리하면서 묵인하는 시대였다. 집결지의 공고한 시스템과 공간에 균열을 낸 것은 2000년, 2001년 연달아 발생한 군산 집결지 업소의 화재참사였다. 감금상태에 있던 여성들이 불이 난 업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적인 공분이 일어났고 이후 2004년 성매매방지법3)이 제정되었다. 해당 법의 영향과 성산업구조의 개편으로 집결지는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전국적으로 다수의 집결지가 남아있는 상태이다.4)
이들은 대부분 역사가 오래되었으며 도시의 구도심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노후화와 쇠퇴가 심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2000년대 이후에는 재개발이 가능한 미개발지로 인식되기 시작하였으며 인천, 대전, 서울 용산, 춘천, 부산 등 구도심의 성매매집결지들이 사라졌으며 앞으로도 사라질 예정이다. 이와는 달리 현재 연구 대상지인 선미촌은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도시 속 경계공간으로의 성매매집결지
Jeong(2018)에 따르면 공간의 통합보다 구조론적으로의 차별과 모순의 공간, 분절적인 접합의 공간에 주목하는 공간분절론으로 성매매집결지를 이해할 수 있다. 성매매 집결지는 도시 속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 지리적 사실이나 사람들은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공간 즉 이성적 담론경계 너머에 현존하는 공간이며 도시구조적 불평등의 공간이다.5)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성매매집결지를 ‘공간적사회적인식적 경계공간’으로 규정짓고자 한다.
성매매집결지는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분리되어져 경계 지어진 곳이다. 물리적으로 주변부와 경계 지어져 있지 않아 성매매 의사가 없으면서 그곳이 집결지인지 모른다면 가로와 내부공간을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되면 빠른 길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지나가지 못한다. ‘문’과 ‘담과벽’ 등의 물리적 경계는 없지만 ‘청소년출입금지’의 표지판이 붙여져 있거나, 입구에서는 호객행위가 이루어져 1) 공간적 경계가 발생한다. 2) 사회적 경계는 그곳은 나의 세계와는 다르고,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인간이 이성적 판단체이고, 자발성을 가지기에 성매매여성들을 비난하거나 그들의 인권에 대해 무관심하다. 또한 대부분의 집결지에서는 업주와 성매매여성이 살고 있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인식하지 못하며, 불법과 일탈이 있는 곳이라는 3) 인식적인 경계가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Kim(2018)는 성매매집결지가 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그 정체성이 뚜렷해질수록 폐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하였다.6) 하지만 Lee(2017)는 집창촌이라는 공간은 사회구조적 불행의 산물이자, 그곳을 거쳐 간 여성들의 고통과 삶이 새겨 있기에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기 위하여 기억할 필요가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3. 선미촌 주요 도시재생 현황
선미촌은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시청 및 한옥 근처의 성매매 집결지로 1950~60년대 당시 전주역(현. 전주시청) 주변인 현 위치에 조성되었으며 약 22,760㎡의 면적의 도시공간 내에 분포되어 있다. 성매매금지법의 제정이후 몇 차례 집결지를 폐쇄코자 시도하였으나 무산되었으며, 2014년부터는 선미촌을 정비코자하는 시도들이 나타났다. 민간거버넌스와 지자체 협력을 통해 ‘인권’, ‘문화예술촌’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었다. 2019년 1월 현재 전주시는 5개소의 폐공가 및 업소를 매입7)하여 사업을 진행했으며, 그 순서와 내용은 다음의 <Table 1>과 같다.
가장 먼저 조성된 것은 2017년 5월에 공개된 시티가든이다. 시청 앞 대로변에서 시유지 농협의 임시가건물을 철거하고 ‘인권의 공간(<Table 1>의 ①-1)’을 조성하였다. 이 공원에는 성매매여성이 유리방 내 상징적 물품인 의자가 공원속의 의자가 되길 바랐다는 인터뷰 내용이 동상으로 제작되었으며 의자를 두어 그들의 인권을 알리고자 하였다. 이와 함께 선미촌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던 폐공가를 매입한 1호점은 ‘기억의 공간(<Table 1>의 ①)’으로 조성하였다. 이 공원에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아픈 과거를 알 수 있도록 기존 성매매업소 건물의 일부는 남겨두고, 녹지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쉬었다 갈 수 있게 하였다. 2호점은 문화센터의 용도로 사용될 계획으로 2018년 9월에 전시회가 열렸었다. 3호점은 성매매업소로 사용되었었지만 현재 현장시청을 1층에 설치하였으며, 2층에서는 업사이클센터가 운영될 예정이다. 4호점은 단독주택으로 사용되던 건물로 ‘물결서사(書肆)’라는 이름의 서점으로 지난 2018년 12월 말에 문을 열었다. 전주지역에서 활동 중인 청년예술가 7명(Artist Lab 물왕멀)이 예술가의 책방을 운영하고, 주민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과 세미나 개최, 창작활동을 통해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는 등의 예술활동을 펼치는 서점이다. 5호점은 교회로도 사용된 적이 있을 정도로 선미촌 내에서도 비교적 큰 성매매업소로 활용되고 있던 건물이다. 성매매업소로 사용되던 실내공간은 건축적 원형을 보존하면서 선미촌의 아카이브를 전시하는 아트빌리지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선미촌은 점진적으로 건물을 매입하고 공간을 재구성하여 문화예술도시재생을 실천하고 있으며 2018년 8월에는 성매매업소가 일반음식점으로의 자발적 업종전환도 나타난 상황이다.8) 성매매업소의 폐쇄가 완전히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향후 선미촌은 문화예술의 공간과 도시적 기능으로 재구성될 것이다.9)
지금까지 살펴본바와 같이 현재까지 진행된 선미촌의 도시재생은 성매매집결지의 역사를 기억하면서도 기능을 전환하는 ‘공간의 재구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다른 집결지의 재개발과는 그 양상이 다르다. 이러한 방향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3장에서는 전주시 및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그 과정을 다시 추적해 보았다.
III. 선미촌 도시재생의 과정: 주요주체별 시점
1. 전주시도시재생사업과 선미촌
전주시의 ‘선미촌’ 대응을 확인하기 위하여 우선 포털사이트인 네이버(www.naver.com) 뉴스에서 ‘선미촌’을 검색하여 관련 뉴스를 <Table 2>와 같이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선미촌의 정비 방향 및 그 내용의 변화를 이해하고, ‘인권, 예술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에 대한 방향이 설정되기 시작한 시기를 확인하였다.
Table 2.
Main Newspaper Articles Related to Jeonju Seonmichon
| Journalist Date | Headline/Key Contents | Newspaper |
|---|---|---|
| Park, Y. G. 2004.07.05. | The two red-light district in Jeonju will be closed. | The Kyunghyang Shinmun |
| Kim, S. S. 2009.03.10. | The city of Jeonju plans to purchase the building of Seonmichon in red-light district and use it as a public facility. | Nocut News |
| Park, Y. G. 2010.04.18. | Women’s Cultural Center in the Middle of the House ‘Jeonju experiment | The Kyunghyang Shinmun |
| Oh, S. K. 2014.02.19. | The Establishment of the Public-Private Association for the Improvement of Sunmi Village in Jeonju City-It is expected that the Public-Private Association will solve two tasks of rebuilding Seonmichon and urban regeneration. | Asianews |
| Choi, S. H. 2015.01.01. | Start to repair ‘Seonmichon’ in red-light district of Jeonju | The Hankook Ilbo |
| Ha, T. M. 2015.05.31. | The city of Jeonju has begun to dismantle the ‘Seonmichon’ of the red light district - The Seonmichon area will be designated as an urban regeneration zone. | The Hankook Ilbo |
| Choi, M. K. 2015.09.11. | The Jeonju Seonmichon Cultural Regeneration Project will be launched in earnest | The Jeonbuk Ilbo |
| 2016.08.09. | The “Seonmichon” of Jeonju sex trade district will been reborn as art creation village-The Process of Trying to Transform Function into Seo-Song Art Village, The village will be transformed into Sedentary types of an art creation village. | Yonhap News Agency |
| Kim, T. I. 2016.08.26. | It will be established as the street of human rights and arts in Seonmichon, Jeonju-Women’s human rights education, The streets of culture and art | Asia Economy |
| Kim, C. S. 2016.11.17. | Jeonju City is going to build an up-cycle center in Seonmichon | News1 |
| Bae, J. Y. 2018.01.02. | Seonmichon Regeneration Project in Jeonju going to speed up this year | Pressian |
성매매관련법이 제정된 2004년에는 전주시도 선미촌을 폐쇄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바 있었으며 2009년에는 건축물을 매입하여 공용시설로 활용계획을, 2010년에는 선미촌 내 2층 상가건물에 여성문화센터를 조성하여 성매매여 성재활교육, 현장체험 취창업정보지원, 자활지원 등을 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행된 바에 대한 기사는 없었으며, 2004년~2014년까지의 10년 동안 선미촌의 폐쇄 및 정비에 관한 기사는 단 몇 건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2015년 이후에는 ‘도시재생지구지정, 문화재생, 서노송예술촌’과 같이 매우 구체적 정비방향을 제시하는 기사가 있었으며, 기사노출의 빈도도 잦아졌다.
이런 상황은 전주시가 선미촌과 인접한 노후주거지(서노송동)의 도시재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전주시는 도시재생에 대한 국가적 관심속에서 2009년에 도시재생의 방향을 설정하고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시행중이었다. 2010년에는 서노송동(천사마을, 난민촌으로도 불림)일대가 도시재생 테스트베드(test bed)로 선정되었다.10) 테스트베드로 선정된 곳은 시청일대의 구도심지역(노송동, 인후12동, 중앙동, 진북동 일대)내 ‘노후주거지구’와 ‘쇠퇴상가지구’ 2개소를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선정하였다. 노후주거지구는 노송동과 인후12동지역으로 약 145,000㎡ 면적에 약 952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전주시가 추진하였던 1단계 주거환경개선사업 지역 가운데 하나인 ‘난민촌’11)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2011년에는 해피하우스사업을 통해 ‘얼굴없는 천사의 거리환경정비’ 및 ‘물왕멀3길 골목길 정비’가 이루어지기도 한 지역12)으로 꾸준히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었다.13)
<Figure 1>에서 확인할 수 있듯 선미촌은 전주시의 주요 도시재생 노후주거지구와 불과 15 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접하고 있었다. 테스트베드 선정을 통해 국가적 지원으로 노후주거지구의 재생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의 존치 상황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을 이루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14) 이러한 도시적 상황은 당시 2014년 6월 지방선거15)를 앞두고 큰 화두가 되었으며, 전주시장 후보였던 김승수 현시장은 시민들과 거버넌스 행정을 펼치겠다고 선언하였고, 시장당선 후에는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가 이미 발족된 상황이었기에 이들과의 협력이 이루어졌다. 2015년 1월 전주시는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에 선미촌의 실태파악 및 주민여론수렴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였고16) 전면철거 방식 등은 비용 등의 실현성에 문제가 있음으로 결론을 내려 이후 행정과의 협의를 통해 점진적 개발방식을 채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때부터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는 선미촌 도시재생의 주체가 되었으며 선미촌의 기능전환-문화재생사업-이 시작되었다. 즉 개발을 억제하고 업종전환을 유도하면서, 공폐가를 매입하고 여성단체 및 공공기관을 선미촌으로 이전하는 등의 기능의 전환을 통한 도시공간의 재구성의 도시재생을 선택하여 전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2015년부터 선미촌 정비에 대한 기사화가 많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Figure 1.
Location of Seonmichon & Urban Regeneration Project
Source. Jeonju (2014), Regeneration of Jeonju & Test-bed Status, p. 155
2.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
2014년 2월 선미촌 정비를 위한 민관협의회가 발족되었다.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 참여위원은 서노송주민, 도시계획전문가, 언론사, 경찰, 시의원, 선미촌 인근 고등학교,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주의제21 등 30여명이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와 전주의제21이 공동사무국을 맡고 전주시 여성청소년과의 행정지원이 이루어졌다.17) 발족 후 진행된 활동들을 바탕으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주시장 후보들에게 선미촌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보내고 답변을 받아 공개하면서 선미촌 문제를 공론화하였다.18) 선거에서 선미촌 문제를 거버넌스와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힌 후보(현 시장 김승수)가 당선되면서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는 선미촌 도시재생의 주요한 주체가 되었다.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의 2015년 활동들은 ‘지역의 재구성’, ‘선미촌상상하기-협동조합 & 레지던스형창작공간’, ‘다시 그리는 선미촌 지도’ 등 선미촌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큰 주제였다. 2015년 1월 기사19)에서는 선미촌 일대를 도시재생지구로 지정하고 건물을 해체하여 문화숙박시설로 개조한다는 내용이었지만, 민관협의회의 논의주제들은 9월에 성매매업종전환유도, 자활공간, 공폐가 매입을 통한 녹지공간 조성, 여성단체 및 공공기관의 이전 등의 계획을 전주시가 발표하면서 공고화되었다. 2016년에는 6월 집담회 주제는 ‘인권의 거리로 폐·공가 재활용’이었고 8월에는 ‘정주형 예술창작촌’ 조성, ‘인권과 예술의 거리’로 조성될 것임을 밝힌 기사들이 나타났다.20) 2017년에는 지난 2년 동안 발표하였던 일부가 실행되었으며, 미시행 사업들을 위한 논의들이 진행되었다.
Table 3.
Public-Private Governance Activity
즉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의 집담회, 워크숍, 소위원회, 연수 및 견학 등의 활동들과 논의의 결과들은 선미촌 도시재생의 주요한 방향, 정책이 되었다.
3. 전북여성인권센터의 참여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2000년 군산의 성매매집결지화재사건 이후 전북지역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을 지원하기 위하여 2001년 설립된 단체로 전북지역의 성매매집결지의 현황을 이해하기 위하여 2002년 선미촌을 방문하여 상담 및 실태조사를 하였다. 2003년 1월에는 선미촌 내 현장상담센터를 개소하였으며, 2002년부터 2015년까지 351일, 27,723명의 선미촌 업소여성을 상담하였다. 이와 더불어 ‘선미촌 자활지원사업(2005)’, ‘선미촌에 관한 시민의식 조사(2007)’, ‘전주시 의견 제안(2008)’ 등을 행하였으며, 2010년에는 현장기능강화사업을 통해 ‘열린터 쉴‘을 선미촌에 설치하여 운영하는 등21) 선미촌 내 여성인권 뿐 아니라 성매매집결지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2011~2013년에 서노송동 도시재생 테스트베드사업이 진행 중이었고, 선미촌은 배제되어 있었다. 선미촌에 대한 지역주민의 입장은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하게 나뉘었고 주거지재생에서 성매매집결지는 어려운 문제였다.22)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2년 9월에는 서노송동 도시재생 테스트베드 사업 내 주민역량강화교육 사업이 있었는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선미촌과 여성인권’을 주제로 5회의 강좌를 진행하게 되었다. ‘성매매와 여성인권, 성구매남성문화, 성매매방지정책, 집결지의 현황과 대책, 선미촌이야기’ 등의 주제로 교육이 이루어졌다. 서노송동 주민들의 선미촌에 대한 이해관계 충돌이나 개인적 불쾌함 등을 이유로 참석율이 좋지는 못하였지만, 선미촌을 마을의 문제로 공론화하였음에 의미를 둘 수 있었다.23)
이 행사를 계기로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는 선미촌으로 인해 고통 받은 마을 주민의 주거복지 및 인권에 관심을 더하게 되면서 선미촌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한 민간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2013년 말 전주의제21이 선미촌을 의제로 민관거버넌스활동을 제안하면서 준비모임을 가졌으며, 2014년 2월 발족된 전주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 구성원이 되었다.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의 구성원이 되면서부터는 본연의 업무와 더불어 더 다양한 활동을 <Table 4>와 같이 진행해오고 있다.
Table 4.
The Activity of Jeonbuk Women's Human Rights Center for Regeneration of the Seonmichon
즉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단체의 시작이 성매매여성들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으며,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선미촌 내에서 해 온 활동들이 선미촌도시재생에서 성매매여성들을 선미촌의 거주자로 이해시키고 그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2017년에는 ‘리본(Re-born) 프로젝트’를 주최하면서 책자를 발간하였는데, 센터장의 발간사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다.
“유리문을 경계로 너무나 서로 다른 일상이 거듭되는 것을 중단하고 서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묶여버린 삶, 묶여버린 공간의 낡은 매듭을 풀고 ‘다시 태어나/살아나’는 것입니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선미촌 리본 프로젝트’, 2017, 발간사 중-
즉 선미촌의 여성들의 새로운 삶, 다시 태어남(re-born)은 도시의 재생(regeneration)과 맥락이 닿아 있기에 ‘인권’은 도시재생의 주요한 주제가 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기억의 공간’, ‘인권의 공간’ 및 선미촌 아키이브 등의 공간재구성의 주요한 결과를 가질 수 있었다.
이처럼 앞서 살펴보았던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과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선미촌의 도시재생 방향-인권, 문화예술촌-수립 및 실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4장에서는 이들의 활동결과를 선미촌의 경계허물기로 이해해 보고자 한다.
IV. 경계허물기를 통한 선미촌 도시재생
1. 공간적 경계허물기: 서노송예술촌프로젝트 결합
2014년 2월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가 결성된 이후 2016년부터 선미촌은 ‘문화예술’, ‘인권’과 같은 주제로 도시재생을 진행하였다. 당시 노후주거지 서노송동에는 젊은 예술가마을을 통해 활기를 되찾고자 하는 ‘서노송예술촌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분리진행 되던 두 지역의 사업이 ‘서노송예술촌프로젝트’로 2016년 하반기에 합쳐졌다. 2개의 사업이 일원화되었다는 것은 그 대상지가 통합된 것으로, 공간적 경계가 일차적으로 허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각 시기의 신문기사의 그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선미촌 도시재생에 관한 초기의 신문기사에서는 선미촌정비 사업구역이 선미촌과 그 북서측 상업지역의 일부만 추가로 포함되어 있었다(<Figure 2>, Left). 하지만 2018년 기사부터는 선미촌 도시재생보다는 서노송예술촌프로젝트로 불리고 있으며 그 구역은 선미촌 및 서노송동으로 넓게 지정되어 있다(<Figure 2>, Right).

Figure 2.
Urban Regeneration Project District by Period (Left) Location map of Cultural Regeneration project in Sunmichon, 2015, Source. Lee (2018.02.07.) (Right) Location map of Seonosong-dong Art Village Project, 2018, Soruce. Choi (2015.09.11.)
특히 서노송 예술촌프로젝트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두 지역 사이의 경계 공간이던 너비 15 m의 ‘권삼득로’를 특화거리로 조성하는 계획이다. 보행로를 확장하고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등의 해당 사업은 두 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즉 전주시는 분리되어 있던 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예술’이라는 주제로 ‘촌’-마을을 재구성하여 사업의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주민들 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심리 공간적 경계를 허물 수 있게 되었다.
Table 5.
A Neighborhood Feast in the Space of Memory’ Which Seonmichon Governance of Public-Private Partnerships Was Organize
| 2017.05.16. | 2017.10.31. | 2018.10.3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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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시재생사업 시작 후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매입한 폐공가와 시유지의 공원화였음을 앞서 밝힌바 있다. 선미촌 내부에 위치한 ‘기억의 공간’에서는 2017년 2회, 2018년 1회의 마을 잔치를 치렀는데, 이를 통해 서로 왕래하지 않던 주민들이 모일 수 있었다. 이는 닫혀져 있던 공간적 경계를 허문 활동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 사회적 경계허물기: 인권의 부각
일반적으로 성매매집결지에 대하여서는 여성이 상품으로 판매자와 구매자는 남성으로 구분되기에 남성적 사고의 결과적인 공간으로 인식된다. 또한 성매매여성들에 대해서는 자발성이 있는 주체자로 평가하기에 돈을 버는 잘못된 수단을 선택하였다고 판단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선미촌 도시재생에서는 ‘선미촌’이라는 역사를 완전히 없애고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남겨(공원조성 및 공간이 물리적 재활용) 여성인권의 문제에 대한 환기장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선미촌 걷기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이러한 사회적 경계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였다. 선미촌 걷기프로젝트는 선미촌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가들이 선미촌의 내부를 답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는 ‘성매매집결지와 선미촌의 현상과 문제설명, 선미촌 걷기, 이야기나누기’의 3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과정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자발성, 불법성, 비윤리성-에 근거한 비난보다는 사회의 구조적 취약이나, 자발성 이후에 행해지는 억압과 비자발성의 반복을 통한 삶 고착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함이 설명된다. 2단계인 걷는 동안에는 보지 못한, 볼 수 없었던 경계공간을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은 1, 2과정의 경험을 통해 느끼거나 생각한 것들을 자유롭게 말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문제와 해결방향 등을 소통하고자 한다. 특히 걷기 과정이나 대화의 과정 속에서 참가자들이 성매매여성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사회적 경계-을 노출하게 되는 경우 그 경계를 없애기 위한 발언들이 이루어졌고, 이는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사회적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예전에는 오빠 공부시킨다고 그런다고 하는데 지금은 명품백 사려고 그러는거 아니냐 그런다는거죠. 대표적으로 소비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 돌려서 생각해보면 간단한건 뭐냐면 명품백 사서 벤츠타고 다니는 애들은 극소수 밖에 없다는거죠. 그리고 실제로 자본주의에서 소비에 대한 욕망을 그 친구들에게만 적용한다는 거죠. 사람들은 이 여성들이 돈을 어떻게 버느냐, 또 어떻게 쓰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거죠....”
-활동가, <2015 선미촌 이야기>, p. 105 발췌-
“성매매방지법이 여성인권문제로 만들어졌는데, 집결지가 계속되는 한 성매매 방지법이 사문화되는거죠 ... 선미촌 문제 해결하는 것이 동시에 여성인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또 거기 있던 여성들이 이번 기회에 자활과정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래요. 근데 또 저 공간이 다른 공간으로 변하잖아요. 거기까지 가면 이것도 여성인권에 영향을 미치죠.”
-활동가, <2015 선미촌 이야기>, p. 105 발췌-
“자활전시회 갔을 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어떤 분이 업소에서 나왔을 때 언니에게 ‘아, 이제 마음대로 사세요’라는 말을 했대요.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근데 그 분이 그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다는 거예요. 나는 마음대로 살아 본 적이 없어서 그게 어떻게 사는건지를 모른다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자립과 자활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활동가, <2015 선미촌 이야기>, p. 113 발췌-
이렇듯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에서는 주로 성매매여성의 인권에 대한 문제를 구조화 및 공론화 해 왔었으며, 마을 주민과의 교류를 통해서 활동가들은 선미촌의 도시재생을 여성인권과 가난한 지역주민의 인권 및 권리를 찾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걷기프로젝트 참가자에게 전달되어 인식적 전환을 꾀할 수 있었다. 이는 사회적 경계를 허물기 위한 노력이었으며, 이는 노송촌 예술마을 프로젝트에서 주요한 사업으로 여성인권에 대한 다양한 사업들을 포함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진행된 다양하게 진행된 문화예술행사 <Table 6>의 주제에도 드러난다.
Table 6.
Art Events in Seonmichon Since 2016
3. 인식의 경계허물기: 삶의 공간으로의 인식의 전환
도심의 성매매집결지는 배제의 공간이 되어 역사가 멈춘 곳이 많기에 노후화되었으며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상업지역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걷기프로젝트’를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공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난 남자고 해병대 출신이고 싸움도 잘하는 편인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쫄리거든요”
-참가자, <2015 선미촌 이야기>, p. 107 발췌-
“걸으면서 들었던 느낌은 두렵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낯선 공간에서 뭐가 등장할지 모르는 그런 거 있잖아요. 낯설고 두려웠어요..”
-참가자, <2015 선미촌 이야기>, p. 107 발췌-
선미촌이라는 명칭으로 경계 지어져 있는 도시공간이지만 그 속에는 성매매와 무관한 일반인들이 살고 있으며, 성매매 여성도, 업주도 그 곳에서 살고 있다. 걷기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가정집’이라는 팻말에서 참가자들은 사람이 사는 곳을 인지하게 된다. 이 푯말은 성매매와 무관한 일반인의 집들이 성매매업소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걸어둔 것이다.
낮 동안(걷기는 영업이 이루어지기 전 오후 5시까지만 운영)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지만, 텃밭을 가꾸어 놓은 모습, 빨래가 펄럭이는 옥상 등을 통해서 걷기 참가자들도 일상의 공간 즉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지속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고, 활동가(전북여성인권센터)도 걷기과정 속에서 선미촌이 배제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공간임을 재인식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걸으면서 사람 사는 곳이구나. 생각이 들고, 유리방이라고 하는 업소 뒤편에 사람이 산다라는 생각 자체를 못해봤으니까요. 근데 거기서 사람이 살고 있고 거기서도 진짜 이렇게 상추도 심고 깨도 가꾸고 그런 곳....”
-참가자, <2015 선미촌 이야기>, p. 109 발췌-
“업소 안에 강아지라거나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그릇이 높여있는 것을 보면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참가자, <2015 선미촌 이야기>, p. 107 발췌-
또한 공개되어진 매입건물 중에는 업소의 모습을 그대로 존치하고 있는데, 이 과정 속에서도 삶의 흔적은 발견된다. 성매매업소의 공간적 구조는 유리방으로 불리는 전시적 성격의 공간과 그 뒤로 이어지는 미로 같은 복도를 두고 구획되어진 좁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성매매업소에서 사용되는 물품들을 제하면 가전제품, 가구, 부엌 등은 사람의 사는 곳이었음을 인지시켜준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가 지속적으로 운영한 걷기프로젝트는 인식적 경계를 허물어주면서 삶의 공간으로 성매매집결지를 재인식시켜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V. 결 론
성매매집결지는 공간적사회적인식적 경계를 가진 공간이다. 도시에 현존하고 있으나, 주변부와는 공간적 경계를 가지고, 사회 구조적으로 배제가 있는 경계공간이었으며, 사람이 사는 공간보다는 불법의 공간이라는 인식적 경계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도심에 노후화된 성매매 집결지는 재개발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전주시에 위치한 경계공간 선미촌에서는 이와는 다른 방식인 문화재생이 진행되고 있기에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현재까지의 과정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선미촌 도시재생은 민과 관의 협력형 거버넌스가 주체가 되었으며, 특히 선미촌에서 오랫동안 선미촌과 성매매여성들의 삶에 관여해 온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가 거버넌스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인권 및 문화예술로의 공간재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특히 이들이 지향하는 도시재생의 목적은 공간재구성이지만, 이를 위해 실질적으로 진행한 활동들은 성매매집결지로써의 선미촌의 공간적, 사회적, 인식적 경계를 허무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도시재생의 과정인 서노송예술촌프로젝트로의 통합, 인권기억의 공간으로 공원을 조성한 것은 공간적 경계를 허문 것이었으며,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가 진행한 ‘걷기프로젝트’ 및 문화예술 활동들에서는 성매매업소 여성들에 대하여 인권적 문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배제되었던 공간의 답사를 통해 사람이 사는 곳임을 인식시켜 사회적인식적 경계를 허물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폭력(공권력)에 의해 삶이 지워지지 않는, 점진적 자력수복 방식을 표방한 선미촌의 도시재생은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본 연구는 선미촌 도시재생의 과정적 특징을 밝힌 것에 의의가 있지만 선미촌 내 실 거주자인 성매매여성들은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를 통해 타자로써 기억될 뿐 주체적으로 도시재생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이유를 밝히지 못한 점은 연구의 한계로 볼 수 있다. 향후 개별적 특성이 큰 도시재생의 다양한 방식의 하나로 이해될 수 있도록 향후 선미촌 도시재생의 진행양상 및 도시의 변화에 대하여 좀 더 깊은 관심과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