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1. 연구배경 및 목적
우리나라는 1970년대 0.77%에 불과했던 아파트가 2017년 현재 전체 주택유형의 61% (Statistics Korea, 2018)를 차지하는 독특한 주거문화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는 1970년대 주택부족과 지가상승에 따른 토지 이용의 극대화를 위해 국가 정책으로 대량 공급되기 시작하여 획일화, 불균형, 이웃관계 저해 등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으로 증가해 왔다. 50여년이 지난 현재, 아파트는 계층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주거형태(Roh, 2000)로 자리 잡게 되기까지 아파트의 팽창은 주거문화뿐만 아니라 구조와 질, 규모 등 각종 지표에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Yoo, 1997; Statistics Korea, 2002; Hong, Yang, & Jun, 2009). 그리고 1970년대 경제성장 시기에 여성은 바깥일에 주력한 남성에 비해 자녀교육과 가정경제를 비롯한 집안일을 책임지며 ‘스위트 홈(Sweet Home)’을 만들어 나가는 주역(Jun, Yang, & Hong, 2009)으로 급변했던 주거문화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었다.
이에 본 연구는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1970년, 80년대 주택시장에 진입하여 아파트로 주거이동을 선택한 여성노인의 주거경험을 통해 아파트에 대한 인식과 주거규범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아파트 변천이라는 거시적 변화와 그 궤적을 함께 한 여성노인의 주거경험은 오랜 시간적 변화를 거쳐 형성되는 주거유형규범과 규모 소유질근린환경의 변화를 사실적이고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자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여성의 역할과 영향력, 노후의 주거로써 아파트에 대한 견해를 그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알아보고자 하였다. 주거는 사회와 문화를 투영하는 결정체인 동시에 개인의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에(Hong, 2010) 본 연구는 아파트 주거문화의 변화 한 가운데 있었던 여성이 고령자가 된 현시점에서 그들의 구술적 자료로 가치를 가진다.
II. 연구내용 및 연구방법
본 연구의 내용은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결혼 후 주택시장에 진입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아파트 거주경험의 변화를 주거유형, 규모, 소유형태, 질, 근린환경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과정에 있어 여성의 역할 및 영향력과 노후의 주거로서 아파트에 대한 견해는 심층면접 조사하였다.
연구대상은 6070대 여성노인 8명이며 선정 범위는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며, 결혼 후 아파트 거주경험이 20년 이상으로 변화과정에 대한 구술이 가능한 경우이다. 또한 주택유형, 소유상태와 규모, 주택의 질적 변화를 파악하기 위하여 최소 3회 이상 주거이동을 한 대상자로 한정하였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아파트 주거문화의 흐름과 변천을 주도했던 서울을 중심으로 신도시 이주 경험자를 포함하였다.
연구대상자 선정은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여성노인을 지인의 추천을 통하여 방문면접한 후, 스노우볼링(snow bowling) 표집 하였다.
연구기간은 2019년 5월 2~25일까지 연구자가 대상자의 집을 방문하여 심층면접 하였으며 면접 소요시간은 3~4시간이다. 결혼 후부터 현재까지의 거주경험과 주거이동에 대해 자유롭게 구술하였으며 사전에 동의를 얻어 녹음을 한 후, 녹취록을 작성하였다.
심층면접을 통해 얻은 질적 자료는 고유성에서 가치를 가지고 있고, 단 1명의 구술도 유용하여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보된다(Hong, Yang, & Jun, 2009). 여성노인 개개인은 독특한 존재인 동시에 자기가 속한 사회나 문화를 대표하는 구성원이기 때문에(Park, 2003) 생애구술 자료는 개인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시공간적 변화를 통해 삶의 궤적과 주거의 사회사적 변화를 엮어낼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Hong, 2010).
III. 연구 결과
1. 연구 대상자의 특성
연구 대상자의 연령은 66~76세이며 건강상태는 1명(D)을 제외하고는 좋은 편으로 현재 모두 전업주부이다. 아파트 거주기간은 27~45년이며 주거이동 횟수는 4~10회, 자녀에게 증여한 집에 거주하는 H 외는 모두 자가 거주하고 있다. 가족형태는 부부(D, E, F, H), 혼자(G), 부부+자녀동거(A, B, C) 등이다. 그리고 D, F, G는 주민조직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A: 1951년생. 결혼 시 시댁의 도움으로 아파트를 구매하여 입주한 후, 5회 주거이동을 하였으며 45년 동안 계속 자가 아파트에서만 기거하였다. 자녀의 학군을 위해 강남에서 거주하다 50세에 신도시(분당)로 이주하여 살고 있다.
B: 1954년생. 결혼 후 시댁(단독주택)에서 1년 정도 동거하다가 남편의 해외근무로 3년간 미국에서 거주하였다. 귀국 후 지방 사택에서 기거하다 은행대출로 강남의 아파트를 마련하였다. 4회 주거이동을 하였으며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는 재건축 예정이다.
C: 1945년생. 자녀학군과 아파트 투자를 위해 10회 주거이동을 하였으며 단독주택에서 14년, 아파트에서 39년 기거하였다. 강남에 거주하고 싶다는 자녀의 요청으로 현재 강남의 175 m2 규모의 아파트로 이사하였다.
D: 1945년생. 결혼 후 시댁(단독주택, 13년)에 입주하여 분가 후부터 현재까지 5회 주거이동을 하였으며 아파트에서 38년 동안 거주하고 있다. 시아버지를 모시고 산 경험이 있으며 신도시(과천)에서 다시 신도시(산본)로 이동하였으며 노후의 최적지라며 만족하고 있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편이다.
E: 1954년생. 결혼 후 시댁(단독주택, 2년)에서 동거한 후, 미국에서 8년간 유학생활을 하였다. 귀국 후 빌라(2년)에서 아파트(27년)로 6회 주거이동을 하였다. 학원장으로 일하다 6년 전 은퇴하였으며 6년 전까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F: 1951년생(69세). 결혼하면서 단독주택에 전세로 살다가(9년), 은행융자로 내 집 마련을 하고 그 집은 전세를 준 후 본인은 더 작고 저렴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기거하면서 6회의 주거이동을 통하여 주거규모를 늘려갔다. 아파트 거주기간은 35년이며 아파트 부녀회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G: 1947년생. 사별하고 혼자 기거하고 있다. 결혼 후 고등학교 선생님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아왔으며 중년기에 아파트 부녀회장, 지역사회의 청소년위원, 00경찰서 어머니회 등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한 경험이 있다. 결혼 후 단독주택에서 3년 거주하다 강남으로 이사하였으며 6회 주거이동 하였다. 이후 신도시(분당, 용인)로 이주하였다.
H: 1944년생. 결혼 후 입주한 단독주택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다(20년), 신도시(분당)로 이사하였다. 이후 신도시(분당, 용인)에서 새집을 분양받는 형태로 6회 주거이동을 반복하였으며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는 규모를 줄여 입주하면서 며느리 명의로 하였다.
연구 대상자의 주거변화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Characteristics of Research Participants and Changes in Residence
2. 여성노인의 아파트 거주경험의 변화
1) 주거유형규범의 변화
본 연구대상자가 결혼 후 주택시장에 진입했던 1970년대는 아파트가 주거문화의 근대화를 상징하며 새로운 주거유형으로 대량 공급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파트는 1980, 90년대를 거치면서 중산층 진입의 한 징표로 인식되었다(Hong, Yang, & Jun, 2009).
침실 2개의 단독주택에서 전세로 신혼을 시작한 사례자 B는 1979년 아파트 붐이 한창일 때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는 한편, 본인을 중산층이라고 표현한 사례자 E는 주위 지인들의 아파트 거주가 일반적이었다고 하였다. 아파트 공급은 1970년 0.77%에 불과하였으나 80년 7.03%, 90년 22.7%, 2000년 47.7%, 2010년 현재 58.4%로 급격하게 증가한 반면 단독주택은 1970년 95.3%에서 2010년 27.9%로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아파트는 이제 계층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주거유형이 되어 다양한 수요자로 확대되고 우리 사회의 주거문화를 선도하게 된 것이다.
너무 부러웠어. 당시 잠실 43 m2 전세가가 1천만 원이었거든.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는 괜히 주눅 들고 그랬어. 난 단독주택 2층에 전세로 시작했는데, 타인과 함께 산다는 것도 너무 불편하고... 주인집 할머니가 나만 보면 계단청소를 하라고 해서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지, 유산까지 했어요(B).
80년대 결혼 당시 중산층은 보통 잠실 56 m2의 연탄 때는 아파트에서 모두 시작했지. 내 주위는 대부분 다 그렇고 그때 분위기가 다 그랬어요. 이후 잠실에서 신혼 살던 사람들이 대거 대치동 99 m2에 가서 132 m2로 늘려가서 살았어요(E).
아파트에 처음 이사 와서 너무너무 좋았어. 호텔 온 것 같아서. 아래에 경비가 있고 집을 비워도 자유롭고 영선반에서 못 하나 칠 때도 바로 와서 처리해주고 참 편했어요(G).
그때는 잠실처럼 연탄 때는 걸 아파트라 하고, 요즘처럼 민소매 입고 사는 집, 좀 고급은 맨션이라고 했어요(H).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의 아파트 위주의 공급정책과 건설회사의 적극적인 아파트 시장 확장, 무엇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파트의 편리성, 시설설비의 우수성, 자산증식 수단으로서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주거가치관이 변화하였고(Jun, Yang, & Hong, 2009)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본 연구대상자 8인 중 A를 제외하고 7인은 단독주택에서 신혼을 시작하여 아파트로 주거이동을 하였으며, 이후 3~5회 계속 아파트를 선택하여 주거이동하였다.2) 특히 사례자 E와 H는 단독주택에서 10여년(E)~20여년(H)을 거주하다 1990년 초반에 아파트에 처음 거주하기 시작하여 단독주택과 아파트의 장단점을 더욱 잘 체득하고 있었다. 1990년대는 아파트 공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특히 중대형 규모의 아파트가 늘어났으며 신도시 붐과 함께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아파트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모두 강남의 아파트로 이사 가고, 남편이 아파트는 싫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신혼 초에 입주한 단독주택에서 20년을 살아버렸어. 그러다 신도시에 분양을 받아 결국 내가 원한대로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단독주택에 살 때는 몰랐어요. 아파트에 오고 나니 너무 편하지요. 뜨거운 물 펄펄 나오지. 관리실에서 말만 하면 다 도와주지. 단독에 살 때는 보일러를 틀어도 우풍이 쎄고, 겨울에는 수도도 얼고, 고생이 많았어요(H).
단독주택은 문단속이 힘들어 안전문제가 제일 골치 아파요. 전원주택에 사는 친구를 보면 너무 고생하는거 같더라구요. 이에 비해 아파트는 관리가 편해요.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은 없고 다시 이사를 가도 아파트에서 살거예요(E).
아니, 단독주택은 싫어. 이사 가고 싶지 않아. 이제 늙으니 정리하는 것도 힘들고 내가 이 집에 이사 들어오면서 이제 다시는 이사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지. 계속 지금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요(H).
연구대상자 8인 모두 다시 주거를 선택해도 아파트에 거주하고 싶어 하였으며 아파트 생활이 익숙하고(C), 습관이 된 것 같다(A)고 표현하였다. 아파트의 장점으로 화장실이 편리하고(D, F), 주택관리에 신경을 안써도 되며(A, B, C, D, E, F, G, H), 외출할 때 문단속에 신경을 안 쓰니 자유롭다(C, E, G)는 점이다.
한편 아파트를 선택하는 주요 결정자는 연구대상자인 여성이었는데 1970년, 80년대의 시대적 상황이 남편은 바깥일에 전념하고 여성은 집안내의 일을 책임지는 것을 당연시 여기던 시절이었다. 연구대상자인 여성이 중요한 일은 남편과 함께 의논하지만 자녀의 학업, 투자, 더 나은 주거환경 등을 위해 아파트를 선택하고 이사를 결정한 것은 본인의 의사가 결정적임을 강조하였다. 더욱이 1980년대 들어 가사노동을 줄여주고 사회생활과 여가생활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첨단설비들을 갖춘 아파트에 대한 선호는 더욱 상승하여 여성은 아파트 선택의 주요 결정자로 떠올랐다(Jun, Yang, & Hong, 2009). 뿐만 아니라 조사대상자 8인 모두가 노후의 주거로써 익숙하고 편리한 지역사회의 아파트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하였다. 고급 단독주택이 부럽기는 하지만(A) 노후에는 문단속 등 안전문제(A, C), 냉난방 비용 문제(D, F), 특히 주택관리(A, B, C, D, E, F)가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이에 비해 아파트는 관리실에서 작은 불편함까지 해결하며 안전 및 주택관리가 편한 장점이 노후주거로써 선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노인가구의 아파트 거주비율이 일반가구나 1인가구의 상승 정도를 넘어서는 추세(Statistics Korea, 2002)를 잘 반영하고 있다. 여성노인은 실버타운에 관심은 있지만 소통이 잘되지 않을 것이라 염려하고 있으며(A, D, E), 건강이 나빠지더라도 시설로 이주하지 않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며(A, B) 계속 아파트에 거주하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주택에 대한 갈증은 서울에서 1시간 정도 거리인 곳의 전원주택을 주말마다 이용하며 풀고 있지만 입주할 생각은 없고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만 유지할 생각이예요(A).
아파트가 모든 면에서 편리하고 좋아요. 그리고 노인이 될수록 중심지에서 살아야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주상복합 아파트도 좋은 것 같아요. 단점도 있지만 모든 것이 한 건물에서 해결되니 좋아요(G).
실버타운은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건강할 때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우미를 두고 살고 싶고, 혼자되거나 거동하기 힘들면 양로원이나 실버타운으로 갈거예요. 요즘은 잘되어 있으니까. 자녀들과는 가까이에서 가끔씩 보는 게 좋아요. 절대 같이 살 생각 없어요(B).
2) 아파트 규모의 변화
본 연구대상자가 주택시장에 진입했던 1970~1985년까지 66 m2 이하의 소형아파트가 전체 공급량의 50% 이상을 차지하였고(Chun & Yun, 2001), 73 m2 아파트에도 침실 3개인 경우가 많아 방 크기가 협소하였다. 거실 겸 침실로 사용하거나(C) 너무 작은 침실은 창고로 사용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A). 또한 핵가족에 최적화되어 있는 아파트는 시부모와 함께 살거나(B, D), 시댁식구들이 지방에서 올라와 결혼한 형제 집에 기거하는 경우에는(A)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형아파트에는 화장실이 1개여서 프라이버시 문제와 생활의 불편함이 컸다. 시아버지를 모셨던 사례자 D는 비용을 감수하고 같은 단지의 화장실 2개인 규모로 옮기기도 하였다. 1990년대 이르러서 66 m2 이상 아파트에는 화장실이 2개였으나 회사조합주택의 경우 분양가 절감을 위해 화장실이 1개여서 출근하는 남편과 등교하는 자녀들에 밀려 변비가 생겼다는 사례자 B는 “아침마다 전쟁이었다”고 표현하였다. 1986년 이후에 83~112 m2의 중형이 가장 많이 공급되었으며(Chun & Yun, 2001) 중대형 주택에 대한 선호는 계속 증가하였다(Yang et al., 2006).
본 조사 대상자는 아파트에 처음 입주한 1970년, 80년대 56~106 m2 규모(91년에 진입한 H는 159 m2)에서 시작하여 4~10여 차례 주거이동을 하면서 현재 83~211 m2에 거주하고 있다. 다만 D (83 m2 거주)와 H는(106 m2 거주)는 각각 69세, 71세 때 주거규모를 줄인 경우이다. 부모님을 모시거나 자녀가 많아져서 그리고 신도시로 이주하면서 거주 규모는 상향조정되었다.
한편 넓은 공간에 대한 욕구는 베란다를 개조하여 실내 공간화 하여 해소하고자 하였는데(A, B, C, D, E, G) 이러한 공간욕구 표출은 주부들의 개조열풍으로 이어졌다. 보통은 입주 전에 전체 수리를 하지만(A, B, C, D, E) 살다가 개조를 할 때에는 짐을 콘테이너에 옮기고 1~3개월 정도 여관이나 친정에 가 있었다(A, B). 개조가 “대유행”이라고 표현하였으며 그 범위는 도배, 바닥 난방, 베란다 확장 등 구조 변경하는 경우부터 전체 수리까지 광범위하였으며 불법으로 주거 변경한 험(G, H)도 있었다.
공간이 큰 게 좋아서 거실, 부엌, 안방, 작은방 모두 베란다 확장공사를 했어요. 158 m2이라 실제로 그 공간을 더 사용하는 건 아닌데 그냥 좋았어. 그런데, 바닥 난방까지 다했는데도 외풍으로 춥고, 비오는 날은 문이라도 열면 비가 들이쳐서 마루가 썩을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더라고. 그래도 이 집이 향도 안좋고 4층이라 그늘 졌는데 넓어보여서 단박에 집이 팔렸지요. 사람들이 넓은 집을 선호해요(E).
그 당시는 베란다를 트는 게 대유행이었어요. 좀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 너나할 것 없이 다했는데 이게 문제가 됐어요. 베란다를 내부공간화하다 보니 하중을 못 이겨서 안전상 문제가 있다고 관리사무실에서 못하게 했어요. 거기에 항아리도 두고 화분도 두고 하니까(G).
신도시에 분양을 받아 이사 가서 방 하나를 텄더니 구청에서 갑자기 들이닥쳐서 사진을 찍고 원상 복구하라고 했어요. 업자가 눈속임으로 복구 처리한 것처럼 사진을 찍어 구청에 보냈고 결국은 다시 방을 텄지요. 그때는 신도시에 불법개조 단속반이 많았는데 벌금이 30만원 나왔죠. 그 이후로 남편은 절대 확장공사는 손도 못 대게 해요. 펄쩍 뛰어요(H).
본 연구 대상자인 8명의 여성노인들은 이미 주거규모를 줄였거나(D, H) 현재보다 줄여서 이사 갈 의사가 있으며(A, B, C E, F), 너무 작은 규모보다는 50~99 m2 규모의 아파트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신혼 초부터 내집 마련을 하고 수회의 주거이동을 거쳐 규모를 늘려왔던 중산층으로 노후에는 가구원수가 감소하고(A, B, C), 주택 청소 등 관리가 힘들며(A, B, C), 관리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B, D, F, H) 주택규모를 줄이고자 하였다. 또한 노후에는 소득이 없거나 아파트가 유일한 자산인 경우가 많아 주택규모를 하향조정하여 노후의 생활비로 사용하고자 하였다(A, B, E).
젊을 때는 큰 평수가 시원하고 좋은데 지금은 커요. 청소하기도 힘들고 관리비도 비싸고 나 혼자 살기에는 낭비라고 생각해요. 혼자 살기에는 30평대 정도가 좋은데 이것보다 작으면 답답할 것 같아요(G).
이 집에 이사 올 때는 여기가 마지막 집이라고 생각하고 왔어요. 전에 살던 큰집은 아들내외에게 비켜주고. 이제 지금 살고 있는 집(106 m2)에서 더 줄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H).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재건축되면 여기는 전세를 주고 우리는 근처의 작은 아파트에 들어가 살 생각 이예요. 노후에 뭐하려 큰 평수에 사나. 전세주고 남는 돈을 생활비로 쓰면 노후에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B).
3) 아파트 소유의 변화
본 사례 대상자는 내 집 마련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부모의 도움으로 자가 아파트에서 출발한 사례자(A, G, H) 외에 4년(C), 7년(B), 9년(F), 16년(E), 25년(D)이었으며, 이들은 부모 도움(A, G, H)과 은행융자 등을 통해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B, C, D, E, F). 사례자 E는 8년간의 미국유학으로 늦어진 경우이며 특히 사례자 D는 내 집 마련까지 25년이 소요되었으며 시댁에서 13년 동거하면서 오랫동안 내 집에 대한 열망이 컸었다.
너무 늦은 50세에 내 집을 가지게 됐는데 너무 좋았죠. 계약하는 날, 울면서 왔어요. 봉사활동을 많이 해서 상도 많이 받고 했었는데.. 내 집도 없는데 누굴 돕고 다니나싶어 콤플렉스였어요. 내가 내 집에서 나온다 생각하니 떳떳하고, 살이 찌기 시작했어요. 흐뭇한 마음에 앞으로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죠(D).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할 때 아파트 붐이 막 일기 시작했던 때였는데 친구들은 시댁에서 집을 마련해주는걸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우리는 돈이 없어서 화곡동의 단독주택에서 아파트의 1/5 가격인 200만원으로 전세를 시작했어요(B).
내 집이 처음이니 황홀했죠. 새집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 당시만 해도 30평대는 방3개, 화장실 2개였는데 회사조합주택이다 보니 싸구려 자재에 화장실도 1개 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내 집이라고 너무 좋아보였어요(B).
연구대상자들은 주택소유 이후 계속 자가로 2~5회 주거이동을 하였으며, 사례자 C, F는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두고 본인은 다른 집의 전세로 거주하기도 하였다. 현재 자녀에게 증여한 집에서 거주하는 H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가에서 거주하고 있다. 1970년, 80년대 집값 폭등은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자산 가치를 늘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1990년대 들어 정부의 정책방향이 주거소유를 장려하게 되면서 주거소유규범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후 1980, 90년대를 거쳐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파트는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인식, 한국인의 주택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게 되었다(Lee, 2004).
본 조사대상자는 내 집 마련과 함께 빈번한 아파트 이동을 통하여 자산을 적극적으로 증식시켜 갔다. 물론 그 시절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였고, 단독주택보다 더욱 확실한 투자수단이었다. 사례자 C는 내 집 마련 이후 8회의 주거이동을 하면서 투자 성공에 대한 경험이 쌓여갔으며 이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두고 본인은 다른 집에 전세로 거주(C, F)하기도 하고 분양을 반복하여 사고팔면서 자산을 늘려가기도 했다(H). 남편이 반대했으나 집값의 50%를 은행 대출로 아파트를 사고 투자에 성공하여 현재까지 갚아나가고 있지만 “성공했다”는 사례자 E, 이웃에 부자가 많아 상대적 박탈감에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벗어나지 않아 투자에 “성공했다”는 사례자 B 등 아파트 투자에 성공한 것에 충족감을 느끼고, 가정 내에서 상당한 경제권과 의사결정권을 가지게 되었다. 반면 강남에서 신도시(분당)로 이주한 사례자 A는 주거환경에 대해 만족하지만 주택가격이 덜 오른 것에 대한 아쉬움을 “실패했다”고 표현하였다.
남편이 대출을 반대했지만 내가 투자 개념으로 담보대출(2억)을 받아서 이사 왔어요. 어머니 모실 방도 생기고 재건축으로 가격이 크게 상승했어요. 남편한테 목소리가 커졌지요(B).
단독주택을 사려고 했다가 관리문제로 망설이고 있는데 친구들이 단독주택 값은 안오른다고, 더구나 빌라는 사는 그날부터 떨어진다고 말리더라구요. 그래서 아파트를 4억에 샀는데 10억이 넘게 올랐어요(F).
하루 자고 나면 아파트 값이 올랐어요. 목동이 새로 짓는 아파트라고 유명했는데 계약하러 한밤에 뛰어갔죠. 그때, 3년 만에 2배로 뛴 것도 있고 10년 가지고 있다가 3배 이상 오른 것도 있어요. 그 시대는 사면 다 올랐으니 손해를 볼 리가 있나. 아파트는 현금과 마찬가지였어요(C).
개포 아파트가 평형에 따라 700만원, 1300만원이고 목동 아파트가 4,000만원 하던 시절이었어요. 그때 돈도 있었는데.... 내 친구들은 집을 여러 채 사고 팔고 했는데, 다들 그렇게 했는데.... 남편도 나도 재테크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우리 집도 분양가에서 배로 올랐지만 더 오르기 전에 이미 팔았으니 크게 남겼다고 볼 수도 없어요(H).
한편 연구대상자들은 소유한 주택은 주택연금, 재건축 후 임대수입 등 노후에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으로도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대상자 8인 모두는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적인 노후를 보내고 싶어하며 노후는 스스로 책임지고 자녀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아하였다. 우리나라는 노인 가구당 총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6.8%로 매우 높은 편으로 많은 노인들에게 주택은 유일한 자산이다. 연구 대상인 여성노인의 대부분은 작은 규모로 줄여서 가더라도 소유를 유지하고 싶어하였으며(A, B, D, E, F, G), 사례자 C는 작은집으로 옮겨 전세로 살아도 무방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주택소유는 노인에게 있어 심리적 안정감과 자녀에게 이 집을 상속하고 싶다는 여성노인(D, G)처럼 ‘집 한 채’는 정서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4) 아파트 질의 변화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의 순기능 중 하나는 주택의 위생, 시설설비의 근대화로 주거수준 향상에 기여한 점이다. 1980년에 아파트는 입식부엌과 수세식 화장실이 85~98%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단독주택(6.9~9.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Statistics Korea, 2002). 1995년에는 욕실의 온수사용도 99% 완비되었다(Statistics Korea, 2002). 본 조사대상자는 온수 사용이 가능했던 강남지역 아파트에 대한 동경(A)과 1970년대 냉난방 시설이 열악했던 단독주택에 대한 회상(D)으로 격세지감을 나타낸다.
1974년 아파트(강북지역, 56 m2)에 살 때, 연탄난방 집이어서 더운물이 안 나왔어요. 갓난아기 목욕시키기가 너무 불편해서 전기온수기를 개별적으로 달았어. 그 당시 강남 반포아파트는 66 m2 이하라도 더운 물이 펑펑 나왔는데, 모든 사람들의 동경의 대상이었지. 부의 상징이랄까. 그 시절은 대부분 연탄세대였기 때문에... 1980년대 강남 붐이 일 때 기름보일러 난방 때문에 우리도 이사를 했어요. 일부러 강남을 선택한건 아니고 중앙공급식 난방이어서 옮겨왔어요(A).
단독주택에 살 때는 몰랐지요. 아파트 오고 나니 너무 편했어요. 뜨거운 물 펄펄 나오지, 관리실에서 말만 하면다 도와주지. 단독주택에 살 때는 보일러를 틀어도 우풍이 쎄고, 겨울에는 수도도 얼고, 고생이 많았어요(H).
본격적으로 신도시가 들어서기 시작한 1990년대는 아파트의 자재 및 설비 등이 더욱 고급화되었으며 내부구조가 다양화되어 거주자의 생활양식에 따라 선택 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었다. 특히 부엌공간이 확장되어 보조 다용도실이나 후면 발코니가 부가되었으며 이는 주부들의 수요를 이끌어 내는 요인이 되었다. 본 조사대상자 중 A, D, G, H는 현재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A, G, H는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신도시의 첨단 설비들이 강남에 거주하다가 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주변에서 아줌마들이 난리가 난거야’라는 사례자 D의 표현처럼 여성은 아파트 선택의 결정권을 가지고 더 나은 내부구조와 시설설비를 갖춘 새 아파트로 이동 하면서 아파트의 질적 성장을 선도해 나갔다. 2000년대 들어 아파트는 계속해서 ‘인텔리전트(Intelligent)아파트’, ‘유비쿼터스(Ubiquitous) 아파트’ 등 가정자동화 환경을 구비한 최첨단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에 본 조사대상자인 여성노인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아파트의 최첨단 설비에 적응하기 힘든 면도 있음을 드러냈다.
신도시 붐이 일었을 때 1991년 분당으로 이사했어요. 그 당시 강남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대거 옮겨갔어. 새 아파트라 구조나 욕실, 부엌에 기대감이 높았는데 그때 건설사마다 경쟁적으로 신문이나 전단지에 광고를 많이 했어요. 이사 와 보니 강남 사는걸 포기하고 이사와도 좋을 만큼 만족해요(A).
신도시 붐이 일었지. 분당 청구가 잘 짓는다는 소문에 주위에서 아줌마들이 난리가 난거야. 다들 날을 잡아서 우르르 모델하우스 구경을 가기도 했어요. 나도 군중심리로 넣었는데 50대 1로 운 좋게 당첨되었어요. 이사를 가니 붙박이장과 부엌 수납이 너무 잘되어 있고 부엌에서 바로 바라보이는 거실도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교통이 안 좋고 문화생활을 할 수가 없어 자주 서울로 나가곤 했죠(G).
그때는 막 신도시가 떴기 때문에 굉장히 시설이 좋을거라 생각하고 왔지요. 그때만 해도 강남의 아파트 구조나 모델이 여기만 못했어요(A).
아파트의 시설설비의 질적인 향상은 노후 주거로서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였다. 아파트는 단독주택보다 주거결함 수준이 낮아 노인의 주거불만족이 낮은 편이지만(Lee & Kwak, 2013), 미끄러운 바닥이나 문턱, 응급벨 등의 안전장치는 거의 설치되지 않아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는 노년기에 낙상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연구대상자 본인 혹은 동거 중인 시부모가 집안에서 사고를 경험한 후, 카펫을 치우고(B), 미끄럼방지 스티커를 부치는가 하면(D, F) 적극적으로 단차를 제거하고(B) 건식욕실로 개조하여(E) 스스로 대처하고 있었다. 노후의 독립적인 생활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여 안전한 실내환경을 확보하는 것은 노후주거로서의 선결 과제일 것이다.
5) 아파트 단지 내 환경의 변화
본 조사대상자 대부분은 이웃과 소극적인 근린관계를 가졌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 하였다. 터주대감이어도 인사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며(A) 그 범위가 앞집, 혹은 위아래 집 정도로 한정적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정도(D)의 관계를 맺고 있어 너무 잘 아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B) 하기까지 하였다.
이웃관계의 단절은 우리나라 아파트의 역기능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아파트의 공간적 폐쇄성이 익명성을 보장하는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하였지만 사회적 접촉의 결여, 개인주의적 생활양식과 삭막한 환경을 초래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Hong, Jee, & Chae, 2018). 이웃과의 관계가 부재하여 이사 다니는 것이 쉬웠다는 사례자 A와 E처럼 이웃과의 애착이나 장소적 소속감의 결여는 서로 낯선 이방인처럼 생활하게 만들었다.
아파트 이웃들 때문에 이사를 못 간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전 사회 생활하던 사람이라 외부에서 친구들을 만날 일이 많기 때문이지요(E).
이웃과 관계가 전혀 없으니까 이사 다니기 쉬웠어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터줏대감처럼 10년 동안이나 오래 있었으니 인사는 하지만.. 집에 가서 차를 마시고 개인적으로 만나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나이가 더 들면 이 동네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이웃과의 관계가 전혀 없으니까(A).
주민들과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정도가 다예요. 어르신 일자리상담 일을 하러 가야해서 이웃들과 지낼 시간이 없어요(D).
우리 동 위, 아래, 그리고 앞집 3~4가구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도 2~3달에 한 번씩 집에서 부부가 함께 식사를 하지요. 그렇다고 함께 운동을 한다거나 외부에 나가서 식사를 하거나 놀러 다니는 것은 아니예요(E).
조사대상자 중 D, F, G는 젊은 시절, 아파트 내 주민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노인회’와 ‘부녀회’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조직(Shim, 2000)으로 특히 ‘부녀회’는 아파트 여성입주자의 ‘친목’으로 시작된 주민조직으로 1980년 강남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였다(Seo, 2015). 본 연구 대상자 H처럼 ‘아파트 부녀회는 만남이 어색하고 힘들뿐 만 아니라 너무 말이 많아서 싫다’며 부녀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노인정 식사대접, 반상회, 환경미화 활동 등 환경개선과 주민화합 등의 활동을 주도적으로 해왔다. 최근 남성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으나 부녀회 등 여전히 여성은 아파트 커뮤니티 활동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댁에서 13년 살다가 우리 가족만 분가해서 사니 할 일이 확 줄어든거야. 그래서 아파트 부녀회에 가입해서 봉사활동을 정말 열심히 했지요. 시장상, 도지사상까지 받았어요(D).
1998년 한 동에 한 명씩 한 25명쯤 되었던 것 같아요. 아파트 장터와 게시판 관리하는 일을 하고, 정기적으로 바자회, 어버이날 경로잔치를 열었어요. 주민들은 통 관심이 없고 하는 사람만 늘 했지. 처음에 참석만 하라고 해서 했는데 하고 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 사정도 알게 되고 좋았어요(F).
내가 부녀회장을 해서 아파트를 잘 알아요. 명예구청장도 하고 청소년위원회, 00경찰서어머니회 등 많이 맡아서 활동했지요. 주민들과 한 목소리를 내서 우리 아파트 앞에 육교도 설치했던 일이 제일 뿌듯했어요(G).
방배동에서 살 때, 우리 아파트 큰길 하나 건너 주택가 동네에서 우리를 싫어했어요. 학군이 딱 1개 고등학교가 그 동네랑 섞여야 했어요. 이웃과의 관계가 모호한 게 거기는 오래된 주택이 많아서 위화감을 느낀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회 등에서 서로 융화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G).
한편, 본 연구대상자 여성노인 대부분은 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이용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경로당은 아직 갈 나이가 아니고(A, B, E, G,) 시간 때우러 가는 곳(E)이라며 이용에 거부감을 보였다. 오히려 이웃주민들과의 관계보다는 오랜 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정서적 네트워트를 공유하고 있었다.
경로당은 안가지. 아직 우리 나이에는 멀었다고 생각해요. 75세는 넘어야 가는거니까(A).
경로당은 80세나 가는 곳으로 앞으로 없어지지 않을까. 우리 세대는 이미 많은 친구가 동창이나 사회에서 맺어 오기 때문에 시간 때우기 위해서 가는 경로당은 가지 않을 것 같아요(E).
재건축모임에 자주 나가요. 노인정에서 모이는데 끈끈한 건 없어요. 외롭지는 않아요. 친한 동창 친구들을 밖에서 자주 만나니까요(B).
주민들과 잘 지내면 좋겠지만 상관없어요. 친구들을 만나면 되니까. 다음 달에는 친한 친구가 우리 아파트로 이사 오기로 했으니 잘됐어요. 이미 이사 와있는 친구들도 있어요(H).
IV. 결 론
아파트가 대량 공급된 1970년, 80년대에 주택시장에 진입한 여성노인들의 아파트에 대한 인식과 주거규범의 험의 변화를 심층면접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정부의 아파트 중심의 공급정책과 민간건설의 아파트 시장 확장으로 1970년, 80년대는 공급이 확대된 시기이며 이때 주택시장에 진입한 본 조사대상자는 아파트를 선택하며 4~10회 주거이동 하였다. 본 조사대상자는 아파트의 장점을 매우 크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자산관리에도 어느 정도 성공하여 아파트 선택에 대해 만족하였다. 노후의 주거유형으로서도 아파트를 선택하며 지역사회에서 계속 머무르고자 하며 아파트에 대한 선호를 지속하였다.
2. 연구대상자 모두는 아파트 규모를 상향 조정하며 주거이동 해왔으며 이는 가족 수의 증가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 열풍 속에서 대형주택의 투자수익이 훨씬 많았던 경험(Yang et al., 2006)이 일조하였다. 그러나 노후에 접어든 여성노인 모두는 이제 주택관리, 생활비 충당 등을 위해 현재 살고 있는 규모보다는 하향 조정하길 원하였으며, 너무 좁은 것보다는 50~99 m2가 적정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3. 여성은 주거소유를 지향하며 내 집 마련을 주도적으로 해나갔으며 이때 아파트가 투자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주택의 가치가 계량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주거이동의 주된 결정자인 여성은 자산증식에 기여하게 되면서 자신감과 가정 내 의사결정권이 커졌다. 노후에도 내 집 하나는 소유하길 원하며 이를 통해 정서적 충족감과 노후 생활비로 활용하여 경제적 수단으로 여기기도 하였다.
4.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는 질적 주거수준을 끌어올린 견인차였다. 아파트의 질적 업그레이드는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 뿐 만아니라 여성의 가사노동을 절감시켰다. 여성은 주거선택의 주된 당사자로 주택시장에서 소비와 진화를 이끄는 핵심계층이 되었다. 그러나 최첨단 아파트는 노인에게는 적응하기 힘들다는 의견과 집안 내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험을 토로하였다. 아파트는 우리의 시대적, 사회문화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왔듯 고령사회에 지역사회에 머무르고자 하는 고령자의 주거로서 진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노후의 주거문제는 신체적 경제적, 심리적 욕구 등 노인의 제 문제 및 특성과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어 특히 주택 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무장애 공간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5. 연구대상자인 여성노인 대부분은 아파트단지 내 이웃과는 소극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반면 외부 지인과 정서적 교류를 유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 이용률이 낮고 특히 경로당 이용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아파트는 개별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공동체성을 살릴 수 있는 공간이며, 다른 연령세대와의 거주통합(age integration)으로 노후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아파트 공용시설 이용과 커뮤니티활동 참여를 통해 이웃과의 교류를 시도하여 노후의 고독을 예방하고 심리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