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of the Korean Housing Association. 25 October 2018. 67-76
https://doi.org/10.6107/JKHA.2018.29.5.067

ABSTRACT


MAIN

I. 서 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아돌프 로스(Loos, A.)는 서구 근대 건축을 다루면서 독특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소환되는 인물이다. 그는 건축 뿐 아니라 일상생활과 관습, 예술, 식탁예절, 가구, 음악 등과 같은 다양한 주제로 대도시 속 근대적 삶의 조건 및 환경에 대한 주장을 이어갔다. 로스가 글 속에서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은 해석을 더욱 쉽지 않게 한다. 근대성-전근대성 혹은 유사(pseudo) 근대성, 대도시-주거, 남성-여성 등 주제 사이의 대립적 요소를 부각하면서 종국에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규정하며, 동일한 주제어에 대해 때로는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방식으로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말부터 로스의 이론과 건축 작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려는 시도들이 진행되었고, 2000년대 이후에도 다수의 연구들을 통해 논의의 깊이가 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라움플란(Raumplan)과 단독주택 작업에 논의가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라움플란 이전의, 작품과 저작 활동 기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기를 주제차원에서 다루는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실물을 지각, 체험하며, 인지하는 공간적 속성을 중요하게 여겼던 로스였지만, 그의 작업과 글을 통해 감각적 속성에 집중하는 연구 역시 대단히 제한적이다. 로스의 주거공간의 핵심적 공간인 라움플란에서 보이는 감각적 지각의 중요성을 상기해 볼 때, 라움플란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기 이전 작업에서의 감각적 지각 특성에 대한 연구는, 로스의 작업을 관통하는 건축의 특징을 고찰해보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작업으로 판단된다.

이에 본 연구는 아돌프 로스의 초기작 중 아파트먼트 작업들의 내부 공간에서 감각적인 지각 요소들을 통해 공간을 인지하도록 구성하는 방식과 그 특성을 고찰하는데 목적을 둔다.

2. 연구의 대상 및 방법

기존의 연구 및 아카이빙 작업을 통해 아돌프 로스의 디자인으로 확인된 아파트먼트는 56개이다. 하지만 작품 별로 도면과 사진, 문서 자료가 충실히 있는 것은 많지 않은데 로스 작업의 아카이브가 상당부분 소실되었기 때문이다.1) 이 중 실제로 지어졌으며 주요 실들에 대하여 고해상도 이미지 혹은 시공 및 재료관련 기술 등이 있어 마감 재료에 대한 확인이 가능한 20개 작품으로 범위를 좁혔다. 시기적으로는 라움플란이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평가되는 Haus Strasser(1919)이전 작업으로 국한하여 라움플란과 구분되는 특성을 살피고자 하였다. 지역적으로는 그가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오스트리아 국내 작품으로 선별하였다.

Table 1.

Subjects of Study

WorksPeriodData
Haberfeld, H. Apt.1899Liv.(1), Din.(Drw.1), Stu.(1)
Tornowsky Apt.1900Liv.(Sit. 1), Ant.(1), Frn.(2)
Loos Apt.1903Liv.(6), Din.(1) Bed.(4), Drw(4), Txt.(1)
Langer, L. Apt.Liv.(1)
Reitler, E. Apt.Bed.(1)
Aufricht. Apt.1904Din.(1)
Sobotka, A. Apt.Din.(1), Bed.(1), Drw.(2)
Weiss Apt.Liv.(2), Sit.(1)
Kraus, A. Apt.1905Liv.(1), Din.(2), Mst.(1)
Schwarzwald Apt.Din.(1)
Hirsch Apt.1907Liv.(1), Din.(1), Bed.(1), Muz.(1), Grdn.(2)
Khuner, P. Apt.Liv.(Sit. 1), Din.(1), Mst.(2) Ant.(1)
Kraus, R. Apt.Liv(2), Ant.(1)
Bellak Apt.Liv.(3), Muz.(1), Ex.(2)
Friedmann Apt.Liv.(1), Mst.(2), Muz.(1)
Boskovitz I Apt.1910Liv.(2), Drw.(1), Txt.(1)
Goldman, L. Apt.1911Liv.(1), Din.(2), Ent.(1)
Boskovitz II Apt.1913Din.(3), Drw.(1), Txt.(1)
Löwenbach Apt.Liv.(3)
Mayer, P. Apt.Liv.(1), Din.(1)

Note. Apt.=Apartment, Rm.=Room, Ent.=Entrance, Liv.=Living Rm./Space, Din.=Dining Rm./Space, Bed.=Bedroom, Muz.=Music Rm./Space, Mst.=Master Rm., Ant.=Anteroom, Stu.=Studio, Sit.=Smoking/Sitting, GdnR.=Garden Rm., Frn.=Furnishing Equi.=Equipment Drw.=Drawing/Sketch, Txt.=Construction/Material note, Ex.=Extra data

연구는 19세기 후반 비엔나의 변화와 로스가 인식한 근대성을 확인하고, 그의 주요 키워드인 피복의 개념과 거주의 의미를 고찰한 다음, 로스의 아파트먼트 속 감각적 지각특성 중 두드러지는 요소를 규명하는 순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II. 배경적 고찰

1. 19세기 후반 비엔나의 정황2)과 근대성의 체험

프란츠 요제프 1세(Franz Joseph I)의 절대주의 통치가 1866년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으로 종결되었고 이후 40년 동안 귀족 정치 및 제국 관료제와 자유주의 세력이 동거하는 정치 형태가 유지되었다. 이로 인해 자유주의 문화가 귀족주의와 점차적으로 결합하였으며, 오스트리아의 수도였던 비엔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링슈트라세(Ringstasse) 개발과정은 이런 기묘한 결합을 잘 보여준다. 자유주의자들은 학교와 박물관과 극장같이 근대성을 훈육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삽입하면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적인 역사적 양식을 적용하였다. 근대를 배우는 수단으로 공연과 예술에 대한 후원을 확대하면서 젊은 예술가들이 비엔나에 몰려들었고, 예술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안을 모색했다(Yoo,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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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Ringstrasse Redevelop Plan, Vienna, 1860

Source. Schorske (2006)

1900년 무렵 자유주의 세력이 의회권력을 상실하게 되자 불안, 무기력, 사회적 생존의 무자비함에 대한 자각 등이 사회적 분위기의 새로운 핵심이 되었다(Schorske, 2006). 결국 비엔나 부르주아들은 귀족계급의 심미안과 감수성을 쫓으면서, 자기도취적이고 탐미적인 성격의 예술에 탐닉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좌절에 대응했다.

19세기를 넘어가며 근대성은 도시적 체험이 되었다. 산업화, 도시화는 기존의 가치와 전통에 대한 급격하고도 광범위한 변화를 동반하였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전통과 역사의 가치 절하를 경험하는 동시에, 근대적이라고 칭해지는 것들에 대한 기대와 불안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근대성을 내재화했다. 힐데 하이넨(Heynen, H.)은 근대적 변화에 대한 개인의 대응을 서로 대립하는 지표를 통해서 설명한다. 근대성은 이성을 바탕으로, 진보와 발전의 기획과 변화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는 ‘계획적’이지만, 혁신과 변화가 지속적으로 강요되어 불안정하고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는 ‘일과적’이다. 종국에는 모순과 불협화음을 조율하여 통합으로 나아가게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면서-동시대의 아르카디아를 꿈꾸는-‘목가적’ 태도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모순과 불협화음이 만드는 충돌과 균열 자체를 근대적 조건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반목가적’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Heynen, 2008). 이 관점에서 보면 근대성은 근대적 변화 자체의 속성인 동시에 그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며, 계획적-일과적, 목가적-반목가적 지표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 가능해진다. 분리파와 공작연맹의 방식이 계획적+목가적으로 근대성을 해석한다면, 로스는 근대성의 일과적 성격에 좀 더 치우친 해석을 보이며, 반목가적 상황을 있는 그대로 주어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아돌프 로스의 피복 개념과 거주의 의미

아돌프 로스는, 당대의 건축적 아방가르드들이 절충주의 건축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비난을 가하던, 곳프리드 젬퍼(Semper, G.)의 피복론을 수용하여 발전 시켰다. 젬퍼는 매달린 카펫은 진정한 벽으로, 공간의 시각적인 경계로 남고, 그들 뒤에 있는 구조는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Semper, 2011), 건축이 본래 직물에서 시작되었고, 그 직물이 건축의 피복(Bekleidung)으로 발전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건축의 원형이 ‘에워쌈’에 있음을 지적하고, 건축의 예술성은 순수한 구조가 아니라 피복임을 주장하였다(Loos, 2006).

아돌프 로스는 젬퍼의 이론을 창조적으로 수용했다. 근대 도시 비엔나가 처한 상황을 반영하면서 독자적인 피복의 원리를 발전시켰다. 19세기말 비엔나를 허영과 거짓, 귀족문화의 모방으로 이루어진, 개인성을 박탈하는 부르주아 인본주의의 혐오스런 장으로 파악하면서(Kim, 2015), 로스는 비엔나가 드러내는 근대를 반목가적으로 인식했다. 이를 통해, 근대도시의 위기가 다시 주거의 위기, 즉 거주의 불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주거공간의 피복은 근대의 침입에 저항하는 동시에 거주의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로스는 주거건축에서 외벽의 역할을 가면으로 해석했다. “주택은 외관으로는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대신 집의 모든 풍요로움은 그 실내에서 명확해져야 한다.”3) 로스에게 주택의 임무는 개인적 공간에서 거주를 통해 장소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로스는 주거공간이 사는 사람의 개인사와 기억을 담아내야 한다고 믿었다. 로스는 천장과 바닥, 벽과 같은 공간의 경계에 피복되는 재료가 감각되는 방식에 따라 공간의 경험이 발생하고 장소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로스는 시각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들과도 뒤얽힌 공간의 지각이야말로 근대건축에 부합하는 지각방식이라고 하면서(Colomina, B. 1999), 인간의 모든 감각을 활용해 지각되는 건축물을 지향했다.

로스의 피복은 젬퍼의 피복론을 계승하였지만, 이는 비엔나의 상황에 맞춘, 특수해적인 측면에서 해석되었다. 외피는 일종의 ‘가면’이 되고 내부는 체험과 경험을 통해 내밀성을 지켜내는 감각의 공간이 되는 방식을 통해 ‘거주의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

III. 시각적 지각을 활용한 공간인지

1. 시각적 인지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비판 : 사진과 도면

로스가 건물 디자인을 처음으로 진행했던 1909년 이전까지 아파트먼트 디자인은 생계에 필요한 비용의 상당부분을 책임졌다. 하지만 로스는, 아파트의 실내공간은 건축과 아무 관계가 없고, 자신의 역할을 ‘문화 이방인을 위한 안내자’로 규정한다(Loos, 2006). 그럼에도 자기 개성에 따라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거주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그러므로 결과적으로는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내밀한’ 공간이어야 된다는 생각을 유지했다. 그는 모든 이가 자기 개성에 따라 자기 공간을 꾸려나가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Loos, 2006) 바로 이 관점에서, 로스는 요제프 호프만(Hoffmann, J.)을 필두로 당대에 비엔나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건축아방가르드들의 작업이 ‘양식의 과잉’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비판했다. 양식의 과잉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거주자가 자신의 집에 개입하고, 흔적을 남기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었다.

로스의 시선에서 당시 건축아방가르드의 ‘양식’은 시각적 이미지에 과몰입된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잡지에 실었다. 로스에게 사진은 건축을 해석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는 시각적 이미지가 가지는 파편화를 우려했다. “사진은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한다[...]사진은 사람들로 하여금 제대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서 무언가를 비치하도록 한다[...]사진은 기만적이다. 나는 그러한 방법을 거절한다.”4) 로스는 도면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가 도면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작업을 수행할 기술자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건축가는 먼저 생산하고 싶은 효과를 느끼고, 그 다음 그가 창조하고자 하는 공간을 시각화하는 식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Loo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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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Symmetric Optical Axis and Interior Spaces in Loos’s Apartments

Source. Albertina Vienna-Adolf Loos Archive (not published)

2. 시각축의 설정 및 활용

로스가 시각적 인지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로스는 도면 대신, 아파트먼트의 평면 스케치 몇 점을 남겼다. 스케치와 사진을 통해 보면, 거실과 응접실과 같은 사교가 일어나는 공적인 실들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대칭성을 강조하고 있다. 때로는 선을 그어 대칭성을 인지할 수 있는 시각 축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공적인 공간들을 시각적 차원에서 하나의 유닛으로 인지시키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Figure 2. a), b)>.

로스는 시선을 침투시키기 위함이 아닌, 막아내기 위해서 대칭적인 시각 축을 활용한다. 로스의 시각 축은 유닛으로 접근하는 동선 방향과는 직각으로 꺾여 있으며, 방문자는 공간에 진입하고 고개를 돌리거나 방향을 틀어서야 이 축을 지각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가구, 칸막이벽, 액자 같은 요소들을 비대칭적으로 구성하면서, 실내공간 속 대칭성과 비대칭성이 결합된다. 이를 통해 대칭에 의한 통합적 공간들은 불균질한 ‘구석’이 생긴다. 변증법적 편재성의 공간이 형성되는 것이다<Figure 2. c), d)>.

거실과 마주한 개별 실들은 요구되는 정도에 따라 다른 개폐장치를 가지고 있다. 침실과 같이 높은 프라이버시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문을 활용하지만, 거실과 응접실 사이는 보통 개방되어 있거나 막더라도 커튼과 같은 약한 차페를 적용하는 모습을 보인다<Figure 3. a), b)>.

커튼, 혹은 문을 열리는 순간, 즉 유닛의 개별 공간이 독립성을 해제하는 순간, 시선 축은 또 다른 효과를 발휘한다. 서로 마주하는 공간은 둘 사이의 커튼이나 문, 실간의 경계를 구분하는 프레임 등을 통해 무대와 관람석의 의미를 교환한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를 응시하면서 관람객이자 배우가 된다. 이제 외부 시선으로부터 보호되는 아파트먼트의 실내의 공적인 공간속에서 내밀함은 보다 다층적인 개념이 된다.

3. 빛과 물러섬의 조합

시선 축에 의한 공간의 역할 교환의 효과는 물러섬과 반사를 통해 한층 강화되며. 특히 물러선 공간과 빛을 조합하는 방식을 쓴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인다. 시선 축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막더라도, 창문 근처에는 시선의 교환이 발생한다. 로스는 반투명 유리나 커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에 대응한다. 창문은 부드럽게 정제된 광원이 되고, 동시에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실내는 안전하다. 가구 역시 이 목적으로 활용된다. 고정되어 있거나, 움직이기 어렵게 놓인 창가의 의자는 그 자체가 창문으로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 빌트인으로 만든 쿠션 등받이는 앉아 있는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 시선을 나누고 그 자리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의자를 기둥 사이에 배치하거나, 시선 축으로부터 물러선 퇴창을 설치하게 되면, 벽감과 같은 효과를 일으키면서 안락감을 높인다<Figure 3. c)>. 이 때 창문은 로스가 벽난로에서 발현코자 했던 효과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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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Optical Perception in Loos’s Apartments

Source. a), b), c) and f) Albertina Vienna-Adolf Loos Archive (not published) d) Colomina, B. et al. (2018). 164 e) Schezen, R. (2009). 25

내벽 측으로는 우묵한 공간을 조성하고 난로를 설치했다. 로스 스스로가 배관설비를 강조하고, 1900년대 이후 유럽의 아파트 상당수가 라디에이터로 난방이 이뤄지고 있었음을 상기해보면, 이 벽난로들은 난방만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5) 로스는 난로를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빛과 열의 차원에서 해석한다. 거실에서 벽난로를 배치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이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시선 축과 90o로 벽난로를 설치하고 주변에 벽감, 혹은 위요감을 일으킬 수 있는 형식의 가구배치를 하는 방법이다.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사선으로 벽난로를 설치하고 작은 규모의 벽감을 형성하거나(Langer, L. Apt.) 가림벽 역할을 하는 수납가구로 둘러싸거나(Weiss Apt.), 벽난로 주변에 의자가 놓인 영역까지 닿는 후드를 설치하는(Mayer, P. Apt.) 등의 방법을 쓰고 있다. 또 다른 거실 벽난로 배치 방법은 시선 축 끝에 정렬 시키는 경우로, 벽난로 좌우로 빛을 사용하는 방식이 상이한 부속실이 벽감형식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는 창문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데 로스 아파트먼트와 빌헬름 허시 아파트먼트(Hirsh Apt.), 프리드리히 보스코비츠 아파트먼트 II(Boskovits Apt. II)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벽 측 부속실은 일반적으로 독서, 끽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용도로 고정된 벤치가 설치되고, 창가측은 빛을 활용하는 유리모자이크나(Loos Apt.), 빌헬름 허쉬 아파트의 겨울 정원과 수족관과 같이 외부의 광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여전히 외부시야는 차단된다<Figure 3. d), e)>.

4. 벽거울 반사를 통한 물러섬

응접실에서는 식탁을 반 고정의 가구로 보고 벽체에 거울을 부착하여 반사에 의한 효과를 일으킨다. 응접실 속 벽거울은 구조부와 다른 벽체 재료, 벽난로 혹은 사이드 보드 사이에서 정교하게 이음매가 약화된 상태로 설치되어 있다. 이는 일종의 착시를 일으킨다. 막힌 공간 너머로 공간이 확장되지만 로스는 근대 건축가들이 관통과 확장의 감각으로 사용했던 거울을 다른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다.6) 로스의 거울을 구분하는 주요 근거는 거울이 설치된 높이이다<Figure 3. f)>. 공간의 확장만을 기획했다면,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은닉할 수 있는 위치와 높이에 설치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거울과 바라보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 경우에는 거울의 효과는 공간의 확장으로 국한되는 성격이 강하다. 반영된 영상의 정보를 파악하고 자기 자신을 찾아내는 데 인지의 지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거리가 가까워지면, 그 간극은 좁혀진다. 로스의 응접실에 설치된 거울은 가까이에서 보는 거울에 가깝다. 로스의 공간에서 거울과 응시하는 눈 사이는 커튼이 쳐 있거나 시선 축에 노출된 이동 가능한 가구로 간섭받는다. 응접실에 들어와서, 식탁 쪽으로 걸어와서 의자에 앉고, 다시 일어나 거실로 나길 때까지 거울은 지속적으로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이 그곳에 있음을 주지시킨다. 거울 속에 보이는 것은 거실과 개폐 장치로 막히기 이전까지 거리가 압축된 풍경 속 자신이다. 이는 ‘거울을 이용한 물러섬’이다.

IV. 피부감각에 의한 장소의 경험

1. 촉각적 지각의 강조

로스는 촉각을 강조했다. “내가 설계한 방 안에서 바라는 것은,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싼 직물을 느끼고, 직물이 사람들에게 작용하며, 에워싸인 공간을 알고, 나무와 피륙을 느끼며, 무엇보다도 바라보고 접촉함에 의해서 감각적으로 지각하며, 기꺼이 편안하게 앉고, 외부의 신체적 감각이 미치는 넓은 영역에 걸쳐 의자를 느끼는 것이다.”7) 감각에 의한 지각과 장소화에 대한 로스의 인식은 20세기 초 알로이즈 리글(Riegl, A.)이 촉각적 지각론을 통해 주장한 바와 연관해서 보았을 때 더욱 흥미롭다. 리글에 따르면 모든 시대는 그 시대의 고유한 지각 양식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즉 서양 예술사의 발전이 ‘근시에서 원시로’, ‘촉각에서 시각으로’ 변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Lee, 2009). 그는, 우리가 촉각을 통해 처음으로 깊이라는 차원을 알게 된다고 하면서(Riegle, 1985), 촉각의 개념을 공간으로 확장했다.

로스는 이러한 촉각적 지각에 의한 체험을 누적의 차원에서 경험과 연결시킨다. 발터 베냐민(Benjamin, W.)은 주거와 자취를 남기는 것, 주거와 인상을 관련지으며 19세기 부르주아의 실내공간을 비판했다. 그의 눈에는 부르주아가 자신들의 공간에서 스스로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그로 인해 공간과의 교류가 끊겼다고 보았기 때문이다(Benjamin, 2005). 지속적으로 공간에 대한 지각과 영향력의 행사를 교환하면서, 그 상황과 현장은 개인의 역사와 드라마, 감정이 묻어나는 장소가 된다. 촉각적 공간이 장소가 된다는 것은 로스에게 거주의 가능성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2. 촉각적 인지의 확장과 전환

거주의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로스는 촉각의 영역을 확장한다. 적극적인 탐지로서의 만짐, 목에 목도리를 두르고, 등을 기대고, 누웠을 때의 압감, 피부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감촉과 같은 직접적인 촉각적 인지에서부터, 직접 피부에 닿지 않더라도 이로 인해 유발되는 온감, 더 나아가 위요감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의 피부 감각을 촉각과 연결하여 사고하였다. 거주가 가능한 ‘살만한’ 공간을 ‘온기’와 연결하며, 이러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건축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Loos, 2006). 로스가 계획한 모든 공간은 내밀한 실내의 구축과 보호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가 ‘온기가 있는 살만한’ 공간을 위해 그가 상징적으로 제기한 것은 카펫과 태피스트리였다. 이를 통해 로스는 내밀함과 따뜻함을 부드러움과 푹신함과 같은 감촉으로 전환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로스가 계획한 아파트먼트 공간에서 따뜻함과 연결된 대한 거주의 감각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모이는 난롯가 벽감 공간에서 직관적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공간은 때로 천장을 낮추고, 직물로 마감하는 식으로 그 성격을 강화한다<Figure 4. a)>.

온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공간에서 내밀함이 요구될 때, 로스는 빛이 직물을 투과하며 일으키는 난반사와 열감을 통해 빛을 촉각화한다. 부드러움과 푹신한 감각은 이러한 효과를 더욱 강조한다. 로스 아파트먼트에서 로스는 그의 첫 번째 부인인 리나 로스(Loos, L.)를 위한 침실을 만들면서 빛을 촉각적 대상으로 전환하기 위해 그가 사용하는 모든 기법을 적용하였다. 주도적인 인상은 가벼움과 부드러움이다. 하얀 색 회반죽으로 마감된 천정과 벽은 손으로 마감한 흔적을 남기며 미세한 양감을 일으키고, 침실 공간의 색조를 주도한다. 파케 바닥을 덮고 있는 푸른색 카펫은 단지 빛을 촉각화 하는 장치들을 강조하기 위한 배경으로만 기능하는 것처럼 보인다. 얇은 삼베 천으로 만든 커튼은 침실 입구의 문 높이에 맞춰 둘러쳐 있다. 이를 통해 침실 내에서 내밀성의 차원을 여러 층으로 분화시키고, 창문과 벽의 경계를 흐리면서, 빛을 ‘만질 수 있는’것으로 전환시킨다. 가구 역시 직물로 ‘피복’되어 있다. 긴 털로 덮인 앙고라 카펫은 침대 베이스까지 덮고 있다. 이를 통해 침대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는 부수적인 것이 되어, 침대가 아니라 바닥이 위로 솟은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광택을 낸 흰색 가구는 반투명한 커튼 뒤에서 상이한 재료의 겹침, 즉 피복에 의해 생기는 현상을 강조한다8)<Figure 4.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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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Warm and Liveable’ Spaces in Loos’s Apartments

Source. a) and c) Colomina, B. et al. (2018). 65, 164 b) and d) Albertina Vienna-Adolf Loos Archive (not published)

로스는 인공조명을 통해서도 유사한 효과를 기획한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아파트먼트에 매우 신중한 태도로 가구와 집기를 선정했다. 조명에 의한 효과 역시 로스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로스의 아파트먼트 공간에서 조명은 거의 대부분 직물로 되어 있는 전등갓을 두르고 있다. 커튼같이 늘어뜨리기도 하고, 긴 술이 달릴 때도 있으나 효과는 직물과 산란된 빛의 결합에 의한 것이다. 로스는 천장 조명을 우선시 하지는 않았지만, 응접실이나 실 중간에 가구를 놓아야 하는 등의 이유로 천장 조명을 사용할 경우에는 길게 줄을 매달아 ‘낮게’ 설치했다. 낮은 조명은 벽부 등과 같이 부분 조명의 성격을 띠게 된다. 이를 통해 아늑하고 내밀한 효과를 내는 동시에, 조명 주변에 앉는 사람과 조명 사이의 거리를 좁혀 보다 가까이 빛의 산란효과를 경험하도록 한다. 그의 조명 갓은 촉각적으로 지각되는 빛이 된다<Figure 4. c), d)>.

3.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 피복재료 물성의 젠더적 적용

로스는 건축주의 요구와 피복론에 기반한 사용가치를 기준 삼아 재료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가 재료의 물성을 대하는 태도는 명백히 ‘젠더적’이며 ‘근대성’을 함양한 성인 남성’의 입장에서 접근한다. 실제로 로스는 언제나 여성해방에 대한 생각을 지지해왔다. 여성운동이 일어나던 살롱에 드나들며 그들과 교류하고, 실내공간을 디자인한 적도 있다. 또한 아파트먼트의 건축주이기도 했던 유진 슈바르츠발트(Schwarzwalt, E.)의 여성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근대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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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5.

Gender Stereotype in Use of Materials

Source. a), b) and c) Albertina Vienna-Adolf Loos Archive (not published). d) Bock, R., Ruault, P., & Loos, A. (2009) 153.

하지만 로스는 시대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경제적 독립의 관점에서 여성해방의 미래를 예측했지만, 여성 해방은 여성의 의복을 ‘남성복에 가깝게’ 만들면서 발전할 것이며, 관능적 특성과 장식의 유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Loos, 2006). 분리파 건축가들에 대해서도 여성의 전유물이어야 할 ‘장식’에 집착한다는 입장에서 비판했다. 이들 모두는 여성복 매장에서 미리 묶여진 넥타이나 구입하는 딜레당트, 멋쟁이에 불과했다(Colomina, 1999). 정도는 덜하지만, 로스 역시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10)

로스는 이러한 관점을 주거의 외부와 내부로 확장하며 피복 재료의 물성과 연결시키는 듯 보인다. 그는 내밀함과 프라이버시의 감각을 ‘여성적’인 것으로, 외부의 ‘남성적 가면의 보호’를 통해 지켜져야 하는 ‘유약한’ 것으로 규정했다. 로스는 ‘희거나 옅은 색의 가볍고-무른(부드러운)-감촉이 있는-촉각적’ 소재의 물성을 통해 이런 특성을 표현하고 있다.11) 그 결과 로스가 디자인한 침실 디자인은 외부에 비해 여성적이라고 인식한 실내 공간 중에서도 가장 강한 정도로 ‘여성적 재료’를 쓰는 공간이 된다. 로스 하우스의 침실 입구는 흰색으로 되어 있어 거실에서 확연히 구분되며, 내부를 구성하는 가구는 강도가 약한 침엽수를 하얗게 칠하고 광택을 냈다. 로스가 디자인한 아파트먼트의 침실 사진을 보면, 손으로 만지거나 몸에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시트, 베게, 커튼 등)은 희고 부드러운 직물로 되어 있다.

반면 침실에 비해 공적이고 사교생활이 일어나는 공간에는 ‘어두운 색깔의-무겁고-단단한-매끈한-시각적’ 소재를 사용하여 대조적인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 대리석은 어두운 색깔은 아니었지만 고전적인 느낌을 주고, 부가적 장식이 아닌 무늬 자체가 장식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근대에도 잘 맞는 남성적인’ 재료였다. 로스는 허쉬 아파트먼트와 루돌프 크라우스 아파트먼트, 알프레드 크라우스 아파트먼트, 벨락 아파트먼트, 프리드만 아파트먼트 골드만 아파트먼트 등에서 지속적으로 대리석을 거실 벽면의 주요 마감재료로 활용했다. 오크와 같은 경질의 어두운색 목재도 유사한 목적에서 사용되었다. 로스하우스, 레오폴드 랑거 아파트먼트의 벽감, 파울 커너 아파트먼트 응접실, 보스코비츠의 거실공간이 여기에 해당된다. 때로는 벽체 상부와 천장이 만나는 부분을 그리스로마 시대가 연상되는 부조로 처리하였다. 이는 로스가 근대 시기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던, 그리하여 ‘남성적’인 요소를 소재와 결합하여 공공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Figure 5. a), b)>.

직물과 피륙은 거실 안에서 접근하거나 머무르게 하기위한 소재로 사용된다. 카펫과 같은 상징적 직물은 때로 두 겹으로 겹쳐 깔아 그 곳이 가구와 사람이 머물러야 하는 장소라는 표지를 제공한다. 빌트인으로 고정된 가구들은 대체로 벽체 마감과 동일한 재료를 사용하였지만, 몸이 직접 닿는 부분에서는 촉각적 성질이 강한 직물소재로 마감되었다<Figure 5. c), d)>.

로스의 실내공간은 젠더적 입장에서 재료의 물성을 규정, 활용하여 어떤 성들이 더 주도적이냐에 따라 젠더적 속성을 부여하고 있다. 로스는 개별 공간의 공공적, 사교적 역할이 강할수록 남성적이고 시각적 지각의 요소가 강한 공간으로 생각하였고, 반대로 여성적이라고 생각한 공간은 위생적이고 순결하며 부드러운 촉각적 요소를 강조하는 공간으로 접근하면서, 이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재료로 마감을 했다. 남성적, 여성적 속성은 단일 공간 내에서도 복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로스가 만들어내는 개별 공간의 차이와 대조의 효과에는 젠더 관념에 의한 재료의 물성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V. 결 론

본 연구는 아돌프 로스의 아파트먼트의 내부공간에서 감각적 지각이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그 특징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문헌과 이미지, 계획 내용을 대조하여 분석하는 방식으로 고찰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아돌프 로스의 건축이론과 작업은 19세기말 근대도시 비엔나의 특수한 상황과 긴밀히 결부되어 진행되었다. 그는 근대 대도시의 괴리와 분열적 상황을 근대적 조건으로 인식하였고, 젬퍼의 피복론과 연결하여 새롭게 해석하였다. 그의 건축에서 외벽은 내부를 보호하는 ‘가면’으로 실내공간에서는 감각적 지각을 통한 내밀한 장소를 구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돌프 로스 아파트먼트 실내공간의 주요 공간은 대칭적인 시각 축을 설정하고 여기에 비대칭적 요소들을 추가하여 변증법적 편재성을 가진 불균질한 ‘구석’들을 만들어 낸다. 시각 축은 공간과 공간 사이에 연극 무대의 속성을 부여하게 된다. 시선 축에 의해 조성되는 불균질한 구석들은 시선 축으로부터 물러서거나 거울을 통한 반사를 이용하면서 더욱 내밀한 보호의 공간이 된다. 물러섬의 방식은 고유의 빛을 쓰는 방식과 결합한다. 창가에는 외부의 풍경을 소거한 정제된 빛을, 내벽 측에서는 벽난로의 빛과 열을 활용한다. 반사의 방식 역시 공간의 확장보다는 시선의 물러섬을 통해 물러서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내고 있다.

아돌프 로스는 촉감에 대한 감각을 피부로 지각되는 온도와 위요감에까지 확장한다. 구석과 조합된 빛의 요소들은 각각 직물을 통해 피부 감각으로 인지된다. 그가 재료를 쓰는 방식에서는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재료의 물성을 다루고 있다.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내밀하고 안락한 실내를 여성적인 것으로, 공적이고 사교적인 실내를 남성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색깔과 무게감, 단단함, 감촉의 특성에 따라 로스는 남성적인 재료와 여성적인 재료를 상정하여 아파트 내부를 피복하고 있다.

로스는 아파트먼트 계획을 통해 그를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가치들을 실험하고 있다. 거주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라움플란에 대한 개념을 구축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공적 공간에 대칭 축을 설정하고 이에 이르는 이동간의 시선축과 굴절시켜 표현하거나 단위공간에 따라 상이한 재료의 마감을 통해 공간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좀더 복합적이며 대립적으로 만들어낸 특징은 라움플란을 통해 로스의 단독주택에서 더욱 깊게 표현되고 있다. 로스는, 아파트먼트 작업을 거치며 거주자가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되는 정보를 통해 고유한 공간을 인지하고, 거주자의 개성과 인지한 실내공간의 재구성을 통해 고유한 장소들을 조성하였다. 추후, 로스 주거공간의 감각적 지각 특성이 아파트먼트에서 단독주택에 이르면서 어떤 변화와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하여 후속 연구를 통해 더욱 명쾌하게 규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otes

[2] 1) 1922년 로스는 비엔나를 떠나 파리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본인 사무소에 있던 모든 문서를 파기할 것을 주문했다. 동료이자 제자였던 하인리히 쿨카(Kulka, H)와 그의 동료가 자료를 모으고, 로스의 사후 다른 문서들이 발견되었으나 온전한 상태의 것들은 거의 없었다. 아돌프 로스의 작업은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고유의 분류번호(ALA: Adolf Loos Archive)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아돌프 로스에 대한 모든 소장자료를 담고 있는 온전한 형태의 출판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관 측에서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저작권 문제가 없는 도판에 한해 고해상도의 디지털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3] 2) 전반적인 내용은 Schorske, C. E. (2006). 37-64의 내용을 참조했다.

[4] 3) Loos, A. (1914). HeimatKunst. In Smtliche Schriften, vol. 1, p. 339 (Colomina, B. (1999). 47에서 재인용하였다.) 로스는 실내공간과 감각의 중요성을 효과(Wirkung)라는 단어를 통해 이후로도 여러차례 언급하였다.

[5] 4) Loos, A., & Le Corbusier. (1988). Regarding Economy. 139. 이 글은 WohnungsKultur의 편집자였던 보흐슬라브 마르칼루스(Markalous, B)가 아돌프 로스와 나눈 다양한 대화를 모아 정리한 것으로, 제목 역시 그가 정했다. 글은 파편적이지만 건축, 양식, 감각, 재료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로스의 건축관을 확인할 수 있다.

[6] 5) 근대적 형태의 라디에이터 난방은 1872년 넬슨 번디(Bundy, N.)이 제안한 번디 루프(Bundy Loop)로부터 시작되었다. 유사한 시스템의 난방업체가 동시다발적으로 설립되었고, 19세기 말에는 전 유럽에 소개되었다. Bock, R., Ruault, P. & Loos, A. (2009). 59-60, 82Loos, A. (2006), 96-102.의 배관공 내용을 참조.

[7] 6) 기디온은 관입(Durchringung)이라는 용어를 통해 근대건축이 철과 유리와 같은 새로운 재료를 쓰면서, 공간의 연결과 흐름을 촉발하는 새로운 변화가 초래되었음을 지적한다(Heynen, 2006 참조).

[9] 8) 문 높이에 맞춘 가구와 반투명의 커튼을 쓰는 기법은 알프레드 소보트카 아파트먼트(Sobotka Apt.)에서도 거의 유사하게 반복된다. 이 외에도 흰색 커튼을 쓴 침실의 경우를 다수 확인할 수 있다.

[10] 9) 로스는 이전 의뢰인이었던 카를 마이렌더(Mayrender, K.)의 부인 로자 마이렌더(Mayrender, R.)의 부탁을 받아 1900년 경 비엔나 여성클럽의 실내 디자인을 맡았다. 건축주는 ‘남성적인’ 영국식 가구와 실내 디자인 방향에 불만을 표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유진 슈바르츠발트의 교육 프로그램에는 당대의 문화인이었던 쇤베르그와 코코슈카도 참여했다. (Colomina et al., 2018, 90-91 참조)

[11] 10) 그 당시 비엔나 남성 부르주아들은 ‘여성을 순결하고 청순한 성녀’와 ‘섹슈얼리티를 무기삼아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가는 창부’의 이중 잣대를 가지로 여성들을 대했다. 로스의 사상적 동료였던 칼 크라우스(Kraus, K)는 “버자이너의 사회”라며 비엔나 부르주의 이러한 모습을 비판했다. 로스 역시 부르주아의 가식과 위선을 강한 어조로 힐난했지만 젠더 이슈에 대해서는 스스로 온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

[12] 11) 로스의 단독주택 속 젠더적 특성에 관해서는 Colomina et al. (2018)의 92-95 부분과 아돌프 로스 주택의 남성 중심적 특성을 다룬 Kim(2014)을 참조하여 분석 내용에 기반, 구체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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