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1. 연구의 배경과 필요성
2. 연구의 목적과 의의
3. 용어정의
II. 이론적 고찰
1. 고령자를 위한 공동체 주거와 커뮤니티 가든의 역할
2. 자율운영 개념과 취약 고령자 공동체의 이중적 도전
3. 자율운영 해석틀과 환경 변화 가능성
4. 고령자 공동체주택 선행 연구와 본 연구의 확장성
5. Living Lab 연구의 특성과 본 연구의 위치
III. 연구 방법
1. 연구 방법 개요
2. 본 연구대상에 대한 기존자료의 체계적 정리
3. 연구윤리 및 데이터 수집의 윤리적 고려
IV. 분석 결과
1. 주민들의 현장 목소리(인용 아카이브)
2. 1차 자율운영의 시간적 흐름 분석(과정추적)
3. 자율 운영 이후 변화의 옥상 정원의 주민 평가
4. 자율 운영 전후 변화의 구조적 의미 분석
5. 복구・재정렬 국면: 전문가-운영주체-주민 공동 개입
V. 종합논의
1. 이론 고찰과의 연계
2. 실천적 함의: 자율운영 안정화 위한 운영 설계 방향
3. 정책적 함의: 고령자 공동체주택 제도화・표준화
4. 연구의 한계와 후속 연구 과제
VI. 결론 및 제언
1. 결론
2. 제언
I. 서 론
1. 연구의 배경과 필요성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를 초과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고령자가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돌봄 인프라를 재구성하는 일이 국가적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Statistics Korea, 2024; The Korea Herald, 2024). 해외에서도 NORC, 코하우징, CCRC 등 다양한 지역사회 기반 고령자 주거 모델이 발전해 왔으며, 이들은 사회적 관계망과 자율적 참여를 촉진하는 구조적 장점이 확인되고 있다(Chum et al., 2021).
특히 커뮤니티 정원은 신체・정서・사회적 웰빙을 증진하는 생활 기반시설로서 효과가 지속적으로 입증되어 왔으며(ACGA, n.d.; Gray et al., 2022; Wang et al., 2022), 단순한 조경을 넘어 ‘공유재’ 성격을 지닌 공간 인프라로 기능한다. 이러한 특성은 상주 관리자가 부재한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외부 관리회사가 일정 부분 지원할 수 있으나, 실제 운영은 주민의 자율적 참여와 규범 형성에 크게 의존하며, 이는 공동체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자율운영이 정착될 경우 상호돌봄, 정서적 안정, 회복력 증진 등 고령자 공동체주택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가 강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운영 전환기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에 대한 실증 연구는 거의 없다. 본 연구는 약 4년 6개월간 실거주 기반으로 운영된 H 주택 전체를 시니어 레지던셜 리빙랩으로 설정하고, 그 핵심 생활 기반공간인 옥상 커뮤니티 정원에서의 자율운영 전환 과정과 그 변화 양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2. 연구의 목적과 의의
1) 연구 목적
본 연구는 H 주택의 옥상 커뮤니티 정원에서 이루어진 주민 참여 자율운영 전환이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관계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했는지 규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첫째, 심미성・식재 구성・계절감・공간 일관성・향기・공기환경 등 물리적 변화를 분석하고, 둘째, 참여 양상・규범・갈등・리더십・상호작용 구조 등 사회적 변화를 확인한다. 셋째, 이러한 변화 과정을 공유재 거버넌스와 사회적 자본 이론의 틀로 해석하여 자율운영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밝힌다.
2) 연구 의의 및 차별성
본 연구는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에서의 자율운영 전환을 실거주 환경에서 장기간 기록한 국내 최초의 실증 연구이다. 이 주택은 비자발적 공동체라는 구조적 특성을 가지므로 코하우징과는 전혀 다른 운영 생태계를 보이며, 본 연구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자율운영이 물리・사회적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였다.
또한 본 연구는 커뮤니티 정원을 단순한 조성물이 아닌 운영 기반의 생활 커뮤니티 인프라로 접근하여, 규칙・역할・갈등 조정・학습 구조 등 운영 거버넌스 요소가 정원의 생태적 품질과 공동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규명하였다. 본 연구가 포착한 자율운영 전환 과정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시니어 레지던셜 리빙랩의 장기적 실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고령자 공동체의 변화와 적응 과정을 실증적으로 추적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정책적 기여가 크다.
3. 용어정의
1) 자율운영(Self-Governance)
자율운영은 커뮤니티 자산의 계획, 이용, 관리 전 과정에서 주민이 규칙을 만들고 집행하며 감시하는 운영 방식을 의미한다(Ostrom, 1990). 본 연구에서는 옥상 커뮤니티 정원의 식재・관리・유지・규범 형성・분쟁 해결 등에 주민이 직접 참여하고 역할을 수행하는 상태를 자율운영으로 정의한다.
2) 커뮤니티 정원(Community Garden)
커뮤니티 정원은 다양한 식물을 공동으로 가꾸고 관리하며 수확을 공유하는 생활 기반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교육・교류・건강증진 등의 다기능적 역할을 수행한다(ACGA, n.d.; Gray et al., 2022; Wang et al., 2022). 본 연구에서의 커뮤니티 정원은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H 주택)의 옥상에 조성된 생태적 정원을 지칭한다.
3) 시니어 레지던셜 리빙랩
리빙랩(Living Lab)은 “사용자가 실제 생활환경(real-life setting)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공동으로 탐색하는 개방형 혁신 접근”으로 정의된다(Følstad, 2008; Leminen et al., 2012). 본 연구에서는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H 주택) 전체를 시니어 레지던셜 리빙랩으로 간주한다. 이는 약 4년 6개월간의 실거주 기반 운영을 통해, 고령자의 일상적 상호작용, 규범 형성, 운영상의 도전과 적응 과정을 현장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관찰・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의 시니어 레지던셜 리빙랩(Senior Residential Living Lab)은 단순한 관찰 장치가 아니라, 자율운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갈등, 규범 공백, 환경 품질 저하)를 현장 점검-다주체 협의-조정-피드백의 순환 과정을 통해 재해석하고 대응한 현장형 학습・적응 프레임을 포함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자연발생적 운영 전환을 기록하는 동시에, 전환기 문제에 대한 공동 성찰과 개선 시도를 함께 포착한 리빙랩 연구로 위치 지을 수 있다.
4) 인프라(Infrastructure)
본 연구에서 인프라는 고령자 공동체주택의 생활을 지지하는 다층적 기반을 의미하며, 세 범주로 구성된다. 첫째, 물리적(physical) 인프라는 건물・동선・옥상 커뮤니티 정원과 같은 생활 기반의 공간적 구조를 포함하며, 이는 생활 세계의 작동 조건을 구성하는 “사회-기술적 기반(sociotechnical base)”으로 이해된다(Star & Ruhleder, 1996). 둘째, 사회적(social) 인프라는 주민 간의 신뢰, 호혜성, 관계망 등 공동체를 지탱하는 관계적 기반을 의미한다. 셋째, 운영(operational) 인프라는 규칙, 역할 분담, 의사결정 절차, 분쟁 해결, 학습-피드백 루틴 등 정원의 지속 가능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이는 Edwards et al.(2007)이 말하는 “조직적・규범적 구조로서의 인프라” 개념과 부합한다. 이 세 층위가 함께 작동할 때 커뮤니티 정원은 단순한 조경 공간을 넘어 고령자 공동체의 일상과 상호작용을 지지하는 홀리스틱 생활 생태계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II. 이론적 고찰
1. 고령자를 위한 공동체 주거와 커뮤니티 가든의 역할
한국의 공공임대 고령자 공동체주택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일상적 상호작용이 미약한 구조를 지녀 왔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 “살던 곳에서의 계속 거주(Aging in Place)”가 핵심 원리로 부상하면서, 주거는 물리적 하드웨어뿐 아니라 주민 역량・프로그램・관계가 결합된 생활 생태계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Wiles et al., 2012). 이는 고령자의 기능과 환경의 균형을 강조하는 환경노년학의 능력-환경압 모델과도 연결된다(Lawton & Nahemow, 1973).
커뮤니티 가든은 이러한 소규모 공동체 주거에서 중요한 생활 기반 인프라가 된다. 정원 활동은 신체활동, 스트레스 감소, 정서 안정, 사회적 연결 증진 등 다층적 효과가 지속적으로 입증되었으며(Kingsley & Townsend, 2006; Soga et al., 2017), 자연 접촉의 회복 효과 역시 폭넓게 보고되어 왔다(Ulrich, 1984; Kaplan & Kaplan, 1989). 따라서 커뮤니티 가든은 취약 고령자를 위한 주거에서 돌봄 기반이자 사회적 만남의 장으로 기능하며, 공동체성 강화의 핵심 물리적 토대가 된다.
2. 자율운영 개념과 취약 고령자 공동체의 이중적 도전
자율운영(self-governance)은 주민이 규칙을 설정・집행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운영 방식으로, 공유재 거버넌스 이론에 기반을 둔다(Ostrom, 1990). 경계 설정, 집합적 선택, 모니터링, 점진적 제재 등은 자율운영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이는 Arnstein(1969)의 높은 단계 참여에 해당한다.
고령자 공동체에서 자율운영은 통제감・자기효능감 향상을 통해 안녕감에 기여할 수 있으나(Langer & Rodin, 1976), 기능 이질성, 건강 변화, 운영 경험 부족은 공정성과 지속성에 위험요인이 된다. 특히 공공임대 고령자는 사회경제적 취약성, 약한 관계망, 낮은 공동체 경험 등의 구조적 제약을 가지므로 자율운영은 높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고독・고립・돌봄 공백이 심화되는 초고령사회에서 자율적 참여는 상호돌봄・의미감・사회적 회복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경로가 된다. 즉, 자율운영은 취약 고령자에게 “도전이자 기회”로서 공동체주택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3. 자율운영 해석틀과 환경 변화 가능성
고령자 공동체에서 자율운영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요인, 개인-환경 적합, 사회적 자본의 통합 관점이 필요하다. 첫째, 공유재 거버넌스는 규칙의 명료화, 역할 분담, 모니터링, 분쟁 해결이 자율운영의 안정성을 결정함을 보여준다(Ostrom, 1990). 둘째, 개인-환경 적합 관점은 고령자의 능력 수준에 맞는 역할 설계와 부담 조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Lawton & Nahemow, 1973). 셋째, 사회적 자본・참여 이론은 신뢰, 상호성, 참여 규범이 어떻게 형성・유지되는지가 자율운영의 성패를 좌우함을 강조한다(Putnam, 2000; Arnstein, 1969).
이러한 관점에서 자율운영은 물리・사회 환경 모두에서 상반된 경로로 전개될 수 있다. 규칙과 책임이 잘 설계되면 경관・생태・감각 환경이 향상되지만(Kaplan & Kaplan, 1989), 규범이 약하면 단작화・오남용・경계 침범 등으로 환경 질이 빠르게 저하될 위험이 있다(Hardin, 1968). 사회적 측면에서도 자율운영은 신뢰와 상호성 축적을 촉진할 수 있으나, 권한 불균형・능력 차이・갈등 누적 등 부정적 경로도 동시에 존재한다(Glass, 2013). 따라서 자율운영의 지속 가능성은 역할 다층화, 갈등 조정 구조, 참여 촉진 장치의 설계 여부에 달려 있다.
4. 고령자 공동체주택 선행 연구와 본 연구의 확장성
선행연구는 주로 주민관계와 프로그램 운영에 초점을 두어 공동체 형성 과정과 참여 구조를 분석하거나(Lee et al., 2023), 역할 선호・운영 요인을 도출하고(Lee et al., 2024), 맞춤형 식물교육 효과를 검증하는 등 교육・프로그램 중심의 결과를 제시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 정상 운영 단계에 초점을 두었으며, 운영 전환기에서 나타나는 불확실성과 변화 과정은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자율운영이라는 전환이 옥상 커뮤니티 정원의 물리적・사회적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발생시키는지를 시계열적으로 재구성한다. 규칙・역할・참여・감정기후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합 분석함으로써, 전환기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을 함께 규명하고, 고령자 공동체주택의 운영 모델을 자율운영 맥락으로 확장하는 학술적・실천적 기여를 제공한다.
5. Living Lab 연구의 특성과 본 연구의 위치
리빙랩 연구는 기술 중심 실험실 연구가 실제 사용자 맥락과 괴리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ICT・도시・주거・복지 분야에서 사용자, 연구자, 정책 주체가 실생활 환경에서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안을 실험하는 접근으로 확장되었다(Bergvall-Kåreborn et al., 2009; Leminen, 2015). 따라서 리빙랩은 단일 방법이라기보다 real-life context, 다주체 참여, 반복적 학습과 적응을 핵심 원리로 하는 연구 프레임이다.
리빙랩은 질적・양적 방법을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전환 과정과 적응 경로를 추적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장기간에 걸쳐 관계, 규범, 공간 이용이 형성・변화하는 고령자 공동체주택에서는 단면 조사보다 이러한 접근이 적합하며, 본 연구는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에서 발생한 자율운영 전환을 분석함으로써 리빙랩의 적용 범위를 공동체 운영 영역으로 확장한다.
H주택을 리빙랩으로 설정한 이유는 공공 공동체주택 정책이 물리적 공급에 집중된 반면, 지속 가능한 운영 인프라(규칙・역할・조정)와 관계 인프라(신뢰・협력)를 뒷받침할 제도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 공백을 방치하지 않고 대학・전문가・주민 협력 기반의 최소 스캐폴딩을 제공한 뒤, 자율운영 전환이 현장에서 생성・충돌・재정렬되는 경로를 장기간 관찰하였다. 즉, 본 리빙랩은 정책 공백 상태에서 자율성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 조건과 운영기술의 필요성을 도출하기 위한 현장형 학습・적응 메커니즘이며, 이를 물리적-사회적-운영적 스캐폴딩의 3층 구조로 정리하였다<Figure 1>.
<Figure 1>은 물리적 기반 위에 사회적 기반이 형성되고,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운영적 기반이 결합될 때 자율운영이 안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운영적 스캐폴딩이 명문화・내재화되지 않으면 환경 훼손과 갈등이 빠르게 가시화되어 물리적 품질과 사회적 신뢰가 동시에 약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자율 그 자체가 아니라, 자율이 작동하기 위한 최소 운영 조건과 그 부재가 초래하는 전환기 리스크를 실증적으로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III. 연구 방법
1. 연구 방법 개요
본 연구는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의 옥상 커뮤니티 가든을 대상으로, 1차 자율운영 전환 전후의 변화를 종단적으로 탐색하는 단일사례 질적 연구이다. 전환기의 실제 맥락을 생활현장에서 재구성하기 위해 기존자료 검토, 주민 회상면담, 전문가 확인 면담을 단계적으로 수행하였다.
또한 퍼골라・테이블 등 공유공간의 물리적 장치는 논의와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physical) 기반으로 작동하고, 현장 설명과 자료 기반 논의는 주민의 이해를 돕는 인지・학습(cognitive) 지원, 합의 형성과 향후 규칙・역할 재정렬은 운영(operational) 기반의 형성으로 연결된다. 즉, 본 사례의 리빙랩은 “공간(물리)-관계(사회)-규칙/절차(운영)”의 스캐폴딩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연결・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실행 맥락으로서, 이후 장에서 제시하는 물리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 결과 해석의 전제가 된다.
본 연구의 개념적 틀과 연구 진행의 논리를 시각적으로 요약하면 <Figure 2>와 같다. 본 도식은 초고령 공공임대형 공동체주택에서 옥상 커뮤니티 정원의 1차 자율운영 전환이 장기간에 걸쳐 어떻게 발생・심화・재조정되는지를 포착하기 위해, (1) 배경 이론에 기반한 해석 프레임을 설정하고, (2) 장기 모니터링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분석한 뒤, (3) 기록 기반 회상 면담과 관계자(개입 주체) 면담을 단계적으로 결합하여, (4) 질적・정량 자료를 통합 분석하는 순차적 연구 흐름을 제시한다. 또한 동일한 시간축 위에 정원(생장・변화) 과정, 교육・프로그램 개입, 입주(점유) 변화를 함께 배치함으로써, 전환기의 환경・관계 변화가 단발 사건이 아니라 현장 조건과 개입, 거주 생태가 중첩되며 형성되는 과정적 현상임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현장 상황 변화 전경은 이 리빙랩이 단순한 관찰 연구가 아니라, ① 옥상 커뮤니티 정원이라는 현장 기반 문제 맥락에서, ② 주택관리업체, 식물・정원 전문가, 지원 대학팀, 주민 등 다수 이해관계자가 함께 상태를 점검하고, ③ 현장 설명-질의-논의-합의로 이어지는 공동탐색 및 피드백 루프를 통해 운영 방향을 재정렬하는 과정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Figure 2>는 본 연구가 단일 시점의 관찰을 넘어, 실제 생활환경에서 축적된 다원 자료를 연결해 전환기의 작동 메커니즘과 결과를 재구성하는 시니어 레지던셜 리빙랩 기반의 종단적 사례연구 설계임을 한눈에 설명한다.
우선 기존자료(archival records)를 하드웨어, 휴먼웨어, 콘텐츠웨어 세 영역으로 분류하였다. 하드웨어에는 옥상정원의 조성도, 배치도, 시계열 사진과 영상, 운영 문서가 포함되었고, 휴먼웨어에는 입주・행정기록<Figure 3>글과 과거 주민 면담 내용이 포함되었다. 콘텐츠웨어에는 정원 프로그램 안내문, 활동 기록 등이 포함되었다. 이 자료는 자율운영 전환 이전의 상태와 사건 경로를 재구성하는 기초 근거 자료로 활용되었다.
전환기 경험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회상면담 중심의 질적 자료수집을 실시하였다. 주민은 전환기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원과 관계해 온 세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식물 교육을 꾸준히 이수하며 정원의 운영과 관리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그룹, 둘째는 정원 관리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나 옥상에서 이루어진 각종 프로그램과 활동에는 활발히 참여해 온 그룹, 셋째는 정원 운영에도 프로그램 참여에도 거의 관여하지 않았던 비참여 그룹이다. 세 그룹을 대상으로 소규모 포커스그룹 면담을 진행하여 전환기 동안의 사건 흐름, 물리적 환경 변화 체감, 주민 관계・참여 변화를 반구조화 방식으로 탐색하였다. 또한 정원 조성・관리 전문가는 전환 과정에서의 식재 및 운영 요소를 검증하는 데 참여하였고, 공동체주택 운영 전문가와 관리주체 담당자는 주민 경험의 객관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였다.
자료분석은 사건추적(process tracing)과 주제분석(thematic analysis)을 결합하여 이루어졌다. 분석틀은 (1) 운영・거버넌스 구조 변화, (2) 물리적 환경 변화(경관, 식재, 감각환경, 운영성), (3) 사회적 관계 변화(참여, 갈등, 신뢰와 정서경험)의 세 범주로 구성하였다. 기존자료, 주민 진술, 전문가 관점을 상호 대조함으로써 자료・방법・연구자 삼각측량을 수행하였고, 코드북 합의와 교차 검토를 통해 분석의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모든 과정은 IRB 승인후 진행되었으며, 기존자료는 비식별화 기준에 따라 처리하였다.
연구 투명성과 재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추적(audit trail)을 전 과정에서 유지하였다. 시계열 사진, 식재 및 동선 배치도, 주민 회의록, 공지문, 관찰노트, 면담 전사본 등은 시점과 출처가 명확히 기록된 상태로 목록화하였으며, 코딩판과 합의 메모, 검토 이력 등도 일관되게 보관하였다. 전문가 평정 루브릭은 경관 일관성, 식재 구성과 다양성, 생태성, 접근・안전성 등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에 한정하여 적용하였고, 주민 조사에서는 심미성, 편안함, 공기・향기 환경 등 일반인의 체감이 가능한 항목으로 변화 인식을 수집하였다.
요약하면, 본 연구는 기존자료→ 주민 회상면담→ 전문가 확인 면담의 순환적 구조를 통해 자율운영 전환기의 변화를 생활현장에서 발생한 실제 과정으로 재구성하였으며, 다양한 근거자료와 분석 절차를 기반으로 물리적・사회적 환경 변화의 신뢰도 높은 해석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는 장기간 축적된 모니터링 기록을 하드웨어-휴먼웨어-콘텐츠웨어로 정리한 후, IRB 승인후 수행된 주민・전문가 면담 자료와 접속하여 분석 구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자료 기반 위에서 코딩, 주제 분석, 과정추적, 삼각검증을 단계적으로 수행하여 자율운영 전환기의 맥락과 변화 경로를 재구성하였다. 연구실행도<Figure 2>는 자료 수집・정리-면담-코딩-검증-해석으로 이어지는 연구 절차가 어떻게 상호 연결되는지, 그리고 다양한 자료원이 어떤 방식으로 통합 분석되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개념적 흐름도이다.
또한, 본 연구는 질적 진술의 다양성과 표현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IRB 승인 이후 실시된 7명의 주민 면담 과정에서 간이 정량평정(5점 척도: 1=전보다 매우 악화, 3=변화 없음, 5=전보다 매우 개선)을 병행하였다. 평정 항목은 옥상정원의 물리・감각 품질(심미성, 식재 다양성, 향기・공기 환경, 머무름의 편안함・안전성), 사회적 관계(이용 공정성, 관계 만족)뿐 아니라, 자율운영의 핵심 절차와 관련된 운영 거버넌스 요소(규칙의 명확성, 역할 분담의 공정성, 리더십・의사결정의 투명성, 갈등 조정의 효율성)를 포함하여 구성하였다. 이는 질적 면담에서 드러난 경험・감정・사건 흐름을 단일 기준 위에서 비교하고, 전환기의 문제 지점을 주민 체감 수준에서 교차 확인하기 위한 보조적 도구이며, 통계적 일반화가 아닌 질적 해석의 신뢰도 증진을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2. 본 연구대상에 대한 기존자료의 체계적 정리
본 연구의 대상으로 설정된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의 기존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자율운영 전환 분석 배경과 출발점을 명확히 제시하고자 한다. 기존자료는 하드웨어・휴먼웨어・콘텐츠웨어의 세 축으로 구성되었으며, 이후의 분석은 이 구조를 기준으로 수집・정리된 자료에 근거하여 수행되었다.
1) 옥상 커뮤니티 정원의 정보
고령자 공동체주택은 21가구 규모의 소규모 공공임대형 공동체주택으로, 고령 주민이 지역사회와 일상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건물은 지상 4층 규모이며, 최상층에는 주민의 교류와 활동을 지원하는 핵심 공동체 공간으로 옥상 커뮤니티 정원(키친가든)이 조성되었다. 이 정원은 단순한 텃밭이 아니라 약 300종의 식물을 기반으로 한 생태적・경관적 채소정원으로 설계되었으며, 재배 활동, 경관 감상, 여가 및 교류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장수형 생활 인프라를 목표로 구성되었다<Figure 3>.
정원의 기획・설계・시공은 OO대학교 연구팀이 중심이 되어 LH, 건축・조경 전문가, 성북구청 및 서울시 도시농업과의 협력으로 조성되었으며, 이후 연구기관의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고령자 주거환경 모델의 실험적 현장으로 유지・관리되고 있다. 조성 직후에는 도시농업 교육을 포함한 실천 중심의 기초 원예 교육이 주민에게 제공되었으며, 이를 통해 기본적인 식물 관리, 수확, 공간 이용 방식에 대한 이해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초기 스케폴딩은 고령 주민이 정원을 안전하고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초 역량을 마련하고, 공동체가 공공의 공유자산을 함께 관리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
2) 거주 주민들의 정보
고령자 공동체주택(LH)의 입주는 동시 입주가 아닌 점진적・단계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Figure 4>. 이 과정에서 개인 사정에 따른 입주자 변경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거주기간, 건강상황, 일상생활 등이 서로 달라지면서 커뮤니티 가든 개입 가능성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본 연구는 주민 동의를 바탕으로 면담, 기록 자료를 수집하였고, 주민의 삶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 자서전 형태의 온보딩 자료를 제작하여 주민들간 공동체 내부 이해를 돕도록 구성하였다<Figure 5>. 이 자료는 기존 주민 간 상호 이해를 촉진할 뿐 아니라 신규 입주자의 정착 과정에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었다.
3) 옥상 정원 주민교육 프로그램
옥상 커뮤니티 가든은 조성과 동시에 전문가 주도 식물・정원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었다. 식물 전문가가 약 주 1회, 총 10회 내외의 강의를 통해 환경적 특성, 식재 및 물주기, 계절 전환, 기본 관리 요령 등을 교육하였으며, 이는 자율운영 전의 기초 관리 능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교육은 퍼머컬처와 공생 개념을 기반으로 하여, 최소 관리로도 유지 가능한 생태적 정원의 원칙을 주민에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또한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해 지역 도시농업 전문가를 연계하여 계절별 관리 포인트, 안전한 도구 사용, 저강도 참여 방식 등을 보완 교육으로 제공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역 자원봉사망과의 연결이 마련되어, 공동체의 장기적 운영 지속성을 높이는 기반도 함께 구축되었다. 주민들은 교육 과정에서 교류・협력 활동을 경험하며 정원 공간을 자연스럽게 공동체 기반의 생활공간으로 체험하게 되었고, 정원의 운영과 활용에 참여할 수 있는 실천적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3. 연구윤리 및 데이터 수집의 윤리적 고려
본 연구는 연구윤리를 준수하기 위해 2025년 OO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 승인(No.202401-HR-3712-01) 후 면담 조사를 실시하였다. 2022년부터 축적된 옥상 커뮤니티 가든의 운영 모니터링 기록(시계열 사진・회의록・공문・관찰노트 등)은 행정적・운영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비식별 자료로, 면담 전에는 어떠한 개입적 조사가 수행되지 않았다. 2025년 4월, IRB 승인 이후 총 7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반구조화 면담을 실시하였으며, 모든 참여자에게 연구 목적과 개인정보 보호 방침을 설명하고 자발적 참여 동의를 얻었다. 면담 자료는 익명화와 식별정보 제거 절차를 거쳐 분석에 활용하였다.
본 연구의 면담 참여자는 총 7명이며, 이는 단지 규모 대비 ‘임의 표본’이 아니라, 자율운영 전환기 동안 옥상 정원 활동과 운영 논의에 실제로 관여한 핵심 참여자 집단(core participants)에 해당한다. 공공임대형 공동체주택은 입주가 단기간에 일괄 충원되지 않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전환기 초기에 형성된 참여자 집단이 이후 운영 문화와 규범 형성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본 사례에서 면담 참여자들은 해당 시기의 실질적 운영・활동을 수행하며 정원 변화와 갈등 경험을 직접 축적한 주민들로, 전환기의 핵심 사건과 의사결정 맥락을 가장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정보원을 제공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거주자 일반의 평균적 의견”을 추정하기보다, 전환기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정보가 가장 밀집된 행위자 집단을 중심으로 심층 분석을 수행하였다.
옥상 커뮤니티 정원에 대한 주민 참여는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Table 1>. 한 집단은 정원의 관리와 유지에 직접적인 노동활동을 통해 참여한 주민들로, 정기적인 식재・관리 작업을 수행하였다. 다른 한 집단은 신체적 노동보다는 식물교육 프로그램 관련 활동에 참여하며 정원 가꾸기와 운영을 지원한 주민들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참여 유형의 차이는 고령자의 건강 상태, 신체적 역량, 식물에 대한 관심과 경험의 정도에 따라 형성되었으며, 자율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참여 방식이 병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V. 분석 결과
자율운영 전환 이후 옥상 커뮤니티 가든의 물리적 환경에 실제로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 현장의 모습을 제시하면 <Figure 6>과 같다. 이어지는 절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가 주민들에게 어떻게 해석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상호반응과 감정의 동요가 있었는지를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본 장은 주민 경험의 원자료(emic)와 이를 토대로 한 과정・구조 분석(etic)을 구분하여 제시한다. 먼저 4.1절에서는 전환기 당시 주민들의 직접 진술을 주제별로 정리하고, 각 인용은 발화 단위에 따라 Q1-Q29로 표기하였다. 4.2절에서는 동일 자료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구성하며, 4.3절에서는 자율운영 전후 물리적・사회적 환경 변화의 구조적 의미를 분석한다. 이러한 자료-과정-구조의 삼중 분석 틀은 현장의 풍부한 맥락을 유지하면서도 학술적 해석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한 구성이다.(인용 표기(Q1, Q2 … Qn)는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여한 일련번호이며, 분석에 포함된 발화 내용을 의미한다).
1. 주민들의 현장 목소리(인용 아카이브)
본 장에서 제시하는 주민 인용문은 모두 IRB 승인 이후에 수행된 공식 면담 조사에서 수집된 것이다. 반면, 2022년 이후 축적된 모니터링 기록(시계열 사진, 회의록, 관찰노트 등)은 자율운영 전환기의 사실관계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보조적 자료로 활용되었으며, 면담 과정에서 기억 환기와 사실 검증을 위해 일부 항목이 교차 참조되었다. 따라서 4.1절의 인용문은 주민 경험의 1차 진술이며, 4.2절과 4.3절의 전환기 분석은 면담 자료와 모니터링 기록 간의 교차 검증(triangulation)에 기반한 재구성이다.
1. 초기 옥상정원: 공동활동・화합・자긍심
Q1 “...일하는 건 좋은 일이에요. (...) 옥상에 올라가서 같이 하면 친해지죠. (...) 그러니까 그 옥상 하나로 인해 사람들이 화합이 많이 됐지.”
Q2 “...감자 드실 분은 (옥상) 올라오세요, 얘기하는 거죠. 옥상에서 생산된 거 넣고 밥에다, 비빔밥 해서 나눠 먹고...”
Q3 “...밤에라도 잠 안 오고 이러면 혼자 가서 (정원에) 있기도 하고. 그래, 얼마나 그랬는데… 노인정 사람들도 와서 보고 좋다고 하고…”
Q4 “내가 몇 사람(친구들) 데리고 와서 보여줬는데 너무 좋다고 그래. 옥상도 보여줬더니 너무 좋다고. 어떻게 이런 데 와서 사냐고, 친구도 와서 보더니 나도 이런 데 와서 살고 싶다는 거야.”
2. 자율운영 이후의 갈등 경험
Q5 “...옥상이 즐거울 줄 알았는데 지탄 받게 되고 고심하게 되고. 생각해주셔서 아름다운 정원 사업 해주셨는데 그런 걸 감사하게 받아들여서 가꾸고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그 취지에 어긋나게 비료도 해버리고...”
Q6 “...의견이 안 맞아서 다투고 이래가지고. 그래서 내년에는 (옥상정원) 안 한다고 그랬어. 안 하려고...”
Q7 “옥상 가지고도 엄청 말이 많잖아요. 나 처음에 왔을 때, 그런 식으로 옥상이 돌아갔어야(운영했어야) 돼. 다 자기 욕심이야. 파서 밭으로 만드네, 뭐를 만드네 하는데. 처음 (조성)하신 분이 손대지 말라고 했거든…”
Q8 “(자율 운영 하면서) 너무 싫어서, 아주 그냥. 툭하면 싸우고. (옥상에) 올라오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었어…”
3. 수확물 분배와 ‘내 땅’ 인식에 따른 갈등
Q9 “...상추를 많이 심는다 이러면 (...) 이걸 많이 뜯어가지고, 또 아는 사람 갖다 주고 이런단 말이에요. 그럼 다른 사람 못 먹잖아 이게. (...) 먹는 건 욕심이 생기잖아.”
Q10 “...자기 땅처럼 이렇게 그냥, 오면 안 되는 거야. (선을) 그어놓고. 그런 게 어디 있느냐.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두가 가꾸어서 네 것, 내 것도 없이 수확을 (...) 고추도 따먹고 상추도 따 먹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래가지고 싸운 거예요...”
수확물을 특정 개인이 독점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Q11 “...밭에서 뭐 수확하는 거 다 따간다고...”
4. 계분(비료) 사용과 환경 악화
Q12 “...감나무도 죽을 뻔하고 오이도 죽었어요. 모종에 계분을 뿌려서. 그럴 때 냄새가 옥상에서 나서 (흙을) 덮어주고 그런 작업을 했었고. (...) 상의 없이 이틀 삼일에 걸쳐서 (옥상에) 다 퍼부어 버린 거예요. 합의하고 뿌리자고 했는데도...”
Q13 “...닭똥이라나 뭐라나. 계분. 그걸 하면 안 된다고, (...) 그걸 하면 안 된다 그러니까 이제 안 해야 된다고 했는데 사 왔으니까, 일단은 했나(뿌렸나) 봐. 가보니까 감나무고 뭐고 다 이렇게 땅을 헤치고 소복소복 묻어놨어. (...) 냄새가 나서 못 살아...”
Q14 “...(식물이) 더 자랄 거라고 생각한 건데, 그걸(계분) 쓰면 안 된다고 교육을 수없이 했거든. 그런데도 거기에 대한 인식이 없어요. 그 안타깝고 답답하고...”
Q15 “...고집이 센 사람이 모여서 고집들을 하다 보니 망가뜨려버린 거야. (...) 자기네들 멋대로 거름을 하고 이거 다 이렇게 싹 망가뜨려버렸잖아. 상추 하나를 못 먹었잖아 올해는. (...) 절대로 땅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다른 거름은 주지마라. 정말 귀에 닳도록 해놨는데도 안 되더라고...”
Q16 “여기 신청해가지고 들어오자 할 때 처음부터 그게 좋았거든. (작물을) 길러서 뜯어먹기도 하고, 시간 보내기 좋고, 얼마나 좋게 해놨습니까? 그걸 못하게 하니까. 못하게 하면서 그 이유가 무슨 전문가들이 와서 (…) 계분이 잘못 됐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른 주민들도) 해도 괜찮다고 해서 한 건데 잘못 됐다니까...”
5. 식물・흙 경관의 무단 훼손
Q17 “...흙도 (함부로) 퍼내갔거든 (옥상 흙으로) 자기네 베란다 화분 만들고...”
Q18 “...심어 놓잖아요. 심어 놓으면, 그걸 막 뽑아버려...”
잡초로 오인된 식물을 둘러싼 미적 기준의 불일치 또한 경관 훼손과 관련된다.
Q19 “...풀같이 생겼다고 그걸 막 뽑아 버리는 거야. (...) 풀이라도 뽑지 말라고 그랬어요. 여기 다른 게 없기 때문에 이것들이라도 커서, 풍성하게 자라도록 내버려두라고...”
6. 관리 방식 차이에 따른 정서적 갈등
Q20 “...퍼붓고 폭언을 하면서 때리려고 하는 거예요. 사람들도 있었는데. (...) 친환경으로 먹으면 우리가 좋으니 그래서 나는 고집을 한거고. (...) 계속 시비를 거는 거예요. (...) 그렇게 되니까 반상회도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Q21 “...토질이고 뭐 상황이, 당장 거기다 아무것도 심어봐야 되는 게 없어요. (...) 전문가들 말로는 몇 년 되면 낙엽 떨어지고 이제 퇴비가 쌓이다 보면 그때는 될 거다, 하는데 내 생각은 그게 아니었죠. (계분) 그거라도 안 했으면 뭐라고 콩이고 뭐이고 안 됐을 거예요. 그래서 했는데, (...) 나 혼자 뿌린 건 아닌데. 내가 다 뿌려버렸다는 거예요...”
Q22 “...저 텃밭에 그거 때문에 몇 명들이 싸웠지 그래서 정말 살기 싫다, 내가 그랬어요. (...) 그럴 때 스트레스 받고 엄청 힘들었어요. 한 달 동안...”
Q23 “...계속 하면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어. (...) 화해하기는 힘들 것 같아...”
Q24 “...누구 하나 잘한 사람 없어요. (...)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는데 절대 그게 없어...”
7. 자율 운영의 한계와 외부 개입 요구
Q25 “...활동에서 의견 충돌이 왔다고 봐야죠. (...) 분분한 의견을 주체적으로 잡아주고, 운영 기관이 매일 와서 들려서, 여러 사람에게 ‘물주는 거 하실래요?’라던가 청소할 것, 이런 것까지, 진짜 소소한 거를 지시를 내려주면 좋겠다는 거죠...”
Q26 “...각자 살던 사람들끼리 갑자기 합쳐지니까 고집이 센 거야. (...) 누군가 바깥에서 사람이 들어와서 해주면서 이거 이렇게 해라 해야지...”
Q27 “...욕심 많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 처음에 둘이 관리할 땐 물도 줄 필요가 없었다는 거야. 그렇게 잘 (조성이) 된 걸 다 부수고 망가뜨린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라고 하더만. 내가 그래서 너무 안타까워...”
Q28 “...지식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하다 보니까 (…) 00은 자기가 혼자 하고 싶다고 해. 요번 봄에 그랬어요. (...) 저 혼자 다 하고 싶으니까…”
전문가 규율과 룰의 필요성이 명확하게 언급된다.
Q29 “...전문가 얘기를 들어야 되는데 자기 의견을 발산하고. 뭔가 룰이 있었잖아요. 퇴비도 뿌리지 말라고 하면 안 해야 되는데. 마음대로 한 거. 그러니까 전문가 견해를 받아들였으면…”
2. 1차 자율운영의 시간적 흐름 분석(과정추적)
본 절에서는 앞서 제시한 발언들을 시간적・인과적 흐름에 따라 배열하여, 자율 운영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공동체적 자긍심의 공간에서 갈등과 스트레스의 공간으로 변화하였고, 다시 외부 개입 요구로 이어졌는지를 과정추적 관점에서 재구성한다.
1) 전환 이전: 교육 기반 공동 활동과 자긍심의 형성
전환 이전 옥상정원은 교육 프로그램과 공동 가꾸기를 기반으로 한 화합과 교류의 장이었다. “옥상에 올라가서 같이 하면 친해지죠.(...) 그 옥상 하나로 인해 사람들이 화합이 많이 됐지”(Q1)라는 진술과 “옥상에서 생산된 거 넣고 밥에다, 비빔밥 해서 나눠 먹고...”라는 회상(Q2)은, 옥상정원이 공동 노동과 식탁 나눔을 통해 관계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밤에라도 잠 안 오고 이러면 혼자 가서 (정원에) 있기도 하고. (...) 노인정 사람들도 와서 보고 좋다고 하고…”(Q3), “옥상도 보여줬더니 너무 좋다고. (...) 친구도 와서 보더니 나도 이런 데 와서 살고 싶다는 거야”(Q4)라는 발언에서는, 옥상정원이 외부 손님에게 자랑할 수 있는 주거 자부심의 공간으로 기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처음 (조성)하신 분이 손대지 말라고 했거든…”(Q7)이라는 진술은, 전문가가 설계・조성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암묵적 규범으로 작동했음을 시사하며, 이후 자율운영 전환 시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된다.
2) 자율운영 전환과 ‘내 땅’ 인식, 수확 분배 갈등의 등장
자율운영이 도입되면서 옥상정원은 “공동의 정원”에서 “각자의 밭”으로 인식이 전환된다. “자기 땅처럼 이렇게 그냥, 오면 안 되는 거야. (선을) 그어놓고”(Q10)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공간은 개인 별로 구획되며, 수확은 구획된 영역의 권리로 해석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상추를 많이 심는다 이러면 (...) 이걸 많이 뜯어가지고, 또 아는 사람 갖다 주고 이런단 말이에요. 그럼 다른 사람 못 먹잖아”(Q9), “뭐든 자기가 밭에서 뭐 수확하는 거 다 따간다고...”라는 진술(Q11)은 특정 개인에게 수확물이 과도하게 귀속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수확물 분배를 둘러싼 공정성 규범이 약화되고, 자율운영 전환은 참여 확대라는 취지와 달리 사유화와 불공정감의 경험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자율운영 이후 “옥상이 즐거울 줄 알았는데 지탄 받게 되고 고심하게 되고”(Q5), “아예 (옥상에) 올라오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었어…”(Q8)라는 발언은, 초기의 기대와 달리 옥상정원이 갈등과 회피의 공간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3) 계분 사용과 생태・감각 환경의 악화, 책임 공방
전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계분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된다. “감나무도 죽을 뻔하고 오이도 죽었어요. 모종에 계분을 뿌려서”(Q12), “가보니까 감나무고 뭐고 다 이렇게 땅을 헤치고 소복소복 묻어놨어. (...) 냄새가 나서 못 살아...”라는 진술(Q13)에서, 계분 사용은 식물 생육 피해와 악취라는 물리적 결과를 낳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걸(계분) 쓰면 안 된다고 교육을 수없이 했거든. 그런데도 거기에 대한 인식이 없어요”(Q14), “정말 귀에 닳도록 해놨는데도 안 되더라고...”라는 표현(Q15)은, 전문가 교육에서 공유된 규범과 실제 실행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다. 반면, “해도 괜찮다고 해서 한 건데 잘못 됐다니까…”라는 진술(Q16)은, 계분 사용이 일방적인 독단이 아니라 어느 정도 동의를 거친 결정으로 이해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계분 사건은 친환경 재배 교육 내용에 대한 상이한 기억, 합의 여부에 대한 인식 차이, 책임 귀속에 대한 억울함이 중첩된 갈등 사건으로, 이후 옥상정원 운영 전반을 상징하는 분기점으로 작동한다.
4) 식물・흙 훼손과 정원 경관의 붕괴 경험
계분 사건과 함께, 흙과 식물의 무단 이동・제거는 옥상정원의 경관과 생태 구성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축이다. “흙도 (함부로) 퍼내갔거든 (옥상 흙으로) 자기네 베란다 화분 만들고...”라는 진술(Q17)에서 공용 자원인 흙의 사유화가 나타나며, “심어 놓으면, 그걸 막 뽑아버려”라는 경험(Q18), “풀같이 생겼다고 그걸 막 뽑아 버리는 거야”(Q19)는 식재 해석 기준 불일치가 타인의 노동과 경관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풍성하게 자라도록 내버려두라”(Q19)는 초기 조성의 방향성은 유지되기 어려워졌으며, 옥상정원은 개별 주민의 판단과 미적 기준에 의해 부분적으로 파편화・훼손되는 공간으로 전환되었다.
5) 폭언・대립, 정서적 소진과 이용 회피
관리 방식 차이를 둘러싼 긴장은 점차 폭언과 신체적 위협을 동반한 정면 충돌 양상으로 확산된다. “퍼붓고 폭언을 하면서 때리려고 하는 거예요. 사람들도 있었는데”(Q20)라는 회상과 “반상회도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라는 진술(Q20)은, 갈등이 공식 회의체의 유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정말 살기 싫다, 내가 그랬어요. (...) 스트레스 받고 엄청 힘들었어요. 한 달 동안...”이라는 발언(Q22)에서 옥상정원 갈등이 개인의 생활 만족과 심리적 안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드러난다. “계속 하면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어. (...) 화해하기는 힘들 것 같아...”라는 진단(Q23), “누구 하나 잘한 사람 없어요. (...) 양보하고 배려해야 하는데 절대 그게 없어...”라는 평가(Q24)는, 초기의 화합과 자긍심이 상호 불신과 체념의 정서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6) 자율운영의 한계 인식과 외부 스캐폴딩 요구
갈등 이후 주민들은 1차 자율운영을 “지식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 하다 보니까 (갈등이 생긴 것 같다)”(Q28)고 진단하며, 전문가・외부 기관 주도의 운영 모델을 이상적 기준으로 재소환한다. “물도 줄 필요가 없었다는 거야. 그렇게 잘 (조성이) 된 걸 다 부수고 망가뜨린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라고 하더만”(Q27)이라는 회상은, 초기 상태가 높은 완성도와 안정성을 가진 모델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 얘기를 들어야 되는데 너무나 자기 의견을 발산하고. 뭔가 룰이 있었잖아요. 퇴비도 뿌리지 말라고 하면 안 해야 되는데. 마음대로 한 거”(Q29)라는 진술은 규칙과 전문가 견해의 필요성을 분명히 하며, “운영 기관이 매일 와서 들려서 (…) 진짜 소소한 거를 지시를 내려주면 좋겠다”(Q25), “누군가 바깥에서 사람이 들어와서 해주면서 이거 이렇게 해라 해야지”(Q26)라는 발언은 향후 운영에서 외부 스캐폴딩 장치의 제도화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3. 자율 운영 이후 변화의 옥상 정원의 주민 평가
자율운영 전환기의 변화를 보다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본 연구는 면담 참여 주민 7명을 대상으로 5점 리커트 척도 평가를 실시하였다. 평가는 (1)정원 환경의 전후 변화(1=매우 나빠짐~5=매우 좋아짐)와 (2)운영 거버넌스의 적절성(1=매우 그렇지 않다~5=매우 그렇다)으로 구성하였으며, 향기・경관・식재・다양성 등 감각・생태적 품질과 규칙 명확성, 공정성, 참여 균형, 갈등 조정, 정보 공유 등 제도적 스캐폴딩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였다<Table 2>.
Table 2.
Garden Change and Governance Quality
<Table 2>는 면담에서 산발적으로 제기된 감각적 불쾌감과 생태적 혼란이 집단적으로 동일한 방향으로 수렴함을 보여준다. 특히 조성 초기부터 정원을 관리해온 핵심 활동가 4명이 거의 모든 환경 항목에서 “매우 나빠짐(1점)”을 선택한 것은, 개인 불만이 아니라 정원 품질의 구조적 악화를 반영하는 공통된 판단임을 시사한다.
식물・식재 전문가는 환경 10개 항목 모두에 1점을 부여하며, 무단 식재 이동과 단작화로 경관 리듬과 계절성이 훼손되었고, 계분 냄새 등 감각환경 악화로 체류 쾌적성이 크게 저하되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경계 붕괴와 관리 기준 혼선으로 접근성・안전・정리 상태가 악화되었고, 장소 만족감과 자부심, 사회적 편안함 역시 갈등과 긴장 분위기로 감소한 것으로 보았다.
운영 거버넌스 평가에서도 8개 항목 평균이 3점 미만으로 나타나 규칙 부재, 정보 격차, 갈등 조정 실패가 체계적 수준의 문제로 자리 잡았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규칙 명확성, 공정성, 참여 균형, 갈등 조정의 수월성에 대한 핵심 활동가들의 낮은 평가는 “경계 침범”, “배정-수확 갈등”, “리더십 충돌”이 사건 수준이 아니라 운영 구조 결함의 누적 결과임을 뒷받침한다. 결과적으로 본 평가는 자율운영 전환 이후 나타난 물리적・사회적 변화가 개인 불편을 넘어 커뮤니티 시스템 전반의 기능 저하로 확산되었음을 정량적으로 확인해주는 근거가 된다.
4. 자율 운영 전후 변화의 구조적 의미 분석
1) 물리적 환경 측면
첫째, 계분 사용과 흙・식물의 무단 이동・제거는 옥상정원의 생태・감각・경관 질을 전반적으로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다. “감나무도 죽을 뻔하고 오이도 죽었어요. 모종에 계분을 뿌려서”(Q12), “냄새가 나서 못 살아...”라는 표현(Q13)은 비료 사용이 식물 생육과 체류 경험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흙이 개인 베란다 화분으로 전용되고(Q17), 심어둔 식물이 반복적으로 뽑히는 경험(Q18, Q19)은, 조성 초기의 식재 구성이 유지되지 못하고 일부 붕괴되었음을 시사한다.
둘째, 흙, 수확물, 식재가 개인적 권리와 소유 대상으로 다뤄지는 과정은 공공 자원이 사적 자원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향후 생태적 복구뿐 아니라 소유・이용 규범 재설정 없이는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위험을 내포한다.
2) 사회적 관계와 규범 구조의 변화
첫째, 정서적 기후의 측면에서 옥상정원은 공동체 화합의 공간에서 갈등과 회피의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초기에는 “그 옥상 하나로 인해 사람들이 화합이 많이 됐지”(Q1), “비빔밥 해서 나눠 먹고”(Q2), “노인정 사람들도 와서 보고 좋다고 하고”(Q3), “나도 이런 데 와서 살고 싶다”(Q4)고 평가되던 공간이, 자율운영 이후에는 “옥상이 즐거울 줄 알았는데 지탄 받게 되고 고심하게 되고”(Q5), “아예 (옥상에) 올라오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었어…”(Q8)라는 인식으로 전환되었다.
둘째, 분배・공정성 규범이 약화되었다. “자기 땅처럼... (선을) 그어놓고”(Q10), “다 따간다고”(Q11)라는 진술에서 드러나듯, 수확물과 공간은 사적 권리의 대상으로 인식되었고, “네 것, 내 것도 없이 수확”하자는 공동체 지향 규범은 실천에서 후퇴하였다.
셋째, 리더십과 전문가 관계 역시 재구성되었다. Q27-Q28에서 보이듯, 전문가와 주민 리더 간의 관계는 초기에는 우호적이었으나 점차 이완되었고, 일부 주민의 “욕심”과 “혼자 하고 싶다”는 태도는 권한 집중과 참여 배제 경험으로 해석되었다. 이는 1차 자율운영의 배경에 리더십 갈등과 권한 배분 문제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규범 공백과 자율운영의 한계가 드러났다. “전문가 얘기를 들어야 되는데 너무나 자기 의견을 발산하고. 뭔가 룰이 있었잖아요. 퇴비도 뿌리지 말라고 하면 안 해야 되는데. 마음대로 한 거”(Q29)라는 지적은, 자율운영이 규범・교육・조정 메커니즘 없이 도입되었을 때 발생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잘 드러낸다.
다섯째, 갈등 경험을 통과하며 외부 스캐폴딩 제도에 대한 요구가 형성되었다. 주민들은 운영 기관이 “매일 와서 들려서”(Q25) 미시적 과업까지 조정해주기를 요구하며, “누군가 바깥에서 사람이 들어와서 해주면서 이거 이렇게 해라 해야지”(Q26)라고 말함으로써 완전한 자율 대신 규칙과 전문가, 조정자에 의해 보완된 자율운영 모델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소결
종합하면, 1차 자율운영 전환은 옥상정원이 지닌 생태적・사회적 공생 체계를 동시에 흔든 전환기였다고 볼 수 있다. 물리적 측면에서는 계분 사용, 흙・식재의 무단 이동・제거를 통해 정원의 생태・경관・감각 환경이 약화되었고(Q12-Q13, Q17-Q19), 사회적 측면에서는 수확물 분배와 관리 방식, 리더십을 둘러싼 갈등이 누적되면서 초기의 화합과 자긍심(Q1-Q4)이 스트레스와 회피(Q5-Q6, Q22-Q24, Q8), 외부 개입 요구(Q25-Q26, Q27-Q29, Q16)로 전환되었다.
동시에 주민들은 전문가와 운영 기관이 규율과 조정 기능을 수행하던 초기 모델(Q1-Q2, Q7, Q27)을 이상적 기준으로 상기하며, 자율운영의 경험을 통해 완전한 방임이 아닌, 명확한 규칙과 교육, 분쟁 조정 장치를 갖춘 ‘스캐폴딩된 자율운영’의 필요성을 역으로 확인하였다. 이러한 분석은 향후 옥상정원과 유사한 공생형 커뮤니티 공간의 운영에서 분배・소유 규범, 비료・식재 사용 규칙, 리더십 구조, 외부 스캐폴딩 제도 설계에 대한 함의를 제공한다.
앞서 살펴본 전환기의 분석 결과는 자율운영이 의도와 달리 물리적・생태적・감각적 품질의 약화와 사회적 관계의 균열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혼선과 피로 누적은 주민 스스로의 성찰을 불러일으켰고, 전문가・운영주체와의 협력적 재점검을 촉발하는 직접적 배경이 되었다. 이에 따라 전환기 말미에는 정원의 훼손 상황을 진단하고 운영 방향을 재정렬하기 위한 복구 국면이 전개되었다. 다음 절에서는 전문가-운영주체-주민이 공동으로 참여한 이 복구 과정의 핵심 내용과 함의를 살펴본다.
5. 복구・재정렬 국면: 전문가-운영주체-주민 공동 개입
자율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식재 훼손・원칙 이탈・감각환경 저하 등의 문제는 전문가, 주택관리업체, Y대학교 연구팀, 식물・정원 전문가, 그리고 오래 참여해 온 주민들 간의 공동 대책회의를 촉발하였다. 이 회의는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정원의 조성 목적과 공생 원리를 재확인하고 지속가능한 운영 구조를 회복하기 위한 재정렬 과정에 해당한다.
우선, 식물・정원 전문가들은 루피너스・구절초 등 다년생 식물이 무단으로 뽑히고, 퍼머컬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계분・퇴비 사용이 일부 구역에서 이루어진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였다. 이는 조성 당시의 설계 의도와 현행 관리 방식의 괴리를 명확히 드러내는 신호로 해석되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비난보다는 “정보 격차”와 “표식・교육의 부재”를 원인으로 제시하며, 조성 원리・식물 특성・관리 기준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정원을 예쁘게 유지하고 싶다”, “아껴온 식물을 다시 지원해 달라”는 의지를 표현했고, 이는 복구의 동력으로 전환되었다.
이어진 대책회의에서는 옥상정원의 설계 목적과 공생의 가치, 퍼머컬처 기반 관리 원칙을 새로 입주한 주민에게도 다시 설명하며 운영방향을 재정렬하였다. 특히, 일부 구역의 개인 텃밭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향후 관리 방식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와 주민 간의 상호 이해가 회복되었다. 전문가들은 단작화・과도한 경작 중심 운영이 가져올 생태・경관 훼손을 설명하고, 토양 생태 회복을 위한 다년생 중심 식재 및 미기후 활용 방안을 제시하였다.
운영 규칙 또한 재정립되었다. 주택관리업체(유니버셜하우징), 정원 전문가, 연구팀이 참여한 실무회의에서는, 옥상에서의 계분 사용을 중단하고 이미 구매한 퇴비는 1층 외부 화단에서만 사용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주민 간 갈등을 야기하던 핵심 논점을 해소하는 실질적 조치였다. 동시에 구역 경계・식재 존 정체성・관리 기준을 시각화하기 위한 배치도와 규칙요약이 마련되었고, 정원 식물배치도,・식물 팻말・옥상정원 ‘식물도감’ 등 교육 콘텐츠을 제작 지원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시각・교육 기반의 스캐폴딩은 기존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자율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아울러, 운영 규칙을 스스로 준수하고 공생 원리를 생활화하려는 주민을 중심으로 별도의 자치 동아리를 구성하여 전문가 상주 없이도 정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다. 이 동아리는 작업 공유・관찰・미세조정의 역할을 수행하며, 주민 주도의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매개체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복구 국면은 단순한 원상회복을 넘어, 자율운영 전환기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주민・전문가・운영주체가 공동의 원칙을 재정립한 제도적 재정렬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1차 자율운영 전환 이후의 복구・재정렬 국면은 조성 의도의 회복과 운영 원칙의 명문화・시각화, 주민 역량 강화, 갈등 완화, 생태・경관 회복이라는 다층적 효과를 낳았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전환기의 흐름과 복구 과정에서 드러난 의미를 이론적 틀과 연계하여 해석하고, 고령자 공동체 주택에서 커뮤니티 가든이 갖는 실천・정책적 함의를 논의하고자 한다.
V. 종합논의
1. 이론 고찰과의 연계
본 연구에서 확인된 1차 자율운영 전환의 궤적-구역 분할과 배정, 규범의 공백, 경관・생태 품질의 약화, 갈등의 표면화, 성찰과 복구 시도-는 공유재 거버넌스, 사회적 자본, 퍼머컬처 원리와 긴밀히 맞물린다. 첫째, 공유재 거버넌스 관점에서 전환 초기의 혼선은 제도적 스캐폴딩 미비에서 비롯되었다. 경계 설정, 집합선택 규칙, 모니터링과 피드백, 점진적 제재 등 기본 운영 장치가 충분히 설계・내재화되지 못하면서 참여 의지는 있었으나 규칙 부재와 절차적 모호성이 운영의 일관성을 약화시켰다. 자율성은 제도・규칙・절차가 일상화될 때에만 공유재의 품질을 지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사회적 자본 관점에서 전환은 결속(bonding) 자본을 강화하는 동시에 교량(bridging)・연결(linking) 자본을 약화시켰다. 구역 소유감은 소규모 집단 내부의 응집을 높였지만, 서로 다른 능력・선호를 가진 집단 간 연결은 취약해졌고, 전문가・관리 주체와의 연결은 ‘간섭’으로 지각되며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이는 참여 확대가 자동으로 신뢰・호혜성 확대로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셋째, 퍼머컬처 원리와의 괴리는 물리・감각 환경의 질 저하로 직결되었다. 구역 정체성 붕괴, 단작화, 과도한 식재 교체는 다양성・순환・관찰 기반 학습이라는 생태적 설계를 약화시켰고, 학습 루프 부재는 초기 부조화를 관행으로 굳어지게 했다. 커뮤니티 정원은 조성 단계보다 운영 국면의 학습 구조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종합하면, 자율운영의 상향 이동(정보 제공→ 공동결정 → 현장 관리)이 지속가능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규칙・학습・조정 장치와 신뢰 기반 사회적 자본이 병렬적으로 구축되어야 함을 본 사례는 경험적으로 보여준다.
2. 실천적 함의: 자율운영 안정화 위한 운영 설계 방향
본 연구는 고령자 공동체주택에서 자율운영의 성패가 참여 규모보다,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스캐폴딩(scaffolding: 최소 운영 기반)-규칙・역할・학습・조정・평가-의 정교함에 달려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운영 설계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규칙은 명문화・시각화・상시 게시되어야 한다. 구역 경계, 식재・간격・관리 기준, 수확・공유 원칙을 1쪽 요약과 배치도로 정리하면 고령 주민도 예측 가능한 행동 기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둘째, 역할은 신체・인지 기능의 차이를 고려해 참여 스펙트럼 기반으로 설계해야 한다. 책임 역할[예: 순번제 운영 담당자(steward: 운영 책임을 교대로 맡는 주민), 구역 2인 책임조(zone partner: 구역 관리를 짝으로 맡는 역할)]과 저강도 역할(물주기, 기록, 안내)을 병치하고, 리더십은 교대・공동 의장제로 분산한다. 의사결정은 간단 다수결과 숙려형 합의를 병행해 절차적 공정성과 신뢰를 확보한다. 셋째, 운영 지속성을 위해 마이크로 교육-피드백 루프를 내재해야 한다. 신규 참여자 안내 교육(onboarding: 초기 참여자를 위한 짧은 안내), 계절별 클리닉, 작업 전 브리핑, 월 1회 현장 점검 라운드(walk-through: 정원을 함께 둘러보며 관찰・조정하는 점검)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운영을 일상화하는 핵심 절차다. 넷째, 갈등은 저비용 갈등 해결 절차(분쟁 프로토콜: 단계별 해결 규칙)로 관리해야 한다. 경계 침범, 무단 이식, 도구・비료 사용, 수확 공유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당사자 대화→중재자 참여의 단계와 점진적 제재(구두 경고→한시 제한→교육 후 복귀)를 규칙에 포함하면 감정적 충돌을 절차적 해결로 전환할 수 있다. 다섯째, 정원을 생활공간으로 유지하기 위해 감각・안전 기준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 통로・난간・미끄럼 방지, 비료 사용 제한, 하절기 고온・동절기 결빙 등 계절 위험 요소를 정기적으로 안내한다. 여섯째, 운영 품질 관리를 위한 전문가 평가기준표(Rubric: 항목별 평가)와 주민 체감 지표(편안함・자부심・사회적 편안함 등)를 계절 단위로 기록해 규칙・교육・식재 계획에 환류해야 한다. 요컨대 자율운영은 ‘자율’만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규칙-역할-학습-조정-평가가 결합된 운영 기술이 갖춰질 때 안정적으로 정착한다.
3. 정책적 함의: 고령자 공동체주택 제도화・표준화
본 연구는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 인프라가 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가든 운영이 제도화・표준화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첫째, 공공기관 차원의 표준 운영 가이드라인(규칙・역할・교육・조정・평가 모듈)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지 규모와 지역을 넘어 적용 가능한 공통 프레임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둘째, 소규모 단지의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원 코치・조경관리 순회 등 전문가 순회 지원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주민자치 역량의 편차를 보완하면서도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의 적정 기술 지원이 될 수 있다. 셋째, 초기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입주자 온보딩 교육 키트(규칙요약, 존 지도, 계절 달력, 안전 안내) 도입이 요구된다. 넷째, 사진・회의록・평가 기록을 축적하고 분기별 피드백 회의로 조정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체계(data→decision loop: 기록을 의사결정으로 환류하는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커뮤니티 가든 운영 성과를 고령자 주거・돌봄 정책의 성과 지표에 포함하여, 고독감 경감・사회적 연결・일상 활동성 등 예방적 돌봄 효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에서 자율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스캐폴딩은 물리적 기반(공간・접근성), 사회적 기반(관계・공동 경험), 운영적 기반(규칙・역할・의사결정・갈등조정・학습-피드백)의 결합을 의미하며, 특히 운영 기반이 내재화되지 않을 경우 갈등과 품질 저하가 빠르게 가시화될 수 있음을 본 사례는 시사한다.
4. 연구의 한계와 후속 연구 과제
본 연구는 단일 단지를 대상으로 한 질적 사례연구이며, 목적은 통계적 일반화가 아니라 자율운영 전환기의 작동 메커니즘과 조건을 규명하는 데 있다.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은 비자발적 공동체라는 특수성을 가지므로, 전환 경로는 정책・운영 조건에 따라 크게 분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규범 공백, 참여 불균형, 갈등 조정 실패, 품질 저하의 연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장기간 추적함으로써 후속 비교 연구에 활용 가능한 분석적 렌즈와 설계 요소(스캐폴딩)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1)단일 사례이므로 일반화에 제약이 있다. (2)면담・관찰이 상대적으로 옥상을 자주 이용한 주민에 편중되었을 수 있다. (3)공식적 지원체계 부재로 통제되지 않은 외부 변수가 존재하며, 회고적 진술에는 기억 편향 가능성이 있다. (4)연구팀과 현장 간 장기 관계로 연구자 효과가 일부 발생했을 수 있다. (5)전환 이전의 정량적 기초선(경관・생태・감각 지표 등)이 제한적이어서, 맥락과 행위의 의미를 풍부하게 기록하는 두터운 기술(thick description) 중심의 분석에 의존했다. 후속 연구는 (1)전환 전-직후-복구・정착을 축으로 한 종단 모니터링 구축, (2)옥상뿐 아니라 실내・근접 커뮤니티 인프라까지 확장한 단지 수준 분석, (3)이동성 저하를 고려한 저강도・대리・동반 참여 모델 개발, (4)교육・의사결정・분쟁조정 등 거버넌스 모듈의 혼합방법 평가와 표준 지표・대시보드 구축으로 요약된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전환기의 작동 원리와 조건을 제시한 심층 사례연구로서, 향후 비교 연구와 지표화 연구를 통해 한국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의 장기 운영 모델을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VI. 결론 및 제언
1. 결론
본 연구는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의 옥상 커뮤니티 가든이 1차 자율운영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종단적으로 관찰하고,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관계가 어떤 궤적을 따라 변화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자율운영은 단순히 참여도가 높아지는 과정이 아니라, 규칙・역할・학습・조정・평가가 결합된 제도적 스캐폴딩을 필요로 하는 운영 기술임이 밝혀졌다. 전환기 초기에는 규칙 공백과 해석 차이, 소유감의 과도한 강화가 경관・생태・감각 환경의 저하와 참여 양극화를 초래하였고, 이후 복구 국면에서 시각화된 규칙, 단순・짧은 교육 루프, 기본적인 갈등조정 장치가 정원의 안정성을 회복하는 핵심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본 연구는 자연적 관찰 기반 기록을 통해 고령자 공동체의 실제 상호작용, 규범 형성, 오해와 조정의 세밀한 국면을 구조화하여, 자율운영이 고령자 주거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실패하며 다시 안정화되는지를 시간 흐름 속에서 재구성하였다. 이는 고령자의 기능・건강・선호의 이질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자율운영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려면 참여 스펙트럼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사회적 자본의 결속-교량-연결 구조가 균형 있게 유지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동시에 커뮤니티 가든의 물리적 품질은 조성 단계의 설계보다 운영 단계의 규칙・교육・피드백 구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요컨대, 커뮤니티 가든은 단순한 조경 시설이 아니라 주민 역량, 운영원리, 사회적 자본이 결합된 거버넌스 인프라이다. 자율운영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며, 제도적 스캐폴딩이 갖춰질 때에만 물리적・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한국의 초고령 사회에서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이 나아가야 할 운영 패러다임, 즉 하드웨어 중심 공급에서 휴먼웨어・콘텐츠웨어 결합형 주거모델로의 전환을 실증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2. 제언
본 연구에서 논의한 실천・정책 함의를 바탕으로, 공공임대형 고령자 공동체주택의 운영과 정책 설계를 위한 핵심 제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커뮤니티 가든은 공용 공간인 동시에 운영학습의 장이므로, 규칙・역할・학습・조정 장치를 표준 모듈로 구축하여 주택 설계・운영 단계에 내장해야 한다. 특히 1쪽 요약 규칙과 배치도, 짧고 빈번한 교육 루프, 저비용 분쟁조정 프로토콜은 고령자 주거에서 필수 기반 요소이며, 자율운영의 안정성・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최소 조건이다.
둘째, 참여 스펙트럼을 확장하기 위해 주민의 기능 수준과 선호를 고려한 다층 역할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순번제 스튜어드, 존-버디, 저강도 참여 역할 등을 병행하면 고령자의 자존감・참여 의지가 유지되며, 사회적 자본이 균형 있게 축적될 수 있다. 이는 자율운영이 특정 주민의 부담이나 권력 집중으로 왜곡되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셋째, 공공임대 고령자 주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자체・LH 차원의 표준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규칙, 교육, 역할 배분, 갈등조정, 평가를 모듈화하고, 전문가 순회 지원체계, 입주자 온보딩 키트 등을 도입하면 소규모 단지에서도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시설입소 지연, 지역사회 거주 지속, 공공돌봄 비용 완화 등 사회경제적 효과로도 연결된다.
넷째, 공동체주택 운영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공간・행태・경험 데이터는 향후 정책 설계와 운영 개선을 위한 중요한 자원이다. 사진・회의록・정원 로그・분쟁 조정 기록・교육 참여 기록 등을 구조화해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결정 루프를 마련함으로써 커뮤니티 가든의 운영 품질을 장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고령자 공동체주택 연구는 커뮤니티 가든에 국한되지 않고 실내 및 근접 공동공간까지 통합적으로 다루며, 장기 종단적 연구를 기반으로 운영 모델의 표준화・정교화를 도모해야 한다. 자율운영이 지속가능하려면 물리적 하드웨어와 사회적 관계, 운영 제도, 지역사회 연결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며, 본 연구는 이러한 후속 연구와 정책 실천의 토대를 제공한다.








